그녀 역시 왜 갑자기 과거의 꿈을 꾸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그녀가 점점 그때의 일을 잊어가고 있어서 기억이 그녀한테 잊지 말라 일침이라도 날린 건가?그녀가 여준우를 바라보았다.“여준우 씨가 이렇게 애인한테 엄격한 사람이었나요.”여준우의 시선이 그녀의 연분홍색 입술에 멈췄다.“어떤 것 같아요?”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명승희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나 어젯밤 토하고 양치도 못했어요. 괜히 여준우 씨 비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여준우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명승희가 뻣뻣하게 굳었다.이건 무슨 뜻이지?여준우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휴식 잘하고 있어요.”그가 몸을 일으켰다.“승희 언니 제가 죽 사왔…”포장된 죽을 들고 막 병실로 들어서던 최민아가 여준우의 모습을 보고 놀라 굳어버렸다.여준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병실을 나갔다.그가 나간 걸 확인한 최민아가 죽을 들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왔다.“여준우 씨… 혹시 언니를 걱정하는 걸까요?”명승희가 침대에서 내려오며 헛웃음을 쳤다.“그 걱정 몇 번만 더 하면 다음엔 장례식장에서 날 만나게 될 거야.”최민아가 얼른 반박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는 분명 엄청 오래 살 거예요. 걱정 마세요.”명승희는 퇴원하고도 집에서 3일을 더 쉬었다. 그 사이 여준우는 그녀를 찾지 않았고 그녀 역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4일째 되던 날, 감독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피로연에 참석하라는 전화였다.차창 밖으로 가랑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 불빛이 어두운 차 안으로 비추어 들어와 명승희의 몸을 밝혔다.최민아가 백미러를 힐끔거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언니, 그래도 명색에 두 번째 주인공인데… 정말로 그렇게 입고 가실 거예요?”명승희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패션쇼도 아니고 그
첫 순서로 남녀 주인공이 무대에 올라 팬들과 인사를 하고 선물을 나누어 줬다. 다음 순서로 간단한 인터뷰가 이어졌다.될수록 카메라에 잡히고 싶지 않았던 명승희는 인터뷰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서 입을 가리고 몰래 하품을 했는데 하필 카메라에 잡히게 되었다.순식간에 마이크가 명승희 앞에 도착했다. 사회자가 그녀한테 한 마디 할 것을 부탁했다. 당황하던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관리하며 마이크를 받아들었다.“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촬영하는 내내 제작진분들, 그리고 배우님들과 엄청 유쾌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한테 연기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한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그때 갑자기 기자가 그녀한테 즉석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다. 현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명승희가 모델이었을 때 육예찬을 쫓아다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육예찬을 위해 특별히 바이올린을 배우러 다니기까지 했었다.그런데 피로연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라니. 이건 그녀한테 시비를 거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명승희는 그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피아노 연주로는 안 될까요?”기자는 그녀가 자신의 질문에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모습에 더 이상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명승희는 곧바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녀가 연주한 곡은 드라마 OST로 삽입된 《아픈 사랑》이었다. 마침 《청운의 꿈》의 홍보 효과도 되고 일석이조나 다름없었다.드라마 홍보 인터뷰를 마친 후 명승희는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현장을 벗어났다.최민아가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정말로 안 가실 거예요?”명승희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답했다.“나 지금 술은 보기만 해도 메슥거려. 이런 상태로 어떻게 파티에 참가해?”그리고 지금 파티장에 들어가면 여준우와 마주칠게 뻔했다.그녀의 말에 최민아가 멈칫했다. 아
그녀가 의혹의 눈길로 물었다.“며칠을 함께 있는데요?”여준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명승희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다른 사람들은 안 만나도 돼요?”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내가 누구랑 만나야 되는데요?”그녀가 그의 손을 쳐내더니 이불로 몸을 감싼 채 몸을 일으켰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그녀는 손을 뻗어 옆에 놓인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싸고 침대 가장 자리에 앉아 그를 등진 채 머리를 묶었다.“다른 여자들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저는 이만 빠질게요.”그녀가 막 몸을 일으키려고 한순간 그가 그녀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가뒀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질투하는 거예요?”당황한 명승희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한낱 정인일 뿐인데 질투를 할게 뭐 있겠어요?”여준우가 피식 웃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정말로 자기 처지를 똑똑히 구분할 줄 아는 여자라니까.”명승희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마침 여준우가 룸서비스를 시키고 있었다. 8시가 되자 직원이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방으로 들어왔다.