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 옆에 있는 그 많은 경호원은 결코 장식이 아니었다! 반항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원유희의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설마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준 상인가? 이런 가능성이 있다.’저녁 원수정이 없는 틈을 타 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신걸은 전화를 받았다.“나 내일에 돌아가.”“데리러 가라고?”“아니, 그 얘기가 아니라.”원유희가 해명하기 시작했다.“우리 엄마가 살았던 그 별장 말이야, 쓸 수 있는 거지? 내 집은 작아서 엄마가 마음이 안 놓일 건데, 윤설이가 차지하고 있다면 나 휴식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아.”“병원도 나쁘지 않아.”“그럼 우리 엄마는 어디서 살아?”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엄마가 살 곳이 없으면 나랑 같이 살아야 할 텐데, 그럼……너도 오기 좀 불편해지잖아?”김신걸의 숨이 거칠어지더니 입을 열었다.“알았어.”그쪽으로 종료 버튼을 누르자 원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방법이 괜찮네, 걔 기분에 맞추면 다 해결할 수 있겠는데?”어전원에서 김신걸과 윤설은 고급스럽고 건강한 아침을 먹고 있었다.“원수정의 별장은 지금 누가 살고 있어?”김신걸은 아침을 먹으며 물었다.윤정은 김신걸이 이것을 물어볼 줄 예상하지 못했다.“아, 메이드 두 명을 보냈어. 어차피 비어있고 작업실까지 가까우니까 가끔 너무 늦으면 그곳에서 하룻밤 정도 자긴 해.”“그 사람의 물건에서 좀 떨어져 있어, 어떤 여자인지 잘 알잖아.”윤설은 김신걸이 원수정을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미안하다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깜빡했네, 좀 잇다가 걔네들보고 나가라고 할게.”김신걸이 드래곤 그룹에 가자마자 윤설은 바로 메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별장에서 나가고 나갈 때 안의 물건들을 다 버리라고 했다.괜히 별장에 있던 물건을 남겨서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윤설은 지금 온몸을 소독하고 싶었다.제성으로 돌아갈 때 원유희는 KTX도, 헬기도
원수정은 병실을 둘러보았다. 침대가 하나만 있다는 것만 빼면 꽤 괜찮았다.‘소파에서 자면 불편할 텐데.’이젠 집을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솔직히 돌아가고 싶었다.“그런데 장미선 모녀가 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집을 나한테 돌려줄까?”“한번 가서 그 사람들 집에 있나 확인해 봐요.”‘싸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원수정은 원유희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말투를 보니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후에 바로 별장으로 향했다.그리고 그녀가 도착한 별장은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마저 없었다.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드레스 룸에 있는 한 번도 입지 않은 고가의 옷들도 모두 버려졌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그래도 별장은 남아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정말 치고받고 싸웠을지도 몰랐다.모든 방을 확인하고 난 뒤 원수정은 곧바로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 없는 게 확실해. 그런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제가 신걸 씨한테 부탁했어요.”“그런데 걔가 갑자기 왜 너한테 그렇게 잘해준대?”‘잘해주긴. 아마 목적이 따로 있어 그러겠지.’원수정의 물음에 원유희는 속으로 부정했다.“유희야, 엄마 말 잘 들어. 김신걸이 잘해준다고 마음 약해지고 그러지 마. 알았어? 겉보기엔 그래도 언제 널 잡아먹을지 모르는 악마야. 악마! 어릴 때부터 봐와서 너도 알 거 아니야.”“알았어요. 걱정 붙들어 매셔.”“응. 내가 내일 맛있는 거 해서 보내줄게.”“아니에요. 엄마는 휴식이나 하세요. 아직 몸도 다 회복하지 못했으면서.”“엄마 지금 기뻐서 힘이 남아돌아! 강구에 돌아왔겠다, 집도 있겠다 이거 완전 전화위복 아니야?”“그러게요.”원수정의 흥분한 목소리에 원유희는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통화하다가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난 뒤 원수정은 곧바로 장미선에게 전화했다.“또 나일 줄은 몰랐지? 좋은 소식 하나 전해주려고. 나 돌아왔어.
