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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욕실에서 침실까지, 어둠 속에서 여준우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폭주할 것만 같은 자신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아무도 그런 자신의 사투를 알지 못하게 노력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려다가도 곧바로 그녀의 따듯함에 이성을 잃고 깊은 심연에 빠지게 되었다. 그의 손길 아래 다시 태어나는 듯한 그녀의 새로운 모습은 그에게 병증을 더욱 악화시킬 모순이자 억압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밤도 결국 어느 순간 평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명승희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잠에서 깼다. 몸을 뒤척이던 그녀는 순간 온몸의 뼈마디 마디가 아파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귓가에 웬 여자가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준우 씨, 내가 당신의 약혼녀예요. 당신이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는 걸 방해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우리의 혼약을 중시해 줬으면 좋겠어요!”

명승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약혼녀?

그녀가 겨우 아픈 몸을 끌고 침대에서 내려 가만히 문가에 기대서서 밖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여준우가 피식 웃었다.

“전 그런 혼약을 한 적이 없는데요.”

“당신 설마 가문끼리 한 혼약을 어기겠다는 거예요?”

그녀는 마치 엄청난 수모를 당한 것처럼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게 뭐 어때서요?”

여준우가 팔을 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아주 거만한 자세였다.

“내 어머니가 멋대로 정한 혼사입니다. 아니면 맨디 아가씨, 차라리 제 어머니한테 시집을 가는 걸 고려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당신……”

“술에 약을 타는 수법을 써서 날 억지로 이 혼사에 참여시키려 들기나 하고.”

여준우가 와인잔의 스템을 잡고 가볍게 잔을 돌리자 안에 담겨있던 술이 찰랑였다.

“아쉽겠지만,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꼭 여 씨 가문에서 물려받은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난 여 씨 가문에 구속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여자를 갖고 싶은지는 내가 정할 겁니다.”

그가 느긋하게 술을 들이켰다.

맨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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