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예찬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내가 말한 게 아니야.”“......”송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육예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여줬다.“맛있어?”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그녀는 곧 하려던 말을 잊고 케이크를 먹었다.육예찬은 눈이 휘둥그레진 박시현과 도지석을 보며 빙긋 웃었고 두 사람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다른 쪽, 김아린은 임신했기 때문에 물로 술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제인과 양우진이 찾아왔고 연예계에서 구천광과 친한 연예인과 감독들도 모두 참석했다.양우진은 강유이와 강시언을 보면서 웃었다.“ 아이고, 우리 꼬마 스타들이잖아.”강유이는 그를 기억하고 있어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양우진 아저씨, 안녕하세요.”양우진은 마음이 말랑해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이고, 정말 귀여워. 예전에 아기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또 유이한네 눈독을 들이는 거야? 유이가 성인이 된 후 고려해도 늦지 않아. 유성 엔터도 눈독 들이고 있거든.”“유성 엔터?”양우진은 입을 삐죽거렸다.“이렇게 좋은 연예인감을 유성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유성도 회사인 건가요?”양우진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영황 엔터처럼 연예인 기획사이지만 우리보다 안돼. 유이야, 성인이 되면 꼭 우리 기획사 좀 고려해 줘.”김아린은 양유진이 강유이에게 집착하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성연이 딸이 당신보다도 인기가 많은 것 같아.”구천광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면서 웃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유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그는 살짝 불러온 김아린의 배를 보며 말했다.“우리 아이도 귀여운 딸이었으면 좋겠는걸.”김아린은 그를 바라보았다.“딸이 좋아?”“다 좋은데 딸이 더 얌전하잖아.”김아린은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요즘 발로 날 차는 걸 느낄 수 있어. 얌전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아.”“그러면 개구
박시현은 곁에서 육예찬을 도와줬고 도지석은 칵테일을 만들었다.강성연은 와인 한 잔을 들고 긴 의자에 앉아 먼 곳의 야경을 구경했다.손님 접대가 끝난 반지훈은 그녀의 곁에 앉았다.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기대더니 풀린 눈으로 웃었다.“만약 희영 씨랑 아빠가 있었다면, 다들 기뻐했겠죠?”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안아주며 정수리에 뽀뽀했다.“응, 그랬을거야.”“지훈 씨, 나 너무 기뻐요.”그녀는 반지훈과 깍지를 끼며 말했다.“당신을 만나게 된 거 후회하지 않아요.”반지훈은 얼굴이 빨개진 강성연을 보며 웃었다.“당신 취했네.”강성연은 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내가요? 아직 안 취했어요.”반지훈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래 아직 취하지 않았어.”강성연은 그를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날카로운 콧등, 입술을 그렸다.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그런지, 아니면 술에 취해 그런지 강성연은 다가가 그에게 키스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목덜미를 잡으면서 키스를 했고 두 사람 모두 숨이 가빠질 때에야 입술을 뗐다.“계속 하면 참지 못할 거 같아.”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강성연은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더니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방으로 돌아갈래요.”“방에 돌아가 뭐 할 건데?”“신혼 밤을 보내야죠.”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 이때 육예찬이 물었다.“성연이는 괜찮아?”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취했어.”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호텔 방에 들어갔다. 푹신한 침대에 눕는 순간 그녀는 반지훈의 넥타이를 풀더니 그의 손을 묶었다.이튿날 아침, 깨어난 강성연은 숙취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반지훈이 커튼을 열자 햇살이 침대에 비쳤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햇살을 막으면서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이 너무 말랐다.다시 커튼을 닫은 반지훈은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깨어났어?”강성연은 가냘프게 대답했다.“목 말라요.”반지훈은 그녀에게 물 한컵을 건네고 웃었다.“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그
반지훈은 그녀를 돌려 안더니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난 당신 거야. 앞으로 매일 그래도 괜찮아.”강성연은 얼굴을 가렸다.“계속 놀릴 거예요?”반지훈이 그녀를 안고 일어서자 강성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왜 그래요?”“샤워해야지.”강성연은 그의 가슴팍을 살짝 밀쳤다.“당신이 샤워하는데 왜 날 데려가요?”“어제 당신이 내 몸에 토해서 밤새 샤워했어. 근데 아직도 냄새나는 것 같아.”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까......”반지훈은 그녀를 욕실에 내려놓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어제 당신 실컷 날 유혹해 놓고 내 몸에 토했어.”강성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상상처럼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었다.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더니 까치발을 하고 반지훈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곧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 샤워하러 간 강성연을 보면서 반지훈은 피식 웃었다.그들은 아홉시가 되었을 때에야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유이와 해신, 시언이는 일찍부터 깨어나 할아버지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엄마, 굿모닝.”유이는 랍스터를 먹으면서 환하게 웃었다.시언이는 강성연에게 죽 한 그릇을 떠줬다.“엄마, 어젯밤 술 많이 마셔 속이 쓰릴 거예요. 죽 좀 드세요.”살뜰히 자신을 챙기는 시언이를 보며 강성연은 가슴이 따뜻해졌다.“시언아, 고마워.”반지훈이 의자를 빼주자 강성연은 자리에 앉아 죽을 먹었다. 반씨 어르신은 유이에게 고기를 집어준 후 반지훈을 흘깃 보았다.“이제는 결혼식도 올렸겠다 이참에 회사 일도 좀 쉬어.”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길게 휴가를 내려고.”“왜 갑자기 휴가를 내는 거예요?” “당신이랑 같이 놀 거야.”반지훈은 그녀에게 군만두를 집어주었다.강성연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반씨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지훈이는 예전에 너무 바빴고 네가 혼자 외국을 돌아다니는 게 마음에 놓이지 않는다고 했어. 결혼식도 끝났으니