장미선도 딸의 반응을 눈치채고는 여상스럽게 다가가 윤정을 맞이했다.“왔어? 밥 다 됐어. 바로 먹을 거야?”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어 윤정의 가방을 받으려 할 때 윤정이 한발 빠르게 그것을 아줌마한테 넘겼다.“지금 먹지 뭐.”싸늘한 말과 함께 돌아서 식탁으로 향하는 남편을 보자 장미선은 화가 거꾸로 솟았다. 하지만 심호흡 몇 번으로 화를 가라앉힌 뒤 억지 미소를 지은 채 그 뒤를 따랐다.“당신 좋아하는 반찬으로 준비했어.”하지만 그때.“난 됐어요. 두 분이서 드세요.”윤설이 식탁에 다다를 때 입을 열면서 몸을 틀었다.“왜 안 먹어? 어디 가려고?’“먹고 가. 그렇게 급한 거 아니잖아.”“저 어전원에서 먹을게요.”장미선과 윤정의 물음에 윤설은 귀찮은 듯 대답했다. 여기에 남아 단란한 가정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조차 귀찮았다.게다가 김신걸 더러 아버지를 돌아오도록 협박까지 한 건 어머니와 두 사람이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하는 걸 보고 싶어서였기에 이곳에 있는 게 불편했다.하지만 어전원으로 돌아가는 길은 심란하기만 했다. 원수정이 돌아온 것도 모자라 집도 돌려주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신걸 씨가 아니라면 원유희 능력으론 어림도 없지. 아, 아닌가? 남자 꼬시는 능력만큼은 대단하니까! 원수정이 돌아왔다는 건 원유희도 돌아왔다는 얘긴데. 귀찮은 것들 왜 다 살아있는 거야? 내가 가만둘 것 같아?’윤설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이애자에게 전화했다.“내가 시킨 일은 끝냈어요?”“아…… 아니요.”“아직도 안 끝냈다고요?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표원식 씨더러 당신 쫓아내라고 해도 돼요?”“아니요! 제…… 제가 오늘 내로 무조건 애들 보육원에 맡기고 올게요.”“오늘 밤 애들 데리고 밖에서 노는척하며 보육원에 버려요. 만약 내일까지 안 하면 아줌마만 손해예요. 난 아쉬울 거 없거든요! 알아들었어요?”“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지 한참이 지났지만 이애자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그 작은 아이드들을 어떻게 버리라
“무슨 일이야?”“교장 선생님, 큰일 났어요! 아이들이 사라졌어요.”“똑바로 말해 봐. 어떻게 된 일이야?”표원식은 흠칫 놀랐다.“아이들을 데리고 놀라 나왔다가 장난감 시장에 갔는데 갑자기 다 없어졌어요. 선생님, 어떡하죠? 경찰에 신고할까요?”이애자는 급한 나머지 울기 시작했다.“잃어버린 지 얼마나 됐어요?”“한……30분 정도 된 것 같아요.”“없어진 거 확인하자마자 바로 신고하셔야죠!”“24시간 넘어야 신고할 수 있다던데요?”“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은 거예요? 아이가 실종되면 당연히 바로 신고할 수 있죠!”“그……그럼 지금 신고할게요.”“됐어요. 주소나 말해요!”표원식은 주소를 받자마자 내려가서 차를 몰고 신고 했고 경찰을 데리고 갔다.경찰은 도착하자마자 CCTV를 확인했다.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애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를 타서 장난감 시장에 갔다. 대부분은 다 노점이었기에 비교적 혼란스러웠고 CCTV조차 없었다. 밖으론 그저 그 네명이 들어간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시장이 작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이애자는 아직도 울면서 말하고 있었다.“바로 여기서 계산하고 있었는데 뒤로 돌아서자마자 아이들을 찾을 수 없었어요.”노점상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사람을 시켜 아이들을 찾으러 보냈고 CCTV도 돌려봤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시장의 모든 출구엔 다 CCTV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마침 5개 출구 중 4개가 다 CCTV의 감시범위 밖에 있었다.게다가 날까지 어두워 여간 막연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그래도 꼼꼼히 찾아야 한다. 세 아이는 다 2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반항할 수 있는 힘조차 없었다. 정말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장난감 시장 사람들까지 아이들을 찾아주고 있었다. 노점상들이 노점을 정리하고 줄줄이 떠날 때까지도 아이들의 소식이 없었다.아이를 잃어버렸지만 아무도 원유희에게 얘기해주지 않았기에 원유희는 아직도 모르고
