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의 표정은 삽시에 어두워졌다.“유희 아버지가 낸데, 당신 지금 나를 말하는 거야?”장미선은 웃으며 얘기했다.“당신 제성에 온 후로부터 쉽게 화내는 거 알아? 자긴 원유희를 키운 적도 없는데 왜 그래?”“앞으로 근거 없는 말을 하지 마, 회사로 가볼게.”윤정은 기분이 상한 윤설을 위해 밥 먹으러 돌아온 것이기에 지금은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윤정이 떠난 후 윤설과 장미선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었다.장미선은 아직도 화가 나 있는 윤설의 얼굴을 보며 위로했다.“네 아버지는 당연히 너를 아끼지. 너를 안 아낀다면 왜 네가 기분이 상했다는 소리 듣고 바로 달려왔겠어?”“저는 아빠가 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조금도 바라지 않아요. 전 아빠는 무조건 내 편이었으면 좋겠어요.”윤설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질투로 가득했다.“당연하지! 너는 네 아버지가 직접 키운 딸이고 그 원유희는 그냥 갑자기 굴러온 딸인데 유전자 검사를 하면 뭐 어때? 너랑은 비교도 할 수 없어.”이 일에 대해서 장미선은 자신이 넘쳤다. 그리고 갑자기 뭐가 떠올랐는지 윤설과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확신할 수 있어?”“당연하죠! 누군가가 신걸씨가 원유희를 데려가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고 하잖아요.”흥분한 윤설은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섰으며 눈에는 독기로 가득 찼다.외모면 외모, 재능이면 재능 그녀는 어느 하나라도 빠진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이 다 원유희보다 나은데, 왜 저런 계집애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지 윤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장미선은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내주기 시작했다.장미선은 윤설에게 걸어가 엄숙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나는 네 아버지가 원유희와 자주 만나면서 원수정과도 자주 만날까 봐 걱정이야.”“무슨 뜻이에요? 그 사람이 설마 우리 아빠를 꼬시려고 하는 건 아니죠?”윤설은 순간 경각심이 높아졌다.“걔 꼬시고 싶어도 그럴 재간이 있어야 꼬시지.”10여년 전의 장미선은 윤정과 재결합하는 능력이 있었
원유희는 자신의 힘으로는 김명화의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힘으로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그와 얘기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어젯밤에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떠난 거라고 얘기했잖아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몇번을 더 얘기해야 믿어줄래요?”“누가 너한테 약을 먹였다더군?”김명화는 그 일을 직접 얘기했다.“아는군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가 한 짓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어요.”“아는 사람 중의 한명이겠지,뭐.”김명화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얘기했다.원유희는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먼저 김명화와 상대해야 했다.“놔줄 수 있어요? 이렇게 된 마당에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요?”“어쩌려고?”이미 수를 다 생각해둔 김명화는 입꼬릴 살짝 올려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곧 알게 될 거야.”이 말만 남기도 그는 원유희를 놓아주었고 지체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가버렸다.앉아 있던 완무희를 멍하니 있었다가 김명화가 가진 열쇠를 생각하자 급하게 쫒아갔다.하지만 김명화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원유희는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자물쇠를 보고 있었다.‘또 바꿔야 해? 아니, 그걸로 해결할 수는 없어. 김명화가 들이닥치겠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아예 집을 이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만 어느 곳으로 이사할 수 있겠어? 김신걸의 옆집에 이사해갈 수도 없고.’원유희는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침대에 누운 후 그녀는 너무 힘들어 손도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김신걸은 윤설로 부족한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는 잠 들었다.원유희가 깨날 때,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그녀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세쌍둥이는 같이 모여서 놀고 있었고 엄마를 보자마자 다 웃으면서 “엄마 엄마”라고 불렀다.그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원유희는 하루 동안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고 잠을 자는 것보다 더 힐링 되었다.“밥 먹었어?”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이모가 입을 열었다.“애