“이 영화는......”말하고 있던 강성연은 갑자기 낯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이 새빨개졌다!세상에! 내가 도대체 어떤 영화를 선택한 거야!“다른 영화로 바꿀게요.”반지훈은 과일 포크를 내려놓고 일어나려는 그녀를 품으로 잡아당겨 앉혔다.반지훈은 사과처럼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성연아, 이 영화로 나한테 뭘 암시하고 싶은 거야?”강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반지훈은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갔다.“정말?”그의 손바닥은 그녀의 허리에 멈춰있었다.“둘 밖에 없는데 나한테 하고 싶은 일 없어?”강성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원래부터 한껏 달아올랐던 강성연은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은 사람처럼 그와 키스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더니 낮게 웃었다.“성연이가 어제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어제 술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나지 않아요.”“거짓말.”강성연은 얼굴을 붉히고 주동적으로 그에게 키스했고 그와 깍지를 낀 손을 풀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그의 목젖부터 아랫배까지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허리 쪽으로 내려가자 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힘겨워했다.“성연아......”차가운 벨트가 그의 살갗을 스치고 내려갔으며 입안의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항상 남다른 인내력을 자랑하던 반지훈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으며,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익숙하지 않은 강성연은 콜록거렸고 사슴과 같은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더니 손가락으로 그녀 입가에 남은 흔적을 닦아주며 말했다.“누가 가르쳐 준 거야?”그녀는 시선을 피했다.“예전에 당신도 그랬잖아요......”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고 키스를 하더니 웃어 보였다.“오늘 또 날 괴롭히네.”“당신 정말 일을 포기하고 나랑 있을 거예요?”
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키스했다.“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강성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더니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당신이 잘해주는 거에 익숙해지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서 대고 웃었다.“내가 바라는 바야.”그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성연이 하고 싶은거 내가 다해줘서, 다른 사람은 당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 거야.”그들은 영화가 언제 끝났는지 알지도 못했다. 강성연은 그가 가져다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강성연은 정원에서 피고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반지훈의 사랑처럼 격렬하고도 아름다웠다.“10년 전 그날 밤 당신을 만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품속에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난 이미 충분해.”눈 깜짝할 사이에 방학은 끝나고 시언이도 S국에 돌아가야 했다.반지훈과 강성연은 시언이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차에서 내린 후 희호는 캐리어를 들었다. 강성연은 시언이 앞에 서서 그의 옷깃을 정돈해 줬다.“며칠 있다 엄마랑 아빠가 널 보러 S국에 갈게.”시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강성연은 그를 안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몸 잘 챙기고.”시언이는 희호와 함께 공항으로 들어갔다.강성연은 그들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반지훈의 어깨에 기댔다.“시언이가 S국에서 너무 힘들까 걱정돼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우리 시언이를 너무 낮잡아보는 거야? 시언이가 할아버지랑 함께 있겠다고 한 거잖아, 나보다도 더 굳센 자식이야.”강성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언이도 큰 어르신처럼 될까요?”‘내 예쁜 아들이 큰 어르신처럼 차갑고 모진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반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큰 어르신이 자란 시대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 또한 시언이는 어릴 적부터 당신
