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윤설이 알게 된 후 윤정에게 말했다면 윤정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특히 어젯밤에는 원유희가 먼저 김신걸을 찾아갔다.김신걸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는 그녀를 그곳에 내버려 뒀을 것이다.아무리 급해도 병원에는 데려가야 했지만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그녀가 불쌍해지는 모습, 그녀가 변명하지 못하는 낭패스러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원유희는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꺼내 요리하기 시작했다.어제저녁은 제대로 먹지도 않았고,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해결하려는 걸까?그녀는 김신걸이 언제 나타날지, 여기에 오기는 할지 확실하지 못했다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표정이 굳어졌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 족히 일주일은 넘었던 것 같다.‘일주일 동안 여기에 갇혀 있는 건 아니겠지?’원유희는 화가 나서 요란스럽게 밥을 차렸다.사무실 안.김신걸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윤설이 앞으로 걸어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맛집 하나 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김신걸의 대답이 들려오기 전에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 김신걸은 낮고 위엄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고건은 방금 회의한 일을 보고하기 위해 들어왔다.그는 윤설을 보고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윤설이 물었다. “다들 밥 먹으러 갔는데, 고 비서는 아직도 바쁜가 봐요?"김신걸은 고건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식사 자리는 미룰 수 없는 거야?’고건은 낯빛조차 변하지 않았다. “네, 박 사장님은 오후에 출국하셔서 다음 기회가 언제 될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제일 빨라도 아마 몇개월 후에나 될 것 같습니다.”김신걸은 냉랭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윤설은 당연히 눈치 있게 행동해야 했다.“신걸 씨, 그럼 가봐. 난 괜찮아, 다음에 먹어도 돼.""그래, 바쁜 일 끝나면 전화할게."원유희가 막 밥을 다 지어 상에 올리자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원유희는
윤설의 모든 신경은 다 그 일에 쏠려있었다.그녀는 손예인한테 전화를 걸었다.“원유희는 지금 무슨 상황이야?”“일이 틀어진 것 같아.”“틀어졌다고?”윤설의 낯빛은 순간 달라졌다.“그 사람들이 원유희를 잡긴 잡았는데 중요한 타이밍에 누군가가 걔를 구하러 왔어.”“누군데?”윤설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신걸오빠야.”“뭐라고?”핸들을 잡은 윤설의 손엔 힘이 들어갔고 그녀의 표정도 확 달라졌다.“그다음은? 신걸씨가 원유희를 데리고 갔어?”“어, 아침에 내가 확인차 전화했는데 그 남자들은 엄청 심하게 맞아 인사불성이었고 원유희는 다친 곳이 하나도 없이 구조됐어.”“그럴 리가! 걔네들은 무슨 근거로 신걸씨가 원유희를 데려갔다고 하는 거야? 너는 또 무슨 근거로 이렇게 얘기하는데? 네가 직접 봤어?”윤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 들으면 신걸오빠가 맞는데? 다른 사람일 리가 없어. 그리고 너도 그들이 무슨 사이인지 잘 알잖아.”“무슨 사이인데? 그 둘 아무 사이도 아냐! 너 말조심해!”윤설은 핸드폰을 조수석에 세게 던졌다. 그녀는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라 진정이 되지 않았다.‘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을 수 있지?’김신걸이 약 먹은 원유희를 데리고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너무 뻔했다!윤설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김신걸은 거실에 앉아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소리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자신이 윤설과의 식사를 거부하고 여기로 달려온 것을 생각하면 그는 자신이 귀신에게 홀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원유희는 설거지하면서 바깥 상황에 주의를 돌렸다. 김신걸은 아직 떠나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의 손놀림은 점점 더 빨라졌고 끝내고 바로 거실로 향했다.“나 가도 돼? 나도 출근을 해야 할 거 아냐.”김신걸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얘기했다.“네 사장은 나야.”이 얘긴 즉 그의 말이 법이라는 뜻이었다. 드래곤 그룹이든 김풍 그룹이든 그는 모든 사람의
