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는 그가 이런 곳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말했다.“여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 주위로는 공사장밖에 없어서 호텔이 따로 없습니다.”“괜찮습니다. 평소 안 회장님께서 어디에 머무르셨으면 저도 그곳에서 지내면 됩니다.”여준우는 비서가 건네주는 차를 받았다.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입니다. 그럼 제가 지금 가서 머무르실 곳을 준비해 두겠습니다.”책임자가 나간 후 여준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명승희를 돌아보았다.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왜요? 명승희 씨를 이런 공사장에서 지내게 만들어서 서러워요?”명승희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당신이 억지로 저를 끌고 왔잖아요.”그녀는 그제야 그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당신 이런 땡볕에 다른 정인이 아닌 굳이 나를 데리고 온 의도가 뭔데요? 내가 새까맣게 타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죠?”명승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선크림부터 덧발랐다. 하지만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 예전보다 피부가 새까맣게 탈게 분명했다!여준우가 소리 내어 웃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쩍하면 다른 여자를 거론하는데, 이게 질투가 아니고 뭐죠?”명승희는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Y 국 국민인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언젠가는 돌아갈게 분명하니까. 그녀는 여준우가 평생 Z 국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책임자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더니 먼저 그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안지성도 이곳에 오면 임시로 만들어진 공인 숙소에서 지내곤 했다. 일반 공인 숙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방에는 단독 샤워실과 주방, 그리고 에어컨이 있다는 것이었다.“여 사장님, 사모님, 그럼 저는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책임자가 웃으며 돌아갔다.‘사모님’이라는 말을 들은 명승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여준우를 돌아보았다. 여준우는 손끝으로 테이블 끝을 슥 스쳤다. 그는 방금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에 먼지가 가득 묻었
“싫은데요.”명승희가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는척하더니 순식간에 덮쳐들었다. 여준우는 얼른 옆으로 피한 후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히면서 제압했다.“꺄악. 아파요!”여준우가 이를 악물고 웃었다.“아픈 걸 아는 사람이 감히 날 놀리려 들어요?”“당신이 먼저 나를 놀렸잖아요. 일부러 이런 곳에 데리고 와서 일이나 시키고. 우리 아빠도 나한테 집안일을 안 시키는데. 빨리 이거 놓지 못해요!”명승희가 발버둥 치자 여준우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가했다. 그녀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팔뚝 전체가 저릴 정도로 아파졌다.“여준우 씨!”여준우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손 깨끗하게 안 씻으면 오늘 밤 침대에서 잘 생각도 하지 마요.”그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명승희가 몸을 일으킨 후 자신의 팔뚝을 주무르며 욕했다.“나는 뭐 당신이랑ㅣ 자는 게 좋은 줄 알아?”다 큰 남자가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다니. 그것도 그렇게 작은 바퀴벌레를.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밖으로 나간 여준우는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책임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러 갔나 보다. 명승희는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으나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그녀가 가디건을 걸친 후 집 밖을 나서며 어디서 먹을 걸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문뜩 그녀의 눈에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저녁 7시, 책임자와 현장을 둘러본 여준우가 그제야 돌아왔다. 그는 그녀가 오래 기다렸을까 봐 서둘러 도시락을 챙겨들고 숙소로 향했다.그런데 방안 그 어느 곳에서도 명승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가방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그가 도시락을 내려놓은 후 미간을 찌푸리고 욕실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명승희 씨!”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서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명승희가 수박 반 통을 품에 안고 숟가락으로 파먹고 있었다.
