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욱은 깜짝 놀랐다.“어디가 불편해요?”원유희는 힘겹게 일어나 말했다.“저……퇴원할게요. 이미 다 나았어요…….”“이 상황에 어떻게 퇴원시킬 수 있어요? 먼저 김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선생님의 뜻을 물어보죠. 어때요?”“당신이 의산데 당신이 퇴원할 수 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왜 굳이 그 사람이랑 물어봐요? 내가 왜 그 사람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이성을 잃은 원유희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원유희 씨, 일단 진정해봐요.”“안 해요, 제가 어떻게 진정할 수 있어요?”원유희는 이불을 내팽개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막지 마요, 꼭 가야 해요!”송욱은 원유희를 가로막았다.“이러면 전 더더욱 원유희 씨를 보낼 수 없죠.”“비켜요! 내버려 두라고요!”원유희는 송욱을 밀었지만 송욱과 간병인 두 사람을 다 이길 순 없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 다시 나른해졌다.“원유희 씨!”놀란 송욱은 원유희를 껴안고 침대로 눕혔고 간병인에게 눈짓했다.눈치챈 간병인은 바로 뛰어나가 전화했다.“윤설이 무슨 얘기를 해서 자극했죠?”송욱이 물었다.얼굴이 창백해진 원유희는 입술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줄줄 흘렀다.송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윤설이 무슨 자극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 분명했다.“퇴원할 거예요, 얼른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 퇴원하겠다고 전해요!”원유희는 강렬하게 요구했다.원유희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미 연락을 드렸으니 좀 기다려봐요.”김신걸이 왔을 때 원유희는 침대에 앉아 두 다리를 안고 두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송욱은 김신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윤설 아가씨가 온 후로부터 이래요. 아까는 심지어 기절했고요. 자극받아 이런 것 같고 몸에는 다른 증상이 없었어요.”이 말만 하고 송욱은 밖으로 나갔다.김신걸은 계속 그 자세로 앉아있는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뭘 얘기했는데?”병실은 정적이 흘렀고 원유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온 얼굴은 눈물 자국 범법이었고 눈물이 가득 찬 원유희의
“피 토하고 응급실에 들어갔어, 대체 뭘 얘기한 거야?”김신걸의 목소리가 커졌다.“그렇게 심각하다고? 난 그저……아빠가 우리 엄마랑 이혼 안 해서 걔네 엄마가 제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아빠가 큰 희생을 했다고 그 말만 했어. 그 정도로 화낼 일인가? 화가 엄청 많은 스타일이네.”윤설은 웃음이 나왔다.“이제 내가 가서 사과할게. 겨우 회복한 몸이 또 망가지겠다.”“아이 얘기를 꺼냈어?”“……아이? 무슨 아이?”윤설의 목소리는 엄청 억울해 보였다.“신걸 씨,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 유희가 걔네 엄마 일로 나랑 우리 엄마한테 불만이 많은 것 같아. 병실에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내가 가자마자 그렇게 될 수가 있어? 의도적으로 날 모함하려는 거 아니야?”“그래, 알았어.”김신걸은 전화를 끊었다.윤설은 작업실에서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원유희가 아이 얘기를 꺼냈어? 안 그러면 신걸 씨가 왜 아이에 대해 묻겠어? 근데 보아하니 신걸 씨는 아직 다는 모르는 것 같고.’하지만 원유희가 말하기도 전에 사람이 이미 응급실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어떡하지?’‘원유희가 깨어나면 틀림없이 신걸 씨랑 아이 일을 얘기할 텐데. 그때 되면 신걸 씨 실력으로 아이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야.’그때 되면 원유희는 아이들 덕분에 신분이 상승할 거고 그럼 약혼녀는 그 어떠한 지위도 없을 것이다.‘안 돼! 안 돼! 안돼!!’정말로 그렇게 되면 윤설은 꼭 미쳐버릴 것이다.윤설은 미친 듯이 테이블 위에 놓인 것들을 부수고 있었고 바깥사람들은 사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쨍그랑 소리를 들었지만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한 시간쯤 되어서야 송욱은 응급실에서 나왔다.“선생님, 지금 안정되었어요. 금방 회복된 상황이라 감정 기복 때문에 2차 파열이 생겼어요. 다행히 심각한 정도까진 아니니까 잘 쉬고 치료를 받으면 얼른 회복될 거예요.”캡 모자를 쓴 청년이 방으로 돌아오자 세쌍둥이는 일제히 구석으로 움츠러들었
