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음에 찾아온 송욱은 들어오자마자 원유희의 몸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원유희는 비록 쓰러졌지만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임신으로 인해 정서가 많이 불안정할 거예요. 다 유희 씨 뜻대로 해주면 돼요.”“쟤 뜻대로? 쟨 지금 아이를 지우려고 하고 있고! 떠나려고 한다고!”김신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난 못해!’경호원은 원유희가 지금 세쌍둥이를 봐도 몸을 돌려 피한다고 했다.“그거 말고요. 산모랑 좋게 좋게 얘기하셔야 해요.”김신걸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좋게 좋게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고 쉽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래도 부족해?’ 김신걸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송욱은 바로 눈치채고 나갔다.김신걸은 날로 수척해지는 원유희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암튼 아이를 지우는 것 빼고 다른 건 다 네 뜻대로 할게.’다음 날 아침, 원유희는 일찍 깨어났는데 깨어나자마자 자기가 김신걸의 품에 안겨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유희는 일어날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뭐해.”“출근하려고.”원유희는 허리에 있는 손을 뿌리치자마자 김신걸이 자기를 덮친 느낌을 받았다.“아.......”김신걸은 원유희의 위쪽에서 말을 했다.“오늘 좀 데리고 놀러 가줄게.”‘.......어디로?”“다 괜찮아, 아직 할 일 없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몰랐다. 모르고 있었지만 동시에 반항할 수도 없었다. 김신걸은 줄곧 강하게 나왔기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10시가 조금 안 되었지만 그들은 문을 나섰다. 점심 먹으러 외출했는바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테이블 앞에 앉자마자 김신걸은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원유희는 엄청나게 당황했지만 당황한 기색과 초조함을 억누르고 있다. 그녀는 레스토랑이 너무 시끄럽다고 느껴졌고 머리가 혼란스럽게 되기 시작했다.“어디 아파?’김신걸이 물었다.“.
회복하려면 김신걸을 떠나는 것 빼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의 곁에 있으면 안 되었고 그의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욱 안 되었다.원유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고 인권이 있었다. 김신걸이 원유희에게 입힌 상처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곧 그녀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식당을 나서자 그녀는 몸에 비치는 햇빛조차 거슬려 적응하지 못했다.원유희는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김신걸은 원유희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 봐 어쩔 수 없이 타협하여 그녀를 별장으로 데리고 돌아갔다.원유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첫 번째 계단에 발을 디디자마자 몸이 가벼워졌고 누군가에게 안겼음을 알아챘다. 원유희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김신걸은 그녀를 침대에 눕혀놓고 말했다."낮잠 좀 자, 옆에 있어 줄게.”“나가.......”원유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김신걸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소리 크기였다.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감정을 억눌렀다.“누워있어.”원유희가 누운후 김신걸은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후 방에서 나갔다. 문을 닫은 후, 기분이 안 좋은 김신걸은 무서운 기운 뽐내며 걸어 나갔는데 메이드 옆에 지나갈 때면 겁먹은 메이드는 숨 쉴 수조차 없었다.김신걸은 서재로 돌아와 어두운 얼굴로 검은 의자에 앉았다. ‘아이를 낳으면 다 괜찮아지겠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가 밖에서 말했다.“선생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이 손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영이었다. 이 별장은 이혼했을 때 김영이가 원수정에게 준 별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사람이 죽고 별장만 홀로 남아있게 될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누가 당신보고 묘지에서 나와도 된다고 했죠?”김신걸은 엄청 사나워 보였다.자신을 원수처럼 대하는 아들을 보자 김영은 어색해졌다.“그냥 와서 보려고.”“보고 싶으면 저승에 찾아가서 봐요.”이 말을 듣자 김영은 순간 화났다.“신걸아, 난 네 아버지야. 아버지랑 이게 무슨 말버릇이
“쉰다며? 회사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김신걸이 말했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안정을 취하는 거야.”“뭐라도 해야 잡생각이 없어질 것 같아.”원유희는 이유를 만들었다."오전에 가고 오후에 쉬어." 어쩔 수 없이 김신걸은 타협했다."좋아." 원유희는 동의했다. 나갈 수 있고 자유로운 공간만 있으면 그녀는 얼마든지 떠날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다.이곳엔 더 이상 남아있는 미련이 없었다. 그리고 세쌍둥이는 김신걸 곁에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도망간 후, 아이를 지우면 더 이상 김신걸에게 아이를 낳아줄 필요가 없었다. 계획이 생기니 원유희는 더 쉽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전에는 자도 악몽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한결 편해졌다.김신걸은 품속에서 조용히 자는 얼굴을 보았다. 원유희가 말을 잘 듣는다면 그는 이정도 작은 일은 얼마든지 허락해줄 수 있었다.원유희는 오전에 롤스로이스를 타고 회사에 갔다. 차에서 내릴 때 원유희는 김신걸이랑 얘기했다.“혼자 올라갈 테니까 내려올 필요 없어.”김신걸은 원유희가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경호원들에게 얘기했다.“똑바로 봐.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원유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옆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람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힐끗 보니 김신걸의 경호원이었다.원유희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김신걸이 어떻게 나한테 자유를 주겠어!’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가 도망갈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신분증도, 여권도 안 가져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원유희는 이렇게 넓은 제성에, 도시 부근이나 CCTV도 없는 시골에 가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선 먼저 숨어 있고, 다른 람의 신분증과 여권을 빌리면, 틀림없이 김신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원유희는 첫날에 바로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호원이 발견하지 못하게 계속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괜히 눈에 띄면 도로에 가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잡힐 것이다.
