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은 우산 아래의 그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뒷걸음을 치다가 등이 뒤에 있던 나무에 부딪혔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육……육 선생님 안녕하세요.”엄혜정의 눈빛이 흔들렸다.육성현은 그녀의 뒤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비 오는 날에 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안 된다는 거 몰라요?”엄혜정은 그의 점잖은 웃음이 김하준의 나쁜 남자 같은 웃음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번개가 치는 것을 못 봤어요. 그냥 비 맞기 싫어서 여기에 왔어요.”"타세요, 바래다 드릴게요."엄혜정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마음만 받을게요, 전 지하철로 가면 돼요.”“지하철역이 좀 먼데, 아니면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드릴까요?"육성현은 호의를 베푸는 듯이 말했다.“아……아니에요. 전 이만 가볼게요!”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육성현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빗속으로 달려들어 갔다.육성현은 우산을 쓰고 거기에 서 있었다. 육정침은우산 위에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호박색 눈동자는 먼 곳에서 머리에 가방을 이고 점점 사라져가는 엄혜정을 바라보았다.엄혜정은 지하철역에 뛰여들었을 때 몸에 입고 있던 옷은 거의 다 젖어버렸다. 그녀는 옷을 잡아당기고 가방에 있던 휴지를 꺼내 머리를 닦았는데 아무리 닦아도 모습은 여전히 낭패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육성현의 차에 올라탈 수 없었다.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얼굴을 보면 아주 당황스럽고 무서웠다.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비에 젖지 않도록 엄혜정은 지하철역에서 우산을 빌리고 떠났다.이튿날 엄혜정은 회사에 간 후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래도 원유희에게 연락하는 것을 선택했다.“사장님, 육성현님께서 왔다 가셨어요.”“아, 저희 아버지 보러 갔겠네요. 회사에도 갔어요?”“네, 어제 오후에 왔어요. 사장님이 안 계시는 거 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갔어요.”“엄 비서, 낮에 짬을 낼 때 병원에 가서 우리 부모님을 한번 봐주면 안 될까요? 도저
원유희가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광경에 감탄했다.이 바다는 모든 곳이 다 깊은 것은 아니었고 이쪽 구역은 그다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십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밑바닥을 볼 수 있었다. “아빠, 물고기 한 마리만 있으면 너무 외롭지 않아요? 다른 작은 물고기도 좀 잡아요.”“근데 이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잡아 먹을 거야.”“네?”유담이는 공포에 떨었다.“그래도 키우고 싶어?”유담이는 어항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무늬바리를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먹을 거를 안 주면 굶어 죽는 건가요?”“맞아.”조한이가 와서 유담이를 위로했다.“우리 이 물고기를 키우지 말고 바다에 돌려보내도 얘는 그래도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을 거야.”원유희는 딸의 무기력한 얼굴을 보고 눈을 부릅뜨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뭐야 지금 자기 딸을 괴롭히는 거야?’원유희는 유담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쟤한테 얼린 작은 물고기랑 물고기 사료를 주면 돼.”김신걸은 원유희의 눈빛을 무시하고 유담이를 안아가며 말했다.“약육강식, 이게 자연의 법칙이야.”“저 알아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예요!”조한이가 대답했다.“맞아. 아빠가 만든 드래곤 그룹도 그래. 지금 그 어떤 중소기업도 다 인수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인 일이야."다 말하고 김신걸은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어항에 던졌다.무늬바리는 바로 반응하여 갑자기 작은 물고기를 한입에 삼켰다.세 아이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보고도 아직 반응도 못 한 사이에 작은 물고기가 없을어졌다.“없……없어졌어요…….”유담이는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다.“대단해…….”조한이랑 상우가 놀라며 말했다.“아빠도 이렇게 다른 회사들을 인수했어요?”상우가 물었다.“맞아.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방이 당황한 틈을 타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인수했어.”김신걸은 그들에게 비즈니스 싸움이 전쟁터와 같다는 얘기과 싸움 룰
