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김신걸의 품속에 웅크리고 얼굴을 깊이 묻었다.문이 열리자 밖에는 굳은 표정을 짓고 김덕배와 고선덕이 곧게 서 있었다.김신걸이 원유희를 안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자 그제야 둘은 말을 꺼냈다.“이게 무슨 일이야?"김덕배는 옆에 있던 고선덕과 물었다.“왜 이렇게 소란이야!”“저야 잘 모르죠.”고선덕이 얘기했다.‘나도 놀랐는데!”그는 김신걸이 이 정도로 매우 화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운이라고 생각했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바래다주었다.롤스로이스는 아래층에 멈췄다. 원유희는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으려고 하자 모신걸의 강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입고 있어. 노출하는 거 너무 좋아하는 거 어냐?”원유희는 이를 악물고 참느라 소리를 내지 않았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원유희는 외투를 다시 입고 일어났다. 더 이상 김신걸을 상대하기 힘든 그녀는 김신걸의 앞을 지날 때 유독 조심스러워했다.무시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내고 있는 김신걸은 독수리처럼 예리한 눈으로 원유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원유희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녀를 끌어당겼다.“아!”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원유희는 매우 놀라 소리쳤다.“깨끗이 씻었는지 한번 확인하자……”김신걸은 다시 원유희의 작은 입술을 탐했다.집으로 돌아온 원유희에 입술엔 키스를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거실에 들어서자 원유희는 몸에 걸쳤던 김신걸의 고가 슈트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 한쪽으로 찼다.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화를 풀 수밖에 없다.김풍그룹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신걸에게 그렇게 당하니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원유희 자신조차도 매우 놀랐다.그녀는 김신걸이 김풍그룹으로 달려들어 그녀의 몸에 손댈 줄은 아예 생각하지 못했다.김명화가 그녀에게 한 일이 김신걸에겐 그 정도로 자극적이었는지 그는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이미 목욕을 마친 원
김명화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누구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지 바로 눈치챘다.“안 받아?”그는 전혀 자리를 피해줄 생각이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자신에게 연락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후에 데려다주고 왜 또 전화한대? 뭐가 불만이야? 설마 5층에서 날 못 봤다고 전화하는 건 아니겠지?’이렇게 생각하니 원유희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이정도로 겁 먹을 필요는 없잖아? 너 계속 안 받으면 김신걸은 꼭 너를 의심할 거야.”원유희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몸을 돌려 방으로 가려고 했지만 김명화는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그냥 여기서 받아.”“김명화 씨, 좀 그만 해요.”원유희는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쳤지만 김명화는 그 틈을 타서 그녀의 핸드폰을 뺏었고 심지어 스피커를 켰다.미처 반응하지 못한 원유희는 숨을 저도 모르게 죽였다.참을성을 잃은 김신걸의 나지막하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아파트에 있지.”원유희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김신걸은 미심쩍은 말투로 얘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온 세상을 다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그냥 기분이 별로여서.”원유희는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이 소리를 듣자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는 김신걸은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물어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이 침묵을 지키자 원유희는 오히려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무지 김신걸을 이해할 수 없었다.‘뭐야, 나 또 쟤 심기를 건들인 거야? 설마 카메라도 안 켰는데 김명화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원유희는 한편으로는 김신걸이 이쪽의 상황을 발견할까 봐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김명화가 갑자기 소리를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지금 신경이 극도로 곤두섰다!“저녁에 옷 가지러 갈게, 겸사겸사 같이 밥도 먹고.”김신걸은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원유희는 김명화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빼
원유희도 방법이 없었다. 김신걸 앞에서 그녀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세쌍둥이와 얘기를 끝내고 그녀는 5층으로 갔다.위치추적기로 김신걸이 있는 곳을 계단을 내려올 때 원유희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고 살금살금 걸었다.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서 숨을 고르자마자 바닥에 던져진 양복 외투가 한눈에 보였다.원유희는 안색이 변하자 바삐 앞으로 나가 옷을 주워 힘껏 손으로 위의 먼지를 전혀 쓸모가 없다.위에는 쭈글쭈글한 주름과 발자국이 있었다.평소에 김신걸이 입고 다니는 옷에는 주름이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반듯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엉망진창이었다.원유희는 시간을 보고 서둘러 김신걸이 오기 전에 옷을 원래대로 회복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김신걸은 한눈에 그녀가 도대체 옷에다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의 옷을 더럽히면 그에게 도발하는 것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원유희는 더 이상 일을 귀찮게 만들어서 피해 보고 싶지 않았다.이전에 여채아 방에 있던 다리미를 내놓고 양복을 평평하게 깔고 다리미를 시작했다.옷을 다 다리고 나서 원유희는 밥 짓으로 갔다.어차피 김신걸이 찾아오는 목적은 옷이었다.화가 난 원유희는 손까지 힘을 주었다.‘옷을 안 입겠다고 말했는데 굳이 나한테 입혀줘 놓곤 지금 또 가지러 온다고? 고생을 찾아서 하는 거야 뭐야? 그리고 밥은 왜 먹고 가는 건데? 쟤 같은 금수저의 입맛을 또 어떻게 맞춰야 하는 걸까? 그냥 마음대로 해줘도 될 것 같은데, 전번에 반찬에다가 국을 해줬는데도 잘만 먹더구먼.’다림질을 마치고 옷을 들어 본 원유희의 눈이 점점 커졌다.믿을 수 없이 불빛 아래에서 보고 또 코앞에 대고 냄새를 맡았는데 김신걸의 냄새도 났고 타는 냄새도 났다.결론적으로 보면 그 노란 덩어리는 뭐 묻은 것이 아니라 탄 것이었다!“어쩌지?”‘김신걸 또 노발대발하는 거 아냐? 에이, 걔 같은 금수저가 설마? 그리고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 배……배상하면 끝나는 거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겠지…
