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먼저 앉아있어. 엄마가 먹을 것을 좀 해올게.”원수정은 몸을 돌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러 가지 식재로 가득 차 있었다.원수정은 윤정이 사 온 것인 줄도 모르고 몇 개를 골라 요리하기 시작했다.원수정은 사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장미선 그 말을 다 녹음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이 일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 딸의 일을 망치게 되었다.지금 이 순간, 장미선 모녀는 틀림없이 아주 득의양양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밥이 다 되자 원유희는 테이블에 앉아 영혼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원수정은 원유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가 먹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유희야, 미안해. 걔네들 꾀에 넘어갈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엄마가 아니어도 윤설이 다쳤으니까 전 결국엔 한번은 고생하게될 거예요. 김신걸이 윤설을 얼마나 아끼는데…….”원유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더 이상 찾아가지 마요. 저희 그 사람들 상대가 아니에요.”“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자, 더 생각해보자…….”원수정은 윤정이 떠올랐지만 윤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도움이 되었지만 이 일은 진작에 해결되었을 것이다.원수정은 이곳에 남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원수정을 돌려보냈다.원유희는 아무도 없는 방에 남아 마음이 공허해졌다. 아이들을 잃고 혼자 쓸쓸하게 남은 미래와도 같다고 생각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원유희 사람은 일찍 깼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밖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거실로 갔다.핸드폰을 가져와서 보니 고선덕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팀장님.”“언제 출근해요?”“이틀만 휴가 내도 될까요?”“그럼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팀장으로서 걱정하는 겁니다.”“이틀 전에 고열로 아팠어요.”“김 선생님이랑 별일 없는 거죠?”원유희는 입을 열지 않았고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푹 쉬어요.”이 말을 하고 고선덕은 통화를 종료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원수정 모녀의 수고는 다 물거품으로 될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막 외출하고 있는 윤정을 보고 급하게 물었다.“돌아왔어?”“서류 가지러 왔어.”윤정은 냉담한 태도로 차에 올랐다.화가 난 장미선은 바로 입을 열었다.“설이 지금 입원했는데 아직 모르지?”차 문을 열던 윤정은 멈칫하더니 그녀를 돌아보았다.장미선은 책망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정말, 딸에게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모르고 있었어?”“무슨 일이야? 괜찮아?”윤정은 그저께도 집에서 밥을 먹다가 윤설을 봤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았다.“어전원에 가서 원유희는 만났는데 둘이 얘기하다가 말다툼이 생긴 것 같아. 원유희가 설이를 계단에서 밀쳤대, 뇌진탕 와서 하마터면 못 깨어날 뻔했다고.”장미선은 울분을 토했다.“설이가 무슨 나쁜 얘기를 했다고 쳐, 그래도 어떻게 손찌검을 할 수가 있어? 그렇게 높은 계단에서 사람을 밀친 건 살인이랑 뭐가 달라?”"말도 안 돼! 유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윤정은 믿지 않았다.“신걸이도 믿었는데 당신이 무슨 이유로 안 믿어? 당신 신걸보다 유희를 더 잘 알아? 걔 12살부터 김씨 집안에서 자랐어.”장미선은 윤정을 조롱하기 시작했다.윤정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 차를 몰면서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느 병원인지 알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병실에 들어가니 병실 안에 윤설밖에 없었다.윤정은 윤설 머리의 붕대를 보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심각하대?”“뇌진탕이래요. 하마터면 식물인간이 될 뻔했어요. 다행히 송 선생님 의술이 뛰어나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 데 곧 있으면 집에 가도 된대요.”“어떻게 다쳐서 입원했는데 아빠랑 연락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빠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아빠가 곤란할까 봐요. 그래서 안 말했어요. 아빠는 분명히 저랑 다친 이유를 물을 건데 제가 날 밀친 사람이 원유희라고 말하면 아빠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아빠 원유희를 그렇게 애지중