상우의 다리 너무 짧은 것을 보자 조한이는 작은 걸상을 옮겨서 받쳐 주었다.상우는 자물쇠를 보고 연구하며 말했다“저 사람 아까 문을 잠군 것 같은데 열쇠는 틀림없이 저 사람에게 있을 거야!”“그럼……창문으로?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되잖아?”세 아이는 동시에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렸고 열린 창문으로 바깥 나무의 꼭대기가 보였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나무 꼭대기가 보인다는 건 창문이 땅이랑 멀리 떨어져 있다는 얘기야. 저기서 뛰어내리면 엄마랑 영원히 빠이빠이야!”실망한 유담이가 말했다.“겁먹지 마!”조한이는 유담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열쇠 훔치러 가자!”“훔치러 간다고?”유담이는 멍해졌지만 얼굴에 은은한 흥분도 띠었다.“맞아, 열쇠를 훔쳐서 문을 열면 도망칠 수 있어!”상우도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다.세 아이는 방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살금살금 문을 열자 조한이가 먼저 머리를 내밀어 침대에 있는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코까지 골고 있었으니 분명히 잠들었을 것이다!뒤에 있던 유담이와 상우도 머리를 안으로 밀어 보냈다. 그들은 나도경 허리에 걸려있는 열쇠를 보았다.조한이는 먼저 자진해서 기어갔는데 걸어가는 것보단 안전해 보였다. 침대 옆에까지 가자 조한이는 일어서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어 열쇠를 잡으려 했다.고리만 풀면 열쇠를 가질 수 있었지만 조한이도 그냥 아이였기에 힘이 부족했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썼다.유담이와 상우는 긴장한 탓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냥 묵묵히 바라보면서 조한이를 응원했다. 한창 노력하고 있을 때, 나도경은 몸을 돌렸다. 그 탓에 놀란 조한이는 얼른 쪼그리고 앉았고 유담이와 상우는 머리를 뒤로 뺐다.하지만 별다른 인기척을 듣지 못했고 코 고는 소리만 방에서 울려 퍼졌다.‘안 깨어났네?’상우는 다시 천천히 머리를 방안으로 들여보냈고 침대에 있는 사람이 아직 단잠에서 나오지 못하고 누군가가 그의 열쇠를 훔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발견하지는
세쌍둥이는 엄청 쉽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나도경은 한잠을 자더니 점심이 다 되어 깨났다. 깨난 후, 세쌍둥이가 보이지 않자 나도경은 구석구석 다 찾아보았지만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그만 숨어, 계속 안 나오면 확 마 때릴 수가 있다!”‘엄마도 참, 왜 이런 귀찮은 일을 시켜서. 아이가 셋이라니, 짜증 나 미치겠어!’나도경은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방문을 발견했다. 허리를 만져봐서 열쇠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일이 커졌다는 것을 알았다.나도경은 얼른 이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애들이 도망갔어요!”“도망갔다고? 내가 아이들을 잘 보라고 했잖아?”“방에 가두었는데 내 열쇠를 훔치고 혼자 문을 열고 도망쳤어요. 이게 어떻게 애예요?”나도경은 자신이 몇살밖에 되지 않은 녀석들한테 당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럼 빨리 안 찾고 뭐 해!”이애자는 화가 엄청났다.‘이 정도의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아이들을 잃어버렸으니 나 정말 끝장날 거야!’전화를 끊자마자 표원식이 돌아왔다.이애자는 당황한 기색을 미처 숨기지 못했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띠었다.“선생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밥 다 했어요?”표원식은 서류가방을 소파에 놓고 물었다.“저……오시는 줄 몰라서, 아직……아직 못 했어요. 지금 바로 가서 할게요!”이애자는 몸을 돌렸다.“괜찮아요,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요.”이애자는 그곳에 서 있었고 표원식의 예리한 눈빛 때문에 어쩔 바를 몰라 했다.“……선생님, 뭘 물어보고 싶은 거죠?”“왜 갑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감 시장에 갔어요?”“전……아이들이 계속 엄마를 찾기에 기분은 전환시켜줄려고 그랬는데, 제 불찰이에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베테랑 시터로서 혼자 셋이나 되는 아이를 데리고 시끌벅적한 시장에 갔다고요? 다른 목적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표원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고 수상했다.“저……진짜로 그런 생각 없었어요. 선생님, 절 믿어주세요!”“전 제 직감
