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으면 전 이만 일 하러 갈게요.”엄혜정은 뒤로 물러나 몸을 돌렸다.육성현은 그녀가 규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로 부르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김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들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것을 걱정한 적도 없었다.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울리자 육성현은 전화를 받았고 육 어르신의 소리가 들려왔다.“저녁에 밥 먹으러 와.”"알았어요."엄혜정이 퇴근할 때 육성현은 이미 사무실에 없었다. 그가 이렇게 일찍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장님도 안 계시고 퇴근 시간도 되었으니 그녀는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 엄혜정은 건물에서 나와 지하철 방향으로 갔다.올 때는 기사 아저씨가 데려다주었는데 회사 앞까지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혹여나 비싼 차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신분을 궁금해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마중하는 차를 보지 못하고 육성현의 검은색 벤틀리를 보았다.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마치 길을 막는 호랑이 같다.엄혜정은 그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걸어갔다. 부하가 문을 열어주더니 엄혜정은 안으로 들어갔다.육성현은 회사 서류를 덮었다.엄혜정은 그런 육성현을 보자 정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녀는 오늘 색다른 육성현을 보게 되었다.도박장에서 편안하게 앉아 입에 담배를 물고 카드놀이에 전념하던 김하준이 사장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러나 그녀는 김하준의 현재 인생은 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연기를 잘해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뿐, 그가 정말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다른 사람들이 봐요.”차가 도로에 진입했고 엄혜정은 그의 차에 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다음에는 혼자 갈게요. 기사도 있잖아요.”“널 생각해서 주차장에 끌고 가려는 것을 참았어.”엄혜정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육성현은 확실히 숨기려고 이곳에 주차한 게 틀림없었다."오늘 기분이 어때?"육성현이 물
“염감탱이한테 가서 밥 먹고 올게. 금방 돌아올게.”엄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육성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그 차를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외투를 팔꿈치에 걸치고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화기애애한 말소리가 들렸고 안에서 염정은은 육원산을 모시고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염정은은 육성현을 보더니 눈이 반짝이었다. 하지만 재벌가 아가씨로서 염정은은 자기만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그날 육성현이 자기한테 준 모욕을 잊지 않았다.“시간을 딱 맞춰서 왔구나.”육원산이 위엄있게 말했다.“정은이 나랑 같이 있어 줘서 다행이지, 너는 하늘이 두쪽 나도 아비 보러 오지도 않아.”육성현은 외투를 소파에 던지고 앉아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저 바쁜 거 잘 알잖아요.""아무리 바쁘더라도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육성현은 초조하고 짜증 난 기분은 꾹 참았다. 그는 저 영감탱이가 무슨 의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래, 기왕 겉치레하는 바에 제대로 해보자!’“정은이도 있다고 일찍 얘기해주셔야죠, 그럼 얼른 달려왔죠.”염정은에게 화해의 시그널을 보낸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염정은은 싸우러 온 게 아니었기에 당연히 눈치 빠르게 이어서 말했다.“아저씨 혼자 있을까 봐 왔는데 당신도 올 줄 몰랐어. 회사에서 오느라 많이 배고팠죠? 아저씨, 우리 식사 시작할까요?”육원산은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보면서 일어섰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너를 굶기면 정은이가 또 뭐라고 하겠다.”밥을 먹고 육성현은 육원산이랑 잠깐 수다 떨었는데 대부분 다 회사 일에 관한 것들이었다. 육성현은 처음에는 한두 마디 했는데, 뒤로 갈수록 입을 열지 않았다. 염정은도 있었기에 뭐라고 하기 곤란한 육원산은 육성현보고 염정은을 바래다 주라고 했다.“혼자 운전해서 왔잖아요?”육원산은 애써 참았다.‘얘는 왜 이렇게 눈치 없어!’육성현은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아 일어섰다."데려