"왜 그래? 가기 싫어?" 윤정은 멍해졌다.“아빠, 그냥 내 일에 신경 쓰세요. 어차피 소용없어요.”“왜 소용없어? 적어도 애들을 볼 순 있잖아!”“그래도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이제 가서 진짜로 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그때 다시 아빠를 찾아갈게요.”윤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바를 몰랐다. 한 남자 때문에 두 딸이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버지로서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이것을 생각하자 윤정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아빠, 돌아가세요, 전 괜찮아요."“그냥 이렇게 억울하게 있으려고?”“다 제 탓이죠. 뭐. 괜히 아이들을 낳았어요. 안 낳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두 사람의 일을 다 네 탓으로 돌릴 순 없어. 다 김신걸 때문이야. 어떻게 욕심스럽게 둘 다 가지려고 그래?”원유희는 그녀의 아버지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은 자신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복수하려는 것뿐이었다.“그리고 아빠, 그 사람들을 찾아가진 마세요. 증거도 없으니까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말싸움만 하고 끝나게 될 거예요.”“그럼 그냥 모른 척을 해?”“증거 없으면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원유희는 힘겹게 윤정을 돌려보냈다. 그녀는 윤정을 이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소용없었기 때문이다.원유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틀 동안 집에 있었는데, 김신걸의 전화도 받지 못했고, 아이들도 보지 못했다.‘김신걸은 허락 없이 아이를 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허락하면 볼 수 있겠지?’원유희는 머리를 쥐어짜서 그 말을 분석했는데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웠다.‘어떻게 허락할 수 있겠어, 윤설이 다쳐서 지금 날 죽이고 싶어 하겠는데.”옆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보이자 원유희는 뭐라도 생각난 듯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기대어 과일을 먹던 윤설은 원유희한테서 결려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받았다.“할 말이 있으면 해.”“윤설, 왜 날 모함한 거야?”“내가 언제? 뭐라는 거야?”옆에 있던 장미선은 듣자마자 누가 전화했는지 알고 스피커를 켜라고 했다
“네 용서 따윈 필요 없어, 난 그런 적이 없으니까.”원유희는 그럴 수가 없었다.“진짜?”원유희의 답장이 안 들려오자 윤설이 다시 물었다.“나 며칠 후에 신걸 씨랑 혼인 신고하러 가는데, 정말로 나한테 잘 보일 생각이 없어?” 원유희는 위협감을 느꼈다.‘김신걸이랑 윤설이 정말로 혼인 신고하러 가?’“나한테 싹싹 빌면 내가 혈연관계를 생각해서 널 좀 잘 대해줄게, 네 아이도.”“난 정말 궁금해. 다 아빠 딸인데 왜 넌 이렇게 악랄할까? 나는 나고, 애들은 애들이야, 네가 애들한테 잘 대해주면 애들은 당연히 너한테 감사해하고 효도를 드릴 거야.”“무슨 소리야? 난 뭐 애를 낳을 줄 모르냐? 굳이 네 애들의 효도를 받게? 필요 없어!”윤설은 각박하게 말했다.“결혼하든 아이를 낳든 다 축복해줄게. 앞으로 그냥 넌 너대로, 난 나대로 영원히 마주치지 말자. 됐지?”“네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화를 안 낼 거라고 생각해?”원유희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윤설은 그녀를 조롱했다.“감히 내 전화를 끊어? 원유희 너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었나 봐?”“쟤도 이젠 더 이상 도망칠 곳 없어. 널 계단에서 밀쳐놓고 감히 적반하장을 해? 나도 정말 기가 막혀서, 인성이 왜 저래?”윤설은 반박하지 않았다. 설령 친엄마라도 윤설은 진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자기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김신걸이 대화 내용을 듣고 진짜로 아이들을 안 보여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했다.‘날 향한 김신걸의 마음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원유희는 여전히 일하러 가지 않고 어두컴컴한 집에 틀어박혀다.핸드폰은 계속 켜고 있었지만 윤정과 원수정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전화는 없었다. 원유희도 전화를 걸지 않았고 특히 김신걸 쪽을 더더욱 피했다.김신걸이 자신을 내팽개친 순간, 원유희는 적잖이 놀랬다. 전까지 평화롭게 지냈고 심지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위험과 공포로 가득 찼다. 기분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게 바로 김신걸의 본성이
