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일은 나중에, 지금은 자." 신걸은 직접 손으로 유담의 얼굴을 덮었다.그 얼굴은 손바닥이랑 비교하기엔 너무 작았다.대답을 거부하는 것이 가장 옳았다.신걸이 원하지 않는것보다 그녀도 이상하다고 느꼈다.매일 이렇게 다섯 사람이 함께 자면 서로 사랑하는 가족 같지 않는가? 모처럼이면 아이들을 위해 타협할 수 있겠지만."안 자, 안 잘래, 아빠 이야기 들려줘~" 유담이 애교를 부렸다.원유희는 신걸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을 느끼고 정말 '이야기를 해주는’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다.그에게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있구나!오늘 그의 활약이 괜찮은 것을 보고 원유희는 그를 도와줬다."불 꺼."신걸은 손을 뻗어 불을 껐다.방안이 갑자기 깜깜해졌다. 유담이 말했다."이야기도 안해주고!"원유희는 가장 가까운 상우를 껴안았다."응, 졸려. 엄마 먼저 잘게. ""...…""아빠는?" 조한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 아빠도 잠들었어. 빠르다."원유희는 웃음을 참았다.세 꼬마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잠에 든걸 확인했다."달래기 좋네." 신걸이 입을 열었다.원유희는 눈을 감고 말했다."달래기 어려울 때도 있어.""언제?""몸이 아프면 울고 보채고 밤새 자지 않아. 다행히 다른 애들은 괜찮은데 유담은 나약해서 지난번에 병이 났을때 난 국내에서 갈수 없어서 조급해했어. "신걸은 잠시 침묵하고 말했다."전혀 몰랐어. "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앞으로 우리 엄마 인생이랑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인생을 살지 않을까 생각하고......"유희가 말했다.신걸의 눈썹이 어둠 속에서 비틀렸고 그 작은 한숨은 그를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유희는 신걸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졸음을 띠었다.잠들기 전에 신걸이 무슨 말을 한것 같았는데 피곤해서 잘 듣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가 한 착각일 것이다.어떻게 다를까?그녀
주방에 들어와 보니 분유는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해림은 웃으며 말했다.“곧 깨날 것 같아서 미리 탔어요.”분유병을 안고 작은 입으로 우유를 오물오물 마시는 조야의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김신걸은 또 남은 분유병 두 개를 들고 위층으로 돌아갔다. 방에 들어가서 상우도 깨어난 것을 보자 분유병을 쥐여줬다. 유담는 엄마 품에 안겨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자고 있었다.“데가 할게요.”막 우유를 다 마신 조야는 분유병을 가지고 아빠 품에서 내려와 침대로 낑낑 올라갔다.김신걸이 아직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조한이는 이미 분유병으로 유담이의 입술을 톡톡 건드리더니 유담이는 자는 채로 입을 열어 우유를 마셨다. 다 마시고 또 계속 잤다.조한이는 분유병을 김신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다 마셨어요.”김신걸이는 조한이의 능숙한 몸짓을 보며 이런 일이 한두 번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들들을 데리고 나갔고 원유희와 유담이더러 계속 자게 놔두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때 침대에는 그녀 혼자였다. 좀 있다가 그제야 자신이 지금 어디서 자고 있었던 가를 깨달았고 어젯밤 누구랑 잤는가를 깨달았다.방에서 나온 원유희는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세쌍둥이는 물론이고 김신걸도 발견하지 못했다.해림이 걸어왔다.“선생님은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으로 갔어요. 곧 돌아올 거예요.”“회사 안 갔어요?”김신걸처럼 사업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 지금 이 시각까지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유희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럴 리가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엄청 이뻐하세요.”해림이 웃으며 말했다.사실 원유희도 김신걸이 아이를 위해 달라질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달라졌고 이 점을 원유희를 안심시켰다.‘김신걸이 아이들의 편을 들어준다면 문제 될 거 하나도 없어…….’원유희는 위층으로 돌아가 세수했다. 몸에 있는 옷은 여전히 어제 입던 그대로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김신걸이랑