옆집에는 애가 둘이었는데 나이가 많지 않았다. 큰 애의 이름은 영희, 이제 7살이었고 작은 애는 동희, 이제 4살이었다. 엄청 순하고 말썽도 부리지 않는 착한 아이들이었다.“승희 언니 이건 뭐예요?”드론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건 드론이라고 하는데 이걸로 여기 전체를 찍을 수 있어. 여기 가만히 서서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지.”명승희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한테 드론 조종법을 가르쳐 줬다.“이리 와. 언니가 이거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줄게.”영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명승희가 드론을 조종하는 걸 열심히 지켜봤다.명승희는 영희한테 조종법을 가르쳐 준 후 조종기를 영희한테 건넸다.“자 한번 해봐.”영희가 그녀를 한번 본 후 조심스럽게 조종기를 받아들었다. 아이가 자신이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조종하는 모습에 명승희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아빠?”“너 지금 어디야?”명지용이 책문하듯이 물었다.명승희는 대충 핑계를 댔다.“저… 저 지금 출장 중인데요.”“출장? 좋아. 아빠가 하나만 물을게. 너 여준우랑 사귀는 사이냐?”“아니요…”“지금 누굴 속이려고. 파파라치가 너희 두 사람이 어젯밤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올렸어. 지금 SNS에 온통 너랑 여준우에 대한 스캔들뿐이라고. 잡지, 신문 어느 하나 너희들 기사가 없는 데가 없어. 기자가 나한테까지 찾아왔더라.”명승희가 돌처럼 굳어졌다. 어젯밤 그녀와 여준우가 함께 있던 모습이 찍혔다고?그녀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숨을 들이켰다.“아빠 그러니까 저랑 그 사람은…”“딸아, 혹시 그 남자한테 협박당했니?”명지용의 한 마디에 명승희가 얼어붙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그걸 아빠가 어떻게 알아요?”“내가 그럴 줄 알았어!”명지용은 화가 나는 한편 안타까웠다.“그 망할 놈이 감히… 감히 내 귀한 딸을 협박해!”“아빠 저도 그러
명승희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당신 나를 매장시키겠다고 한 거, 그거 그냥 나 겁주려고 한 말이었죠?”여준우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걸려든 건 당신이죠.”역시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그녀가 이를 악물고 웃었다.“날 갖고 논 거예요?”여준우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품에 가둔 채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가 웃을락 말락 하며 말했다.“전 명승희 씨가 똑똑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멍청할 줄 몰랐어요.”명승희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날 갖고 노는 거 재밌었어요?”여준우는 그저 그녀를 빤히 쳐다볼 뿐 답을 하지 않았다.“멍청하게 당신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얼마나 우스웠겠어요. 여준우 씨, 당신이 하도 이런 같잖은 연극을 좋아해서 저도 함께 어울려줄 만큼 어울려 줬어요. 대체 왜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두고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요!”이성을 상실한 명승희가 악다구니를 치더니 순간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크게 숨을 들이켜며 씩씩거렸다. 곧바로 이성을 되찾은 그녀가 애써 울음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했다.“전 이제 그만 이 연극에서 빠질래요. 더는 못 하겠어요.”그녀가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자 여준우가 다시 한번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가 그녀의 턱을 잡아올렸다.“못 하겠다고? 못 할 거면 왜 자꾸 나를 자극하는 건데!”그녀가 씩씩거리며 따졌다.“누가 자극했다고 그래요. 분명 당신이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요!”“맞아.”여준우가 피식 웃었다. 그가 억지로 그녀의 얼굴을 고정하고 말했다.“내가 먼저 건드렸죠. 하지만 계약을 끝내자고 했을 때 누가 나한테 찾아왔죠?”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순간 너무 놀라 호흡하는 법도 잊은 것 같았다.여준우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멈췄다.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졌다.“계약을 끝냈을 때 그쪽이 제 발로 나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찾아왔어요. 명승희 씨
갑자기 여준우가 음료수를 그녀의 앞에 놓여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깜짝 놀란 그녀가 힐끔 곁눈질로 그를 확인했다. 하지만 절대 눈에 띄게 움직이지는 못했다.그때 그가 갑자기 그녀의 선글라스를 휙 하고 낚아챘다. 놀란 그녀가 곧바로 선글라스를 빼앗아 다시 착용했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그에게 등을 돌렸다.여준우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요?”명승희가 그의 손을 쳐낸 후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한 번만 더 내 몸에 손댔다 봐요. 당장 성추행으로 고소할 테니까!”여준우가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그녀를 쳐다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지금 비즈니스 석에 우리 둘 빼고 누가 남아있나 한번 봐봐요.”놀란 명승희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즈니스 석이 텅텅 비어있었다. 당황한 그녀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여준희가 그녀의 머리로 장난을 치면서 몸을 그녀의 가까이에 기댔다.“이 항공사가 마침 저희 그룹 산하에 있는 항공사더라고요. 우연이죠?”그녀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그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그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탑승한 K7741 항공편이 곧 Y 국 공항에 정착하게 되니 일본으로 가실 탑승객들은 2층에서 경유 탑승 수속을 하라는 말이었다.명승희가 탑승한 항공편이 일본으로 가는 직행이 아니라 Y 국에 들러 경유하는 항공편이었다고? Y 국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그의 구역이 아닌가?그녀가 넋을 놓고 있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입술이 쪽하고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놀란 그녀가 다급히 그를 밀치려고 한순간 그가 먼저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여준우 씨 당신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명승희가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들어 그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하지만 여준우는 이미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양 팔목을 붙잡고 자신의 품에 그녀를 가두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여자가
