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정 씨랑 할 말 없어요. 끊을게요.”“원찬식 그 인간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해?”금방이라도 전화를 끊을 것 같은 기세에 원수정이 다급하게 물었다.순간, 당황하던 여채아가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 끝을 꽉 부여잡았다.“그…… 그 사람 죽었어요? 전 몰랐는데요.”“그날, 유난히 어둡고 바람이 세게 불던 날이었지. 양일산 꼭대기에서…… 정말 기억 안 나?”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까지 말하는 원수정의 목소리에 여채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당신…….”“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날…… 나 다 봤어.”“원…… 원하는 게 뭐예요?”“몰라서 물어? 유희한테서 떨어져.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여채아, 3일 줄게. 떠날 건지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갈 건지 잘 생각해 봐.”통화를 마친 여채아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마음속 저편에 묻어둔 기억이 스멀스멀 다시 떠올랐다.‘목격자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게다가 그 사람이 하필 원수정이라니…… 어떻게 하지? 떠나야 하나?’세상 모르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던 여채아가 눈시울이 붉어졌다.‘하느님, 왜 이 정도 행복도 허락하지 않으시는 건가요?’오후, 퇴근 시간을 앞둔 원유희가 탈의실로 들어왔다.휴대폰을 확인한 원유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엄마가 전화했었네…… 그것도 두 번이나?’깜짝 놀란 원유희가 바로 전화를 했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괜찮아. 애들 다 잘 있어.”안도의 한숨을 내쉰 원유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아이들이 생긴 뒤로 호들갑만 늘어나는 것 같아요.”“엄마들은 다 그래…….”망설이던 여채아가 말을 이어갔다.“유희야, 요즘에는 기숙 어린이집도 좋은 데 많다던데. 애들 거기에 맡기는 게 어떻겠니? 계속 집에만 가둬두는 것도 안 좋아…….”‘설마…… 애들 케어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러시는 건가? 영희 이모님도 그렇고…… 엄마가 돼서는 내가 너무 나몰라라 했나?’“네. 알겠어요. 좋은 데 있나 어디 한 번 알아볼게요.”기숙 어린이집은 제
이연이 선물 상자를 받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지만 안경을 치켜올린 표원식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뇌물 같은 거 안 받습니다.”“뇌물이 모예요?”조한이 높은 소리로 묻자 원유희가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쳤다.“교장 선생님한테 인사드려야지…….”“선생님 안녕하세요!”세 쌍둥이가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친한 척도 안 통합니다.”손으로 턱을 괸 표찬식이 들고 있던 펜을 천천히 돌렸다.“학부모님 학벌은 어떻게 되시죠? 직장은 어디에 다니세요? 연수입은 어떻게 되십니까?”연이은 질문 3종 세트에 당황한 원유희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전…… 대학교 중퇴했어요. 지금은 퍼펙트 성형외과에서 일하고 있고 월수입은 250만원 정도입니다……”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는 원유희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면접이라는 게 부모님 면접이었어?’살짝 미간을 찌푸린 표찬식이 질문을 이어갔다.“아이 아버지는요?”“아이 아빠는…… 죽었어요…….”“중퇴하기 전엔 어느 대학을 다니셨죠?”“스탠포드요.”‘스탠포드? 그렇게 좋은 학교에서 중퇴했다고? 거짓말 아니야?’잠시 고민하던 표찬식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어머님 조건으로는 저희 어린이집에 입원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어린이집 학비도 그렇고…… 적어도 중산층 정도는 되어야 하거든요.”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원유희가 고개를 숙였다.‘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현실의 벽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높구나…….’“아…… 알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표찬식과 원유희를 번갈아 바라보던 세 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록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분위기가 무겁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원유희가 세 쌍둥이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서고 표찬식의 시선이 책상 위에 올려둔 선물로 향했다.손가락으로 상자를 연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돈이나 명품이 들어있을 줄 알았던 상자에는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이 있었다.“존경하는 선생님
