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가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광경에 감탄했다.이 바다는 모든 곳이 다 깊은 것은 아니었고 이쪽 구역은 그다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십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밑바닥을 볼 수 있었다. “아빠, 물고기 한 마리만 있으면 너무 외롭지 않아요? 다른 작은 물고기도 좀 잡아요.”“근데 이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잡아 먹을 거야.”“네?”유담이는 공포에 떨었다.“그래도 키우고 싶어?”유담이는 어항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무늬바리를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먹을 거를 안 주면 굶어 죽는 건가요?”“맞아.”조한이가 와서 유담이를 위로했다.“우리 이 물고기를 키우지 말고 바다에 돌려보내도 얘는 그래도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을 거야.”원유희는 딸의 무기력한 얼굴을 보고 눈을 부릅뜨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뭐야 지금 자기 딸을 괴롭히는 거야?’원유희는 유담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쟤한테 얼린 작은 물고기랑 물고기 사료를 주면 돼.”김신걸은 원유희의 눈빛을 무시하고 유담이를 안아가며 말했다.“약육강식, 이게 자연의 법칙이야.”“저 알아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예요!”조한이가 대답했다.“맞아. 아빠가 만든 드래곤 그룹도 그래. 지금 그 어떤 중소기업도 다 인수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인 일이야."다 말하고 김신걸은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어항에 던졌다.무늬바리는 바로 반응하여 갑자기 작은 물고기를 한입에 삼켰다.세 아이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보고도 아직 반응도 못 한 사이에 작은 물고기가 없을어졌다.“없……없어졌어요…….”유담이는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다.“대단해…….”조한이랑 상우가 놀라며 말했다.“아빠도 이렇게 다른 회사들을 인수했어요?”상우가 물었다.“맞아.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방이 당황한 틈을 타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인수했어.”김신걸은 그들에게 비즈니스 싸움이 전쟁터와 같다는 얘기과 싸움 룰
“괜찮아, 너희들끼리 놀면 돼.”원유희는 거절했다.“엄마 왜 우리랑 같이 안 놀아줘요……?”유담이는 억울했다.원유희는 주눅이 든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가자.”원유희는 애써 승낙했다. 하지만 산소호흡기랑 다른 장비들이 다 준비되고 바다에 들어가려던 순간 그녀는 또 망설이기 시작했다.바다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옥에 가는 느낌이었다.세쌍둥이가 경호원 따라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원유희는 적잖이 놀랐다.“호흡기 문제없지? 호흡기를 잘 물어야 해. 놓으면 안 돼. 아까 호흡하는 법을 다 배웠지? 만약에……만약에 바다에 들어가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을 쉬는 법을 까먹었다면?”“우우우움!”유담이는 호흡기를 문 채로 말했다.원유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한 글자도 알아듣지 못했다. 힘내라와 같은 격려의 말인 것 같았다.세 어린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씩 물속으로 뛰어들어 흰 뭉치처럼 단번에 그림자가 사라졌다.원유희가 막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경호원이 물 아래에서 이미 아이들을 받아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더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안 내려가?" 김신걸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원유희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며 두 손으로 가드레일을 꽉 잡았다. 그가 지난번 수영장 옆에서처럼 뒤에서 갑자기 습격해서 자신을 물에 밀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정말로 그런다면 원유희는 놀라서 기절할 게 뻔했다.“바다에 놀러 가는 것이 그냥 계속 요트에 있는 줄 알았어?”김신걸은 장난기가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렸다. ‘진짜 그렇게 생각했는데?’원유희는 바다에 놀러 가면 그냥 요트 우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오션뷰를 보고 해산물을 먹으면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갑자기 입수라니?“나……나 안 내려가도 되잖아! 경호원들이 세쌍둥이의 옆에 있는데…….”원유희는 긴장했다.바다의 물이 파랗게 하늘빛을 비추고 있었고 엄청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하지만 원유희의 입장에선