명승희는 간단한 국수와 샐러드만 먹었다.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확인해 보니 최민아가 웬 링크를 보내왔었다.들어가 보니 어젯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나태 미녀 명승희##명승희 잠옷을 입고 출석하다#【최민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언니가 잠옷을 입고 출석한 게 엄청난 이슈가 되었어요. 지금 그 잠옷 완전 품절 대란이라니깐요. 언니! 진짜 대단해요!명승희는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어젯밤 그녀는 단지 편안함 때문에 그 옷을 입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옷은 잠옷이 아니었다! 그저 잠옷처럼 디자인된 홈 웨어일 뿐이었다!여준우가 눈을 살짝 치켜뜨며 피식 웃었다.“어젯밤에 입은 그 잠옷 예쁘던데요.”그녀가 여준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녀의 칭찬을 하다니? 하지만 다음 순간, 여준우가 진지하게 뒷말을 이었다.“벗기기
책임자는 그가 이런 곳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말했다.“여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 주위로는 공사장밖에 없어서 호텔이 따로 없습니다.”“괜찮습니다. 평소 안 회장님께서 어디에 머무르셨으면 저도 그곳에서 지내면 됩니다.”여준우는 비서가 건네주는 차를 받았다.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입니다. 그럼 제가 지금 가서 머무르실 곳을 준비해 두겠습니다.”책임자가 나간 후 여준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명승희를 돌아보았다.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왜요? 명승희 씨를 이런 공사장에서 지내게 만들어서 서러워요?”명승희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당신이 억지로 저를 끌고 왔잖아요.”그녀는 그제야 그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당신 이런 땡볕에 다른 정인이 아닌 굳이 나를 데리고 온 의도가 뭔데요? 내가 새까맣게 타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죠?”명승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선크림부터 덧발랐다. 하지만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 예전보다 피부가 새까맣게 탈게 분명했다!여준우가 소리 내어 웃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쩍하면 다른 여자를 거론하는데, 이게 질투가 아니고 뭐죠?”명승희는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Y 국 국민인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언젠가는 돌아갈게 분명하니까. 그녀는 여준우가 평생 Z 국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책임자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더니 먼저 그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안지성도 이곳에 오면 임시로 만들어진 공인 숙소에서 지내곤 했다. 일반 공인 숙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방에는 단독 샤워실과 주방, 그리고 에어컨이 있다는 것이었다.“여 사장님, 사모님, 그럼 저는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책임자가 웃으며 돌아갔다.‘사모님’이라는 말을 들은 명승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여준우를 돌아보았다. 여준우는 손끝으로 테이블 끝을 슥 스쳤다. 그는 방금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에 먼지가 가득 묻었
“싫은데요.”명승희가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는척하더니 순식간에 덮쳐들었다. 여준우는 얼른 옆으로 피한 후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히면서 제압했다.“꺄악. 아파요!”여준우가 이를 악물고 웃었다.“아픈 걸 아는 사람이 감히 날 놀리려 들어요?”“당신이 먼저 나를 놀렸잖아요. 일부러 이런 곳에 데리고 와서 일이나 시키고. 우리 아빠도 나한테 집안일을 안 시키는데. 빨리 이거 놓지 못해요!”명승희가 발버둥 치자 여준우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가했다. 그녀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팔뚝 전체가 저릴 정도로 아파졌다.“여준우 씨!”여준우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손 깨끗하게 안 씻으면 오늘 밤 침대에서 잘 생각도 하지 마요.”그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명승희가 몸을 일으킨 후 자신의 팔뚝을 주무르며 욕했다.“나는 뭐 당신이랑ㅣ 자는 게 좋은 줄 알아?”다 큰 남자가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다니. 그것도 그렇게 작은 바퀴벌레를.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밖으로 나간 여준우는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책임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러 갔나 보다. 명승희는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으나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그녀가 가디건을 걸친 후 집 밖을 나서며 어디서 먹을 걸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문뜩 그녀의 눈에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저녁 7시, 책임자와 현장을 둘러본 여준우가 그제야 돌아왔다. 그는 그녀가 오래 기다렸을까 봐 서둘러 도시락을 챙겨들고 숙소로 향했다.그런데 방안 그 어느 곳에서도 명승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가방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그가 도시락을 내려놓은 후 미간을 찌푸리고 욕실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명승희 씨!”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서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명승희가 수박 반 통을 품에 안고 숟가락으로 파먹고 있었다.