원유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주먹에서 멀어진 다음에 김심걸의 검은 그림자가 뒤덮인 곳에서 벗어나 다급하게 아파트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힘이 너무 빠진 그녀는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김신걸은 그냥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미친놈이었다!그녀는 십년감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런 얘기를 꺼낼 수 있었던 용기에 감탄했다.그런 얘기를 하고도 그녀가 무사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다 김신걸이 한번 봐준 걸로 생각할 수 있었다.김신걸을 그렇게 자극하지 않고 계속 거기에 있었다가 윤정이 알게 되면 그녀만 난감해질 뿐이다.욕실에 들어간 김신걸은 손등의 상처와 피를 보고 옆에 있던 수건을 잡아당겨 힘껏 닦아내자 수건은 피로 물들었다.거울에 비친 얼굴은 엄청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어젯밤에 그녀를 죽여버려야 했는데 내가 너무 착했어.’컨펌받아야 할 서류가 있었기에 고건은 김신걸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사무실에 들어간 후 그는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김신걸 손등의 상처를 한눈에 발견하고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김 선생님, 손이…….”“별일 아냐.”김신걸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움직이는데 지장 없고 그저 외상이었기에 확실히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처라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자해로 생긴 것 같았다.필경 김신걸을 다치게 할 실력을 갖춘 사람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고건은 만점 비서로서 눈치 있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부상은 꼭 원유희와 관련이 있었다.원유희는 과부하가 걸려 완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몸을 이끌고 김풍 그룹으로 향했다.노크하고 고선덕의 사무실에 들어갔다.고선덕은 그녀와 웃으며 얘기했다.“왔어? 물건들은 다 여기에 있어.”그는 가방을 그녀에게 주면서 얘기했다.“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들어왔으니까 돌아가서 확인해봐.”“감사합니다. 총팀장님, 그리고 오늘 하루 휴가를 써도 될까요?”“물론이지
만약 진짜 김덕배가 한 짓이라면 모든 사람이 다 제일 먼저 그를 의심할 것인데, 김덕배는 그 정도로 둔한 사람은 아니었다.‘김신걸이 뭐라도 알아내지 않았을까?”점심때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나니 그녀는 그를 찾아가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김신걸와 있을 때마다 그녀는 항상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전에는 윤정이 있었기에 김신걸이 그나마 봐줬지만 이번에 그녀의 실수로 인해 균형이 깨져버렸다. ‘이번에 몸을 섞었는데 설마 다음에도 또 이러는 거 아냐? 이런 생활이 계속 지속되진 않겠지…….”원유희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가방 안에 있던 휴대전화를 꺼내 부재중 통화를 확인했다.윤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점심쯤에 두 번 전화 왔다.드래곤 그룹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갈 때 그녀는 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 무슨 일 있어요?”“오늘 출근 했어?”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방을 숨기려고 했지만, 김풍 그룹에 왔는지 안 왔는지는 비밀이 아니었다. 이런 거짓말은 단번에 들통날 수 있었다.“안 했어요.”“오늘은 일요일도 아닌데 휴가를 냈어?”“어젯밤 회식해서 술을 많이 마셨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휴가를 냈어요. 방금 가방과 폰을 가져서 아빠 전화도 못 받았어요.”“그렇구나.”윤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요즘 김신걸이 너를 찾은 적이 있어?”“왜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죠?”“김신걸이 너한테 찾아가서 널 괴롭힐까 걱정되어서 그러지. 넌 또 다 얘기해주는 성격도 아니고 뭐든지 다 속으로 혼자 삭이잖아.”“저 괜찮아요, 그 사람이 왜 날 찾겠어요? 자기 약혼녀를 놔두고.”원유희는 윤정이 정말 김신걸이 자신을 찾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윤설이 그녀한테서 뭘 캐내려고 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빠, 윤설이 뭐라고 했어요?”윤정은 말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윤정은 윤설을 위해 그녀한테서 무엇을 캐내려고 하고 있다.“난 다른 뜻은 없어. 그저 김신걸이 너희