원유희는 팔이 아파 나기 시작했다.“이 손 놔…….”“아!”윤설의 몸은 갑자기 뒤로 넘어지더니 계단에서 떨어졌다.공포에 질린 원유희는 아래로 떨어진 윤설을 바라보았고 윤설을 미처 잡지 못한 손을 허공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이쪽으로 달려온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고 김신걸임을 확인했다.윤설은 계단 모퉁이에까지 굴러서야 멈췄고 김신걸은 앞으로 나가 그녀를 안았다.“설아?”윤설의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마지막 힘까지 모아 손가락으로 원유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쟤가……날……밀었어…….”그리곤 바로 기절했다. 김신걸은 위에 있는 원유희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눈빛은 예리하고 차가웠다.모골이 송연해지고 몸에 힘이 빠진 풀린 원유희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을 쳤다.“아니……나 아니야…….”김신걸은 원유희의 얘기를 무시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윤설을 안고 어전원을 떠나 병원으로 갔다.원유희는 손으로 가드레일을 잡고 있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래, 나 한 거 아니야! 윤설이 일부러 넘어진 거라고! 날 모함하려고!”하지만 그 당시 김신걸의 표정을 보면 윤설은 성공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는 세쌍둥이는 돌아오자마자 계단으로 올라가서 원유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위에 올라갔을 때 거기에 주저앉은 원유희를 발견했다.“엄마 깨어나요!”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애써 괜찮을 척을 하며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아무래도 그들처럼 어린 아이는 혼자 계단을 오르기 힘들었으니까.“어디 가서 놀았어?”원유희는 아이들의 발그레한 작은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등산하러 갔어요!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갔어요. 내려와서 아빠가 먼저 갔어요!”조한이가 말했다.“아빠랑 같이 갔는데 저희가 호랑나비를 보고 나비 보러 갔어요!”유담이는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는 어디 갔어요?”상우가 물었다.원유희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회사에 갔어.”‘다행이다. 애들이 안 봤어. 애들이 보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악독한 사람이
“지금 신걸 씨를 만날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원유희가 물었다.“윤설은 깨어났어요?”“모릅니다.”원유희는 또 경호원에게 그녀를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경호원도 김신걸에게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김신걸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으니 자신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혹여나 억지로 들어가면 다친 윤설의 휴식을 방해한다고 더욱 심한 처벌을 할 것이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참고 몸을 돌려 송욱 사무실로 가서 윤설의 상황을 물었다.“심각해요?”"뇌진탕은 꽤 심각한데 안심해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원유희는 이게 위로라고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어차피 이번 일은 원유희가 재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김신걸을 만날 수 없는 원유희는 무기력하게 송욱이랑 해명했다.“걔가 제 팔을 잡고 있었고 전 그냥 걔 손을 뿌리치고 싶었던 것이에요. 전 걔를 밀지 않았고 쟤가 혼자 뒤로 넘어진 거라고 절 모함하려고 한 거예요!”송욱은 단지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의사일 뿐이었기에 이런 사고가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김신걸 표정이 엄청 안 좋았죠? 막 사람을 죽이고 싶은 그런 눈빛이었어요?”원유희는 겁에 질려 물었다.“너무 무서워하진 말아요. 아무래도 세 아이가 있으니 유희 씨를 어떻게 하진 못할 거예요.”“근데……제가 민 것도 아닌데! 제가 왜 당해야 하는 거예요?”원유희는 조급하게 말했다.“우선 진정해요. 제 생각에는 김 선생님이 판단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먼저 병실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럼 더 엉망으로 될 거예요.”풀이 죽은 원유희는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걔가 무슨 판단을 하겠어? 지가 본 것만 사실이라고 느끼겠지!’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송욱의 사무실을 떠났다.윤설의 병실에 가지 않았고 어차피 가도 김신걸을 보지 못할 것 같았기에 송욱의 말을 듣고 병원에서 나갔다.어젯밤 그렇게 화목한 장면을 보고 일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줄 알았지만 자신의 착각임을 확인
