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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한편, 이 상황이 난처한 건 원유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여유롭게 상황을 살피던 김신걸이 원유희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

“윽!”

원유희가 자연스럽게 김신걸의 가슴 위로 쓰러지고 김신걸이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훔쳐보니까 재밌어?”

원유희의 몸이 움찔거렸지만 이 상황에서 반항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스킨십을 지켜보던 안가희가 부들거렸다.

‘안가희…… 저 여우 같은 계집애가 언제…….’

하지만 분노를 분출하기도 전에 차가운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더러운 커피 들고 당장 꺼져!”

얼굴이 창백해진 안가희가 한 손으로는 옷섶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커피잔을 든 채 도망치 듯 사무실을 나섰다.

당황한 나머지 셔츠를 풀어헤친 모습을 다른 직원들에게 들키면 어쩌지 생각도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나 직장 생활 더 힘들어져.”

억울하다는 듯한 원유희의 목소리가 그녀의 턱을 들어 시선을 마췬 김신걸이 말했다.

“너 똑똑하잖아. 너라면 잘 해결할 거라 믿어.”

‘새 휴대폰을 숨긴 것에 대한 벌이구나…… 다행이야. 이 정도로 끝나서……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데…….’

김신걸의 악마 같은 모습을 이미 알고 있는 원유희는 이마저도 다행이다 싶었다.

잠시 후, 김신걸이 회사를 나서고 안가희는 잔뜩 화난 발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했다.

왠지 불안한 기분에 그 뒤를 따라들어가보니 안가희가 미친 듯이 그녀의 락커에 든 물건을 내던지고 있었다.

“안가희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다급하게 다가간 원유희가 바로 그 앞을 막아섰지만 그 순간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휴대폰 액정이 처참하게 깨지고 원유희가 안가희를 노려보았다.

“미쳤어요?”

분노로 목까지 빨개진 안가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하, 정말 이렇게 천박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대표님은 언제 꼬신 거예요? 하, 두 사람 오늘 처음 만난 거 아니죠? 아, 어쩐지. 사직서까지 내고도 다시 돌아와서 이상하다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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