윤정의 표정은 삽시에 어두워졌다.“유희 아버지가 낸데, 당신 지금 나를 말하는 거야?”장미선은 웃으며 얘기했다.“당신 제성에 온 후로부터 쉽게 화내는 거 알아? 자긴 원유희를 키운 적도 없는데 왜 그래?”“앞으로 근거 없는 말을 하지 마, 회사로 가볼게.”윤정은 기분이 상한 윤설을 위해 밥 먹으러 돌아온 것이기에 지금은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윤정이 떠난 후 윤설과 장미선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었다.장미선은 아직도 화가 나 있는 윤설의 얼굴을 보며 위로했다.“네 아버지는 당연히 너를 아끼지. 너를 안 아낀다면 왜 네가 기분이 상했다는 소리 듣고 바로 달려왔겠어?”“저는 아빠가 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조금도 바라지 않아요. 전 아빠는 무조건 내 편이었으면 좋겠어요.”윤설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질투로 가득했다.“당연하지! 너는 네 아버지가 직접 키운 딸이고 그 원유희는 그냥 갑자기 굴러온 딸인데 유전자 검사를 하면 뭐 어때? 너랑은 비교도 할 수 없어.”이 일에 대해서 장미선은 자신이 넘쳤다. 그리고 갑자기 뭐가 떠올랐는지 윤설과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확신할 수 있어?”“당연하죠! 누군가가 신걸씨가 원유희를 데려가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고 하잖아요.”흥분한 윤설은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섰으며 눈에는 독기로 가득 찼다.외모면 외모, 재능이면 재능 그녀는 어느 하나라도 빠진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이 다 원유희보다 나은데, 왜 저런 계집애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지 윤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장미선은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내주기 시작했다.장미선은 윤설에게 걸어가 엄숙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나는 네 아버지가 원유희와 자주 만나면서 원수정과도 자주 만날까 봐 걱정이야.”“무슨 뜻이에요? 그 사람이 설마 우리 아빠를 꼬시려고 하는 건 아니죠?”윤설은 순간 경각심이 높아졌다.“걔 꼬시고 싶어도 그럴 재간이 있어야 꼬시지.”10여년 전의 장미선은 윤정과 재결합하는 능력이 있었
원유희는 자신의 힘으로는 김명화의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힘으로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그와 얘기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어젯밤에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떠난 거라고 얘기했잖아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몇번을 더 얘기해야 믿어줄래요?”“누가 너한테 약을 먹였다더군?”김명화는 그 일을 직접 얘기했다.“아는군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가 한 짓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어요.”“아는 사람 중의 한명이겠지,뭐.”김명화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얘기했다.원유희는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먼저 김명화와 상대해야 했다.“놔줄 수 있어요? 이렇게 된 마당에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요?”“어쩌려고?”이미 수를 다 생각해둔 김명화는 입꼬릴 살짝 올려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곧 알게 될 거야.”이 말만 남기도 그는 원유희를 놓아주었고 지체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가버렸다.앉아 있던 완무희를 멍하니 있었다가 김명화가 가진 열쇠를 생각하자 급하게 쫒아갔다.하지만 김명화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원유희는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자물쇠를 보고 있었다.‘또 바꿔야 해? 아니, 그걸로 해결할 수는 없어. 김명화가 들이닥치겠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아예 집을 이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만 어느 곳으로 이사할 수 있겠어? 김신걸의 옆집에 이사해갈 수도 없고.’원유희는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침대에 누운 후 그녀는 너무 힘들어 손도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김신걸은 윤설로 부족한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는 잠 들었다.원유희가 깨날 때,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그녀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세쌍둥이는 같이 모여서 놀고 있었고 엄마를 보자마자 다 웃으면서 “엄마 엄마”라고 불렀다.그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원유희는 하루 동안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고 잠을 자는 것보다 더 힐링 되었다.“밥 먹었어?”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이모가 입을 열었다.“애