1억8천만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고작 외투 한 벌이?’원유희는 무의식중에 김신걸의 몸에 있는 바지와 신발, 그리고 그의 손목에 있는 손목시계를 봤다.저렴한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꼴이 우수워 보였다. ‘어떻게 배상할 생각을 했을까.’하지만 할부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이미 뱉은 얘기를 취소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1억8천은 할부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 돈이 있으면 세쌍둥이한테 써야지.’아이들의 분윳값과 기저귀 같은 비용은 어마어마했다.‘빚이 산더미 같은데 어떻게 아이를 키워?’“나……돈이 없는데.”“그럼 다른 걸로 갚아." 김신걸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다른 것은 무엇이야?”“네 생각엔?”원유희는 입술을 꼭 오므렸다.김신걸의 눈빛은 목적과 마찬가지로 뚜렷하고 확고했다.“혼자 골라." 김신걸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강요하고 있다.원유희는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돈으로 배상? 그건 그녀는 절대 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김신걸한테 그런 일을 당하면 그녀도 매우 난처했다.원유희는 애초부터 걱정이 쌓였다.원유희는 넋을 잃으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의 빛이 어두워지고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김신걸이 자신을 턱을 쥐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이 들었다. 그리고 김신걸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다 골랐어?”“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난 반항할 수 없어. 도대체 넌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데?”“네가 매번 주동적으로 협조해주는 것.”원유희는 난감하게 입술을 깨물며 눈빛을 떨었다.‘정신부터 공격하려는 것일까?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타락하는 걸 보면서…….’“응?”김신걸의 거친 손가락이 원유희 턱의 보드라운 피부를 천천히 매만졌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넘쳤다.“세 번째 선택은?" 원유희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내려다볼 뿐 말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이렇게 묻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
“밥 먹어.” 김신걸은 그녀를 놓아주고 몸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원유희는 순간 멍해졌다.‘뭐야, 동의한거야?’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의외였다. 하지만 그녀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신걸은 공격을 늦춘 것이지 그만한 것은 절대 아니니까.집은 어전원의 욕실보다 작았고 식탁은 어전원의 식탁의 3분의 1 크기도 안 되었고 음식은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이 구차했다.김신걸의 눈에는 그녀가 만든 음식이 길가의 포장마차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서 먹으려니 그의 속셈이 어떨지 원유희는 알길이 없었다.김신걸은 밥 한 그릇을 다 먹은 후 빈 그릇을 밀어냈다.“더 담아줘?”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집열쇠를 김명화에게 줬더라.”원유희는 그가 분명히 CCTV에서 무엇을 발견했음을 짐작했다. 그녀와 김명화의 돌발 상황까지 알 수 있는 정도였는게 이건 감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너무 무서워 소름이 돋았다.“핑계 다 찾았어?”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음산해 보였다.“핑계를 댈 필요가 없어. 그 열쇠는 전에 내가 화분 아래에 두었던 것이고. 걔가 저번에 여기 오면서 몰래 가져갔어.”원유희는 이것저것을 생각하며 얘기해야 했다.결국, 그녀는 여전히 김신걸과 김명화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이 두 사람이 공공연히 서로 등을 돌리면 그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람 목숨까지 영향 줄 큰일이었다.“오늘 내가 한 말, 기억나지?” 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위압적인 경고가 가득했다.원유희는 이 상황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오후에는 입을 소독해준다는 이유로 질식사할 지경까지 입을 탐하더니 오후에는 이 남자랑 같이 밥을 먹고 있다.이 남자의 괴벽스러운 성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얘기해주고 있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다.“평생 잊을 수 없어."원유희는 이 말을 할 때 얼
원유희는 전화를 걸어 묻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김신걸이 이 일을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도망 심리를 피할 수 없었다. 생각은 그런데 밥 할 땐 어쩔 수 없이 양을 늘렸다.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오면 적어도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김신걸을 대할 때 미친놈 같은 행동이 너무 무서웠다.회사에 출근한 후 동료들이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들은 궁금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어쩌다가 김신걸을 건드렸는지, 건드리고도 어떻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는지 내심 궁금했을 것이다.아무도 그녀와 김신걸이 남녀의 호감을 느끼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긴 저번에 너무 폭력적이었다.