“괜찮아, 너희들끼리 놀면 돼.”원유희는 거절했다.“엄마 왜 우리랑 같이 안 놀아줘요……?”유담이는 억울했다.원유희는 주눅이 든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가자.”원유희는 애써 승낙했다. 하지만 산소호흡기랑 다른 장비들이 다 준비되고 바다에 들어가려던 순간 그녀는 또 망설이기 시작했다.바다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옥에 가는 느낌이었다.세쌍둥이가 경호원 따라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원유희는 적잖이 놀랐다.“호흡기 문제없지? 호흡기를 잘 물어야 해. 놓으면 안 돼. 아까 호흡하는 법을 다 배웠지? 만약에……만약에 바다에 들어가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을 쉬는 법을 까먹었다면?”“우우우움!”유담이는 호흡기를 문 채로 말했다.원유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한 글자도 알아듣지 못했다. 힘내라와 같은 격려의 말인 것 같았다.세 어린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씩 물속으로 뛰어들어 흰 뭉치처럼 단번에 그림자가 사라졌다.원유희가 막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경호원이 물 아래에서 이미 아이들을 받아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더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안 내려가?" 김신걸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원유희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며 두 손으로 가드레일을 꽉 잡았다. 그가 지난번 수영장 옆에서처럼 뒤에서 갑자기 습격해서 자신을 물에 밀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정말로 그런다면 원유희는 놀라서 기절할 게 뻔했다.“바다에 놀러 가는 것이 그냥 계속 요트에 있는 줄 알았어?”김신걸은 장난기가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렸다. ‘진짜 그렇게 생각했는데?’원유희는 바다에 놀러 가면 그냥 요트 우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오션뷰를 보고 해산물을 먹으면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갑자기 입수라니?“나……나 안 내려가도 되잖아! 경호원들이 세쌍둥이의 옆에 있는데…….”원유희는 긴장했다.바다의 물이 파랗게 하늘빛을 비추고 있었고 엄청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하지만 원유희의 입장에선
수족관에는 절대 없는 멋진 바다 세계였다.원유희가 손을 들자 분홍색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녀의 손가락을 쪼았고 간지러운 나머지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웃기 시작했다.김신걸은 그녀를 보고 있는데, 검은 눈동자가 바다 밑보다 더 깊고 짙었다.모래와 자갈의 진흙에 발을 디뎠지만 원유희의 손은 여전히 김신걸을 놓지 못했다. 필경 물속에서는 육지와 다르다.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똑바로 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몸은 물의 흐름에 따라 흔들린다.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세쌍둥이가 쪼그리고 앉아 모래알 위의 조개를 줍고 있는 것을 보았다. 조한이는 더 겁이 없었고 지네처럼 생긴 물고기 한 마리를 손에 쥐었다. 모습을 보자 원유희는 놀라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조한이는 물고기를 가지고 놀다가 놔주었다. 그러자 물고기는 홀딱 구멍으로 숨었다. 물고기도 무서워하는 조한이었다.원유희는 여기가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상관하지 않았다. 만약 위험하다면, 김신걸은 아이들을 여기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는데 온통 푸른색이고 가까운 곳에는 작은 기포가 하나하나 솟아올랐으며 먼 곳에는 밑도 끝도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두렵게 한다.오른쪽에서 한 손이 뻗어와 원유희의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다른 쪽을 쳐다보는 것을 막아 자신이 딴 생각을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고 심해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적합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산호 위에 주의를 기울여 걸어서 보았다. 물론 김신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여전히 익사할까 봐 두려웠다.원유희는 허리를 굽혀 산호 옆의 돌에 성게가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갑자기 커져서, 김신걸을 끌고 보려고 애썼다.‘이걸 다 잡아서 먹으면 엄청 배부르게 먹을 것 같은데? 심지어 공짜로!”김신걸은 손을 들어 경호원에게 눈치 줬다. 그러자 원유희는 한손에 통을