“노는 게 아니라 엄마를 오랫동안 못 봐서 그래요!”조한이는 반항했다. 차가운 표정을 한 김신걸은 그냥 냉담하게 말했다.“들어가서 자.”“어떻게……저희한테 화낼 수 있어요?”조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상우와 유담을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 아빠 싫어, 엄한한테 갈 거야, 표아빠를 찾아갈 거야!”김신걸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온 사람이 깊은 어둠 속에 휩싸인 듯 무서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세쌍둥이는 집을 떠나 홀에 도착하자마자 해림과 메이드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한 명씩 안아 위층 방으로 돌려보냈다.조한이는 침대에 앉은 채로 짧은 두 팔을 옆구리에 얹으며 화를 냈다.“우리가 가출하겠다는데 왜 막아? 우린 여기에 있기 싫어! 엄마 찾으러 갈 거야! 엄마가 출장 갔다고? 우리가 세살짜리 애들도 아니고!”“우리 아직 세살도 안되었으니까 속기 더 쉬워!”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해림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진짜로 출장 가셨어, 너희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너희들이야. 며칠만 더 있으면 엄마가 오실 거야.”“며칠이 정확하게 며칠인데요?”상우가 물었다.“이건 내가 아직 선생님이랑 묻지 않아서, 물어보면 바로 얘기해줄게. 오늘 밤은 그냥 먼저 잘까?”세쌍둥이를 겨우 달래서 재웠다.아래층으로 내려온 해림은 김신걸을 위해 위에 좋은 홍차를 준비하고 서재 문을 두드렸다.김신걸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 일들이 쌓여있었다.해림은 홍차를 김신걸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 예전대로라면 해림은 차를 따르고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나갔을 것이었고 말이라곤 하지 않을 것이다.“선생님, 홍차를 좀 드세요. 위가 안 좋으시잖아요. 애들은 이미 다 잠들었고요, 자기 전까지 계속 엄마를 찾았어요. 근데 그럴 만도 하죠,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잖아요.”"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김신걸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날의 일은 전 비록 보
노크 소리를 듣자 침대에 쓰러진 원유희는 반박자 느리게 움직이었고 자신이 무슨 환각이라도 생긴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방 문이 열려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원유희는 자기 방에 나타난 김명화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했다.‘아직도 열쇠를 갖고 있어?’원유희는 소극적인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원유희, 회사가 네 집이야?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고.”김명화는 문틀에 기대어 냉담하게 물었다.원유희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사직할게요. 나중에 팀장님이랑 연락할거예요.”“그래.”이 말을 마치자 방안은 조용해졌다.그러다가 갑자기 김명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팀장, 원유희 사직 처리 하세요.”원유희는 몸을 돌려 통화 하고 있는 김명화를 바라보았다.고선덕이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명화는 눈섭을 찌푸리며 말했다.“본인까지 찾을 필요가 뭐 있어? 내 명령으로도 부족한가봐?”원유희는 김명화에게 손짓을 했다.김명화는 앞으로 걸어갔지만 핸드폰을 원유희에게 주지 않고 스피커를 켰다.“팀장님, 저 사직할게요.”원유희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했다.“왜? 몸이 안 좋아?”“개인 사정으로 못가게 될 것 같아요.”“괜찮아, 여기에 자리를 비워둘게, 오고 싶을 때 오면 돼.”“정말이에요.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달에 출근한 적도 없어서 월급은 없으니까 안 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절 친절하게 돌봐주셨는데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 안녕히 계세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바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인데 뭐 하는 거야? 일어나서 나랑 밥 먹자!"김명화를 상대하고 싶은 않은 원유희는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김명화는 원유희를 끌어당겼다.원유희는 반항하기 시작했고 김명화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김명화 씨, 그만 좀 해요!”“내가 출장하러 해외에 좀 갔다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진 마. 말해 봐, 김신걸이랑 윤설이 혼인 신고하러 가려던
