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8천만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고작 외투 한 벌이?’원유희는 무의식중에 김신걸의 몸에 있는 바지와 신발, 그리고 그의 손목에 있는 손목시계를 봤다.저렴한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꼴이 우수워 보였다. ‘어떻게 배상할 생각을 했을까.’하지만 할부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이미 뱉은 얘기를 취소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1억8천은 할부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 돈이 있으면 세쌍둥이한테 써야지.’아이들의 분윳값과 기저귀 같은 비용은 어마어마했다.‘빚이 산더미 같은데 어떻게 아이를 키워?’“나……돈이 없는데.”“그럼 다른 걸로 갚아." 김신걸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다른 것은 무엇이야?”“네 생각엔?”원유희는 입술을 꼭 오므렸다.김신걸의 눈빛은 목적과 마찬가지로 뚜렷하고 확고했다.“혼자 골라." 김신걸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강요하고 있다.원유희는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돈으로 배상? 그건 그녀는 절대 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김신걸한테 그런 일을 당하면 그녀도 매우 난처했다.원유희는 애초부터 걱정이 쌓였다.원유희는 넋을 잃으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의 빛이 어두워지고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김신걸이 자신을 턱을 쥐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이 들었다. 그리고 김신걸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다 골랐어?”“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난 반항할 수 없어. 도대체 넌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데?”“네가 매번 주동적으로 협조해주는 것.”원유희는 난감하게 입술을 깨물며 눈빛을 떨었다.‘정신부터 공격하려는 것일까?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타락하는 걸 보면서…….’“응?”김신걸의 거친 손가락이 원유희 턱의 보드라운 피부를 천천히 매만졌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넘쳤다.“세 번째 선택은?" 원유희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내려다볼 뿐 말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이렇게 묻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
“밥 먹어.” 김신걸은 그녀를 놓아주고 몸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원유희는 순간 멍해졌다.‘뭐야, 동의한거야?’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의외였다. 하지만 그녀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신걸은 공격을 늦춘 것이지 그만한 것은 절대 아니니까.집은 어전원의 욕실보다 작았고 식탁은 어전원의 식탁의 3분의 1 크기도 안 되었고 음식은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이 구차했다.김신걸의 눈에는 그녀가 만든 음식이 길가의 포장마차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서 먹으려니 그의 속셈이 어떨지 원유희는 알길이 없었다.김신걸은 밥 한 그릇을 다 먹은 후 빈 그릇을 밀어냈다.“더 담아줘?”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집열쇠를 김명화에게 줬더라.”원유희는 그가 분명히 CCTV에서 무엇을 발견했음을 짐작했다. 그녀와 김명화의 돌발 상황까지 알 수 있는 정도였는게 이건 감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너무 무서워 소름이 돋았다.“핑계 다 찾았어?”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음산해 보였다.“핑계를 댈 필요가 없어. 그 열쇠는 전에 내가 화분 아래에 두었던 것이고. 걔가 저번에 여기 오면서 몰래 가져갔어.”원유희는 이것저것을 생각하며 얘기해야 했다.결국, 그녀는 여전히 김신걸과 김명화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이 두 사람이 공공연히 서로 등을 돌리면 그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람 목숨까지 영향 줄 큰일이었다.“오늘 내가 한 말, 기억나지?” 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위압적인 경고가 가득했다.원유희는 이 상황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오후에는 입을 소독해준다는 이유로 질식사할 지경까지 입을 탐하더니 오후에는 이 남자랑 같이 밥을 먹고 있다.이 남자의 괴벽스러운 성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얘기해주고 있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다.“평생 잊을 수 없어."원유희는 이 말을 할 때 얼
원유희는 전화를 걸어 묻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김신걸이 이 일을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도망 심리를 피할 수 없었다. 생각은 그런데 밥 할 땐 어쩔 수 없이 양을 늘렸다.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오면 적어도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김신걸을 대할 때 미친놈 같은 행동이 너무 무서웠다.회사에 출근한 후 동료들이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들은 궁금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어쩌다가 김신걸을 건드렸는지, 건드리고도 어떻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는지 내심 궁금했을 것이다.아무도 그녀와 김신걸이 남녀의 호감을 느끼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긴 저번에 너무 폭력적이었다.게다가 동료들의 눈에 그녀는 김명화의 여자 친구인데 어떻게 김명화의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그냥 이상한 쪽으로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밥을 하면서 수시로 김신걸의 위치를 살폈다. 그녀가 밥을 다 할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곤 그룹에 있었다.시간은 6시를 가리키고 위치추적 표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것 같았다.원유희는 고장 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저 김신걸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30분이나 더 기다리지만 위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여 원유희는 혼자 먹고 남은 것은 보온해뒀다.김신걸은 그녀의 남은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의 사정이고 겉으로는 잘해야 했다.원유희가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오를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곱 그룹에 있었다.‘벌써 잊어버린 거 아닐까? 오늘 밤 도망갈 수 있을까?’원유희는 몸부터 마음마저 편안해졌다.김신걸을 모시는 것은 테크닉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이기도 하다.혹시나 해서 그녀는 6층에 가지 않고 5층에서 편히 잤다.9시가 넘었을 때 원유희는 일찍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그녀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자신이 바다에 빠진 꿈을 꾸었는데, 물보라가 단번에 그녀를 단단히 삼켜버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호흡은 더더욱
