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키스했다.“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강성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더니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당신이 잘해주는 거에 익숙해지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서 대고 웃었다.“내가 바라는 바야.”그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성연이 하고 싶은거 내가 다해줘서, 다른 사람은 당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 거야.”그들은 영화가 언제 끝났는지 알지도 못했다. 강성연은 그가 가져다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강성연은 정원에서 피고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반지훈의 사랑처럼 격렬하고도 아름다웠다.“10년 전 그날 밤 당신을 만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품속에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난 이미 충분해.”눈 깜짝할 사이에 방학은 끝나고 시언이도 S국에 돌아가야 했다.반지훈과 강성연은 시언이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차에서 내린 후 희호는 캐리어를 들었다. 강성연은 시언이 앞에 서서 그의 옷깃을 정돈해 줬다.“며칠 있다 엄마랑 아빠가 널 보러 S국에 갈게.”시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강성연은 그를 안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몸 잘 챙기고.”시언이는 희호와 함께 공항으로 들어갔다.강성연은 그들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반지훈의 어깨에 기댔다.“시언이가 S국에서 너무 힘들까 걱정돼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우리 시언이를 너무 낮잡아보는 거야? 시언이가 할아버지랑 함께 있겠다고 한 거잖아, 나보다도 더 굳센 자식이야.”강성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언이도 큰 어르신처럼 될까요?”‘내 예쁜 아들이 큰 어르신처럼 차갑고 모진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반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큰 어르신이 자란 시대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 또한 시언이는 어릴 적부터 당신
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그러면 한씨 집안의 꼬마 도련님은...”남여진은 한숨을 쉬었다.“시체도 못 찾았어. 한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인데 말이야. 한희운이 아직 젊기는 해도 가족을 잃었으니 1, 2년 사이에는 그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강성연은 입술을 짓씹었다.솔직히 강성연은 지금까지도 한태군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였다. 한씨 노부인 스즈키 미아키의 이기심과 한씨 집안에 대한 그녀의 증오 때문에 한씨 집안 사람들은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나유 또한 ‘사명’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남여진과 몇 마디 나눈 뒤 강성연은 그녀를 배웅했다. 바로 그때, 이율이 강성연의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티몬 그룹에서 화환을 보냈습니다.”“티몬 그룹?”강성연은 당황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티몬 그룹은 윤티파니 집안의 회사였다.soul주얼리는 지금까지 운영되면서 티몬 그룹과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강성연과 윤티파니와의 일 때문이었다.강성연은 직원이 옮겨온 화환 위에 티몬 그룹이 보냈다고 적힌 글을 보았다.이율은 그녀와 티몬 그룹 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웃으며 말했다.“티몬과 케이트는 주얼리 업계에서 꽤 유명한 브랜드인데 화환을 보내오다니 다른 주얼리 회사에서 부러워하겠어요.”강성연은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그럴지도 모르죠.”강성연은 곧 희승이 문밖에 서 있는 걸 보았다. 희승의 뒤에는 경호원이 큰 화환을 들고 왔다.“사모님.”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렇게 큰 화환을 준다고요?”희승이 말했다.“사모님께서 개업하시는 날이니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대표님께서 그러셨습니다.”이율은 부러운 듯 말했다.“대표님께서 체면을 세워주신다니, 그렇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강성연은 이율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고 이율은 아픈 척하더니 웃으며 피했다.강성연은 희승을 보고 말했다.“지훈 씨는요?”희승은 밖을 바라봤다.밖에 멈춰 서 있는 롤스로이스
반지훈은 뒤에서 강성연을 안았다. 등 뒤에서 그의 뜨겁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3년 전, 넌 저기 맞은편에 있었고 난 여기 있었어.”반지훈은 강성연의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3년 전 넌 보석을 입찰하러 이곳에 왔었지. 난 오늘 밤 너에게 최고의 보석을 선물할 거야.”경매가 시작됐다. 무대에 전시된 첫 번째 경매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로 가격이 엄청났고 귀빈들은 너도나도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강성연은 무관심한 반지훈을 바라봤다. 그가 원하는 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아닌 듯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자신에게 어떤 보석을 선물해 줄지 궁금해졌다.그렇게 경매품이 하나둘 입찰 됐지만 반지훈이 손에 넣은 건 없었다.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나 궁금해졌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궁금해?”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죠. 앞서 나왔던 경매품들은 경쟁이 치열한 편이 아니었잖아요. 아마 뒤에 나올 것들이 오늘 경매의 주인공인 것 같은데요.”강성연은 호기심이 들었다.반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웃음기가 짙어졌다.