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다 먹은 후 문어귀까지 갔을 엄혜정은 육성현에게 말했다.“여기에 남아서 유희랑 같이 있어도 돼요?”육성현은 원유희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네가 굳이 같이 있지 않아도 돼. 유희야, 일 있으면 연락하고. 나 요 며칠 계속 제성에 있어.”"네." 원유희는 육성현의 팔이 엄혜정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도저히 연인들 사이 달콤한 스킨쉽처럼 보이지 않았고 강박적인 결박 같아 보였다.“삼촌, 혜정이한테 잘해요.”육성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 세상에 나보다 혜정이에게 더 잘하는 사람이 없어."엄혜정은 반박하지 않고 원유희를 위로했다."일찍 쉬어. 내일에 보러 올게.""별일 없으면 와."원유희는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별장을 나와 밖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원유희는 넋을 잃고 먼 곳을 바라봤다.이렇게 큰 집에 원유희 혼자 남게 되었다. 자기에게 밥을 준비해 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게 되었다.원유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집으로 갔다.발에 힘이 없고 허리가 시큰시큰해서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다.집으로 돌아오니 거실 옆에 놓인 안마의자가 보였다. 걸어가서 위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고 마사지를 받았다.원유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꾹 참고 눈을 감았다.원수정은 영영 그 안마의자를 쓸 일이 안 생길 것이고 심지어 딸이 자기에게 안마의자를 사줬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아가씨, 다른 일 없으면 저 먼저 돌아갈게요.”아주머니는 주방 청소를 끝내고 다가와서 말했다.그러나 원유희는 대답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아주머니는 원유희가 며칠 밤이나 잠을 설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원유희를 깨우지 않고 거실에 작은 등을 남기고 혼자 방으로 돌아갔다.원유희는 한참동안 계속 잠을 잤다. 하지만 전혀 편하지 않았고 꺠어나려고 해도 깨어나지 못했다. 물에 잠긴 것처럼 호흡이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
사람이 아니라 악마가 들어온 것 같았다.김신걸은 손에 영양 수프 한 그릇을 들고 침대 옆에 앉아 두려움에 벌벌 떠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친절하게 말했다."뭐 좀 먹어."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이곳에 있는지, 왜 자기에게 밥을 먹여주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제 자기한테 한 짓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원유희는 멍해졌다.‘김신걸이 지금 나랑 사과한다고? 여태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 난 줄 아는 도련님이 지금 다른 사람한테 사과했다고? 표원식을 찾아갔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하지만 김신걸이 이렇게 되자 원유희는 더욱 불안해졌다."이리 와." 김신걸은 침대를 두드렸다.원유희는 그와 그릇에 있는 음식을 보고 이해득실을 잠시 따져 본 후에야 천천히 원래의 위치로 갔다.손을 뻗어 그릇을 들고 말했다."나 혼자 먹을게…….”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피하고 물었다.“앉아.”직접 원유희에게 밥을 먹여주겠다는 뜻이었다.원유희는 반항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순종적으로 침대 머리에 반쯤 기대었다. 김신걸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원유희의 입가에 갖다 대자 그녀는 입을 열어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음식의 온도는 적당했지만 원유희는 별 입맛이 없었다."어젯밤에 열이 나서 송욱이 이미 왔었어."‘진짜 아팠네.’원유희는 자신의 신체 소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김신걸의 손에 들어가면 모두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그는 그녀의 몸을 손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정신까지 훼손했다.‘좋아질 리가 없지.’사실 그녀는 어제처럼 그를 쫓아내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김신걸이 또 강박적으로 자기를 안을까 봐 두려웠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되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해내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어제 윤설은 상처를 입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틀림없이 윤설이 다친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