"기다릴게요!" 윤설은 김신걸의 품에 살포시 안기며 말했다. "다 끝났어요?"“ 응." 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럼 이젠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 늦었는데." 윤설은 김신걸의 손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신걸은 슬그머니 손을 피했다 .마음 상한 것도 잠시, 김신걸의 상처투성인 손등을 보고서는 놀란 표정을 그 치 못했고 마음이 아픈 것밖에 남지 않았다. "손은 왜 그래요?누가 그랬어요?""부주의로 부딪혔어요, 괜찮아요."어떻게 부딪치면 이런 상처를 입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정말 의심스럽다.오늘 밤까지 정성껏 준비해온 열정이 단번에 식었고 마음이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다.요즘에 배란기인데, 아이를 가지려면 또 다음 달을 기다려야 하는가...김신걸의 손은 또 이 지경인데 뜨밤을 보낼 수는 있는 걸까?잘못하면 자신이 아주 밝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해림씨, 약 상자 가져와요." 윤설은 걱정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 작은 상처라도 이렇게 그냥 둬서는 안 돼요, 감염될 수 있잖아요.""나 먼저 샤워할게요." 김신걸은 말했다."그래도 될 것 같아요, 약을 바른 후 물을 묻히면 안 되니깐."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한편 침실에 앉아 있는 윤설은 안절부절못했다.만약 어젯밤에 김신걸과 원유희가 같이 있었다면, 몸에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욕실로 향했다.조심스레 소리 나지 않게 유리문을 밀어 문틈으로 들여다봤다. 샤워기 아래 김신걸의 몸은 탄탄한 근육에 감싸 수컷향기를 뿜뿜 내 뿌무며 아주 수컷이 공격성이 넘치게 느껴진다.어깨 쪽에 선명한 손톱자국이 윤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자국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수가 있겠는가?질투에 발광하고 싶고, 분노에 눈이 멀어 사람도 죽일 것 같았다.그 사람은 다름이 아닌 바로 원유희다. 결국 김신걸에게 들킬까 봐 또 조용히 유리문을 당겨 닫았다.윤설은 화가 치밀어서 바로 방을 떠나 밖으로 뛰
불안한 원유희는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김풍그룹에 들어온 후 했었던 모든 일을 되돌려 보았다.딱히 문제 되는 건 없었다.김명화와 키스한 거 말고는.물론 그녀가 원해서 한 것도, 그렇다고 김명화가 의도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어떻게 보일지.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녀는 그저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만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았다.설마 재수 없게 김신걸이 마침 보고 있었겠어?그렇게 바쁘신 몸인데 설마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지키고 있진 않겠지?아님, 다른 사람을 시켜서?아니야, 아닐 거야. 김신걸은 내연녀가 된 모욕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다른 남자와 키스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그럼 표원식과의 일은 또 뭐란 말인가…….원유희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했다."원 매니저, 잠깐 들어와 보세요."고선덕은 의자에 앉은 채 한 손으로 펜을 굴리며 손안의 서류를 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면서 서류를 작성한 거죠?"조금 찔린 원유희가 조심스레 물렀다."……많이 틀렸나요?""말도 안 되게요. 초등학교 졸업하신 거 맞죠?""……."원유희는 조금 민망했다.얼마나 어이없을 정도로 틀렸으면 이런 말을 하겠는가?"무슨 생각 하셨죠?"고선덕이 물었다."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차마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 다시 수정하겠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사무실 문이 펑 하고 열렸다.원유희 뿐만 아닌 고선덕마저 깜짝 놀랐다.너무 당황한 탓에 그들은 들어온 사람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잊었다.김신걸은 음침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더니 곧장 걸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아!"원유희는 짧은 비명과 함께 사무실에서 끌려 나갔다.사무실에서 나와 업무 구역을 지나자, 이 장면을 본 동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무슨 일이지? 방금 그 사람, 드래곤 그룹의 유권자 아니야?아니, 근데