“엄마, 엄마가 가시면 아이들은 누가 케어해요…….”“네가 말했잖아. 기숙사형 어린이집이라 괜찮을 거라고.”힘이 풀린 원유희가 벽에 몸을 기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몸에 힘이 풀릴 것 같았으니까…….“왜요? 제가 부담스러우세요?”“유희야, 미안해…….”이 말을 마지막으로 여채아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왜…… 왜 갑자기 떠나시는 거지? 왜…….’혼란스럽던 그때 갑자기 어젯밤 엄마가 건네던 통장이 떠올랐다.‘설마 돈 때문에……? 아니야…… 아니야…… 엄마가 아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렇게 떠나실 순 없어.’잠시 후, 원유희는 반차를 내고 여채아의 집으로 달려갔다.텅 빈 집을 둘러보던 원유희가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다.옷들은 그대로였지만 다시 전화를 걸어봐도 여채아는 묵묵부답이었다.‘뭐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건가……?’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원유희는 아이들 픽업을 위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기숙사가 있다곤 하지만 일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까진 집에서 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엄마를 만난 세 쌍둥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재잘거렸지만 원유희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대충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유담이 물었다.“엄마, 할미는요?”‘엄마도 알고 싶다…… 도대체 어디 가신 거야…….’“할머니 볼일 보러 나가셨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잠깐만…….”주방으로 들어간 원유희가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하려던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부리나케 휴대폰을 집어든 원유희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기다리던 여채아가 아니라 김신걸의 전화였으니까.아이들이 정신없이 거실에서 놀고 있는 걸 확인한 원유희가 전화를 받았다.“나 지금 엄마 집이야.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지금 요리해 드리고 있어.”동시에 원유희는 일부러 요리 소리를 더 크게 냈다.“나와.”“지금 어떻게 나가? 엄마
“악!”자동차 좌석에 털썩 주저앉은 원유희의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내가 부르면 바로바로 나오라고 했지.”검은 그림자가 그녀에게 드리웠다.김신걸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느낀 원유희가 다급하게 물었다.“뭐 하는 짓이야?”“알면서 뭘 물어?”“안 돼…….”원유희의 눈길이 앞좌석에 앉은 운전기사에게로 향했다.그녀의 시선을 따라 기사를 힐끗 바라보던 김신걸이 말했다.“이 기사.”그의 목소리에 운전기사가 바로 차에서 내린 뒤 차에서 최대한 멀어졌다.더 이상 피할 수도 없는 상항에 원유희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그녀를 곱게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어쩌면 좋지.눈을 번쩍 뜬 원유희가 김신걸의 어깨를 부여잡은 채 그녀의 입술로 돌진했다.갑작스러운 뽀뽀에 살짝 당황하던 김신걸이 바로 주도권을 되찾았다.끈적한 키스가 끝나고 김신걸이 피식 웃었다.“허접한 수 쓰지 마.”자신의 얕은 수를 들켰다는 생각에 원유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난 그냥…… 이런 데서 함부로 대해지는 게 싫어서…….”하지만 그녀의 의견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듯 진한 키스와 무감정한 관계가 시작되었다.잠시 후, 원유희가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김신걸의 낮은 중저음이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피임 제대로 해.”원유희가 살짝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만약 임신하면?”“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원유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후끈 달아온 차안 온도에 가슴이 답답해진 김신걸이 창문을 열었다.입에 담배를 문 김신걸이 가녀린 원유희의 그림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원유희, 아직도 편하게 살길 바라는 거야? 꿈깨…… 난 너 평생 괴롭힐 거니까…….’잠시 후 차에 탄 이 기사가 물었다.“출발해도 되겠습니까?”“그래.”김신걸이 몇 모금 빤 담배 꽁초를 창밖으로 던졌다.한편, 원유희는 계단을 오르며 김신걸에 대한 온갖 욕설을 중얼거렸다.“미친 자식. 뭐든 다 자기 마음대로