“……아니.”원유희는 대답을 마친 후 김신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콧소리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하며 섹시했다.그러자 그녀의 몸이 돌려졌고 원유희의 등이 단단한 벽에 닿았다.천천히 눈을 뜨고 김신걸의 침략의 뜻이 담긴 눈과 마주치니 그녀의 몸과 마음은 다 떨리기 시작했다.갓 잠에서 깬 그녀의 모습은 애꿎고 귀여웠고, 작은 얼굴은 새하얗기 그지없어 마치 신생아 같았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깊어지고 위험은 증가하였다.“네가 주동적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쉬었다.그의 넓은 어깨에 올려놓은 손은 떨렸지만 원유희는 곧바로 그의 목을 껴안고 작은 얼굴로 살짝 다가가 그의 얇은 입술 앞에서 숨을 내쉬었다.“안 잊었어…….”말이 끝나자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이걸로 만족할 김신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몇번의 가벼운 키스는 그의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원유희의 희고 가는 손가락은 넥타이의 매듭을 잡고 잡아당기며 그의 넥타이를 풀었다.그 순간, 그녀는 정말 그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을 뿐만 아니라 점심도 먹었다.회사는 심지어 직접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서야 눈을 떴다.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누군가 제 몸이 묶는 듯이 안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얼굴은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에 닿았다. 강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올렸고 김신걸의 눈이 아직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도 서둘러 일어나지 않고 그에게서 내려와 등을 돌리고 계속 잤다.어차피 회사에 늦었으니 급하게 갈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출근할 정력도 없어서 피곤해서 미칠 지경이다.김신걸은 검은 눈을 뜨고 눈앞 베개 위의 뿌려져 있는 검은 머리를 봤다. 그 머리는 새까맣고 윤기가 흘러넘쳤다.깜찍하고 귀여운 귀가 검은 머리 아래에서 보일 듯 말 듯 하여 작은 동물과 같이 귀여워 보였다.그는 뜻밖이라는 눈치였다. 자
‘갔어?’원유희는 욕실, 거실, 방을 나왔는데 모두 김신걸을 찾아볼 수 없었다.‘역시 갔어. 그럼 쟤 옷은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 거야?’그녀는 또 무슨 배상해야 할 일이 생길까 봐 감히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했다.원유희는 거실의 휴대전화를 찾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순간 표정이 어둡게 되었다.‘이 새끼가 전화를 안 받네?’김신걸은 금방 떠났다. 핸드폰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세 통의 전화를 다 안 받는 거 보면 이건 딱 봐도 고의로 안 받는 것이다.원유희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그 옷을 봤다.‘샤워실에 계속 버릴 순 없잖아. 그냥 맑은 물에 헹구어 말려주면 되겠지!’싸구려 세제도 안 썼고 다리미로 다림질도 안 했다. 그냥 한번 헹구고 짜지도 않고 베란다에 걸었다. 옷에서 떨어지는 물은 폭포와도 같았다.이 모든 일을 마치고 원유희는 고선덕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그는 두말없이 승낙했다.원유희는 점심을 먹지 않았고 서랍에서 과자 한 봉지를 찾아 먹었다. 다 먹은 후 침대에 올라가서 바로 잠들었다.‘힘들어 죽겠네, 제발 좀 쉬자.’이렇게 회사에 출근하면 컨디션은 아주 엉망일 것 같아 차라리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문득 김신걸이 또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기분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만약 그가 단순히 저녁을 먹으러 왔다면, 그녀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기에 두고 간 옷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 나름 환영했다.잠든 원유희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깼다.원유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문이 막 열리자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경악하게 했다.윤설과 윤정이었다.윤설은 잠에서 금방 깬 원유희의 모습을 보자 화가 나서 그녀를 힘껏 밀치고 안으로 쳐들어갔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정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도 잘 모르고 머릿속은 엉망인데 어떻게 얘기하지?’그녀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전혀 준비도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화를 끊은 윤정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뭐 하냐고? 당연히 물어봐야지! 일을 이렇게 놔둬선 안 돼! 이랬다저랬다하는 이유라도 들어봐야겠어!”윤설은 더욱 찬성하지 않았다.“이 일은 명백히 원유희가 신걸 씨를 꼬신 거에요, 다 쟤 탓이라니까요!”“누구의 잘못인지 좀 있으면 알 수 있다.”“그럼 아빠가 여기에 계속 계세요, 전 갈래요.”윤설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윤정이 그녀를 잡았다.“가만히 있어.”“아빠!”윤설은 이런 일로 김신걸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녀는 김신걸이 무서웠다. 김신걸은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였고 여자에게 쉽게 휘둘릴 만한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너희 둘 다 내 딸이야. 이왕 해결하려고 하는 김에 똑똑히 다 털어놓고 말하는게 좋지 않겠어?윤정은 줄곧 침묵하던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옷 갈아입어.”