원유희는 광장을 지나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이쪽으로 달려가는 경호원을 보고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하이힐을 신고 있었지만 원유희는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빨리! 빨리! 멀리 갈수록 좋아!’달리면서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를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빈 차는 없었다.도로를 돌진하다가 심지어 차에 치일 뻔했다.김신걸은 이 소식을 들은 후, 표정이 음산해졌다.“빨리!”도로가 붐볐고 행인도 많았기에 기사는 액셀러레이터는 끝까지 밟을 수 없었다. 김신걸은 이 상황을 보자 전화를 걸어 주위의 신호등을 다 빨간불에서 멈추게 했다. 그럼 다른 차들이 멈추고 길에는 롤스로이스 한 대만 막힘없이 지나갈 것이다.원유희는 가까스로 택시 한 대를 잡고 차에 올라탄 후, 초조하게 기사더러 빨리 운전하라고 했다.경호원이 차에 올라타 뒤에서 쫓고 있었다.하지만 얼마 달린 후 길의 신호등이 다 빨간색으로 되었다.“왜 멈춰요?”원유희가 급히 물었다.“빨간 불이잖아요!”원유희는 기다릴 수 없어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정말 뒤의 차가 쫓아올까 봐 두려웠다. 여기에 앉아있으면 백 프로 잡힐 것 같아 보이자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로 했다.“기사님, 저 먼저 내릴게요. 저 뒤에 사람들이 계산할 거예요.”기사가 말하기도 전에 원유희는 차 문을 열어 나왔다. 그리곤 허리를 굽히고 다른 차량 옆으로 돌아서 길가로 갔다.경호원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쫓아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원유희가 보이지 않았고 뒤 돌아보니 건너편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막 쫓아가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가 그들을 붙잡았다.“가면 안 돼요!”"저리 가!" 경호원이 위협했다.“저 아가씨가 당신들이 계산한다고 했어, 돈을 안 주면 안 되지!”택시 기사는 먹고살기 위해 경호원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경호원은 돈을 꺼내 택시 기사에게 던졌다. 그러는 동안 원유희의 모습을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골목을 통해 다른 거리로 빠
양쪽이 모두 고층 빌딩이어서 햇빛을 가려 앞길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그러다가 앞에 빛이 보였고 마치 원유희를 인도하는 것 같았다. 빛을 향해 달리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듯이.원유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달렸다.작은 길에서 빠져나와 원유희는 도로로 돌진했다. 그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가 오고 가는 도로에 몸을 던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차를 보았다.원유희는 무표정으로 지켜보았는데 아무런 표정도 지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된 것 같았다.“유희야!”김신걸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위로 뛰어들어 원유희한테로 달려갔다. 그러나 뻗은 손은 원유희에게 닿지 못한 채로 그녀가 차에 치인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펑-!원유희는 마치 깃털처럼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갔고 다시 바닥에 떨어져 두 바퀴나 구른 후 멈췄다. 그러나 원유희는 아직 의식이 있어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누군가가 자기를 쫓고 있고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머리는 피투성이로 되었고 빨간 피는 목에 흘러내려 밖으로 노출된 혈관과 같았다.막 일어서고 고개를 돌리자 이쪽으로 질주해 오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원유희는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애써 버티고 있던 몸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김신걸은 바로 원유희를 안았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품에 안겨있는 원유희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유희야.......”원유희는 반쯤 감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또 그를 쳐다본 것도 아닌 것처럼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이들을......잘 돌봐 줘.......”“걱정하지 마,괜찮을 거야. 오빠가 병원에 데려다줄게.......”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차는 즉시 분초를 다투며 병원으로 달려갔다.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입가의 피를 닦아주었다.“곧 병원이야, 조금만 더 버텨, 곧 도착이야......날 봐,
진선우는 간호사를 말리고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눈치 줬다.그들도 김신걸의 몸에 묻은 피를 발견했지만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가서 물을 수 없었다.원유희가 안에서 수술하는 동안 김신걸은 밖에 서서 기다렸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김신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자리 찾아 앉지도 않았다.그러다가 수술실 문이 열렸다.김신걸은 흠칫 놀라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어때요?”단지 물건을 가지러 온 간호사는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송......송 선생님이랑 다른 의사 선생님들께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어떠냐고 묻잖아!”김신걸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갔다. 그러자 진선우는 다급히 말렸다.“선생님, 아가씨 아직 안에서 수술하고 있어요.......”이 말을 하고 간호사더러 얼른 가라고 눈치 줬다. 놀란 간호사는 재빨리 도망갔다.김신걸은 욱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벽 쪽으로 걸어가 손을 벽에 받혔다. 그러다가 손에 있던 피가 하얀 벽에 묻어져 흘러내렸는데 여간 섬뜩하지 않았다.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왔고 심장이 쿵쿵거리더니 엄청나게 괴로웠다.