원유희는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두렵고 억울했고 실망스러웠다.“네가 무슨 착각을 한 것 같은데?”김신걸은 눈빛이 냉혹하고 말투가 다정하지 않았다.“뭔 착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애들이랑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잘못이야? 어젯밤에도 윤설이 전화를 걸어서 날 협박했는데 오늘에 또 날 찾아와서 모함한 거라고!”김신걸은 앉아서 원유희의 턱을 잡고 얘기했다.“네가 폰을 따로 샀다는 거를 모를 거라 생각했어? 응?”원유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미 알고 있던 거야?’“그럼 핸드폰이 감청된 것도 알았겠네? 대체 걔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네가 유도한 걸까?”경황실색한 원유희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야. 나 그런 적 없어, 믿어 줘…….”“이게 네가 말한 사랑이야? 그리고 뭐 좀 들려줄게.”김신걸은 핸드폰을 꺼내 안에 있는 녹음을 틀었다.원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윤설이 김신걸이랑 과연 결혼할 수 있을지도 미지의 수인데! 김신걸이 우리 집 유희를 위해서 잠적한 거 보면 모르겠어? 그래, 내가 가르친 거야, 윤설 대신 김신걸이랑 결혼할 수만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지.”원유희는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장미선이랑 얘기한 거구나. 장미신이 녹음하고 윤설한테 주고 윤설이 김신걸한테 들려줬나 보네.”김신걸은 핸드폰을 도로 넣고 말했다.“무슨 수단과 방법을 쓰려고 했어, 말해 봐봐, 나도 좀 들어보게.”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에 힘을 주더니 원유희는 김신걸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게 되었다. 원유희의 머리는 김신걸의 옷깃에 닿을 정도였고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아……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그럼 내가 좋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었네?”김신걸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으스스했고 차가웠다.원유희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나……아니야…….”“나랑 윤설의 결혼을
그러나 윤설의 지금 좋은 기분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녹음 파일을 신걸 씨 한테 들려줬더니, 진짜 엄마가 못 봐서 그렇지 그 사람 표정이 엄청 굳은 걸요.”윤설이 말했다.“원수정 모녀가 감히 우리랑 싸우려고? 내 평생 가장 큰 소원이 원수정 얼굴을 진흙탕에 넣어 밟아버리는 거야.”“다행히 엄마가 나를 도와줬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신걸 씨는 아마 원유희의 짓이라고 믿지 않을걸요.”“걔가 네 결혼을 망치려고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원수정처럼 뇌가 없는 사람은 상대하기 쉬워, 몇 마디로 자극하기만 하면 돼.”장미선은 득의양양했다.윤설은 계단에서 떨어진 것은 사실 원유희를 이기려고 만든 자작극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안정했다. 게다가 여기는 병원이라 보는 눈도 많고 듣는 귀도 많은데 누가 들으면 안 되었다.어차피 윤설의 목적은 달성되었다.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이 원유희를 어떻게 대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고 그냥 원유희가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다.원수정은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아파트에 찾아갔는데 문을 두드려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열쇠를 꺼내 안으로 들어가자 안은 어두컴컴했다.“나갔나? 어디 갔지…….”원수정은 스위치를 누르자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서 죽을뻔했다.“유희야, 집에 있었어? 근데 왜 전화도 안 받고 불도 안 켜고 그래. 무슨 일이 있어?”걸어가 보니 원유희의 눈가가 촉촉해 있었고 표정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왜 장미선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질문했다. 이미 화를 낼 힘조차 없었다.원수정은 순간 멈칫하다가 어제 자신을 찾아온 장미선이 떠올랐다.“걔가 날 찾아와서 따지는데 어떡해, 당연히 반박해서 본때를 보여줘야지. 걔가 알려줬어?”“윤설이 오늘 오전에 어전원에 갔는데 저도 있었어요. 걔가 저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척을 해서 김신걸이 병원에 데려다줬는데 윤설이 김신걸한테 엄마랑 장