원유희는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갔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윤설은 아예 윤정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아빠가 해결해줄게.”윤설은 한을 애써 참았다.‘해결해준다고? 해결해주고 싶으면 여기서 신걸 씨 옷을 발견하자마자 원유희의 뺨을 떄려줬어야지!’‘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그냥 맞서야지! 피해자는 나고 신걸 씨도 분명히 더 불쌍한 자신을 가엾게 여길 것이야!’원유희는 붙박이장 앞에 서서 넋을 잃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정과 윤설이 오자마자 원유희는 누군가에 의해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따끔하고 정말 난감했다.‘김신걸이 오면 뭐라고 할까?’원유희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틀림없이 죄명을 다 자신에게 씌울 것이다.아무래도 먼저 룰을 깨부수고 그에게 안긴 사람은 자신이었으니까……원유희는 깨끗한 옷을 꺼내 몸에 껴입었다.‘그때 되면 어떻게 아버지랑 설명해야지?’윤정은 그녀가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윤정이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치 엉망진창인 사람을 보는 눈빛 말이다.“설아?”밖에서 애타는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방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시선을 돌려 몸을 피하고 그를 들어오게 했다.김신걸은 자기 타고난 카리스마를 뽐내며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 긴 다리로 걸어들어왔다. 윤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왜 그래?”윤설은 얼굴의 눈물을 닦았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윤정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자네 설명해야 하지 않겠나? 윤설이에게 해명해야지! 자넨 약혼녀가 있는 사람일세!”그의 옷이 여기에 있으니 김신걸이 부인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부인할 뜻도 없었다.“맞아.”이 말을 듣자 세 사람은 모두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윤설은 마음이 철렁했고 더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원유희는 그가 누명을 자신에게 덮어씌울까 봐 걱정이었고 윤정의 표정은 심하게 나빠졌다.“자네 나랑 약속하지 않았나?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지? 윤씨 집안이 자네한테 준 은혜를 생각하지 않고 배은망덕해지려는 생각인가?”일반인이라면 김신걸은 참지 않고 바로 상대방을 끝장내줄 것이지만 상대가 윤정이었기에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리가요, 제 잘못은 아니에요.”원유희는 손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서 내 탓이란 얘기야?’“그래, 난 신걸씨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다 원유희가 꼬셔서 그런 거지? 자기 형부를 꼬시는 배덕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쟤 빼고 또 누가 있겠어?”윤정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물었다.“유희가 널 찾았어? 쟤가 뭘 했는데?”“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이 말을 꺼내자 현장에 있던 다른 세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었다.윤설은 김신걸이 원유희를 대신해서 숨기고 있는 줄 알고 안색이 갑자기 변했고 윤정은 원유희가 결백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자신에게 죄명을 덮어씌우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신기해했다.윤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신걸 씨, 쟤를 대신해서 숨겨줄 필요가 없어요. 잘못이 있으면 인정해야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이 ‘다른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 사람은 바로 원유희였다.원유희는 별 표정이 없었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그녀는 딱히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줄곧 자신을 이렇게 대했다. 본처와 내연녀의 싸움에서 남자는 항상 자기 아내를 도와주듯이 내연녀는 그저 심심풀이용이었고 존중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맞아요.”원유희는 냉소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지난번에는 약 때문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거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건 윤설을 멸시하고 배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윤씨 집안에 대한 모욕이죠. 이런 일이 계속 거듭되면 모르는 사람은 누가 저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겠네요.”김신걸은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예리한 눈은 원유희 몸에 고정되었고 소리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윤설은 김신걸의 무서운 안색을 보고 원유희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떻게 저런 말을 다 할 수가 있어?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정말 웃겨 죽겠네.”“그렇다면 약을 쓴 사람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세.”윤정은 손예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아니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도 되고.”“진짜로 잘못했어요. 갑자기 정신이 나갔는지 저도 제가 왜 그리 황당한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다음엔 절대 안 그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손예인은 상황판단이 빨라서 구원의 눈빛을 윤설쪽으로 보냈다.“신고는 관두죠. 여기저기에 널리 알리면 저희한테도 별 좋은 점은 없잖아요. 그리고 손씨 집안도 제성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집안인데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서 두 집안의 사이에 영향 가면 그것도 득이 될 건 없잖아요.”윤설은 손예인을 쉴드 쳐주기 시작했다.“전에 신걸 씨가 쟤한테 연예계에 못 돌아가도록 벌을 내렸는데 그럼 이번에도 비슷하게 하죠. 영원히 연예계에 발을 못 담그는 것으로 하면 충분히 큰 벌이 될 것 같아요.”손예인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