원유희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김신걸의 품속에 웅크리고 얼굴을 깊이 묻었다.문이 열리자 밖에는 굳은 표정을 짓고 김덕배와 고선덕이 곧게 서 있었다.김신걸이 원유희를 안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자 그제야 둘은 말을 꺼냈다.“이게 무슨 일이야?"김덕배는 옆에 있던 고선덕과 물었다.“왜 이렇게 소란이야!”“저야 잘 모르죠.”고선덕이 얘기했다.‘나도 놀랐는데!”그는 김신걸이 이 정도로 매우 화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운이라고 생각했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바래다주었다.롤스로이스는 아래층에 멈췄다. 원유희는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으려고 하자 모신걸의 강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입고 있어. 노출하는 거 너무 좋아하는 거 어냐?”원유희는 이를 악물고 참느라 소리를 내지 않았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원유희는 외투를 다시 입고 일어났다. 더 이상 김신걸을 상대하기 힘든 그녀는 김신걸의 앞을 지날 때 유독 조심스러워했다.무시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내고 있는 김신걸은 독수리처럼 예리한 눈으로 원유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원유희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녀를 끌어당겼다.“아!”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원유희는 매우 놀라 소리쳤다.“깨끗이 씻었는지 한번 확인하자……”김신걸은 다시 원유희의 작은 입술을 탐했다.집으로 돌아온 원유희에 입술엔 키스를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거실에 들어서자 원유희는 몸에 걸쳤던 김신걸의 고가 슈트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 한쪽으로 찼다.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화를 풀 수밖에 없다.김풍그룹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신걸에게 그렇게 당하니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원유희 자신조차도 매우 놀랐다.그녀는 김신걸이 김풍그룹으로 달려들어 그녀의 몸에 손댈 줄은 아예 생각하지 못했다.김명화가 그녀에게 한 일이 김신걸에겐 그 정도로 자극적이었는지 그는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이미 목욕을 마친 원
김명화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누구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지 바로 눈치챘다.“안 받아?”그는 전혀 자리를 피해줄 생각이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자신에게 연락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후에 데려다주고 왜 또 전화한대? 뭐가 불만이야? 설마 5층에서 날 못 봤다고 전화하는 건 아니겠지?’이렇게 생각하니 원유희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이정도로 겁 먹을 필요는 없잖아? 너 계속 안 받으면 김신걸은 꼭 너를 의심할 거야.”원유희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몸을 돌려 방으로 가려고 했지만 김명화는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그냥 여기서 받아.”“김명화 씨, 좀 그만 해요.”원유희는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쳤지만 김명화는 그 틈을 타서 그녀의 핸드폰을 뺏었고 심지어 스피커를 켰다.미처 반응하지 못한 원유희는 숨을 저도 모르게 죽였다.참을성을 잃은 김신걸의 나지막하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아파트에 있지.”원유희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김신걸은 미심쩍은 말투로 얘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온 세상을 다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그냥 기분이 별로여서.”원유희는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이 소리를 듣자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는 김신걸은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물어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이 침묵을 지키자 원유희는 오히려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무지 김신걸을 이해할 수 없었다.‘뭐야, 나 또 쟤 심기를 건들인 거야? 설마 카메라도 안 켰는데 김명화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원유희는 한편으로는 김신걸이 이쪽의 상황을 발견할까 봐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김명화가 갑자기 소리를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지금 신경이 극도로 곤두섰다!“저녁에 옷 가지러 갈게, 겸사겸사 같이 밥도 먹고.”김신걸은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원유희는 김명화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빼