수족관에는 절대 없는 멋진 바다 세계였다.원유희가 손을 들자 분홍색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녀의 손가락을 쪼았고 간지러운 나머지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웃기 시작했다.김신걸은 그녀를 보고 있는데, 검은 눈동자가 바다 밑보다 더 깊고 짙었다.모래와 자갈의 진흙에 발을 디뎠지만 원유희의 손은 여전히 김신걸을 놓지 못했다. 필경 물속에서는 육지와 다르다.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똑바로 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몸은 물의 흐름에 따라 흔들린다.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세쌍둥이가 쪼그리고 앉아 모래알 위의 조개를 줍고 있는 것을 보았다. 조한이는 더 겁이 없었고 지네처럼 생긴 물고기 한 마리를 손에 쥐었다. 모습을 보자 원유희는 놀라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조한이는 물고기를 가지고 놀다가 놔주었다. 그러자 물고기는 홀딱 구멍으로 숨었다. 물고기도 무서워하는 조한이었다.원유희는 여기가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상관하지 않았다. 만약 위험하다면, 김신걸은 아이들을 여기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는데 온통 푸른색이고 가까운 곳에는 작은 기포가 하나하나 솟아올랐으며 먼 곳에는 밑도 끝도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두렵게 한다.오른쪽에서 한 손이 뻗어와 원유희의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다른 쪽을 쳐다보는 것을 막아 자신이 딴 생각을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고 심해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적합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산호 위에 주의를 기울여 걸어서 보았다. 물론 김신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여전히 익사할까 봐 두려웠다.원유희는 허리를 굽혀 산호 옆의 돌에 성게가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갑자기 커져서, 김신걸을 끌고 보려고 애썼다.‘이걸 다 잡아서 먹으면 엄청 배부르게 먹을 것 같은데? 심지어 공짜로!”김신걸은 손을 들어 경호원에게 눈치 줬다. 그러자 원유희는 한손에 통을
하지만 모처럼 바닷속에 놀러 왔는데 사진을 찍지 않으면 좀 아쉽다고 생각했다.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손이 느슨해지는 느낌을 받아 원유희는 깜짝 놀라 김신걸의 손을 잡아당겼다.김신걸의 거대한 산호 옆에 있는 돌을 가리키고 또 뒤를 가리켰다.원유희는 뒤를 따르는 경호원을 보고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자꾸 텔레파시가 통하는 거지…….’뜻을 알게 된 후, 원유희는 김신걸의 도움으로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그리고 김신걸은 그녀의 손을 놓고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에게 손짓했다.원유희는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아 순간 무엇을 찍으려는지 알았다.‘이렇게 헤엄쳐 가면 망신 당하지 않을까? 진짜 이쁘게 나올까?’원유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었고 김신걸은 그저 묵묵히 그녀를 기다렸다. 원유희가 애당초 찍기 싫었다면 원유희는 김신걸의 놓지 않았을 것이다.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위에서 헤엄쳐 내려갈지, 어떻게 해야 자태가 예쁠지 생각했다. 어린 여자애처럼 고민했다.아래에 서 있는 김신걸을 바라보니 육지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기세가 있었다.원유희는 거리를 눈대중하여 머릿속에서 몇 번 시뮬레이션을 한 후 일어서서 아래로 뛰어내렸다.물갈퀴를 살살 휘두르며 손을 앞으로 뻗어 마치 앞사람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사진작가는 사실 경호원이 아니라 프로 사진작가였고 김신걸은 프로 작가를 4명이나 데리고 와서 가장 완벽한 장면을 찾기 위해 모든 각도에서 다 촬영을 진행했다.원유희는 김신걸 품에 쏘옥 들어갔고 모든 것이 딱 좋았다. 김신걸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고글 뒤의 검은 눈은 원유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원유희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좀 수줍어 졌는바 자신의 자세가 어떤지, 못생기게 나오지 않았는지 걱정했다. 아무래도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다가 김신걸은 원유희보고 따로 찍으라고 했다.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원유희는 완전히 걱정을 내려놓고 촬영을 시작했다.김신걸이