옆집에는 애가 둘이었는데 나이가 많지 않았다. 큰 애의 이름은 영희, 이제 7살이었고 작은 애는 동희, 이제 4살이었다. 엄청 순하고 말썽도 부리지 않는 착한 아이들이었다.“승희 언니 이건 뭐예요?”드론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건 드론이라고 하는데 이걸로 여기 전체를 찍을 수 있어. 여기 가만히 서서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지.”명승희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한테 드론 조종법을 가르쳐 줬다.“이리 와. 언니가 이거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줄게.”영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명승희가 드론을 조종하는 걸 열심히 지켜봤다.명승희는 영희한테 조종법을 가르쳐 준 후 조종기를 영희한테 건넸다.“자 한번 해봐.”영희가 그녀를 한번 본 후 조심스럽게 조종기를 받아들었다. 아이가 자신이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조종하는 모습에 명승희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아빠?”“너 지금 어디야?”명지용이 책문하듯이 물었다.명승희는 대충 핑계를 댔다.“저… 저 지금 출장 중인데요.”“출장? 좋아. 아빠가 하나만 물을게. 너 여준우랑 사귀는 사이냐?”“아니요…”“지금 누굴 속이려고. 파파라치가 너희 두 사람이 어젯밤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올렸어. 지금 SNS에 온통 너랑 여준우에 대한 스캔들뿐이라고. 잡지, 신문 어느 하나 너희들 기사가 없는 데가 없어. 기자가 나한테까지 찾아왔더라.”명승희가 돌처럼 굳어졌다. 어젯밤 그녀와 여준우가 함께 있던 모습이 찍혔다고?그녀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숨을 들이켰다.“아빠 그러니까 저랑 그 사람은…”“딸아, 혹시 그 남자한테 협박당했니?”명지용의 한 마디에 명승희가 얼어붙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그걸 아빠가 어떻게 알아요?”“내가 그럴 줄 알았어!”명지용은 화가 나는 한편 안타까웠다.“그 망할 놈이 감히… 감히 내 귀한 딸을 협박해!”“아빠 저도 그러
명승희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당신 나를 매장시키겠다고 한 거, 그거 그냥 나 겁주려고 한 말이었죠?”여준우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걸려든 건 당신이죠.”역시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그녀가 이를 악물고 웃었다.“날 갖고 논 거예요?”여준우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품에 가둔 채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가 웃을락 말락 하며 말했다.“전 명승희 씨가 똑똑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멍청할 줄 몰랐어요.”명승희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날 갖고 노는 거 재밌었어요?”여준우는 그저 그녀를 빤히 쳐다볼 뿐 답을 하지 않았다.“멍청하게 당신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얼마나 우스웠겠어요. 여준우 씨, 당신이 하도 이런 같잖은 연극을 좋아해서 저도 함께 어울려줄 만큼 어울려 줬어요. 대체 왜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두고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요!”이성을 상실한 명승희가 악다구니를 치더니 순간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크게 숨을 들이켜며 씩씩거렸다. 곧바로 이성을 되찾은 그녀가 애써 울음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했다.“전 이제 그만 이 연극에서 빠질래요. 더는 못 하겠어요.”그녀가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자 여준우가 다시 한번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가 그녀의 턱을 잡아올렸다.“못 하겠다고? 못 할 거면 왜 자꾸 나를 자극하는 건데!”그녀가 씩씩거리며 따졌다.“누가 자극했다고 그래요. 분명 당신이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요!”“맞아.”여준우가 피식 웃었다. 그가 억지로 그녀의 얼굴을 고정하고 말했다.“내가 먼저 건드렸죠. 하지만 계약을 끝내자고 했을 때 누가 나한테 찾아왔죠?”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순간 너무 놀라 호흡하는 법도 잊은 것 같았다.여준우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멈췄다.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졌다.“계약을 끝냈을 때 그쪽이 제 발로 나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찾아왔어요. 명승희 씨
갑자기 여준우가 음료수를 그녀의 앞에 놓여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깜짝 놀란 그녀가 힐끔 곁눈질로 그를 확인했다. 하지만 절대 눈에 띄게 움직이지는 못했다.그때 그가 갑자기 그녀의 선글라스를 휙 하고 낚아챘다. 놀란 그녀가 곧바로 선글라스를 빼앗아 다시 착용했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그에게 등을 돌렸다.여준우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요?”명승희가 그의 손을 쳐낸 후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한 번만 더 내 몸에 손댔다 봐요. 당장 성추행으로 고소할 테니까!”여준우가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그녀를 쳐다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지금 비즈니스 석에 우리 둘 빼고 누가 남아있나 한번 봐봐요.”놀란 명승희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즈니스 석이 텅텅 비어있었다. 당황한 그녀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여준희가 그녀의 머리로 장난을 치면서 몸을 그녀의 가까이에 기댔다.“이 항공사가 마침 저희 그룹 산하에 있는 항공사더라고요. 우연이죠?”그녀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그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그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탑승한 K7741 항공편이 곧 Y 국 공항에 정착하게 되니 일본으로 가실 탑승객들은 2층에서 경유 탑승 수속을 하라는 말이었다.명승희가 탑승한 항공편이 일본으로 가는 직행이 아니라 Y 국에 들러 경유하는 항공편이었다고? Y 국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그의 구역이 아닌가?그녀가 넋을 놓고 있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입술이 쪽하고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놀란 그녀가 다급히 그를 밀치려고 한순간 그가 먼저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여준우 씨 당신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명승희가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들어 그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하지만 여준우는 이미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양 팔목을 붙잡고 자신의 품에 그녀를 가두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