모든 게 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는데 모든 노력에 한순간에 수포가 되었다. ‘나 나 때문에…….’얼마 있지 않아 국수는 다 완성되었고 원유희는 한 입 한 입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맞은편에 앉은 김명화는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냥 아이들일 때문에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어?”“아이가 없으니까 어떻게 제 마음을 알겠어요?”김명화는 애초부터 원유희를 공감해 줄 상황이 못 되었다.“그래 난 몰라. 근데 너 이번 생을 다 김신걸이랑 아이 갖고 싸우는데 바칠 거야? 걔한테는 별로 영향이 없겠지만 넌 과연 가능할까?”“저 겨우 스무 살인데, 이렇게 10년 더 살아도 문제 될 거 없어요.”“서른살이 되면 어느 남자가 널 좋다고 결혼해주겠어?”김명화는 원유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어차피 당신은 안 노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원유희는 되받아쳤다.김명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정말 이쁜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원유희는 김명화의 표정이 차가워 진 것을 보았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내가 부른 것도 아니고 뭐.’지난번에 그런 안 좋은 일이 일어 난후, 원유희는 김명화가 또다시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지난번에 김신걸이랑 잤어?”김명화의 너무 직설적인 얘기를 듣고 원유희의 입에서 하마터면 국수가 튀어나올 뻔했다. 원유희는 침착을 되찾고 말했다.“알 거 없잖아요?”“얘기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로 물었다.“왜요?”김명화는 말을 하지 않았고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주시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뭐라도 생각났는지 김명화 쪽으로 가더니 궁금하다는 말투로 물었다.“설마 질투하는 거예요?”"그렇다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 김명화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얘기였는데 김명화가 이렇게 막말을 할 줄 상상도 못했다.원유희의 표정은 순간 차가워졌고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날 귀찮게 만들지 말아요.”“내가 만들어준 국수를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그
방으로 돌아온 윤설은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김신걸을 믿고 싶었지만, 장미선의 얘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설마 원유희 만나러 갔겠어?’생각할수록 급해 난 윤설은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번 울린 후에야 김신걸은 전화를 받았다.“신걸 씨, 바빠?”“응. 무슨 일 있어?”“아니, 이틀 동안 아무 소식도 없으니까 걱정되어서 연락했어.”‘요즘 바빠. 이제 시간 나면 널 보러 갈게.”“급해 하지 않아도 돼. 바쁜 일부터 봐. 몸조심하고.”“응.”통화가 끝난 후, 윤정은 김신걸 쪽의 소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아주 조용한 환경이었다.‘회사인가? 드래곤 그룹?’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윤설은 참지 못하고 꽃단장하고 외출했다.장미선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윤설을 보며 말했다.“어디가? 너 지금 아직 휴식해야 해.”“괜찮아요, 작업실에 가보려고요.”여태껏 집에서 휴식하는 것도 다 김신걸의 동정받고 김신걸이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붓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김신걸이 저 정도로 바쁘다면 윤설은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혼자 운전하려고?”장미선은 원유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괜찮다니깐요.”윤설은 차를 몰고 작업실이 아니라 드래곤 그룹으로 향했다.윤설은 김신걸이 드래곤 그룹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지하 2층에 가니 김신걸의 롤스로이스를 발견했지만 그래도 제일 위층까지 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비서가 윤설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윤설은 걸어가서 물었다.“신걸 씨는요?”“사무실에 계십니다.”이 말을 듣자 윤설은 드디어 시름을 놓게 되었다.‘역시 여기에 있어. 그래 신걸 씨가 어떻게 날 두고 원유희를 찾아갈 수가 있겠어? 원유희는 이제 제대로 김신걸에 미움을 산 셈인데.’윤설은 사무실에 들어갔다. 김신걸은 윤설을 힐끗 쳐다보곤 말했다.“왜 왔어, 몸은 괜찮아?’“별 느낌 없어.”윤설은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말했다.“특별히 자기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