“너 먼저 앉아있어. 엄마가 먹을 것을 좀 해올게.”원수정은 몸을 돌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러 가지 식재로 가득 차 있었다.원수정은 윤정이 사 온 것인 줄도 모르고 몇 개를 골라 요리하기 시작했다.원수정은 사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장미선 그 말을 다 녹음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이 일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 딸의 일을 망치게 되었다.지금 이 순간, 장미선 모녀는 틀림없이 아주 득의양양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밥이 다 되자 원유희는 테이블에 앉아 영혼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원수정은 원유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가 먹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유희야, 미안해. 걔네들 꾀에 넘어갈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엄마가 아니어도 윤설이 다쳤으니까 전 결국엔 한번은 고생하게될 거예요. 김신걸이 윤설을 얼마나 아끼는데…….”원유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더 이상 찾아가지 마요. 저희 그 사람들 상대가 아니에요.”“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자, 더 생각해보자…….”원수정은 윤정이 떠올랐지만 윤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도움이 되었지만 이 일은 진작에 해결되었을 것이다.원수정은 이곳에 남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원수정을 돌려보냈다.원유희는 아무도 없는 방에 남아 마음이 공허해졌다. 아이들을 잃고 혼자 쓸쓸하게 남은 미래와도 같다고 생각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원유희 사람은 일찍 깼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밖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거실로 갔다.핸드폰을 가져와서 보니 고선덕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팀장님.”“언제 출근해요?”“이틀만 휴가 내도 될까요?”“그럼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팀장으로서 걱정하는 겁니다.”“이틀 전에 고열로 아팠어요.”“김 선생님이랑 별일 없는 거죠?”원유희는 입을 열지 않았고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푹 쉬어요.”이 말을 하고 고선덕은 통화를 종료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원수정 모녀의 수고는 다 물거품으로 될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막 외출하고 있는 윤정을 보고 급하게 물었다.“돌아왔어?”“서류 가지러 왔어.”윤정은 냉담한 태도로 차에 올랐다.화가 난 장미선은 바로 입을 열었다.“설이 지금 입원했는데 아직 모르지?”차 문을 열던 윤정은 멈칫하더니 그녀를 돌아보았다.장미선은 책망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정말, 딸에게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모르고 있었어?”“무슨 일이야? 괜찮아?”윤정은 그저께도 집에서 밥을 먹다가 윤설을 봤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았다.“어전원에 가서 원유희는 만났는데 둘이 얘기하다가 말다툼이 생긴 것 같아. 원유희가 설이를 계단에서 밀쳤대, 뇌진탕 와서 하마터면 못 깨어날 뻔했다고.”장미선은 울분을 토했다.“설이가 무슨 나쁜 얘기를 했다고 쳐, 그래도 어떻게 손찌검을 할 수가 있어? 그렇게 높은 계단에서 사람을 밀친 건 살인이랑 뭐가 달라?”"말도 안 돼! 유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윤정은 믿지 않았다.“신걸이도 믿었는데 당신이 무슨 이유로 안 믿어? 당신 신걸보다 유희를 더 잘 알아? 걔 12살부터 김씨 집안에서 자랐어.”장미선은 윤정을 조롱하기 시작했다.윤정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 차를 몰면서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느 병원인지 알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병실에 들어가니 병실 안에 윤설밖에 없었다.윤정은 윤설 머리의 붕대를 보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심각하대?”“뇌진탕이래요. 하마터면 식물인간이 될 뻔했어요. 다행히 송 선생님 의술이 뛰어나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 데 곧 있으면 집에 가도 된대요.”“어떻게 다쳐서 입원했는데 아빠랑 연락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빠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아빠가 곤란할까 봐요. 그래서 안 말했어요. 아빠는 분명히 저랑 다친 이유를 물을 건데 제가 날 밀친 사람이 원유희라고 말하면 아빠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아빠 원유희를 그렇게 애지중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