이애자는 표원식이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 말투는 왜 이렇게 확신이 찼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사모님……”이애자는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방이 말하지 않자 다시 원유희를 불렀다.“사모님? 사모님 왜 말이 없으세요?”김신걸은 이 소리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 시터는 세쌍둥이를 돌보았을 뿐만 아니라 표원식과 사이가 가까웠다.‘그니까 이 두개 번호는 다 표원식이랑 연락하기 위해…….’표원식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폰을 보고 있었고 온몸에선 무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곤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아직도 감히 나 몰래 표원식을 찾아? 내가 대체 어떻게 벌을 줘야 말 잘 들을 수 있을까?”김신걸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온 사탄의 목소리처럼 음산했다.이때, 병실 문이 열렸고 점심밥을 가져온 원수정이 들어왔다. 원수정은 들어오면서 원유희와 말을 했다.“유희야, 많이 배고팠지? 엄마 기억력 좀 봐, 쌀을 밥솥에 넣기만 하고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했잖니…….”병실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원수정은 하던 말을 멈췄다.온몸이 화로 둘러싼 김신걸의 모습에 놀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원 수정은 무의식적으로 딸을 찾아 위로받으려고 했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얼굴이 창백하 원유희를 보게 되었다.“유희야?”원수정은 도시락을 내려놓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원유희를 불렀다.“유희야? 유희야, 왜 그래? 유희야, 엄마를 놀래지 마, 어제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됐어? 김신걸, 네가 한 짓이야?”김신걸은 지금 이미 폭발 직전에 달하였고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원수정때문에 그의 눈빛은 점점 무섭게 변했고 사탄처럼 보였다.원수정은 뒤 걸음을 치다가 말했다.“나……나 너 하나도 안 무서워, 네가 감히 날 다치게 하면 유희는 틀림없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밖에 있는
“퇴원하려고 했었지, 근데 오늘 어떻게 된 줄 알아? 병원에 와보니까 또 심각해졌어!”원수정은 물었다.“있잖아, 내 생각엔 김신걸이 유희를 때린 게 분명해! 유희는 혼수상태에 빠져있었고 난 물어보기도 전에 쫓겨나왔어, 지금 병원 대문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내 딸인데 내가 관심도 못해? 너무 하잖아!”“나 지금 바로 갈게!”윤정은 하던 일을 내려두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제성 병원에 있는 거 알지?”“……언제 돌아온 거야?”윤정은 죄책감을 느꼈다.유희랑 연락하고 있었지만 유희는 제성에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당신 탓 아니야.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으니까. 오늘 일만 아니었다면 나도 널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유희는 내 딸이기도 해, 어떻게 날 안 알려줄 수 있어? 내가 해결할 테니까 너무 화내진 마.”윤정은 원수정을 위로했다."기다릴게, 빨리 와."“그래.”원수정은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움직이지 않는 두 경호원을 노려보고 삿대질하며 말했다.“너희 둘, 똑똑히 기억했어!”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이 달려왔다. 오자마자 병원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원수정을 발견하게 되었다.“가자, 들어가자.”원수정은 대문 안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저기 아직 보초병이 서 있잖아!”윤정은 걸어가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난 들어갈 수 있는가?”“네, 하지만 저분은 안 됩니다.”“이 사람이 진짜…….”화가 난 원수정은 다가가서 싸우려고 했고 윤정을 얼른 막았다.“진정해, 내가 먼저 들어가서 얘기해보고 당신은 여기서 좀 기다려.”다른 방법이 없는 원수정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병실 문 앞에 도착한 윤정은 제일 먼저 문을 지키고 이는 경호원을 보았다.윤정은 문을 두드렸는데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원유희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침대 쪽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신걸아, 유희는 어때?”원수정이 얘기한 것처럼 원유희의 상
