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키스했다.“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강성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더니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당신이 잘해주는 거에 익숙해지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서 대고 웃었다.“내가 바라는 바야.”그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성연이 하고 싶은거 내가 다해줘서, 다른 사람은 당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 거야.”그들은 영화가 언제 끝났는지 알지도 못했다. 강성연은 그가 가져다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강성연은 정원에서 피고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반지훈의 사랑처럼 격렬하고도 아름다웠다.“10년 전 그날 밤 당신을 만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품속에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난 이미 충분해.”눈 깜짝할 사이에 방학은 끝나고 시언이도 S국에 돌아가야 했다.반지훈과 강성연은 시언이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차에서 내린 후 희호는 캐리어를 들었다. 강성연은 시언이 앞에 서서 그의 옷깃을 정돈해 줬다.“며칠 있다 엄마랑 아빠가 널 보러 S국에 갈게.”시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강성연은 그를 안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몸 잘 챙기고.”시언이는 희호와 함께 공항으로 들어갔다.강성연은 그들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반지훈의 어깨에 기댔다.“시언이가 S국에서 너무 힘들까 걱정돼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우리 시언이를 너무 낮잡아보는 거야? 시언이가 할아버지랑 함께 있겠다고 한 거잖아, 나보다도 더 굳센 자식이야.”강성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언이도 큰 어르신처럼 될까요?”‘내 예쁜 아들이 큰 어르신처럼 차갑고 모진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반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큰 어르신이 자란 시대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 또한 시언이는 어릴 적부터 당신
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그러면 한씨 집안의 꼬마 도련님은...”남여진은 한숨을 쉬었다.“시체도 못 찾았어. 한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인데 말이야. 한희운이 아직 젊기는 해도 가족을 잃었으니 1, 2년 사이에는 그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강성연은 입술을 짓씹었다.솔직히 강성연은 지금까지도 한태군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였다. 한씨 노부인 스즈키 미아키의 이기심과 한씨 집안에 대한 그녀의 증오 때문에 한씨 집안 사람들은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나유 또한 ‘사명’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남여진과 몇 마디 나눈 뒤 강성연은 그녀를 배웅했다. 바로 그때, 이율이 강성연의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티몬 그룹에서 화환을 보냈습니다.”“티몬 그룹?”강성연은 당황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티몬 그룹은 윤티파니 집안의 회사였다.soul주얼리는 지금까지 운영되면서 티몬 그룹과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강성연과 윤티파니와의 일 때문이었다.강성연은 직원이 옮겨온 화환 위에 티몬 그룹이 보냈다고 적힌 글을 보았다.이율은 그녀와 티몬 그룹 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웃으며 말했다.“티몬과 케이트는 주얼리 업계에서 꽤 유명한 브랜드인데 화환을 보내오다니 다른 주얼리 회사에서 부러워하겠어요.”강성연은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그럴지도 모르죠.”강성연은 곧 희승이 문밖에 서 있는 걸 보았다. 희승의 뒤에는 경호원이 큰 화환을 들고 왔다.“사모님.”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렇게 큰 화환을 준다고요?”희승이 말했다.“사모님께서 개업하시는 날이니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대표님께서 그러셨습니다.”이율은 부러운 듯 말했다.“대표님께서 체면을 세워주신다니, 그렇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강성연은 이율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고 이율은 아픈 척하더니 웃으며 피했다.강성연은 희승을 보고 말했다.“지훈 씨는요?”희승은 밖을 바라봤다.밖에 멈춰 서 있는 롤스로이스
반지훈은 뒤에서 강성연을 안았다. 등 뒤에서 그의 뜨겁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3년 전, 넌 저기 맞은편에 있었고 난 여기 있었어.”반지훈은 강성연의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3년 전 넌 보석을 입찰하러 이곳에 왔었지. 난 오늘 밤 너에게 최고의 보석을 선물할 거야.”경매가 시작됐다. 무대에 전시된 첫 번째 경매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로 가격이 엄청났고 귀빈들은 너도나도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강성연은 무관심한 반지훈을 바라봤다. 그가 원하는 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아닌 듯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자신에게 어떤 보석을 선물해 줄지 궁금해졌다.그렇게 경매품이 하나둘 입찰 됐지만 반지훈이 손에 넣은 건 없었다.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나 궁금해졌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궁금해?”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죠. 앞서 나왔던 경매품들은 경쟁이 치열한 편이 아니었잖아요. 아마 뒤에 나올 것들이 오늘 경매의 주인공인 것 같은데요.”강성연은 호기심이 들었다.반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웃음기가 짙어졌다.