하지만 모처럼 바닷속에 놀러 왔는데 사진을 찍지 않으면 좀 아쉽다고 생각했다.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손이 느슨해지는 느낌을 받아 원유희는 깜짝 놀라 김신걸의 손을 잡아당겼다.김신걸의 거대한 산호 옆에 있는 돌을 가리키고 또 뒤를 가리켰다.원유희는 뒤를 따르는 경호원을 보고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자꾸 텔레파시가 통하는 거지…….’뜻을 알게 된 후, 원유희는 김신걸의 도움으로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그리고 김신걸은 그녀의 손을 놓고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에게 손짓했다.원유희는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아 순간 무엇을 찍으려는지 알았다.‘이렇게 헤엄쳐 가면 망신 당하지 않을까? 진짜 이쁘게 나올까?’원유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었고 김신걸은 그저 묵묵히 그녀를 기다렸다. 원유희가 애당초 찍기 싫었다면 원유희는 김신걸의 놓지 않았을 것이다.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위에서 헤엄쳐 내려갈지, 어떻게 해야 자태가 예쁠지 생각했다. 어린 여자애처럼 고민했다.아래에 서 있는 김신걸을 바라보니 육지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기세가 있었다.원유희는 거리를 눈대중하여 머릿속에서 몇 번 시뮬레이션을 한 후 일어서서 아래로 뛰어내렸다.물갈퀴를 살살 휘두르며 손을 앞으로 뻗어 마치 앞사람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사진작가는 사실 경호원이 아니라 프로 사진작가였고 김신걸은 프로 작가를 4명이나 데리고 와서 가장 완벽한 장면을 찾기 위해 모든 각도에서 다 촬영을 진행했다.원유희는 김신걸 품에 쏘옥 들어갔고 모든 것이 딱 좋았다. 김신걸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고글 뒤의 검은 눈은 원유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원유희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좀 수줍어 졌는바 자신의 자세가 어떤지, 못생기게 나오지 않았는지 걱정했다. 아무래도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다가 김신걸은 원유희보고 따로 찍으라고 했다.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원유희는 완전히 걱정을 내려놓고 촬영을 시작했다.김신걸이
그러니까 낚아 올린 어떤 물고기라도 먹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냥 ‘사람 애간장을 태우려고 일부러 낚은 거야 뭐야?’원유희는 바다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흥분한 나머지 해산물을 먹을 수 없는 일까지 잊었고 심지어 성게 계란찜을 먹으려 했다.몸을 돌릴 때 원유희는 경호원이 성게를 바다에 던지려고 하는 것을 보고 바삐 다가가서 막았다.“안 던지면 안 될까요? 그…… 내가 못 먹지만 다른 사람들은 먹을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선물 주고 싶어요.”김신걸이 버리라고 했기에 경호원은 난처해졌다.“괜찮아요. 일단 놔둬요. 제가 김신걸이랑 말해볼게요.”원유희는 김신걸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오빠, 오빠, 성게를 버리지 않으면 안 돼요? 제가 포장해서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면 되잖아요!”김신걸은 예리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그녀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 것 같았다. 한참 후에야 김신걸은 입을 열었다.“놔둬.”원유희는 김신걸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기 시작했다.‘누구한테 선물하는 것을 묻지 않았으니까 내 마음대로 선물해도 되겠지?’그들이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다된 점심은 이미 모두 갑판 위의 식탁에 올려져 있었지만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세쌍둥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의자에 앉고 이리저리 비틀더니 그제야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밥 먹어야지!”“나 너무 배고파요!”“저도요!”원유희는 웃으면서 말했다.“아까는 올라오기 싫다며?”옆에 또 어항을 만들어 무늬바리에게 먹히지 않도록 아이들이 잡아 온 전리품을 따로 키웠다.그들은 상을 에워싸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몇십 분 동안 바다에서 헤엄쳤더니 배가 유난히 고팠다. 역시 수영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운동이었다. 세쌍둥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눈에는 음식만 보였다.해산물이 없었지만 각종 고기, 부침, 구이, 튀김, 볶음, 조림들로 가득해 상다리가 부러지게 진수성찬이 차렸고 향기가 여기저기로 퍼졌다.밥을 먹고 휴식하자마
