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두렵고 억울했고 실망스러웠다.“네가 무슨 착각을 한 것 같은데?”김신걸은 눈빛이 냉혹하고 말투가 다정하지 않았다.“뭔 착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애들이랑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잘못이야? 어젯밤에도 윤설이 전화를 걸어서 날 협박했는데 오늘에 또 날 찾아와서 모함한 거라고!”김신걸은 앉아서 원유희의 턱을 잡고 얘기했다.“네가 폰을 따로 샀다는 거를 모를 거라 생각했어? 응?”원유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미 알고 있던 거야?’“그럼 핸드폰이 감청된 것도 알았겠네? 대체 걔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네가 유도한 걸까?”경황실색한 원유희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야. 나 그런 적 없어, 믿어 줘…….”“이게 네가 말한 사랑이야? 그리고 뭐 좀 들려줄게.”김신걸은 핸드폰을 꺼내 안에 있는 녹음을 틀었다.원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윤설이 김신걸이랑 과연 결혼할 수 있을지도 미지의 수인데! 김신걸이 우리 집 유희를 위해서 잠적한 거 보면 모르겠어? 그래, 내가 가르친 거야, 윤설 대신 김신걸이랑 결혼할 수만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지.”원유희는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장미선이랑 얘기한 거구나. 장미신이 녹음하고 윤설한테 주고 윤설이 김신걸한테 들려줬나 보네.”김신걸은 핸드폰을 도로 넣고 말했다.“무슨 수단과 방법을 쓰려고 했어, 말해 봐봐, 나도 좀 들어보게.”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에 힘을 주더니 원유희는 김신걸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게 되었다. 원유희의 머리는 김신걸의 옷깃에 닿을 정도였고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아……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그럼 내가 좋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었네?”김신걸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으스스했고 차가웠다.원유희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나……아니야…….”“나랑 윤설의 결혼을
그러나 윤설의 지금 좋은 기분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녹음 파일을 신걸 씨 한테 들려줬더니, 진짜 엄마가 못 봐서 그렇지 그 사람 표정이 엄청 굳은 걸요.”윤설이 말했다.“원수정 모녀가 감히 우리랑 싸우려고? 내 평생 가장 큰 소원이 원수정 얼굴을 진흙탕에 넣어 밟아버리는 거야.”“다행히 엄마가 나를 도와줬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신걸 씨는 아마 원유희의 짓이라고 믿지 않을걸요.”“걔가 네 결혼을 망치려고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원수정처럼 뇌가 없는 사람은 상대하기 쉬워, 몇 마디로 자극하기만 하면 돼.”장미선은 득의양양했다.윤설은 계단에서 떨어진 것은 사실 원유희를 이기려고 만든 자작극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안정했다. 게다가 여기는 병원이라 보는 눈도 많고 듣는 귀도 많은데 누가 들으면 안 되었다.어차피 윤설의 목적은 달성되었다.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이 원유희를 어떻게 대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고 그냥 원유희가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다.원수정은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아파트에 찾아갔는데 문을 두드려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열쇠를 꺼내 안으로 들어가자 안은 어두컴컴했다.“나갔나? 어디 갔지…….”원수정은 스위치를 누르자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서 죽을뻔했다.“유희야, 집에 있었어? 근데 왜 전화도 안 받고 불도 안 켜고 그래. 무슨 일이 있어?”걸어가 보니 원유희의 눈가가 촉촉해 있었고 표정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왜 장미선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질문했다. 이미 화를 낼 힘조차 없었다.원수정은 순간 멈칫하다가 어제 자신을 찾아온 장미선이 떠올랐다.“걔가 날 찾아와서 따지는데 어떡해, 당연히 반박해서 본때를 보여줘야지. 걔가 알려줬어?”“윤설이 오늘 오전에 어전원에 갔는데 저도 있었어요. 걔가 저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척을 해서 김신걸이 병원에 데려다줬는데 윤설이 김신걸한테 엄마랑 장