"내가 미리 전화하지 않았어요." 엄혜정은 육성현에게 그녀를 제성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육성현은 여전히 그녀를 데리고 왔다.원유희와 함께 있으면 육성현을 멀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 안 되었다.육성현은 엄혜정의 고개를 잡아 돌렸다.“저녁에 같이 클럽 가자.”육성현은 엄혜정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엄혜정은 두 번 버둥거리며 벗어나지 못하자 포기했다.저녁에 엄혜정은 정말 육성현에게 클럽으로 끌려갔다.이전에 그녀도 김하준에게 끌려 수준 낮은 나이트클럽에 간 적이 있었다. 비록 그녀는 이런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하준은 이런 어두컴컴한 곳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조폭 두목처럼 모든 사람이 그에게 복종했고 엄혜정에게 예의를 갖췄다. 심지어 엄혜정을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후에 김하준은 죽었고 그의 부하들은 어디로 갔는지 엄혜정은 잘 몰랐다. 그곳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엄혜정은 알고 싶지 않았다.김하준이 잡힌 후에 엄혜정은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그곳이 이미 그녀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육성현은 제성에 인맥이 없었다. 그래서 클럽에 와도 그냥 원유희 회사 임원들이랑 같이 술이나 마시고 얘기나 하며 평범하게 있었다.아무래도 엄혜정은 이미 그 회사에서 이직했으니 대략 듣고 답답해서 룸 밖으로 나갔다. 밖에 가서 높은 의자에 앉았고 잠시 후 바텐더가 그녀에게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음료를 만들어 주었다.“저 이거 안 시켰는데요.”엄혜정이 말했다."8번 룸에서 시켜줬어요." 바텐더가 말했다.엄혜정은 8번 룸이 육성현의 그 룸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모금 마셨는데, 약간 달고, 와인 맛에 치우쳤다.엄혜정은 아무 생각 없이 옆을 쳐다보았고, 옆에는 한 쌍의 남녀가 앉아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그 여자는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 같았다.여자가 막 떠나자 그 남자는 무엇인가를 꺼내 여자의 술잔에 넣었
부하들은 즉시 앞으로 나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남자와 여자는 엄청나게 놀란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냥 클럽에서 아무 여자 한 명을 찾아서 약을 먹이려고 했는데 이 여자 뒤에 이렇게 무서운 세력이 있는 줄 몰랐다.엄혜정은 육성현이 그 두 사람을 쉽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적어도 한바탕 얻어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육성현은 남자와 여자를 오라고 손짓했다.남자와 여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하들에게 밀려왔다.육성현은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착한 척을 하며 말했다.“용서를 빌려면 적어도 무릎은 꿇어야지.”이 불리한 상황에 그 두 사람은 육성현의 말을 거역할 이유가 없었다.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두 사람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싹싹 빌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사람을 잘 못 봤습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엄혜정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눈살을 찌푸렸다.“그냥 가요!”남자와 여자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옆에 있는 남자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안 들려? 꺼져!" 육성현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바삐 일어나 떠났다.좀 멀리 떨어졌을 때, 남자는 육성현과 엄혜정을 돌아보며 말했다.“이 X 년이, 감히 사람을 불러?”"혼자 있지 않은 게 좋을 거야!" 여자는 침을 뱉고 말했다.“근데 저 남자 너무 잘 생겼는데. 돈도 있는 것 같고. 내가 저 여자 대신해서 저 남자랑 같이 있었으면 좋을텐데.”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엄혜정도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걸상에서 내려와서 말했다."다들 먼저 놀아요.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갈게요.""가자, 재미없어."육성현은 엄혜정을 안고 함께 술집을 떠났다.다음 날, 엄혜정과 육성현은 음식점에 앉아 밥을 먹었는데 대형스크린에는 최신 보도가 방송되고 있었다.“오늘 오전 모텔에서 변사체 2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남성 변사체는