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그러면 한씨 집안의 꼬마 도련님은...”남여진은 한숨을 쉬었다.“시체도 못 찾았어. 한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인데 말이야. 한희운이 아직 젊기는 해도 가족을 잃었으니 1, 2년 사이에는 그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강성연은 입술을 짓씹었다.솔직히 강성연은 지금까지도 한태군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였다. 한씨 노부인 스즈키 미아키의 이기심과 한씨 집안에 대한 그녀의 증오 때문에 한씨 집안 사람들은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나유 또한 ‘사명’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남여진과 몇 마디 나눈 뒤 강성연은 그녀를 배웅했다. 바로 그때, 이율이 강성연의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티몬 그룹에서 화환을 보냈습니다.”“티몬 그룹?”강성연은 당황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티몬 그룹은 윤티파니 집안의 회사였다.soul주얼리는 지금까지 운영되면서 티몬 그룹과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강성연과 윤티파니와의 일 때문이었다.강성연은 직원이 옮겨온 화환 위에 티몬 그룹이 보냈다고 적힌 글을 보았다.이율은 그녀와 티몬 그룹 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웃으며 말했다.“티몬과 케이트는 주얼리 업계에서 꽤 유명한 브랜드인데 화환을 보내오다니 다른 주얼리 회사에서 부러워하겠어요.”강성연은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그럴지도 모르죠.”강성연은 곧 희승이 문밖에 서 있는 걸 보았다. 희승의 뒤에는 경호원이 큰 화환을 들고 왔다.“사모님.”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렇게 큰 화환을 준다고요?”희승이 말했다.“사모님께서 개업하시는 날이니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대표님께서 그러셨습니다.”이율은 부러운 듯 말했다.“대표님께서 체면을 세워주신다니, 그렇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강성연은 이율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고 이율은 아픈 척하더니 웃으며 피했다.강성연은 희승을 보고 말했다.“지훈 씨는요?”희승은 밖을 바라봤다.밖에 멈춰 서 있는 롤스로이스
반지훈은 뒤에서 강성연을 안았다. 등 뒤에서 그의 뜨겁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3년 전, 넌 저기 맞은편에 있었고 난 여기 있었어.”반지훈은 강성연의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3년 전 넌 보석을 입찰하러 이곳에 왔었지. 난 오늘 밤 너에게 최고의 보석을 선물할 거야.”경매가 시작됐다. 무대에 전시된 첫 번째 경매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로 가격이 엄청났고 귀빈들은 너도나도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강성연은 무관심한 반지훈을 바라봤다. 그가 원하는 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아닌 듯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자신에게 어떤 보석을 선물해 줄지 궁금해졌다.그렇게 경매품이 하나둘 입찰 됐지만 반지훈이 손에 넣은 건 없었다.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나 궁금해졌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궁금해?”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죠. 앞서 나왔던 경매품들은 경쟁이 치열한 편이 아니었잖아요. 아마 뒤에 나올 것들이 오늘 경매의 주인공인 것 같은데요.”강성연은 호기심이 들었다.반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웃음기가 짙어졌다.“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강성연은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나온 경매품은 소장 가치가 있는 보석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이었다. 강성연은 스크린의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경이로움은 탄자나이트를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투어말린은 인간 세상에 떨어진 무지개라고 불리는데 색채가 풍부하고 색의 정도가 컬러 보석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스펙트럼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투어말린에서 거의 다 찾아볼 수 있었다.투어말린에서 가장 귀한 색은 빨강, 파랑, 초록인데 그중 옐로우 투어말린은 투어말린 중의 귀족으로 불린다.카나리 옐로는 일반 옐로 투어말린과는 달랐다. 모든 옐로 투어말린이 카나리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직 녹색, 회색 등 잡색이 섞이지 않은 투어말
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 거야?”강성연은 발끝을 들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받았던 선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에요.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요.”반지훈은 그녀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네가 기뻐하니 좋네.”다음날, 음악 학원은 온갖 꽃이 만발하여 정원이 푸르렀다.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중에는 선생님들도 있었다.“얘기 들어보니까 남은서 씨가 다시 돌아와 교사직을 맡는다던데, 남은서 씨는 발레 전공 아니었어요?”“발레 전공이 어때서요? 남은서 씨는 피아노로 상도 받은 사람이에요. 모교로 돌아와서 교사직을 맡는다면 손해 볼 건 없죠.”“얘기 들어보니까 예전에 육예찬 씨랑 같은 과였대요. 음악 학원 서양 음악과의 꽃이었다던데 두 사람이 학창 시절 사귀었었더라면 진짜 선남선녀였을 거예요. 정말 아쉽네요. 육씨 일가는 상대 집안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잖아요. 또 당시 육예찬 씨도 남은서 씨랑 사귈 생각이 없었고요.”다른 여선생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죠. 육예찬 씨 이미 결혼했잖아요. 심지어 송아영 씨는 집안도 좋아요. 육예찬 씨가 어쩌다가 민악과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한 건지 모르겠어요.”송아영과 이하늘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때마침 서양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 몇 분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이하늘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일부러 웃음을 터뜨렸다.“서양 음악을 배우는 학생 중 일부가 좀 건방지다 싶었는데, 정말 어떤 선생님이 있으면 어떤 학생이 있네요.”말을 이어가려던 선생님들은 송아영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구시렁대다가 다급히 자리를 떴다.이하늘은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서양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의 우월감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네.”송아영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점심이 되고 송아영은 우강인의 사무실 앞에 서서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