“너 먼저 앉아있어. 엄마가 먹을 것을 좀 해올게.”원수정은 몸을 돌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러 가지 식재로 가득 차 있었다.원수정은 윤정이 사 온 것인 줄도 모르고 몇 개를 골라 요리하기 시작했다.원수정은 사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장미선 그 말을 다 녹음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이 일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 딸의 일을 망치게 되었다.지금 이 순간, 장미선 모녀는 틀림없이 아주 득의양양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밥이 다 되자 원유희는 테이블에 앉아 영혼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원수정은 원유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가 먹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유희야, 미안해. 걔네들 꾀에 넘어갈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엄마가 아니어도 윤설이 다쳤으니까 전 결국엔 한번은 고생하게될 거예요. 김신걸이 윤설을 얼마나 아끼는데…….”원유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더 이상 찾아가지 마요. 저희 그 사람들 상대가 아니에요.”“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자, 더 생각해보자…….”원수정은 윤정이 떠올랐지만 윤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도움이 되었지만 이 일은 진작에 해결되었을 것이다.원수정은 이곳에 남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원수정을 돌려보냈다.원유희는 아무도 없는 방에 남아 마음이 공허해졌다. 아이들을 잃고 혼자 쓸쓸하게 남은 미래와도 같다고 생각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원유희 사람은 일찍 깼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밖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거실로 갔다.핸드폰을 가져와서 보니 고선덕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팀장님.”“언제 출근해요?”“이틀만 휴가 내도 될까요?”“그럼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팀장으로서 걱정하는 겁니다.”“이틀 전에 고열로 아팠어요.”“김 선생님이랑 별일 없는 거죠?”원유희는 입을 열지 않았고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푹 쉬어요.”이 말을 하고 고선덕은 통화를 종료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원수정 모녀의 수고는 다 물거품으로 될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막 외출하고 있는 윤정을 보고 급하게 물었다.“돌아왔어?”“서류 가지러 왔어.”윤정은 냉담한 태도로 차에 올랐다.화가 난 장미선은 바로 입을 열었다.“설이 지금 입원했는데 아직 모르지?”차 문을 열던 윤정은 멈칫하더니 그녀를 돌아보았다.장미선은 책망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정말, 딸에게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모르고 있었어?”“무슨 일이야? 괜찮아?”윤정은 그저께도 집에서 밥을 먹다가 윤설을 봤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았다.“어전원에 가서 원유희는 만났는데 둘이 얘기하다가 말다툼이 생긴 것 같아. 원유희가 설이를 계단에서 밀쳤대, 뇌진탕 와서 하마터면 못 깨어날 뻔했다고.”장미선은 울분을 토했다.“설이가 무슨 나쁜 얘기를 했다고 쳐, 그래도 어떻게 손찌검을 할 수가 있어? 그렇게 높은 계단에서 사람을 밀친 건 살인이랑 뭐가 달라?”"말도 안 돼! 유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윤정은 믿지 않았다.“신걸이도 믿었는데 당신이 무슨 이유로 안 믿어? 당신 신걸보다 유희를 더 잘 알아? 걔 12살부터 김씨 집안에서 자랐어.”장미선은 윤정을 조롱하기 시작했다.윤정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 차를 몰면서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느 병원인지 알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병실에 들어가니 병실 안에 윤설밖에 없었다.윤정은 윤설 머리의 붕대를 보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심각하대?”“뇌진탕이래요. 하마터면 식물인간이 될 뻔했어요. 다행히 송 선생님 의술이 뛰어나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 데 곧 있으면 집에 가도 된대요.”“어떻게 다쳐서 입원했는데 아빠랑 연락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빠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아빠가 곤란할까 봐요. 그래서 안 말했어요. 아빠는 분명히 저랑 다친 이유를 물을 건데 제가 날 밀친 사람이 원유희라고 말하면 아빠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아빠 원유희를 그렇게 애지중