“고모님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뭘 이렇게 자세하게 묻나 싶었지만 경찰의 질문이니 원유희는 고분고분 대답했다.“제 고모는 김씨 일가에 며느리로 들어간 뒤로는 저희 아빠와는 연락이 끊겼을 거예요. 형사님,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희 엄마가 살인이라뇨…… 그럴 리가 없어요.”“여채아 씨 스스로 자백한 겁니다. 게다가 장소, 시간까지 정확하게 진술했어요. 거짓말일 가능성은 거의 업다고 보면 됩니다.”무거운 표정으로 말하던 형사가 되물었다.“김씨 일가라면…….”“아, 김풍그룹 김영 대표님이 고모부세요…….”원유희의 대답에 형사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김풍그룹……? 그게 사실이라면 상부에 보고드려야 할 것 같은데…….조사를 마치고 혐의를 벗은 원유희는 바로 여채아가 있다는 구치소로 향했다.이미 죄수복을 입은 여채아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엄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엄마…… 그때 저랑 아빠 버리고 떠나셨다면서요?”원유희가 울먹이며 물었다.“그래. 떠났었지. 그런데 그 지독한 인간이 결국 날 찾아냈더라. 돈 내놓으라고 때리고 난리를 치는데…… 정말 이대로면 내가 먼저 죽겠다 싶었어. 그래서 양일산으로네 아빠를 유인해 방심한 사이…… 벼랑 아래로…… 밀어버렸어…….”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 듯 여채아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럼 왜 자수하신 거예요? 이제 와서 왜요?”고개를 숙인 여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널 다시 만나니까…… 불안해지더라…….”고개를 숙인 원유희는 한참을 소리죽여 울었다.살인은 명백한 범죄였지만 만약 그녀가 먼저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을 숨겼을 것이다.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가 안쓰러웠다.“왜…… 왜 다시 나타났다가…… 나한테 희망을 주고선…… 이렇게 다시 떠나시는 거예요? 애들…… 애들한테는 뭐라고 말하라고…….”딸의 눈물에 무표정이던 여채아의 얼굴에 드디어 감정이라는 것이 실렸다.“아이들한테는…… 멀리 돈 벌
‘집에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겠지…… 그런데 애들은 어떡하지?’기대 반, 걱정 반으로 원유희는 7시까지 어전원에서 김신걸을 기다렸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던 원유희가 밖으로 나가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다.“……그래서 애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재울 수 있을까요?”“네, 그럼요. 걱정마세요, 어머님.”통화를 마친 원유희의 끝없는 기다림은 계속 되었다.9시, 10시, 11시…….시간이 흐를수록 무력감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원유희를 휘감았다.‘설령 김신걸이 집으로 돌아온다 해도 내 부탁을 들어줄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이때 문자 알림음이 그녀를 끝없는 절망감에서 끌어올렸다.‘김신걸이야……!’그가 보낸 건 모 고급 주점의 주소.김신걸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원유희는 벌떡 일어섰다.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돌려 해림에게 부탁했다.“저 좀 여기까지 데려다주세요. 신걸이한테 가는 거예요.”잠시 후, 그녀를 태운 차량이 주점 앞에 도착하고 웨이터가 미리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룸 앞으로 안내했다.숨을 깊게 내쉰 원유희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순간, 귀를 울리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낯선 이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김명화?양쪽에 여자들을 안고 있는 김명화의 얼굴을 본 원유희가 흠칫했다.그 맞은편에 앉은 김신걸의 옆에도 글래머러스한 여자 한 명이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갑자기 나타난 원유희를 발견한 김명화도 흠칫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집안 공주님이잖아??”공주님…….김영이 그녀를 부르던 애칭이었지만 지금 다시 들으니 우습게 느껴질 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걱정스러운 건 공주님이라는 호칭이 김신걸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뿐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원유희는 김신걸의 앞으로 다가갔다.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그녀가 애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나랑 얘기 좀 해.”“누가 너랑 얘기하겠대?”순간 원유희의