"실례지만 이들을 아십니까?" 경찰은 사진 두 장을 꺼냈다.육성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 사고가 날까 봐 엄혜정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있어요. 어젯밤 클럽에서 제 술잔에 약을 넣다가 발견되었어요. 사과한 후 보냈는데요.”"그리고 다시 본 적이 없습니까?" 경찰이 물었다."아니요. 우리도 다음 날 오전에 뉴스를 보고 알았어요."엄혜정이 말했다.경찰이 다시 물어보려고 하는데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바라보니 검은 롤스로이스였다.차가 멈추자 경호원이 문을 열었고 먼저 뛰어내린 세쌍둥이는 펭귄처럼 귀여웠다.김신걸은 그들 뒤에서 내렸고 원유희는 일어서서 걸어갔다."엄마!""엄마!""엄마!""엄마, 보고 싶었어요!"“너무 오랜만이에요!”“아빠가 엄마를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요.”“아빠가 그러는데 엄마 아팠다면서요? 지금은 괜찮아요? 제가 한번 확인해볼래요.”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곧바로 그들을 안았다.“많이 좋아졌어. 괜찮아…….”육성현이 다가와 아이들에게 카드를 한창 씩 주었다.“유희의 아이들이구나. 초면인데 뭐 준비한 것도 없어서 작은 선물이야, 받아.”세 아이는 손에 카드를 들고 작은 얼굴에 귀여운 의혹이 가득했다."삼촌, 카드를 주면 어떡해요. 너무 부담스러워요." 원유희는 카드를 돌려주려고 했지만 육성현이 먼저 거절했다.“난 선물을 다시 돌려받지 않아. 그리고 내가 애들을 좋아해서 그래.”뒤를 따르던 엄혜정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원유희는 세쌍둥이에게 알려줬다.“외할아버지의 동생분이야, 작은 외할아버지라고 불러야지.”“작은 외할아버지, 감사합니다…….”세쌍둥이는 귀엽게 감사 인사를 했다.“괜찮아.”육성현은 조한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신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방해하지 않을게.”“다음에 또 올 테니까 항상 건강 조심하고.”"그래, 안녕."육성현과 엄혜정은 차에 올랐고 차는 떠났다.뒤돌아보니 그 두 명의 경찰은 완전히 무시된 채 바람을 맞고 있었다!경찰은 김신걸을 보고 앞으
“너희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봤다고 했는데 그거 사실이야? 거짓말이 수도 있잖아?”원유희는 질문한 뒤 도도하게 뒤로 돌아섰다.김신걸은 표정이 굳어진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차에서 엄혜정은 차 안의 매우 숨 막히는 분위기를 느꼈고 빛마저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 육성현은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괴물처럼 엄혜정을 노려봤다. 그의 눈빛을 보자 엄혜정은 적잖이 당황했다.“왜 그래요? 나 뭐 말실수라도 했어요?”"너만 아니었으면 내 아들이 지금 다섯 살이었을 텐데?"육성현이 음산하게 물었고 엄혜정은 심장이 뛰면서 불안하게 손가락을 오므렸다. 그녀는 그제야 이 무겁고 무서운 분위기가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원유희는 아이를 데리고 묘지에 갔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직원들은 윤정의 무덤을 파서 원수정의 유골함을 넣고 윤정의 유골함과 같이 잘 놓은 후 무덤을 원래대로 만들어놓았다.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낼까 봐 입을 막았지만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엄마…….”세 아이도 울기 시작했고 원유희는 그들을 껴안았다."괜찮아,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를 찾아갔어. 영원히 함께 있었어."‘쓰러지면 안 돼. 어린애가 셋이나 있으니까 버틸 거야…….’장미선과 윤설은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묘지에 도착했는데 윤정의 묘비 옆에 또 다른 묘비가 생긴 것을 보았고 심지어 묘비에 ‘윤정의 처’라고 쓴 것을 보고 얼굴색이 변했다.“신걸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왜……왜 이 아줌마랑 우리 아버지를 같은 곳에 묻었어?”윤설의 얼굴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억울한 척을 하는 그녀의 연기에는 아무런 영향도 가지 않았다.“그니까! 내가 윤정의 와이프야! 이제 내가 죽으면 난 어디에 묻어야 하는데?”장미선은 급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윤리를 무시하려는 거야?”윤리로 따지면 확실히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법적으로 인정된 부인은 장미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희는 법적인 인증보단 부모님의 사랑을 존중하기로 했다. 다만 장
