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11화

“아뇨.”

엄혜정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육성현은 뒤에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전에 우리도 함께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무슨 영화인지 기억나요?”

엄혜정은 육성현이가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고 이어 대답했다.

“기억 안 나요.”

“멜로 영화였는데요.”

“육성현이 계속 힌트를 주자 엄혜정은 어쩔 수 없이 그 멜로 영화를 떠올렸다.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엄혜정을 반기는 것은 불탄 집과 주검으로 된 양부모였다. 그녀가 진정으로 인정머리 없는 육성현의 모습이었다. 그 외 다른 것들은 이미 다 잊혔다.

그로부터 엄혜정은 세상에 진정한 사랑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구원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그런 짓을 했으니 그보다 더 우스운 일이 없었다.

“범죄물에서, 범죄자는 영원히 주인공이 될 수 없어요. 그건 이 세상에서 허락되지 않는 일이거든요.”

엄혜정은 앞에 있는 스크린을 보면서 말했다. 스크린 속에 범죄자는 지금 여자 캐릭터를 집으로 속여 데려온 후, 살인을 저질렀고 시신을 뒷마당에 처리했다.

“그렇죠. 세상의 규칙은 승자가 정하는 법이죠.”

육성현은 뒤에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말을 듣자 엄혜정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 육성현은 강자야. 시궁창에서 기어나온 김하준은 이미 죽었어.’

지금의 육성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뒷산 악어 떼 얼마나 많은 억울한 생명이 숨겨져 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영화관을 나서자 엄혜정은 문어 귀에 서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

“사장님 아버님의 사고가 당신이랑 관련이 있는 거예요?”

엄혜정은 여전히 육성현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고 성실해지기를 바랐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육성현은 평소와 별다르지 않는 표정을 지었고 손을 들어 엄혜정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알다시피 전 사람을 마음대로 죽이지 않아요.”

그날 밤, 육성현은 또 엄혜정을 덮쳤다.

엄혜정은 매번 메스꺼움을 참으며 받아들였다. 그녀는 육성현의 두 손이 피로 물든 것 같았고 그런 손이 몸에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