원유희는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김신걸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하긴, 다 걔 손바닥 안에 일인데 급해할 이유가 없지.’맹수가 사냥감을 잡은 것처럼, 배고프지 않은 맹수는 한 한동안 불쌍한 사냥감을 가지고 논다. 그러다가 배고파지면 사냥감을 삼켜버린다.밤에 자기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원유희는 폰을 무음모드로 바꿨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에 있다면, 전화를 받지 않는 원유희를 의심할까 봐 아예 소리를 껐다. 이모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이번 한 번이 아니었다. 원유희는 나이가 좀 많은 사람은 폰을 계속 가지고 있는 습관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막 어렴풋이 자려고 하는데 원유희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나쁜 사람이 다가올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이어서 침대가 눌리어지더니 한 그림자가 원유희의 몸을 덮었다.“음…….”원유희는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알 수 있었다.그 강하고 드센 기운이 원유희를 휘감아 산소를 희박하게 만들었다.“이젠 걸을 수 있다며?”김신걸은 원유희의 귀를 깨물며 동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간지럽다고 느낀 원유희는 얼굴을 비켰지만 아무리 비켜도 피할 수 없었고 오히려 김신길을 더 자극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작은 입술을 탐했고 원유희는 흠칫 놀라더니 곧 받아들였다. 조금 후, 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쥐고 굵고 묵직한 소리로 물었다.“계속 날 자극하면 네가 책임져줄 거야?”원유희는 다급하게 숨을 헐떡였다“내 탓은 아니잖아?”김신걸은 원유희의 얄미운 모습을 보면서 핏줄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참았고 눈빛은 아주 사나웠는바 한입에 원유희를 삼킬 기세였다.원유희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좀 참아 봐, 잘못하다 고장나면 영원히 못 먹는 거야.”원유희는 김신걸의 위험하고 짙은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김신걸이 정말로 이성을 잃을까봐 두려웠다.“그 정도로 인간 말종은 아니야.”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원유희를 내려다보았다.‘너 같은 인간 말종이 또 어디에 있다고.
“네가 상관할 필욘 없어.”원유희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신걸 씨랑 얘기하면 어쩌려고? 신걸 씨가 알면 아이들이 과연 네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신걸 씨는 아이들이 너보고 잘못 배울까 봐 차라리 나한테 맡길걸? 아이들도 어리니까 시간이 지나면 친엄마가 누군지 알기나 하겠어?”원유희는 두렵지 않았다.“네게 정말로 그러고 싶었으면 진작에 했겠지, 왜 지금 여기까지 찾아와서 나랑 얘기하겠어?”“그건……아이들이 실종되었으니까.”윤설은 원유희에게 다가가 독기를 품은 눈으로 원유희를 쳐다봤고 그 어떠한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뭐라고?”“귀먹었어? 세쌍둥이가 실종됐다고. 어젯밤 시터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는데 실수로 잃어버렸지뭐니, 아직 소식도 없대! 봐봐, 그래도 나밖에 없지? 찾아와서 알려주기까지 하잖아.”원유희는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안 믿으면 전화 걸어서 물어봐. 시터가 아이들이 학교에 있다고 할걸?”원유희는 윤설의 말을 믿지 않았고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 있던 이애자는 원유희가 전화 오는 것을 보고 표원식의 분부대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사모님…….”“아이들은요? 아이들이 어디에 있어요?”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힘들었고 애타게 물었다.“학……학교에 있어요.”“학교에 있는 거예요? 아니면 실종된 거예요?”원유희는 잇따라 또 물었고 심장이 터질 듯 긴장했다.“저……저…….”원유희는 이애자가 우물우물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반쯤 식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요. 아이들은 꼭 무탈할 거예요. 교장 선생님도 이미 사람들을 시켜서 찾으러 갔으니 꼭 소식이 있을 거예요!”“정말 아이를 잃어버렸네요…….”원유희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비틀거리더니 허리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꼭 아이들을 찾을게요.”이애자는 전화로 사죄했다.하지만 아무리 사죄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마음이 재가