“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강성연은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나온 경매품은 소장 가치가 있는 보석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이었다. 강성연은 스크린의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경이로움은 탄자나이트를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투어말린은 인간 세상에 떨어진 무지개라고 불리는데 색채가 풍부하고 색의 정도가 컬러 보석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스펙트럼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투어말린에서 거의 다 찾아볼 수 있었다.투어말린에서 가장 귀한 색은 빨강, 파랑, 초록인데 그중 옐로우 투어말린은 투어말린 중의 귀족으로 불린다.카나리 옐로는 일반 옐로 투어말린과는 달랐다. 모든 옐로 투어말린이 카나리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직 녹색, 회색 등 잡색이 섞이지 않은 투어말
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 거야?”강성연은 발끝을 들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받았던 선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에요.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요.”반지훈은 그녀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네가 기뻐하니 좋네.”다음날, 음악 학원은 온갖 꽃이 만발하여 정원이 푸르렀다.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중에는 선생님들도 있었다.“얘기 들어보니까 남은서 씨가 다시 돌아와 교사직을 맡는다던데, 남은서 씨는 발레 전공 아니었어요?”“발레 전공이 어때서요? 남은서 씨는 피아노로 상도 받은 사람이에요. 모교로 돌아와서 교사직을 맡는다면 손해 볼 건 없죠.”“얘기 들어보니까 예전에 육예찬 씨랑 같은 과였대요. 음악 학원 서양 음악과의 꽃이었다던데 두 사람이 학창 시절 사귀었었더라면 진짜 선남선녀였을 거예요. 정말 아쉽네요. 육씨 일가는 상대 집안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잖아요. 또 당시 육예찬 씨도 남은서 씨랑 사귈 생각이 없었고요.”다른 여선생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죠. 육예찬 씨 이미 결혼했잖아요. 심지어 송아영 씨는 집안도 좋아요. 육예찬 씨가 어쩌다가 민악과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한 건지 모르겠어요.”송아영과 이하늘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때마침 서양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 몇 분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이하늘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일부러 웃음을 터뜨렸다.“서양 음악을 배우는 학생 중 일부가 좀 건방지다 싶었는데, 정말 어떤 선생님이 있으면 어떤 학생이 있네요.”말을 이어가려던 선생님들은 송아영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구시렁대다가 다급히 자리를 떴다.이하늘은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서양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의 우월감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네.”송아영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점심이 되고 송아영은 우강인의 사무실 앞에 서서 문을
송아영은 당황했다.우강인은 송아영의 앞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아영아.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길 바라서는 안 돼. 다른 사람들이 부정할 때일수록 그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법이야.”막막함을 느꼈던 송아영은 우강인의 조언에 문득 깨달았다.그녀는 웃어 보였다.“알겠어요. 고마워요, 선배.”송아영은 우강인을 향해 허리를 숙인 뒤 사무실을 나섰다. 우강인은 그녀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며칠 뒤, 송아영은 민악과 학생들을 불렀고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송 선생님, 저희는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송아영은 들고 있던 악보를 바라보며 웃었다.“악단을 만들려고!”한 여학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악단이요?”다른 여학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민악이 어떻게 악단을 만들어요? 서양 음악 배우는 애들이 우리가 연습하는 걸 보면 장송곡이라도 연주하냐고 비웃어요.”“맞아요. 요즘 그것 때문에 연습할 마음이 사라졌어요.”송아영은 축 처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손뼉을 쳤다.“누가 우리 민악이 장송곡만 연주한다고 그래? 우리 조상님들이 물려준 좋은 걸 알아보지 못하는 걔들에게 문제가 있는 거야. 걔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계속 우리를 만만하게 볼 거야!”학생들은 당황했다.그들은 송아영이 이렇게 씩씩거리면서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푸흡.”입구에서 두 여선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선생의 옆에는 서양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여럿 서 있었다.“송 선생님, 그런 말 하면 난처해지는 건 본인일 텐데요? 민악 이제 곧 망할 텐데 왜 쓸데없이 발버둥 치려고 해요?”송아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누가 민악이 망할 거라고 하던가요?”한 여선생이 팔짱을 두르며 거만하게 웃었다.“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올해 민악과에 들어온 애들이 몇이나 돼요? 백 명은 돼요? 재능 있는 학생들은 다 서양 음악을 선택해요. 피아노랑 첼로, 바이올린이 40%를 차지하고 다른 전공도 민악보다 몇 배는 더 많죠. 서양 음악