그러니까 낚아 올린 어떤 물고기라도 먹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냥 ‘사람 애간장을 태우려고 일부러 낚은 거야 뭐야?’원유희는 바다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흥분한 나머지 해산물을 먹을 수 없는 일까지 잊었고 심지어 성게 계란찜을 먹으려 했다.몸을 돌릴 때 원유희는 경호원이 성게를 바다에 던지려고 하는 것을 보고 바삐 다가가서 막았다.“안 던지면 안 될까요? 그…… 내가 못 먹지만 다른 사람들은 먹을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선물 주고 싶어요.”김신걸이 버리라고 했기에 경호원은 난처해졌다.“괜찮아요. 일단 놔둬요. 제가 김신걸이랑 말해볼게요.”원유희는 김신걸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오빠, 오빠, 성게를 버리지 않으면 안 돼요? 제가 포장해서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면 되잖아요!”김신걸은 예리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그녀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 것 같았다. 한참 후에야 김신걸은 입을 열었다.“놔둬.”원유희는 김신걸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기 시작했다.‘누구한테 선물하는 것을 묻지 않았으니까 내 마음대로 선물해도 되겠지?’그들이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다된 점심은 이미 모두 갑판 위의 식탁에 올려져 있었지만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세쌍둥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의자에 앉고 이리저리 비틀더니 그제야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밥 먹어야지!”“나 너무 배고파요!”“저도요!”원유희는 웃으면서 말했다.“아까는 올라오기 싫다며?”옆에 또 어항을 만들어 무늬바리에게 먹히지 않도록 아이들이 잡아 온 전리품을 따로 키웠다.그들은 상을 에워싸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몇십 분 동안 바다에서 헤엄쳤더니 배가 유난히 고팠다. 역시 수영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운동이었다. 세쌍둥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눈에는 음식만 보였다.해산물이 없었지만 각종 고기, 부침, 구이, 튀김, 볶음, 조림들로 가득해 상다리가 부러지게 진수성찬이 차렸고 향기가 여기저기로 퍼졌다.밥을 먹고 휴식하자마
”아빠도 우리랑 같이 자요?”상우는 소파에 앉아 있는 김신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너희들 먼저 가, 난 좀 늦게 갈게." 김신걸은 원유희를 힐끗 보았다.원유희는 얼굴을 찡그리고 아이들을 끌고 갑판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이랑 그냥 해본 소리야 아니면 진짜로 오려는 거야?’근데 그 침대도 어전원 것보다 절대 작지 않았다.앞뒤 5분 차이었지만 김신걸이 방에 들어왔을 때 원유희와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다. 이 잠든 아이는 원유희 곁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하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보자 김신걸은 한참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그리고 김신걸의 손은 베갯머리에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원유희의 턱을 쥐고 위험한 말투로 말했다.“일부러 애들 사이에 비집고 자면서 날 피한 거야?”“음…….”원유희는 비몽사몽 하게 끙끙거리며 몸을 뒤척이며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조한이를 껴안고 계속 잠을 잤다.김신걸은 손등으로 보드라운 작은 얼굴을 매만졌고,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엄혜정은 병실 입구에 가서 먼저 문을 두드리고 안의 소리를 듣고서야 들어갔다. 이미 한번 왔었기에 경호원들도 딱히 막지 않았다. 원유희의 비서였기에 엄혜정이 들어가자 원수정은 여간 반갑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까지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원수정은 엄혜정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사모님,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엄혜정은 가져온 과일을 탁자 위에 놓고 창문을 조금 닫았다.“또 과일을 가져왔어요? 안 가져와도 되는데.”출근하기도 바쁜데 올 때마다 과일을 들고 오니까 원수정은 감사하면서도 미안했다.“많이 안 샀어요.”엄혜정은 개의치 않았다.“사장님이 평소에 절 엄청 챙겨주세요. 그래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요. 아직도 어지러우세요?”“아니, 이젠 침대에서 내려와 움직여도 될 것 같아.”원수정은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심지어 다친 후로부터 3일 동안 윤정을 보지도 못했다.“오기 전에 송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저보고 사모님을 부축하면서 천천히 걸으라고