“아뇨, 잘못 생각하셨어요. 유희에게 한 모든 행동은 다 상처가 될 만한 행동이 아니에요.”윤정은 김신걸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하마터면 자신의 성질을 참지 못 할 뻔했다. 하지만 윤정은 김신걸을 폭로하고 싶지 않았다.“너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설이의 기분은 고려해야 하지 않겠어?”“설이는 독립한 성인이기에 시시각각 함께 있을 필요가 없어요, 게다가 이건 별개의 일이잖아요.”김신걸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김신걸이 하고 싶은 일, 원하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원유희가 뭘 했냐고? 감히 내 인내심을 도전해?’“걱정할 필요 없어요. 여기서 유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게요.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언제 깨어나는데?”“오후요.”윤정은 병실에서 나와 의사를 찾아갔다.송욱은 사실대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윤설 아가씨가 왔다 간 후에 원 아가씨는 무슨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금방 아문 상처가 다 파열되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어요.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김 선생님은 원 아가씨가 쓰러질 때 와서 선생님도 잘 모르실 거예요.”윤정은 엄청 의외라고 생각했다.‘윤설? 윤설이 뭘 했는데?’윤정은 그래도 원유희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진짜 괜찮아요? 안색이 엄청 안 좋아 보이던데요?”“출혈이 생기면 다 그래요. 제가 계속 지켜볼 테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네, 고마워요.”“천만에요.”밖에 있는 원수정은 아직 기다리고 있었고 병원에서 나온 윤정을 보고 급히 물었다.“나 들어가도 된 대?”“당분간은 가지 마.”“왜? 왜 못 들어가게 하는데?”“유희가 저렇게 된 건 신걸이랑 상관없어. 의사가 얘기해줬는데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래. 오후에 되면 깨어날 수 있대.”“아니……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재발할 수 있어?”원수정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윤정의 눈빛이 흔들렸다.“의사 얘기론 그럴 수도 있대.”“돌팔이 의사 아냐? 퇴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
‘김신걸……설마 내 핸드폰을 본 거야? 설마 통화기록도 다 본 건 아니겠지?’전에 원유희는 표원식에게 전화만 하면 모든 기록을 다 삭제해 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그럴 겨를이 없었다.“보자 보자, 표원식? 아니면 그 시터?”김신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원유희의 마음이 조여졌다.“역시, 다 알아버렸어…….”원유희는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었기에 김신걸의 말대로 표원식에게 전화를 하려던 것이 맞았다.‘아이들을 찾았을까? 김신걸에게 알려줘야 하는가?’원유희는 기절하기 전에 아이 얘기를 꺼냈고 김신걸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잃어버리는 것보다 원유희는 차라리 김신걸이 이 비밀을 아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근데 아이들을 이미 찾았다면 김신걸에게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검은 그림자가 원유희를 뒤덮였고 원유희의 몸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이어 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잡았고 강제적으로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왜 말이 없어?”“부……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래.”“무슨 일이기에 나 몰래 찾는데?”원유희의 호흡이 빨라졌다.‘왜라고? 당연히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원유희는 김신걸이 자신과 표원식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예민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었다.“내가 널 어떻게 괴롭히면 말을 들을래? 응?”“……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니야!”겁을 먹은 원유희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눈을 감았으며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나랑 표원식은 아무런 사이도 아냐. 내가 표원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내가 조사한 적이 없다고 생각해?”‘이 망할 년, 아직도 날 속이고 있어?’“근데…… 그래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냐…….”“그럼 어떤 건데?”김신걸은 손에 힘을 주었고 목소리를 억누르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음…….”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암튼 그런 거 아냐…….”이 말을 하면서 원유희는 또 기절하려 했다.김신걸의 표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