“그래도 결국에는 외국인들의 악기예요. 우리나라 사람이 그들의 악기를 배우는 게 체면이 서는 일인가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우리나라는 내놓을 만한 악기가 없다고 말할 건가요?”송아영은 자조하듯 웃었다.“해금은 고려 예종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개량, 제작되어 사용되었어요. 그리고 거문고는 삼국시대 고구려에서 만든 대표적인 악기로 긴 역사가 있고 많은 사랑을 받았죠. 거문고는 힘 있고 웅장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색을 띠고 있어요. 또 소리가 크고 우렁차며 강하면서도 부드럽죠. 서양 악기 중 거문고와 비슷한 음색과 가락을 가진 악기가 있나요? 첼로를 거문고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첼로를 배우는 서양 음악 학생이 흠칫하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송아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우리나라 악기는 서양 악기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왜 남에게 무시당해야 하죠?”송아영은 무대에서 내려와 두 선생님에게 다가갔다.“서양 악기가 민악보다 더 널리 발전할 수 있던 건 주관적 문화 측면에서 보면 듣기 좋아서고, 객관적 기술 측면에서 보면 과학 기술이 선진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죠. 당신들의 심미는 서양 음악 체계에서 길러졌으니 당연히 민악이 듣기 싫겠죠.”잠깐 뜸을 들인 뒤 송아영은 손가락으로 그 여선생의 어깨를 힘주어 꾹 눌렀다.“그래서 난 모든 사람이 민악을 좋아하길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악기를 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여선생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다른 학생들은 넋이 나갔다. 민악과 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감탄하자 그 여선생은 정신을 차린 건지 송아영을 밀쳤다.“우리한테 그런 얘기 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그렇게 잘났으면 학원이 인정하게 만들어요. 우리 학원은 서양 음악만 중요시하는데 송아영 씨가 말 몇 마디로 그걸 바꿀 수 있을까요?”여선생은 송아영의 어두워진 안색을 보면서 냉소를 흘렸다.“중요한 공연이나 파티에서는 항상 우리 서
말을 마친 뒤 송아영은 그에게서 벗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저런 꼴을 그냥 가만히 지켜볼 생각은 없어. 흥!”육예찬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화를 내는 송아영의 뺨을 꼬집었다.“내가 안 왔으면 저 사람들이랑 싸웠을 거지?”송아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바로 그때, 우아한 자태에 긴 치마를 입은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육예찬을 불렀다.“예찬 오빠.”송아영은 육예찬을 힐끗 봤다. 그는 여자 복이 많았다. 다가온 여자는 육예찬의 전 여자친구인 명승희보다는 덜 아름다웠지만 분위기는 명승희에게 지지 않았다.송아영은 그녀가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 며칠 전 그 여선생들이 의논하던 남은서라는 사람일 것이다.명승희는 세계적인 모델이라 위풍당당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남은서는 발레를 해서 그런지 물처럼 부드럽고 단아한 느낌이 들었다.육예찬은 남은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누구시죠?”송아영은 고개를 돌리며 입을 막았다.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육예찬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남은서는 당황하면서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남은서예요. 잊었어요?”“아, 너였어?”육예찬은 덤덤하게 반응했다.“무슨 일인데?”남은서는 미소를 지었다.“저 학원으로 돌아왔어요. 오빠가 계속 학원에 있었다고 들어서 한 번 와봤어요.”남은서의 시선이 송아영에게로 향했다.“이분은 누구시죠?”육예찬은 송아영의 어깨를 끌어당겼다.“내 아내야.”남은서는 깜짝 놀랐다.“오빠 결혼했어요?”욱예찬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상해?”남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그냥 조금 놀라서요. 전...”남은서는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전 오빠가 명승희 씨랑 결혼할 줄 알았거든요.”송아영은 팔짱을 둘렀다. 남은서는 순진한 척하는 여우 같아 보였다. 아마 일부러 명승희 얘기를 꺼낸 듯했다.송아영은 육예찬의 팔에 팔짱을 꼈다.“자기야.”‘자기야’
육예찬은 송아영의 ‘연기’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할 수 있잖아.”송아영은 싫은 표정으로 대꾸했다.“난 안 할 거야.”육예찬은 허리를 숙이며 거리를 좁혔다.“조금 전에 날 자기라고 불렀을 때는 그것보다 더 닭살 돋게 불렀잖아.”송아영은 움찔하더니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내가 그랬다고? 난 안 그랬는데.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육예찬은 송아영의 뺨을 꼬집으면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아닌 척하는 거야, 응?”송아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육예찬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송아영은 당황하며 손을 들어 그를 때렸다.“나쁜 놈, 공공장소에서 또, 읍!”육예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여 그녀의 숨을 빼앗고 그녀의 모든 향기를 소유했다.누군가 지나가는 걸 본 송아영은 다급히 육예찬을 밀어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등을 돌렸고 손부채질하며 열을 식혔다.“육 선생님.”학생이 육예찬에게 인사했고 육예찬은 짧게 대답했다.송아영은 육예찬의 등 뒤에 숨었다. 학생들이 떠난 뒤 송아영이 도망치려는데 육예찬이 그녀를 붙잡았다.“어딜 도망가려고?”송아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갈래.”“돌아가긴. 너 오후에 수업 없잖아.”육예찬이 송아영을 안아 들었다.송아영은 흠칫하더니 본능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그걸 어떻게 알아?”육예찬은 웃었다.“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송아영은 얼굴을 붉혔다.“수업 없어도 안 돼!”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 갔다.육예찬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품 안의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송아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육예찬을 때렸다.“육예찬, 이 뻔뻔한 자식!”육예찬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처음 안 것도 아니잖아.”육예찬은 직접 운전해 그녀를 데리고 고급 아파트로 향했다. 음악 학원과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였다.송아영은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