게다가 동료들의 눈에 그녀는 김명화의 여자 친구인데 어떻게 김명화의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그냥 이상한 쪽으로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밥을 하면서 수시로 김신걸의 위치를 살폈다. 그녀가 밥을 다 할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곤 그룹에 있었다.시간은 6시를 가리키고 위치추적 표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것 같았다.원유희는 고장 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저 김신걸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30분이나 더 기다리지만 위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여 원유희는 혼자 먹고 남은 것은 보온해뒀다.김신걸은 그녀의 남은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의 사정이고 겉으로는 잘해야 했다.원유희가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오를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곱 그룹에 있었다.‘벌써 잊어버린 거 아닐까? 오늘 밤 도망갈 수 있을까?’원유희는 몸부터 마음마저 편안해졌다.김신걸을 모시는 것은 테크닉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이기도 하다.혹시나 해서 그녀는 6층에 가지 않고 5층에서 편히 잤다.9시가 넘었을 때 원유희는 일찍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그녀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자신이 바다에 빠진 꿈을 꾸었는데, 물보라가 단번에 그녀를 단단히 삼켜버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호흡은 더더욱
“……아니.”원유희는 대답을 마친 후 김신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콧소리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하며 섹시했다.그러자 그녀의 몸이 돌려졌고 원유희의 등이 단단한 벽에 닿았다.천천히 눈을 뜨고 김신걸의 침략의 뜻이 담긴 눈과 마주치니 그녀의 몸과 마음은 다 떨리기 시작했다.갓 잠에서 깬 그녀의 모습은 애꿎고 귀여웠고, 작은 얼굴은 새하얗기 그지없어 마치 신생아 같았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깊어지고 위험은 증가하였다.“네가 주동적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쉬었다.그의 넓은 어깨에 올려놓은 손은 떨렸지만 원유희는 곧바로 그의 목을 껴안고 작은 얼굴로 살짝 다가가 그의 얇은 입술 앞에서 숨을 내쉬었다.“안 잊었어…….”말이 끝나자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이걸로 만족할 김신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몇번의 가벼운 키스는 그의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원유희의 희고 가는 손가락은 넥타이의 매듭을 잡고 잡아당기며 그의 넥타이를 풀었다.그 순간, 그녀는 정말 그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을 뿐만 아니라 점심도 먹었다.회사는 심지어 직접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서야 눈을 떴다.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누군가 제 몸이 묶는 듯이 안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얼굴은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에 닿았다. 강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올렸고 김신걸의 눈이 아직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도 서둘러 일어나지 않고 그에게서 내려와 등을 돌리고 계속 잤다.어차피 회사에 늦었으니 급하게 갈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출근할 정력도 없어서 피곤해서 미칠 지경이다.김신걸은 검은 눈을 뜨고 눈앞 베개 위의 뿌려져 있는 검은 머리를 봤다. 그 머리는 새까맣고 윤기가 흘러넘쳤다.깜찍하고 귀여운 귀가 검은 머리 아래에서 보일 듯 말 듯 하여 작은 동물과 같이 귀여워 보였다.그는 뜻밖이라는 눈치였다. 자
‘갔어?’원유희는 욕실, 거실, 방을 나왔는데 모두 김신걸을 찾아볼 수 없었다.‘역시 갔어. 그럼 쟤 옷은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 거야?’그녀는 또 무슨 배상해야 할 일이 생길까 봐 감히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했다.원유희는 거실의 휴대전화를 찾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순간 표정이 어둡게 되었다.‘이 새끼가 전화를 안 받네?’김신걸은 금방 떠났다. 핸드폰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세 통의 전화를 다 안 받는 거 보면 이건 딱 봐도 고의로 안 받는 것이다.원유희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그 옷을 봤다.‘샤워실에 계속 버릴 순 없잖아. 그냥 맑은 물에 헹구어 말려주면 되겠지!’싸구려 세제도 안 썼고 다리미로 다림질도 안 했다. 그냥 한번 헹구고 짜지도 않고 베란다에 걸었다. 옷에서 떨어지는 물은 폭포와도 같았다.이 모든 일을 마치고 원유희는 고선덕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그는 두말없이 승낙했다.원유희는 점심을 먹지 않았고 서랍에서 과자 한 봉지를 찾아 먹었다. 다 먹은 후 침대에 올라가서 바로 잠들었다.‘힘들어 죽겠네, 제발 좀 쉬자.’이렇게 회사에 출근하면 컨디션은 아주 엉망일 것 같아 차라리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문득 김신걸이 또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기분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만약 그가 단순히 저녁을 먹으러 왔다면, 그녀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기에 두고 간 옷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 나름 환영했다.잠든 원유희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깼다.원유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문이 막 열리자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경악하게 했다.윤설과 윤정이었다.윤설은 잠에서 금방 깬 원유희의 모습을 보자 화가 나서 그녀를 힘껏 밀치고 안으로 쳐들어갔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정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도 잘 모르고 머릿속은 엉망인데 어떻게 얘기하지?’그녀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전혀 준비도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