“너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해?”김신걸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원유희, 생각보다 발칙하네?”자신의 말실수를 눈치챈 원유희가 다급하게 말을 바꾸었다.“그…… 그런 말이 아니라…….”“방에 가서 씻고 기다려.”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기에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마지막 남은 자존심일까? 수치심이 밀려들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 룸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직원 한 명이 룸을 나선 그녀를 다른 건물의 한 호텔로 안내했다.화려한 스위트룸을 훑어보던 원유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하긴.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 중에 곱게 술만 마시고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샤워를 마친 원유희는 탈의실에 놓인 섹시한 속옷을 발견했다.곱게 포장된 속옷에는 가격표까지 그대로 달려있었다.이까짓 돈 따위 신경 쓸 김신걸이 아니었지만…… 평소 그의 성격대로라면 그녀가 조금이라도 걸치고 있지 않길 바랄 게 분명했으므로 그녀는 다시 속옷을 내려놓았다.따뜻한 이불속에 몸을 숨긴 원유희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난 도대체 김신걸에게 어떤 존재일까? 연인? 섹파? 노리개? 아니면 전용 창녀……?’어떤 존재든 그녀의 엄마만 구할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형, 원유희랑 설마…….”말끝을 흐린 김명화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은 질문을 대신했다.흥미롭다는 듯 허리를 앞으로 숙인 김명화가 피식 웃었다.“뭐 이해해. 원유희, 천박한 핏줄이긴 하지만 얼굴이며 몸매며 남자라면 한번쯤은 흔들릴만 하니까.”김명화의 질문에 김신걸은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김신걸의 표정을 완벽하게 가려주었다.“원유희한테서 떨어져. 마지막 경고야.”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에 김명화가 두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형, 난 걔한테 관심없어. 맹세해.”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김신걸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뭉개버렸다.“근데 넌 왜 걔한테 관심을 갖는 건데? 너도 천박해서 그런 건가
“다 됐어. 지금 가.”여채아가 부랴부랴 눈물을 닦아냈다.식탁 앞에 마주앉은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오후에 애들 픽업은 내가 갈게요. 엄마는 쉬세요.”“어린이집에 그만 보내지 그래? 전에는 너도 출근해야 하고 애들 혼자 집에 둘 수 없으니까 그런 거지만…… 이제 나도 괜찮고 애들 케어할 수 있어. 엄한 돈 쓰지 마.”“괜찮아요. 다른 애들이랑 지내도 보고 사회성도 길러야죠.”비록 생활형편은 어려워도 교육만은 최고로 시켜주고 싶은 원유희였다.오후, 어린이집에 도착한 원유희의 시야에 삼둥이의 모습이 들어왔다.아이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삼둥이의 모습에 원유희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다행이다. 잘 적응해 줘서…….’그녀가 문을 열고 십여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한편, 방금 전까지 세상 모르고 놀고 있던 삼둥이들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원유희의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엄마!”“엄마!”“엄마!”갑작스러운 변화에 원유희도 당황스러웠다.“표정 변화 너무 빠른 거 아니야?”누군가의 목소리에 원유희가 고개를 돌렸다.언제 나타났는지 안경을 쓴 표원식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교장 오빠(형) 안녕하세요!”삼둥이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얘들 좀 봐.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원유희가 바로 수정해 주자 조한이 바로 반박했다.“교장선생님은 너무 젊으니까 형아 같아요!”세 아이들의 존경어린 시선에 표원식이 어깨를 으쓱했다.“아이들이 역시 가장 솔직하군요.”말을 마친 표원식은 올 때처럼 소리없이 자리를 뜨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원유희가 반박자 늦게 허리를 숙였다.“안, 안녕히 가세요.”잠시 후, 여채아의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신발도 벗기 전에 눈을 반짝였다.“할미다!”“할미 어디 갔었져요?”“할미, 보고 시펐져요!”품에 착착 감기는 삼둥이를 쓰다듬던 여채아가 몰래 눈물을 흠쳤다.“외할머니 일 때문에 잠깐 어디 좀 갔다 왔었어.”유담이 그녀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