“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강성연은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나온 경매품은 소장 가치가 있는 보석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이었다. 강성연은 스크린의 카나리 옐로우 투어말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경이로움은 탄자나이트를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투어말린은 인간 세상에 떨어진 무지개라고 불리는데 색채가 풍부하고 색의 정도가 컬러 보석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스펙트럼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투어말린에서 거의 다 찾아볼 수 있었다.투어말린에서 가장 귀한 색은 빨강, 파랑, 초록인데 그중 옐로우 투어말린은 투어말린 중의 귀족으로 불린다.카나리 옐로는 일반 옐로 투어말린과는 달랐다. 모든 옐로 투어말린이 카나리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직 녹색, 회색 등 잡색이 섞이지 않은 투어말
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 거야?”강성연은 발끝을 들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받았던 선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에요.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요.”반지훈은 그녀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네가 기뻐하니 좋네.”다음날, 음악 학원은 온갖 꽃이 만발하여 정원이 푸르렀다.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중에는 선생님들도 있었다.“얘기 들어보니까 남은서 씨가 다시 돌아와 교사직을 맡는다던데, 남은서 씨는 발레 전공 아니었어요?”“발레 전공이 어때서요? 남은서 씨는 피아노로 상도 받은 사람이에요. 모교로 돌아와서 교사직을 맡는다면 손해 볼 건 없죠.”“얘기 들어보니까 예전에 육예찬 씨랑 같은 과였대요. 음악 학원 서양 음악과의 꽃이었다던데 두 사람이 학창 시절 사귀었었더라면 진짜 선남선녀였을 거예요. 정말 아쉽네요. 육씨 일가는 상대 집안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잖아요. 또 당시 육예찬 씨도 남은서 씨랑 사귈 생각이 없었고요.”다른 여선생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죠. 육예찬 씨 이미 결혼했잖아요. 심지어 송아영 씨는 집안도 좋아요. 육예찬 씨가 어쩌다가 민악과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한 건지 모르겠어요.”송아영과 이하늘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때마침 서양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 몇 분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이하늘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일부러 웃음을 터뜨렸다.“서양 음악을 배우는 학생 중 일부가 좀 건방지다 싶었는데, 정말 어떤 선생님이 있으면 어떤 학생이 있네요.”말을 이어가려던 선생님들은 송아영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구시렁대다가 다급히 자리를 떴다.이하늘은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서양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의 우월감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네.”송아영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점심이 되고 송아영은 우강인의 사무실 앞에 서서 문을
송아영은 당황했다.우강인은 송아영의 앞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아영아.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길 바라서는 안 돼. 다른 사람들이 부정할 때일수록 그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법이야.”막막함을 느꼈던 송아영은 우강인의 조언에 문득 깨달았다.그녀는 웃어 보였다.“알겠어요. 고마워요, 선배.”송아영은 우강인을 향해 허리를 숙인 뒤 사무실을 나섰다. 우강인은 그녀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며칠 뒤, 송아영은 민악과 학생들을 불렀고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송 선생님, 저희는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송아영은 들고 있던 악보를 바라보며 웃었다.“악단을 만들려고!”한 여학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악단이요?”다른 여학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민악이 어떻게 악단을 만들어요? 서양 음악 배우는 애들이 우리가 연습하는 걸 보면 장송곡이라도 연주하냐고 비웃어요.”“맞아요. 요즘 그것 때문에 연습할 마음이 사라졌어요.”송아영은 축 처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손뼉을 쳤다.“누가 우리 민악이 장송곡만 연주한다고 그래? 우리 조상님들이 물려준 좋은 걸 알아보지 못하는 걔들에게 문제가 있는 거야. 걔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계속 우리를 만만하게 볼 거야!”학생들은 당황했다.그들은 송아영이 이렇게 씩씩거리면서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푸흡.”입구에서 두 여선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선생의 옆에는 서양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여럿 서 있었다.“송 선생님, 그런 말 하면 난처해지는 건 본인일 텐데요? 민악 이제 곧 망할 텐데 왜 쓸데없이 발버둥 치려고 해요?”송아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누가 민악이 망할 거라고 하던가요?”한 여선생이 팔짱을 두르며 거만하게 웃었다.“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올해 민악과에 들어온 애들이 몇이나 돼요? 백 명은 돼요? 재능 있는 학생들은 다 서양 음악을 선택해요. 피아노랑 첼로, 바이올린이 40%를 차지하고 다른 전공도 민악보다 몇 배는 더 많죠. 서양 음악