"왜 그래? 가기 싫어?" 윤정은 멍해졌다.“아빠, 그냥 내 일에 신경 쓰세요. 어차피 소용없어요.”“왜 소용없어? 적어도 애들을 볼 순 있잖아!”“그래도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이제 가서 진짜로 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그때 다시 아빠를 찾아갈게요.”윤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바를 몰랐다. 한 남자 때문에 두 딸이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버지로서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이것을 생각하자 윤정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아빠, 돌아가세요, 전 괜찮아요."“그냥 이렇게 억울하게 있으려고?”“다 제 탓이죠. 뭐. 괜히 아이들을 낳았어요. 안 낳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두 사람의 일을 다 네 탓으로 돌릴 순 없어. 다 김신걸 때문이야. 어떻게 욕심스럽게 둘 다 가지려고 그래?”원유희는 그녀의 아버지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은 자신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복수하려는 것뿐이었다.“그리고 아빠, 그 사람들을 찾아가진 마세요. 증거도 없으니까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말싸움만 하고 끝나게 될 거예요.”“그럼 그냥 모른 척을 해?”“증거 없으면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원유희는 힘겹게 윤정을 돌려보냈다. 그녀는 윤정을 이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소용없었기 때문이다.원유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틀 동안 집에 있었는데, 김신걸의 전화도 받지 못했고, 아이들도 보지 못했다.‘김신걸은 허락 없이 아이를 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허락하면 볼 수 있겠지?’원유희는 머리를 쥐어짜서 그 말을 분석했는데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웠다.‘어떻게 허락할 수 있겠어, 윤설이 다쳐서 지금 날 죽이고 싶어 하겠는데.”옆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보이자 원유희는 뭐라도 생각난 듯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기대어 과일을 먹던 윤설은 원유희한테서 결려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받았다.“할 말이 있으면 해.”“윤설, 왜 날 모함한 거야?”“내가 언제? 뭐라는 거야?”옆에 있던 장미선은 듣자마자 누가 전화했는지 알고 스피커를 켜라고 했다
“네 용서 따윈 필요 없어, 난 그런 적이 없으니까.”원유희는 그럴 수가 없었다.“진짜?”원유희의 답장이 안 들려오자 윤설이 다시 물었다.“나 며칠 후에 신걸 씨랑 혼인 신고하러 가는데, 정말로 나한테 잘 보일 생각이 없어?” 원유희는 위협감을 느꼈다.‘김신걸이랑 윤설이 정말로 혼인 신고하러 가?’“나한테 싹싹 빌면 내가 혈연관계를 생각해서 널 좀 잘 대해줄게, 네 아이도.”“난 정말 궁금해. 다 아빠 딸인데 왜 넌 이렇게 악랄할까? 나는 나고, 애들은 애들이야, 네가 애들한테 잘 대해주면 애들은 당연히 너한테 감사해하고 효도를 드릴 거야.”“무슨 소리야? 난 뭐 애를 낳을 줄 모르냐? 굳이 네 애들의 효도를 받게? 필요 없어!”윤설은 각박하게 말했다.“결혼하든 아이를 낳든 다 축복해줄게. 앞으로 그냥 넌 너대로, 난 나대로 영원히 마주치지 말자. 됐지?”“네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화를 안 낼 거라고 생각해?”원유희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윤설은 그녀를 조롱했다.“감히 내 전화를 끊어? 원유희 너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었나 봐?”“쟤도 이젠 더 이상 도망칠 곳 없어. 널 계단에서 밀쳐놓고 감히 적반하장을 해? 나도 정말 기가 막혀서, 인성이 왜 저래?”윤설은 반박하지 않았다. 설령 친엄마라도 윤설은 진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자기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김신걸이 대화 내용을 듣고 진짜로 아이들을 안 보여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했다.‘날 향한 김신걸의 마음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원유희는 여전히 일하러 가지 않고 어두컴컴한 집에 틀어박혀다.핸드폰은 계속 켜고 있었지만 윤정과 원수정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전화는 없었다. 원유희도 전화를 걸지 않았고 특히 김신걸 쪽을 더더욱 피했다.김신걸이 자신을 내팽개친 순간, 원유희는 적잖이 놀랬다. 전까지 평화롭게 지냈고 심지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위험과 공포로 가득 찼다. 기분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게 바로 김신걸의 본성이