엄혜정은 곁눈질하지 않고 걸어가서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그 몇 명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휘파람을 불었는데, 엄혜정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담배 꽁초 하나가 그녀의 발끝 앞에 떨어져 그녀의 발걸음을 세게 했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양아치 중 한 명이 엄혜정의 앞을 가로막아 그녀를 갈 수 없게 했다.“이쁜이, 뭐 하러 가? 오빠가 같이 가줄까? 오빠들이 지금 시간이 많아.”양아치는 아주 불쾌하고 찌질한 눈빛으로 엄혜정을 바라보았다.원래 벽에 기대어 있던 몇 명의 남자들도 엄혜정의 뒤로 돌아가 앞뒤로 막아 그녀가 전진할 수도 없고 후퇴할 수도 없게 했다."필요 없으니까 좀 비켜줄래요?" 엄혜정이 물었다."왜 필요 없겠어? 네가 필요해 보이는데." 앞의 양아치가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엄혜정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양아치의 옆으로 빠졌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걸어갔다.“이쁜이, 가지 마.”양아치는 갑자기 엄혜정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엄혜정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와졌고 왼손으로 자기 어깨를 잡은 그 손을 잡아 그 양아치를 내팽개쳤다. 그 양아치는 땅과 부딪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뜻밖이라는 듯 좀 놀랐다. 근데 이런 것을 보고 물러설 양아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 번에 우르르 돌진해서 엄혜정을 잡으려 했다.팔이 잡히자 엄혜정은 그녀를 잡은 양아치의 무릎을 찼다. 양아치는 아파서 손을 놓더니 이어서 두 번째 양아치가 엄혜정의 손을 잡았다.엄혜정은 호신 능력만 있을 뿐, 무술이 엄청 강한 것은 아니었다.혼자 대여섯 명의 양아치들을 당해내는 것 힘든 일이었다. 결국 엄혜정은 벽에 몰리었고 두 손은 두 양아치에 잡혔다."젠장, 감히 우리한테 손찌검하다니, 어쭈, 다시 해봐 봐?"양아치 여섯이 이겼지만 쉽게 이기지는 못했다. 얼굴, 다리, 등에는 다 상처를 입었다. 사람이 적었다면 엄혜정이 질 일이 없었다.“정말 예상 못 했어. 비실비실하게 생겼는데 좀 하네. 지금 어디 반항해봐. 어디
엄혜정은 길가의 벤틀리 차를 보고 물었다.“선생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병실에서 날 봤잖아?" 육성현은 가볍게 웃었다."근처에서 밥 먹을 곳을 찾다가 네가 양아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볼 줄은 몰랐다. 만나서 다행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정말 고마워요."엄혜정이 또 말했다.“끝이야?”“네?”엄혜정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마침 밥을 안 먹었는데 같이 밥을 먹을까?" 육성현이 제안했다.“내 조카 비서니까 제성에 맛집을 잘 알고 있겠지?”예전이라면 엄혜정은 거절했을 텐데 금방 도움을 받았고 심지어 자신을 구하느라 밥때도 놓쳐서 조금 애매했다. 비록 원유희의 삼촌이었으나 엄혜정은 여전히 불안했다.“근데 저 이미 밥 먹었어요.”엄혜정은 마음대로 이유를 찾았다.“근데 맛집 추천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아니면 내일 나 가는데 오늘 저녁 같이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육성현이 물었다.엄혜정은 시선이 흔들렸고 조심스레 물었다.“왜……저랑 밥을 먹으려 하는 거죠?” 그들은 아예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고 어울리지 않았다. 하나는 부잣집 훌륭한 자제였고, 하나는 가난한 집안 출신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들은 아무런 허세도 없어서 오히려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그냥 알고 싶어서. 네가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두려워하는지.”엄혜정은 충격을 받았다. 엄혜정은 그가 이것을 알고 싶어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럼 같이 밥 먹는 거로 알고 있을게. 퇴근한 후 회사에 데리러 갈게.”육성현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엄혜정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았고 차에 타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엄혜정은 벤틀리 차가 멀리 가는 것을 보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엄혜정은 육성현이 젠틀하고 선을 시키며 수양이 있는 고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김하준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나를 구하고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계속 거절하면 좀 아니겠지?’엄혜정은 그냥 감사 인사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