"기다릴게요!" 윤설은 김신걸의 품에 살포시 안기며 말했다. "다 끝났어요?"“ 응." 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럼 이젠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 늦었는데." 윤설은 김신걸의 손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신걸은 슬그머니 손을 피했다 .마음 상한 것도 잠시, 김신걸의 상처투성인 손등을 보고서는 놀란 표정을 그 치 못했고 마음이 아픈 것밖에 남지 않았다. "손은 왜 그래요?누가 그랬어요?""부주의로 부딪혔어요, 괜찮아요."어떻게 부딪치면 이런 상처를 입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정말 의심스럽다.오늘 밤까지 정성껏 준비해온 열정이 단번에 식었고 마음이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다.요즘에 배란기인데, 아이를 가지려면 또 다음 달을 기다려야 하는가...김신걸의 손은 또 이 지경인데 뜨밤을 보낼 수는 있는 걸까?잘못하면 자신이 아주 밝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해림씨, 약 상자 가져와요." 윤설은 걱정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 작은 상처라도 이렇게 그냥 둬서는 안 돼요, 감염될 수 있잖아요.""나 먼저 샤워할게요." 김신걸은 말했다."그래도 될 것 같아요, 약을 바른 후 물을 묻히면 안 되니깐."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한편 침실에 앉아 있는 윤설은 안절부절못했다.만약 어젯밤에 김신걸과 원유희가 같이 있었다면, 몸에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욕실로 향했다.조심스레 소리 나지 않게 유리문을 밀어 문틈으로 들여다봤다. 샤워기 아래 김신걸의 몸은 탄탄한 근육에 감싸 수컷향기를 뿜뿜 내 뿌무며 아주 수컷이 공격성이 넘치게 느껴진다.어깨 쪽에 선명한 손톱자국이 윤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자국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수가 있겠는가?질투에 발광하고 싶고, 분노에 눈이 멀어 사람도 죽일 것 같았다.그 사람은 다름이 아닌 바로 원유희다. 결국 김신걸에게 들킬까 봐 또 조용히 유리문을 당겨 닫았다.윤설은 화가 치밀어서 바로 방을 떠나 밖으로 뛰
불안한 원유희는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김풍그룹에 들어온 후 했었던 모든 일을 되돌려 보았다.딱히 문제 되는 건 없었다.김명화와 키스한 거 말고는.물론 그녀가 원해서 한 것도, 그렇다고 김명화가 의도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어떻게 보일지.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녀는 그저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만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았다.설마 재수 없게 김신걸이 마침 보고 있었겠어?그렇게 바쁘신 몸인데 설마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지키고 있진 않겠지?아님, 다른 사람을 시켜서?아니야, 아닐 거야. 김신걸은 내연녀가 된 모욕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다른 남자와 키스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그럼 표원식과의 일은 또 뭐란 말인가…….원유희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했다."원 매니저, 잠깐 들어와 보세요."고선덕은 의자에 앉은 채 한 손으로 펜을 굴리며 손안의 서류를 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면서 서류를 작성한 거죠?"조금 찔린 원유희가 조심스레 물렀다."……많이 틀렸나요?""말도 안 되게요. 초등학교 졸업하신 거 맞죠?""……."원유희는 조금 민망했다.얼마나 어이없을 정도로 틀렸으면 이런 말을 하겠는가?"무슨 생각 하셨죠?"고선덕이 물었다."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차마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 다시 수정하겠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사무실 문이 펑 하고 열렸다.원유희 뿐만 아닌 고선덕마저 깜짝 놀랐다.너무 당황한 탓에 그들은 들어온 사람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잊었다.김신걸은 음침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더니 곧장 걸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아!"원유희는 짧은 비명과 함께 사무실에서 끌려 나갔다.사무실에서 나와 업무 구역을 지나자, 이 장면을 본 동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무슨 일이지? 방금 그 사람, 드래곤 그룹의 유권자 아니야?아니, 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