“노는 게 아니라 엄마를 오랫동안 못 봐서 그래요!”조한이는 반항했다. 차가운 표정을 한 김신걸은 그냥 냉담하게 말했다.“들어가서 자.”“어떻게……저희한테 화낼 수 있어요?”조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상우와 유담을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 아빠 싫어, 엄한한테 갈 거야, 표아빠를 찾아갈 거야!”김신걸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온 사람이 깊은 어둠 속에 휩싸인 듯 무서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세쌍둥이는 집을 떠나 홀에 도착하자마자 해림과 메이드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한 명씩 안아 위층 방으로 돌려보냈다.조한이는 침대에 앉은 채로 짧은 두 팔을 옆구리에 얹으며 화를 냈다.“우리가 가출하겠다는데 왜 막아? 우린 여기에 있기 싫어! 엄마 찾으러 갈 거야! 엄마가 출장 갔다고? 우리가 세살짜리 애들도 아니고!”“우리 아직 세살도 안되었으니까 속기 더 쉬워!”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해림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진짜로 출장 가셨어, 너희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너희들이야. 며칠만 더 있으면 엄마가 오실 거야.”“며칠이 정확하게 며칠인데요?”상우가 물었다.“이건 내가 아직 선생님이랑 묻지 않아서, 물어보면 바로 얘기해줄게. 오늘 밤은 그냥 먼저 잘까?”세쌍둥이를 겨우 달래서 재웠다.아래층으로 내려온 해림은 김신걸을 위해 위에 좋은 홍차를 준비하고 서재 문을 두드렸다.김신걸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 일들이 쌓여있었다.해림은 홍차를 김신걸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 예전대로라면 해림은 차를 따르고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나갔을 것이었고 말이라곤 하지 않을 것이다.“선생님, 홍차를 좀 드세요. 위가 안 좋으시잖아요. 애들은 이미 다 잠들었고요, 자기 전까지 계속 엄마를 찾았어요. 근데 그럴 만도 하죠,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잖아요.”"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김신걸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날의 일은 전 비록 보
노크 소리를 듣자 침대에 쓰러진 원유희는 반박자 느리게 움직이었고 자신이 무슨 환각이라도 생긴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방 문이 열려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원유희는 자기 방에 나타난 김명화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했다.‘아직도 열쇠를 갖고 있어?’원유희는 소극적인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원유희, 회사가 네 집이야?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고.”김명화는 문틀에 기대어 냉담하게 물었다.원유희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사직할게요. 나중에 팀장님이랑 연락할거예요.”“그래.”이 말을 마치자 방안은 조용해졌다.그러다가 갑자기 김명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팀장, 원유희 사직 처리 하세요.”원유희는 몸을 돌려 통화 하고 있는 김명화를 바라보았다.고선덕이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명화는 눈섭을 찌푸리며 말했다.“본인까지 찾을 필요가 뭐 있어? 내 명령으로도 부족한가봐?”원유희는 김명화에게 손짓을 했다.김명화는 앞으로 걸어갔지만 핸드폰을 원유희에게 주지 않고 스피커를 켰다.“팀장님, 저 사직할게요.”원유희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했다.“왜? 몸이 안 좋아?”“개인 사정으로 못가게 될 것 같아요.”“괜찮아, 여기에 자리를 비워둘게, 오고 싶을 때 오면 돼.”“정말이에요.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달에 출근한 적도 없어서 월급은 없으니까 안 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절 친절하게 돌봐주셨는데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 안녕히 계세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바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인데 뭐 하는 거야? 일어나서 나랑 밥 먹자!"김명화를 상대하고 싶은 않은 원유희는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김명화는 원유희를 끌어당겼다.원유희는 반항하기 시작했고 김명화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김명화 씨, 그만 좀 해요!”“내가 출장하러 해외에 좀 갔다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진 마. 말해 봐, 김신걸이랑 윤설이 혼인 신고하러 가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