“아니면?”엄혜정은 바로 메이드더러 침대 시트를 바꾸라고 했다. 바꾸고 나서 그녀는 침대에 올라가려 했지만 육성현에게 안겨 움직이지 못했다."다음에 다시 침대에 올라가는 것을 보게 해주면, 진짜 삶아버릴 거야.”“약자를 괴롭히면 안 돼.”“네가 약자야?” 육성현은 그녀를 누르고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내가 약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이미 죽었을 거예요.”엄혜정은 마음속으로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육성현에게 김하준이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 다시 일깨워주는 것과 같았다. 배우자의 배신으로 하게 된 감옥살이를 떠올리게 했다.엄혜정은 말을 다 하고 나서 말이 심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잘래요…….”“날 또 배신할 거야?”육성현이 물었다.엄혜정은 일단 기회가 생기면 틀림없이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혜정아, 또 배신하면 그땐 내가 인정사정없다고 뭐라고 하진 마.”육성현은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고 엄혜정은 놀라서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육성현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고 그의 잔인함을 본 적도 많았다. 지금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것도 자기 목숨을 그의 손에 쥐어준거랑 같았고 언제든지 죽을 위험이 있었다.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엄혜정은 이른 아침부터 부서 직원들이 재잘재잘 가십거리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그나저나, 우리 사장님이랑 염정은 아가씨는 언제 결혼할까?”“인터넷에서 얘기했잖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그니까, 두 사람 껴안고 있는 거 봐, 사이도 좋고 선남선녀고 집안도 걸맞고, 정말 너무 부러워!”엄혜정은 몇몇 동료들이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보면서 가십거리를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육성현과 염정은에 관한 것 같은데…….’엄혜정은 앉은 후 호기심에 휴대전화를 꺼냈고 바로 실검에 염정은과 육성현의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발견했다. 클릭하고 보니 가로등 아래에서육성희에게 안겨있는 염정은의 모습이었는데 엄청나게 보기 좋았고 훈훈해 보였다.
“여기서 널 다 벗길 수도 있어.”엄혜정은 깜짝 놀랐지만 건달 김하준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당신을 싫어하게 만들지 마.”“걱정하지 마, 밖에 아무리 많은 여자를 둬도, 육성현 부인은 너 하나야. 아무도 못 뺏어가.”육성현은 악랄하게 웃었다."당신 마음대로 해요." 엄혜정은 어이없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전 아직 할 일이 있어요, 놓아줘요.”“날 모시는 게 네가 할 일이야.”육성현은 사람을 놓아주지 않고 일할 마음도 없었다. 다만,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엄혜정은 핸드폰에서 온 전화의 이름을 보고 말했다.“방해하지 않을게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이 말을 다 하고 그녀는 일어나서 사무실을 떠났다.육성현은 닫힌 문을 보고 의자에 앉은 채로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곤 반갑지 않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나 지금 바빠.”“인터넷에서 도는 사진 봤어? 나 정말 화가 나 죽겠어, 누가 찍었는지 프라이버시라는 거 몰라? 변호사를 찾아야 할 것 같아.”“로얄 그룹 변호팀 괜찮은데, 도와줘?”“됐어, 내가 처리할게! 사실 그냥 겁만 줘도 앞으로 함부로 못 찍을 거야.”“그래.”육성현은 핸드폰을 던졌다.‘염정은 이 XXX이, 감히 이런 수를 써? 로얄 그룹을 이미 물려받았다면 널 진작에 악어 사료로 썼어!’그는 육성현으로서 사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그의 기분이랑 감정을 알게 해선 안 되고 예측할 수 없고 짐작할 수 없는 사람으로 되어야 했다.예전이었다면 그는 인터넷에서 그런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염정은의 머리를 벽에 박았을 것이다!원유희는 요 며칠 회사에 드나들었다. 그녀는 온종일 별장에 있으면 사람이 미쳐버릴 것 같다고 느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배 속의 아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원유희는 자리에 앉아 심심풀이로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실검을 보게 되었다.‘육씨 그룹 후계자랑 재벌가 아가씨?’사진을 열어보니 과연 그 재벌가 아가씨는 엄혜정이 아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병원 대문으로 돌진했다."아니, 돈 안 냈어요!" 기사는 얼른 차에서 내려 그녀를 쫓아가 붙잡았다. "아가씨, 돈 내는 것을 잊으셨나요?"원유희는 그제야 생각났다. 