”아빠도 우리랑 같이 자요?”상우는 소파에 앉아 있는 김신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너희들 먼저 가, 난 좀 늦게 갈게." 김신걸은 원유희를 힐끗 보았다.원유희는 얼굴을 찡그리고 아이들을 끌고 갑판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이랑 그냥 해본 소리야 아니면 진짜로 오려는 거야?’근데 그 침대도 어전원 것보다 절대 작지 않았다.앞뒤 5분 차이었지만 김신걸이 방에 들어왔을 때 원유희와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다. 이 잠든 아이는 원유희 곁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하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보자 김신걸은 한참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그리고 김신걸의 손은 베갯머리에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원유희의 턱을 쥐고 위험한 말투로 말했다.“일부러 애들 사이에 비집고 자면서 날 피한 거야?”“음…….”원유희는 비몽사몽 하게 끙끙거리며 몸을 뒤척이며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조한이를 껴안고 계속 잠을 잤다.김신걸은 손등으로 보드라운 작은 얼굴을 매만졌고,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엄혜정은 병실 입구에 가서 먼저 문을 두드리고 안의 소리를 듣고서야 들어갔다. 이미 한번 왔었기에 경호원들도 딱히 막지 않았다. 원유희의 비서였기에 엄혜정이 들어가자 원수정은 여간 반갑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까지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원수정은 엄혜정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사모님,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엄혜정은 가져온 과일을 탁자 위에 놓고 창문을 조금 닫았다.“또 과일을 가져왔어요? 안 가져와도 되는데.”출근하기도 바쁜데 올 때마다 과일을 들고 오니까 원수정은 감사하면서도 미안했다.“많이 안 샀어요.”엄혜정은 개의치 않았다.“사장님이 평소에 절 엄청 챙겨주세요. 그래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요. 아직도 어지러우세요?”“아니, 이젠 침대에서 내려와 움직여도 될 것 같아.”원수정은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심지어 다친 후로부터 3일 동안 윤정을 보지도 못했다.“오기 전에 송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저보고 사모님을 부축하면서 천천히 걸으라고
엄혜정은 곁눈질하지 않고 걸어가서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그 몇 명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휘파람을 불었는데, 엄혜정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담배 꽁초 하나가 그녀의 발끝 앞에 떨어져 그녀의 발걸음을 세게 했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양아치 중 한 명이 엄혜정의 앞을 가로막아 그녀를 갈 수 없게 했다.“이쁜이, 뭐 하러 가? 오빠가 같이 가줄까? 오빠들이 지금 시간이 많아.”양아치는 아주 불쾌하고 찌질한 눈빛으로 엄혜정을 바라보았다.원래 벽에 기대어 있던 몇 명의 남자들도 엄혜정의 뒤로 돌아가 앞뒤로 막아 그녀가 전진할 수도 없고 후퇴할 수도 없게 했다."필요 없으니까 좀 비켜줄래요?" 엄혜정이 물었다."왜 필요 없겠어? 네가 필요해 보이는데." 앞의 양아치가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엄혜정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양아치의 옆으로 빠졌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걸어갔다.“이쁜이, 가지 마.”양아치는 갑자기 엄혜정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엄혜정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와졌고 왼손으로 자기 어깨를 잡은 그 손을 잡아 그 양아치를 내팽개쳤다. 그 양아치는 땅과 부딪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뜻밖이라는 듯 좀 놀랐다. 근데 이런 것을 보고 물러설 양아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 번에 우르르 돌진해서 엄혜정을 잡으려 했다.팔이 잡히자 엄혜정은 그녀를 잡은 양아치의 무릎을 찼다. 양아치는 아파서 손을 놓더니 이어서 두 번째 양아치가 엄혜정의 손을 잡았다.엄혜정은 호신 능력만 있을 뿐, 무술이 엄청 강한 것은 아니었다.혼자 대여섯 명의 양아치들을 당해내는 것 힘든 일이었다. 결국 엄혜정은 벽에 몰리었고 두 손은 두 양아치에 잡혔다."젠장, 감히 우리한테 손찌검하다니, 어쭈, 다시 해봐 봐?"양아치 여섯이 이겼지만 쉽게 이기지는 못했다. 얼굴, 다리, 등에는 다 상처를 입었다. 사람이 적었다면 엄혜정이 질 일이 없었다.“정말 예상 못 했어. 비실비실하게 생겼는데 좀 하네. 지금 어디 반항해봐.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