원유희도 방법이 없었다. 김신걸 앞에서 그녀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세쌍둥이와 얘기를 끝내고 그녀는 5층으로 갔다.위치추적기로 김신걸이 있는 곳을 계단을 내려올 때 원유희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고 살금살금 걸었다.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서 숨을 고르자마자 바닥에 던져진 양복 외투가 한눈에 보였다.원유희는 안색이 변하자 바삐 앞으로 나가 옷을 주워 힘껏 손으로 위의 먼지를 전혀 쓸모가 없다.위에는 쭈글쭈글한 주름과 발자국이 있었다.평소에 김신걸이 입고 다니는 옷에는 주름이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반듯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엉망진창이었다.원유희는 시간을 보고 서둘러 김신걸이 오기 전에 옷을 원래대로 회복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김신걸은 한눈에 그녀가 도대체 옷에다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의 옷을 더럽히면 그에게 도발하는 것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원유희는 더 이상 일을 귀찮게 만들어서 피해 보고 싶지 않았다.이전에 여채아 방에 있던 다리미를 내놓고 양복을 평평하게 깔고 다리미를 시작했다.옷을 다 다리고 나서 원유희는 밥 짓으로 갔다.어차피 김신걸이 찾아오는 목적은 옷이었다.화가 난 원유희는 손까지 힘을 주었다.‘옷을 안 입겠다고 말했는데 굳이 나한테 입혀줘 놓곤 지금 또 가지러 온다고? 고생을 찾아서 하는 거야 뭐야? 그리고 밥은 왜 먹고 가는 건데? 쟤 같은 금수저의 입맛을 또 어떻게 맞춰야 하는 걸까? 그냥 마음대로 해줘도 될 것 같은데, 전번에 반찬에다가 국을 해줬는데도 잘만 먹더구먼.’다림질을 마치고 옷을 들어 본 원유희의 눈이 점점 커졌다.믿을 수 없이 불빛 아래에서 보고 또 코앞에 대고 냄새를 맡았는데 김신걸의 냄새도 났고 타는 냄새도 났다.결론적으로 보면 그 노란 덩어리는 뭐 묻은 것이 아니라 탄 것이었다!“어쩌지?”‘김신걸 또 노발대발하는 거 아냐? 에이, 걔 같은 금수저가 설마? 그리고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 배……배상하면 끝나는 거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겠지…
1억8천만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고작 외투 한 벌이?’원유희는 무의식중에 김신걸의 몸에 있는 바지와 신발, 그리고 그의 손목에 있는 손목시계를 봤다.저렴한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꼴이 우수워 보였다. ‘어떻게 배상할 생각을 했을까.’하지만 할부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이미 뱉은 얘기를 취소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1억8천은 할부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 돈이 있으면 세쌍둥이한테 써야지.’아이들의 분윳값과 기저귀 같은 비용은 어마어마했다.‘빚이 산더미 같은데 어떻게 아이를 키워?’“나……돈이 없는데.”“그럼 다른 걸로 갚아." 김신걸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다른 것은 무엇이야?”“네 생각엔?”원유희는 입술을 꼭 오므렸다.김신걸의 눈빛은 목적과 마찬가지로 뚜렷하고 확고했다.“혼자 골라." 김신걸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강요하고 있다.원유희는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돈으로 배상? 그건 그녀는 절대 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김신걸한테 그런 일을 당하면 그녀도 매우 난처했다.원유희는 애초부터 걱정이 쌓였다.원유희는 넋을 잃으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의 빛이 어두워지고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김신걸이 자신을 턱을 쥐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이 들었다. 그리고 김신걸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다 골랐어?”“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난 반항할 수 없어. 도대체 넌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데?”“네가 매번 주동적으로 협조해주는 것.”원유희는 난감하게 입술을 깨물며 눈빛을 떨었다.‘정신부터 공격하려는 것일까?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타락하는 걸 보면서…….’“응?”김신걸의 거친 손가락이 원유희 턱의 보드라운 피부를 천천히 매만졌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넘쳤다.“세 번째 선택은?" 원유희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내려다볼 뿐 말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이렇게 묻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