원유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조한이가 먼저 말했다.“당연하지, 나 며칠만 엄마를 안 봐도 엄청나게 보고 싶은데!”“엄마, 오늘 저녁에 우리 같이 자요!”상우가 말했다.원유희는 그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그래…….”“아빠도 엄마랑 같이 있어 줄 거에요!”유담이가 말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보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배척했다. 하지만 순진한 아이들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순 없었다.“아빠는 할 일이 있어서 쌍둥이들만 있으면 엄마는 만족해.”세쌍둥이는 귀여운 큰 눈으로 원유희와 김신걸을 번갈아 봤다. 김신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엄마는 아빠가 싫어요?”유담이 물었다.원유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연히 싫지! 그리고 김신걸도 내가 좋아서 나랑 같이 있는 것 같아? 근데 이런 말을 하면 애들이 서운하겠지…….’김신걸은 깊고 예리한 검은 눈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로 하여금 위험함을 감지하게 했고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아빠는 할 일이 많으니 말 들어." 무겁고 썰렁한 분위기는 원유희로 하여금 불편하게 했고 어쩔 수 없으 창밖을 바라보았다.원유희는 얼버무렸다.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원유희와 세쌍둥이는 차에서 내렸다.“아빠랑 빠이빠이 해야지.”"빠이빠이!" 세 아이는 손을 흔들었다.김신걸은 그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졌다.‘내가 무슨 기사야?’그는 초조하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기사에게 가라고 명령하였다.원유희는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김신걸만 없으면 돼.’그녀는 지금 김신걸을 되도록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예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온종일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밤이 되자 아이들은 별장에서 잤다.원유희는 그들이 잠들기를 기다린 후 방을 나갔고 아래층에서 내려와 문 앞에 서서 넋을 놓았다. 서 있다가 지쳤는지 그대로 계단에 앉았고 머리를 벽에 기댔다.그녀는 왜 범인이 같은 사람이
옆의 커튼이 움직이자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김신걸임을 발견했다.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했다.아이는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신걸이야말로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금방 다 될 거야, 우리 조한이 정말 씩씩하네.”송욱은 바늘을 꿰매면서 조한와 이야기하며 그의 주의를 돌렸다. 그리곤 빠른 손놀림으로 몇 분 안 돼서 다 끝냈다.“다 됐어. 약을 바를 거야, 약만 다 바르면 집에 갈 수 있어.”송욱은 조한이의 이마에 약을 발라줬고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있는 밴드를 붙여주었다.다 한 후에 송욱은 나갔다.“아빠…….”억울한 조한이는 눈물이 글썽이었고 원유희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회사에서 부딪힌 거야. 그때 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자.”김신걸은 조한이를 안았다. “아빠가 말했지. 함부로 뛰어다니지 말라고. 이젠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거 알았지?”“네…….”조한는 코를 훌쩍이며 억울해했다.원유희는 그가 자신을 탓하지 않는 것을 보고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상우와 유담이가 뛰어 들어왔다.“오빠 아프지 마, 내가 호-해줄게!”유담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위로했다.“조한이 울었네!”상우가 말했다.“나……나 안 울었거든! 하나도 안 무서웠어!”조한이는 김신걸 품에서 나와 유담이랑 상우 앞에서 센 척을 했다.원유희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김신걸은 순감 멈칫했다. 원수정이 사고를 당한 후부터 원유희는 계속 표정이 좋지 않았고 웃는 것은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원유희는 김신걸과 아이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갔다. 기분이 영향받지 않은 조한이를 보고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미선의 말에 원유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거봐, 전에는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죽더니 이번에는 친부모도 다 죽었어. 쟤 사주가 사람을 잡아먹는 사주야! 신걸이랑 애들보고 얼른 떨어지라고 해, 너무 위험하잖아!”‘나 때문에 아이들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