“꺼져!”원유희는 윤설을 힘껏 밀쳤다.윤설은 원유희가 자신을 밀칠 줄 생각하지도 못했고 빠른 걸음으로 뒤로 물러난 후 노기 띤 얼굴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냥 현실을 받아드리는 게 어때? 뭐 기다려 볼게, 네가 과연 아이들을 찾을지 아니면 걔네들 주검을 찾을지. 그리고 내가 겸사겸사 알려줄게. 네 엄마가 왜 제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알아? 네가 너무 매력 있어서 신걸 씨가 사정을 봐준 게 아니라 아빠가 자신을 희생한 거야. 너희 엄마가 제성으로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이 우리 엄마랑 이혼하지 않는 거였거든. 기분이 어때? 호호호!”윤설은 크게 웃으며 몸을 돌려 병실 문으로 갔다. 문이 열리자 윤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고 표정도 다 거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표정을 변하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었다.원유희는 몸이 나른해져서 테이블에 부딪혀 넘어졌고 크게 넘어졌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건 아파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흘린 눈물이었다.윤설은 말로 원유희를 고문했고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원유희는 윤정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김신걸이 뒤에서 협박한 게 맞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원유희의 마음은 아이들만 걱정하고 있었다.‘어떡하지? 아이들이 무사할까? 도대체 길을 잃은 거야 아니면 누구에게 잡힌 거야?’원유희는 계속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이들 찾으러 가기 위해 아등바등 일어서고 있었다.병실에 들어온 간병인 그런 원유희를 보고 깜짝 놀라서 부축하러 갔다.“원 아가씨, 왜 그래요?”“놔요, 저 퇴원할 거예요.”“네? 송 선생님이 퇴원하셔도 된다고 하셨어요?”간병인이 물었다.원유희는 상관하지 않았고 퇴원하려고 했다.원유희는 아이들을 찾으러 가야만 했다!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원유희는 쓰러지고 말았다.“원 아가씨!”이 소식을 받고 신경이 곤두섰던 송욱은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의식을 잃은 원유희를 검사하기 시작했다.“무
송욱은 깜짝 놀랐다.“어디가 불편해요?”원유희는 힘겹게 일어나 말했다.“저……퇴원할게요. 이미 다 나았어요…….”“이 상황에 어떻게 퇴원시킬 수 있어요? 먼저 김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선생님의 뜻을 물어보죠. 어때요?”“당신이 의산데 당신이 퇴원할 수 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왜 굳이 그 사람이랑 물어봐요? 내가 왜 그 사람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이성을 잃은 원유희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원유희 씨, 일단 진정해봐요.”“안 해요, 제가 어떻게 진정할 수 있어요?”원유희는 이불을 내팽개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막지 마요, 꼭 가야 해요!”송욱은 원유희를 가로막았다.“이러면 전 더더욱 원유희 씨를 보낼 수 없죠.”“비켜요! 내버려 두라고요!”원유희는 송욱을 밀었지만 송욱과 간병인 두 사람을 다 이길 순 없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 다시 나른해졌다.“원유희 씨!”놀란 송욱은 원유희를 껴안고 침대로 눕혔고 간병인에게 눈짓했다.눈치챈 간병인은 바로 뛰어나가 전화했다.“윤설이 무슨 얘기를 해서 자극했죠?”송욱이 물었다.얼굴이 창백해진 원유희는 입술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줄줄 흘렀다.송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윤설이 무슨 자극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 분명했다.“퇴원할 거예요, 얼른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 퇴원하겠다고 전해요!”원유희는 강렬하게 요구했다.원유희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미 연락을 드렸으니 좀 기다려봐요.”김신걸이 왔을 때 원유희는 침대에 앉아 두 다리를 안고 두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송욱은 김신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윤설 아가씨가 온 후로부터 이래요. 아까는 심지어 기절했고요. 자극받아 이런 것 같고 몸에는 다른 증상이 없었어요.”이 말만 하고 송욱은 밖으로 나갔다.김신걸은 계속 그 자세로 앉아있는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뭘 얘기했는데?”병실은 정적이 흘렀고 원유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온 얼굴은 눈물 자국 범법이었고 눈물이 가득 찬 원유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