“그래도 결국에는 외국인들의 악기예요. 우리나라 사람이 그들의 악기를 배우는 게 체면이 서는 일인가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우리나라는 내놓을 만한 악기가 없다고 말할 건가요?”송아영은 자조하듯 웃었다.“해금은 고려 예종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개량, 제작되어 사용되었어요. 그리고 거문고는 삼국시대 고구려에서 만든 대표적인 악기로 긴 역사가 있고 많은 사랑을 받았죠. 거문고는 힘 있고 웅장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색을 띠고 있어요. 또 소리가 크고 우렁차며 강하면서도 부드럽죠. 서양 악기 중 거문고와 비슷한 음색과 가락을 가진 악기가 있나요? 첼로를 거문고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첼로를 배우는 서양 음악 학생이 흠칫하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송아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우리나라 악기는 서양 악기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왜 남에게 무시당해야 하죠?”송아영은 무대에서 내려와 두 선생님에게 다가갔다.“서양 악기가 민악보다 더 널리 발전할 수 있던 건 주관적 문화 측면에서 보면 듣기 좋아서고, 객관적 기술 측면에서 보면 과학 기술이 선진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죠. 당신들의 심미는 서양 음악 체계에서 길러졌으니 당연히 민악이 듣기 싫겠죠.”잠깐 뜸을 들인 뒤 송아영은 손가락으로 그 여선생의 어깨를 힘주어 꾹 눌렀다.“그래서 난 모든 사람이 민악을 좋아하길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악기를 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여선생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다른 학생들은 넋이 나갔다. 민악과 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감탄하자 그 여선생은 정신을 차린 건지 송아영을 밀쳤다.“우리한테 그런 얘기 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그렇게 잘났으면 학원이 인정하게 만들어요. 우리 학원은 서양 음악만 중요시하는데 송아영 씨가 말 몇 마디로 그걸 바꿀 수 있을까요?”여선생은 송아영의 어두워진 안색을 보면서 냉소를 흘렸다.“중요한 공연이나 파티에서는 항상 우리 서
말을 마친 뒤 송아영은 그에게서 벗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저런 꼴을 그냥 가만히 지켜볼 생각은 없어. 흥!”육예찬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화를 내는 송아영의 뺨을 꼬집었다.“내가 안 왔으면 저 사람들이랑 싸웠을 거지?”송아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바로 그때, 우아한 자태에 긴 치마를 입은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육예찬을 불렀다.“예찬 오빠.”송아영은 육예찬을 힐끗 봤다. 그는 여자 복이 많았다. 다가온 여자는 육예찬의 전 여자친구인 명승희보다는 덜 아름다웠지만 분위기는 명승희에게 지지 않았다.송아영은 그녀가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 며칠 전 그 여선생들이 의논하던 남은서라는 사람일 것이다.명승희는 세계적인 모델이라 위풍당당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남은서는 발레를 해서 그런지 물처럼 부드럽고 단아한 느낌이 들었다.육예찬은 남은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누구시죠?”송아영은 고개를 돌리며 입을 막았다.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육예찬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남은서는 당황하면서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남은서예요. 잊었어요?”“아, 너였어?”육예찬은 덤덤하게 반응했다.“무슨 일인데?”남은서는 미소를 지었다.“저 학원으로 돌아왔어요. 오빠가 계속 학원에 있었다고 들어서 한 번 와봤어요.”남은서의 시선이 송아영에게로 향했다.“이분은 누구시죠?”육예찬은 송아영의 어깨를 끌어당겼다.“내 아내야.”남은서는 깜짝 놀랐다.“오빠 결혼했어요?”욱예찬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상해?”남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그냥 조금 놀라서요. 전...”남은서는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전 오빠가 명승희 씨랑 결혼할 줄 알았거든요.”송아영은 팔짱을 둘렀다. 남은서는 순진한 척하는 여우 같아 보였다. 아마 일부러 명승희 얘기를 꺼낸 듯했다.송아영은 육예찬의 팔에 팔짱을 꼈다.“자기야.”‘자기야’
육예찬은 송아영의 ‘연기’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할 수 있잖아.”송아영은 싫은 표정으로 대꾸했다.“난 안 할 거야.”육예찬은 허리를 숙이며 거리를 좁혔다.“조금 전에 날 자기라고 불렀을 때는 그것보다 더 닭살 돋게 불렀잖아.”송아영은 움찔하더니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내가 그랬다고? 난 안 그랬는데.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육예찬은 송아영의 뺨을 꼬집으면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아닌 척하는 거야, 응?”송아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육예찬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송아영은 당황하며 손을 들어 그를 때렸다.“나쁜 놈, 공공장소에서 또, 읍!”육예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여 그녀의 숨을 빼앗고 그녀의 모든 향기를 소유했다.누군가 지나가는 걸 본 송아영은 다급히 육예찬을 밀어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등을 돌렸고 손부채질하며 열을 식혔다.“육 선생님.”학생이 육예찬에게 인사했고 육예찬은 짧게 대답했다.송아영은 육예찬의 등 뒤에 숨었다. 학생들이 떠난 뒤 송아영이 도망치려는데 육예찬이 그녀를 붙잡았다.“어딜 도망가려고?”송아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갈래.”“돌아가긴. 너 오후에 수업 없잖아.”육예찬이 송아영을 안아 들었다.송아영은 흠칫하더니 본능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그걸 어떻게 알아?”육예찬은 웃었다.“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송아영은 얼굴을 붉혔다.“수업 없어도 안 돼!”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 갔다.육예찬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품 안의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송아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육예찬을 때렸다.“육예찬, 이 뻔뻔한 자식!”육예찬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처음 안 것도 아니잖아.”육예찬은 직접 운전해 그녀를 데리고 고급 아파트로 향했다. 음악 학원과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였다.송아영은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