피 묻은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었고 곧 찢어질 것 같았다!“아!”김신걸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선생님, 괜찮으세요?" 진선우는 애써 참고 있는 김신걸의 표정을 보자 걱정하며 물었다. 하지만 김신걸은 못 들은 것처럼 대답이 없었다.수술실 밖에서는 김신걸은 낮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고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고요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수술실의 불이 꺼졌고, 송욱이 막 문에서 나왔는데, 김신걸은 이미 앞에 도착했다."어때?"“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10분만 늦어도 구하지 못했을 거예요. 근데 아가씨는 살렸지만 배 속의 아이는 살리지 못했어요.”송욱이 말했다.사람을 구했다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김신걸은 한숨을 돌렸다.차에 있을 때 그는 이미 아이를 잃게 될 것을 알았다."괜찮은 거 맞아?"“다른 건 다 좋은데 머리만 다쳐서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질 것 같아요.”김신걸은 이 얘기
김신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아이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달려왔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아빠 어제 엄마랑 데이트한 거에요?”“엄마는요? 너무 오랫동안 엄마를 못 봤어요!”김신걸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상우는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아빠, 이게 피에요?”김신걸은 주먹을 쥐고 말했다.’"아니, 물감을 만들었어. 좀 있다가 얘기하자. 아빠는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그리곤 세쌍둥이를 버리고 곧장 떠났다.세 아이는 김신걸의 뒷모습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손에 왜 다 물감이지? 그림 그렸는가?’샤워기를 틀자 물은 김신걸의 몸에서 흘러내렸고 벗은 옷은 샤워실 바닥에 던져졌다. 발밑의 물은 곧 핏물로 변했다.김신걸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그 핏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은 모두 원유희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김신걸은 몸이 뻣뻣해졌을 뿐만 아니라 추워서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있었지만 몸은 계속 뜨거워지지 않았다.원유희가 차에 부딪힌 모습이 그에게 다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추락 사고가 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지만 다만 현장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도대체 왜? 왜 이러지? 하긴, 원유희가 죽으면 내가 또 걔를 어떻게 통제하겠어?’원유희가 자기한테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자 김신걸은 초조하고 짜증 난 느낌이 들었고 진정할 수가 없었다.‘괜찮아, 다 좋아질 거야. 저번 추락 사고 때처럼.......’김신걸은 자신을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로비에 앉아 순순히 기다리는 세쌍둥이를 보았다.“아빠.......”김신걸은 그들 곁에 앉았다."뭐 하고 있었어? 아침 먹었어?"“아뇨, 아빠는요?”유담이가 물었다."아니, 가자, 밥 먹으러." 김신걸은 그녀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셋을 데리고 아침을 먹었다.“아빠, 엄마 오늘도 출근해요?”“응, 출근하면 바쁠 테니 회사에 가면 안 돼.”“아빠 나빠요!’“왜 엄마를 못 찾게 해요, 엄마가 아빠 것도 아닌데.......”유담이는 입
“다들 벙어리에요?”송욱은 위험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선생님, 유희 아가씨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은 뇌 부상이랑 관련이 있을 거예요. 회복기가 길다 보니 깨어나는 시간도 미뤄질 수밖에 없어요. 근데 꼭 깨어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일주일, 한 달, 아니면 1년?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어."“한 달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원장이 말했다.“그럴 것 같다고요?”김신걸은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쓸어보았다. 그러자 원장은 바삐 머리를 숙였다.“유희 아가씨는 그렇게 심각한 정도가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예후가 좋다고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인내심이 없다면 당신은 이 자리에 있지 않았겠죠.”원장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깨어나기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 생존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 회복 속도가 좀 느리.......”주임은 말하다가 김신걸의 눈빛을 보고 놀라 입을 다물었다. 다만 무엇을 잘못 얘기했는지 잘 몰랐다.송욱은 주임이 말실수로 김신걸에게 8층 창문에서 던져질까 봐 걱정되었다.“선생님, 유희 아가씨 꼭 깨어나실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김신걸은 차가운 얼굴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다. 그러자 회의실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송 선생님, 김 선생님 프라이빗 닥터잖아요. 꼭 옆에서 진정시켜요! 이런 미팅을 한 번 더 하면 단명할 것 같아요!”원장은 하마터면 울 뻔했다.“이 나이에 저도 힘들어요!”‘그럼 저는 뭐 쉬운 줄 알아요? 원장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살았는데 전 꽃다운 나이에죽을 것 같다고요.’송욱은 속으로 생각했다.김명화는 병실 입구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입구에 경호원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들어갈 수 없었다.김신걸은 본체만체하며 곁을 지나 문을 밀고 들어갔다."형, 저 유희 한번 보고 싶어요.”김명화는 따라 들어가려다가 앞길이 막혔다.문을 밀던 김신걸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