급히 뛰쳐나온 바람에 핸드폰이랑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고 돈은 말할 것도 없었다."이봐요, 설마 돈도 안 가지고 택시를 잡은 거예요?”기사는 원유희의 뚱한 표정을 보자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다."죄송해요, 돈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어.......“뭐라고요? 그럼 먹튀 하려고 했어요? 안 돼요, 몰라요. 돈 없으면 가족한테 연락해요. 헛걸음할 순 없잖아요!”돈을 받기 전에 기사는 원유희를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저......가족 없어요.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어요.......”원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기사님, 주소 하나 남겨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나중에 돈을 보내드릴게요, 네?”“재수가 없어서, 웬!”기사는 화가 나서 차를 타고 떠났다.원유희는 굳은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병원은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아이를 어떻게 지울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저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계단에 앉아 있었고 눈물이 앞을 가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몇 대 차가 병원 입구에 멈췄고 스케일이 너무 커서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보게 만듥었다. 김신걸은 롤스로이스에서 내려 원유희 앞으로 걸어갔다. 원유희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표정조차 없었다. 김신걸은 애써 꾹 참으며 허리를 숙여 원유희를 안았다. 그리곤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놔! 안 가!”원유희는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런 소동도 없었고 김신걸에게 끌려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마자 원유희는 닫힌 차 문을 다시 열려고 아등바등 애썼다.“내릴거야! 놔! 이 아이를 꼭 지울 거야, 안 낳을 거라고!”김신걸은 난폭하게 원유희를 잡아당겨 안았다. 그리고 사악한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았다.“똑똑히
“사진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전화를 드렸습니다.”김신걸은 전화를 끊지 않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진선우가 보낸 사진을 보았는데 CCTV에서 캡처한 사진인 것 같았다.라인은 퍼펙트 성형외과에 들어가서 피부 관리를 받은 후, 떠나기 전에 윤설이 있는 방으로 갔다. 하지만 라인이 윤설을 찾아가는 것 빼곤 다른 증거가 없었기에 라인을 잡아 와도 그저 지인을 보고 인사하러 갔다고 발뺌할 수 있었다.“똑바로 감시해, 빼놓은 흔적 없이 제대로!”"네!""그리고 이 여자는 프로니까 들키지 마." 김신걸은 주의를 주었다."네!"전화를 끊은 후 김신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김명화랑 관련이 있을까?’안방으로 돌아온 김신걸은 침대 옆에 앉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원유희를 내려다보았다.“찾으면 이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돼.”윤설은 파혼당한 후부터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많이 충격받은 모양인지 꾸미지도 않았다.이런 윤설을 보자 장미선은 몹시 초조해졌다.“이렇게 포기하면 안 되지! 신걸이가 잠깐 머리가 어떻게 돼서 너랑 이렇게 얘기했을 거야. 걔가 널 얼마나 아끼고 그랬는데, 너도 잘 알잖아. 지금 엄청나게 후회해서 네가 다시 잡아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어.”“신걸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파혼하다뇨?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제가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요?”윤설은 화장대 앞에 앉아 자기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무리 예쁘게 생겨도 무슨 소용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절 우습게 생각할 거잖아요! 특히 원유희, 지금 얼마나 득의양양하겠어요!”“파혼은 해도, 아직은 너랑 신걸만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르니까 넌 충분히 기회가 있을 거라고! 네가 지금 포기해버리면 누가 제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원유희.......”“그러니까! 기억해, 원유희는 지금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점점 더 악화하면 걔가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장미선은 그녀를 일깨워 주었다. 이 얘기를 듣자 윤설은 메이드를 시켜 원유희에게 약을 먹인