여준우는 그녀가 자신의 가까이로 다가오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에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 이미 차도 출발한 상태고,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그들은 여 씨 그룹 산하의 고급 호텔에 도착했다. 명승희는 자신의 짐과 함께 호텔 룸에 처박혔다. 문 앞에는 보디가드가 지키고 서있었다.“무슨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아가씨,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보디가드가 적극적으로 그녀를 대신해 문까지 닫아주었다.그녀는 방안에 홀로 남아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니까 여준우 이 남자는 단지 그녀를 호텔까지 데려다준 것뿐이다?여 씨 가문의 샌디에이고 저택.“도련님, 사모님께서는 서재에서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집사가 계단 앞에 서서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여준우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여준우는 외투를 벗어 집사한테 건네더니 손목시계를 느슨하게 조절한 후 위층으로 향했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중년 여인은 쉰 여섯, 일곱 즈음 되었지만 관리를 잘해왔기에 겉모습만 봤을 때에는 삼, 사십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어머니.”여준우가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잡지가 놓여있었는데 Z 국에서 그와 명승희가 파파라치한테 찍힌 스캔들 기사가 적혀있었다. 이 잡지가 해외에까지 퍼지게 되었다니.유나가 잡지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네가 밖에서 어떻게 놀든지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넌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스캔들 기사를 남겼던 적이 없잖니.”여준우가 잡지를 들고 느긋하게 페이지를 넘겼다.“이런 가십거리는 많고도 많아요.”“달라.”유나가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지금 네가 이 여자한테 보이는 태도가 달라. 진심인 거냐?”여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나가 눈을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넌 내 아들이고, 장차 여 씨 가문을 책임져야 할 후계자야. 잊지 말거라. 너와 맨디는 이미 결혼 약속이 오간 사이라는 것을!”여준우가 소리 내어 웃었다.“어머니, 저랑 맨
욕실에서 침실까지, 어둠 속에서 여준우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폭주할 것만 같은 자신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아무도 그런 자신의 사투를 알지 못하게 노력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려다가도 곧바로 그녀의 따듯함에 이성을 잃고 깊은 심연에 빠지게 되었다. 그의 손길 아래 다시 태어나는 듯한 그녀의 새로운 모습은 그에게 병증을 더욱 악화시킬 모순이자 억압이 되어버렸다.그렇게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밤도 결국 어느 순간 평화를 맞이하게 되었다.이튿날 아침, 명승희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잠에서 깼다. 몸을 뒤척이던 그녀는 순간 온몸의 뼈마디 마디가 아파나는 것을 느꼈다.그 순간 그녀의 귓가에 웬 여자가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준우 씨, 내가 당신의 약혼녀예요. 당신이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는 걸 방해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우리의 혼약을 중시해 줬으면 좋겠어요!”명승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약혼녀?그녀가 겨우 아픈 몸을 끌고 침대에서 내려 가만히 문가에 기대서서 밖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여준우가 피식 웃었다.“전 그런 혼약을 한 적이 없는데요.”“당신 설마 가문끼리 한 혼약을 어기겠다는 거예요?”그녀는 마치 엄청난 수모를 당한 것처럼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게 뭐 어때서요?”여준우가 팔을 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아주 거만한 자세였다.“내 어머니가 멋대로 정한 혼사입니다. 아니면 맨디 아가씨, 차라리 제 어머니한테 시집을 가는 걸 고려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당신……”“술에 약을 타는 수법을 써서 날 억지로 이 혼사에 참여시키려 들기나 하고.”여준우가 와인잔의 스템을 잡고 가볍게 잔을 돌리자 안에 담겨있던 술이 찰랑였다.“아쉽겠지만,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꼭 여 씨 가문에서 물려받은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난 여 씨 가문에 구속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여자를 갖고 싶은지는 내가 정할 겁니다.”그가 느긋하게 술을 들이켰다.맨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여준우가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덧 그리다가 피식 웃었다.“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한테 여자가 많지는 않아요.”“몇 백은 아니더라도 몇 십 명은 될 거 아니에요?”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여준우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아니요.”명승희는 그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붙잡힌 손을 빼낸 후 여준우의 가슴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는 단단한 바윗돌처럼 꿈쩍하지 않았다.그가 그녀의 쇄골에 얼굴을 묻으며 웃었다.“나한테 여자가 많은 게 싫어요?”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자 명승희는 아예 버둥거리는 걸 포기했다. 그녀는 작전을 바꾸었다. 그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흉내 내는 것이다.“맞아요. 난 당신 주위에 여자가 많은 게 너무 싫어요.”명승희가 적극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녀가 섹시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내가 왜 다른 여자들과 한 남자를 공유해야 하는데요. 그것도 여준우 씨처럼 이렇게 우수한 남자를 말이에요. 난 당신을 독점하고 싶어요.”그녀가 순간 그의 목을 잡아당겨 그와 자신의 위치를 바꿨다.“당신 말이 맞아요. 그날 밤, 내가 당신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당신한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여자가 되어달란 말을 거절했던 건 그냥 한번 튕겨봤던 것뿐이고요.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갑부의 여자가 되는 걸 누가 싫어하겠어요? 난 당신의 여자가 될 거고, 당신 주변의 여자들을 깡그리 쫓아버릴 거예요.”명승희가 고개를 숙여 그에게 키스하려 했다. 이쯤 했으면 그가 자신을 밀쳐내야 하는 게 정상인데,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다.여준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 속의 저의를 찾아내고 있었다. 명승희가 머뭇거린 시간은 불과 몇 초였다. 갑자기 그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고정한 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그녀가 얼어붙었다.여준우는 짧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곧바로 입술을 뗐다. 그가 커다란 손으로 한 손에 잡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