한달음에 찾아온 송욱은 들어오자마자 원유희의 몸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원유희는 비록 쓰러졌지만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임신으로 인해 정서가 많이 불안정할 거예요. 다 유희 씨 뜻대로 해주면 돼요.”“쟤 뜻대로? 쟨 지금 아이를 지우려고 하고 있고! 떠나려고 한다고!”김신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난 못해!’경호원은 원유희가 지금 세쌍둥이를 봐도 몸을 돌려 피한다고 했다.“그거 말고요. 산모랑 좋게 좋게 얘기하셔야 해요.”김신걸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좋게 좋게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고 쉽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래도 부족해?’ 김신걸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송욱은 바로 눈치채고 나갔다.김신걸은 날로 수척해지는 원유희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암튼 아이를 지우는 것 빼고 다른 건 다 네 뜻대로 할게.’다음 날 아침, 원유희는 일찍 깨어났는데 깨어나자마자 자기가 김신걸의 품에 안겨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유희는 일어날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뭐해.”“출근하려고.”원유희는 허리에 있는 손을 뿌리치자마자 김신걸이 자기를 덮친 느낌을 받았다.“아.......”김신걸은 원유희의 위쪽에서 말을 했다.“오늘 좀 데리고 놀러 가줄게.”‘.......어디로?”“다 괜찮아, 아직 할 일 없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몰랐다. 모르고 있었지만 동시에 반항할 수도 없었다. 김신걸은 줄곧 강하게 나왔기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10시가 조금 안 되었지만 그들은 문을 나섰다. 점심 먹으러 외출했는바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테이블 앞에 앉자마자 김신걸은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원유희는 엄청나게 당황했지만 당황한 기색과 초조함을 억누르고 있다. 그녀는 레스토랑이 너무 시끄럽다고 느껴졌고 머리가 혼란스럽게 되기 시작했다.“어디 아파?’김신걸이 물었다.“.
회복하려면 김신걸을 떠나는 것 빼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의 곁에 있으면 안 되었고 그의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욱 안 되었다.원유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고 인권이 있었다. 김신걸이 원유희에게 입힌 상처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곧 그녀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식당을 나서자 그녀는 몸에 비치는 햇빛조차 거슬려 적응하지 못했다.원유희는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김신걸은 원유희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 봐 어쩔 수 없이 타협하여 그녀를 별장으로 데리고 돌아갔다.원유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첫 번째 계단에 발을 디디자마자 몸이 가벼워졌고 누군가에게 안겼음을 알아챘다. 원유희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김신걸은 그녀를 침대에 눕혀놓고 말했다."낮잠 좀 자, 옆에 있어 줄게.”“나가.......”원유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김신걸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소리 크기였다.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감정을 억눌렀다.“누워있어.”원유희가 누운후 김신걸은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후 방에서 나갔다. 문을 닫은 후, 기분이 안 좋은 김신걸은 무서운 기운 뽐내며 걸어 나갔는데 메이드 옆에 지나갈 때면 겁먹은 메이드는 숨 쉴 수조차 없었다.김신걸은 서재로 돌아와 어두운 얼굴로 검은 의자에 앉았다. ‘아이를 낳으면 다 괜찮아지겠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가 밖에서 말했다.“선생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이 손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영이었다. 이 별장은 이혼했을 때 김영이가 원수정에게 준 별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사람이 죽고 별장만 홀로 남아있게 될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누가 당신보고 묘지에서 나와도 된다고 했죠?”김신걸은 엄청 사나워 보였다.자신을 원수처럼 대하는 아들을 보자 김영은 어색해졌다.“그냥 와서 보려고.”“보고 싶으면 저승에 찾아가서 봐요.”이 말을 듣자 김영은 순간 화났다.“신걸아, 난 네 아버지야. 아버지랑 이게 무슨 말버릇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