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화보통 사람은 그의 번호를 쉽게 얻을 수 없었고, 감히 그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수준을 가늠해야 했다. 격 떨어진 사람이 함부로 전화 걸었다간 정말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맞은편에서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참을성이 없어지려고 할 때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걸린 거 맞앙? 왜 아무도 얘기를 안 해?”“핸드폰이 고장 났눙가?”“아닝데, 아까 언니두 방금 통화했는데.”세쌍둥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저편에서 머리를 모아 핸드폰을 연구하고 있었다.김신걸은 바로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의외라고 생각했다.“너희들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어?”“훔친…….”“훔쳤다고 하면 앙대지!”“다른 사람이 줬져여.”“누가 줬어?”“그건 얘기해 줄 쑤 업숴여.”조한은 야단법석을 떨었다.김신걸의 검은 눈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얘기했다.“무슨 일로 연락했어?”“우리 한번 만날 쑤 있을까여?”“할 얘기가 있져여.”김신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먼저 만나면 앙대여?”매일 시간을 쪼개서 살아가는 김신걸은 평소 같으면 절대 이런 귀찮은 놈들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는 거절하지 않았고 기사에게 유치원 앞으로 가라고 시켰다.기사가 나가서 경비와 얘기했지만 경비는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김신걸은 직접 나가서 얘기했고 경비는 그의 강한 포스에 겁을 먹었다.그리곤 유치원에 전화했다.“네, 세쌍둥이의 아빠인 것 같아요.”경비는 당연히 김신걸이 학부모인 줄 알았다.옆에서 듣고 있던 김신걸은 담담하게 경비를 힐끗 쳐다봤다. 아빠라니, 또 이런 얘기는 매우 신선했다.세쌍둥이가 평소에 원장 선생님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기에 유치원 쪽에서는 당연히 원장 선생님인 줄 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아이가 나왔고 경비 옆에 있던 남자를 보자 달려갔다.그들은 어린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었다. 김신걸은
“나 바쁜데 무슨 일로 불렀어?”“윤설이 누구에여?”“우린 그 사람이 시러여!”“엄청 사나운 사람이에여!”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쩌번에 집에 돌아갈 때 그 사람이 5층에서 이쁜 누나랑 싸웠어여!”조한이가 얘기했다.그리고 유담이가 덧붙여서 얘기했다.“괴롭혔어여! 너무 무서웡여!”“꼭 그런 무서운 사람이랑 결혼해야 되여?”상우가 물었다김신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말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하다가 물었다.“혼자였어?”“아니에여. 그 사람의 엄마 아빠도 같이 있었어여. 함께누나 한 사람을 괴롭혔어여. 이쁜 누나 너무 불쌍해여…….”김신걸은 항상 말을 간결하게 해서 머리가 똑똑하지 않고서야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리석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만 상대했다.의외로 두 살배기밖에 안 돼 보이는 녀석이 자신의 얘기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암튼 그 사람과 결혼하면 앙대여!”조한이가 단호하게 얘기했다.김신걸은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내가 누구와 결혼하는 것도 너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해?”“다 아조씨를 생각해서 해주는 얘기야.”상우가 얘기했고 뒤따라 조한이가 말했다.“아조씨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우리 결혼식장에 가서 소란 피울 거야!”“암튼 결혼하면 안대…….”유담이는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시큰둥했다.세쌍둥이는 자신들의 아빠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차라리 이쁜 누나랑 결혼해여!”상우가 제의하자 다른 두 아기는 머리를 세게 끄덕이며 호응했다.김신걸은 검은 눈을 반쯤 감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결혼하는 것도 얘네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 신붓감도 지네들이 정해주려고 하네? 어디서 이런 발칙한 애들이 튀어나왔을까?“언니는 이쁘고 성격 좋고 상냥해여. 꼭 좋은 아내가 될거에여.”영리한 유담이가 얘기했다.“누나랑 결혼하지 않으면 꼭 후회할 거에여!”“이게 다 아조씨를 위한 거에여.”김신걸의 몸은 나른하게
유리문의 풍경이 딸랑딸랑 울리기 시작했다.문을 밀고 들어온 표원식은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고, 유일한 손님을 한눈에 찾아낼 수 있었다.그들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잘 쓴 세쌍둥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김신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김 선생님, 지금 이게 무슨 짓 이죠? 아이를 이렇게 마음대로 데려가시면 모르는 사람은 아이가 납치된 줄 알잖아요.”김신걸은 앞에 있는 녀석들을 똑바로 바라볼 뿐 표원식에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엄청 신경 쓰시나 봐요. 누가 보면 선생님의 아이들인 줄 알겠네.”표원식은 안경 렌즈 뒤로 눈빛에 담겨있는 비아냥거림을 숨겼다.“안 그래도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아이들이 저를 잘 따라요. 선생님보다는 아빠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해요.”삼 남매는 마치 구조를 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여, 맞아여. 저희 아빠에여. 누나도 우리 아빠를 아주 좋아해여.”“아빠도 우리 언니를 엄청 좋아하는데여.”“아조씨가 노력하지 않으면은 누나는 우리 아빠의 아내가 될 거에여!”김신걸의 검은 눈은 날카로워졌고 더욱 차갑고 위협적인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다.표원식은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갔다.“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리면 유치원은 엄청나게 큰 책임을 져야 해요. 김 선생님이 정말 아이를 좋아하신다면 얼른 윤설 씨와 노력해서 자기의 아이를 낳으시는 게 좋겠어요. 드래곤 그룹의 후계자라니 상상만 해도 비범할 것 같네요.”김신걸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일어서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입을 열었다.“이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야. 아 그리고, 내가 놀다 버린 여자인데 당신과 같은 사람은 그 사람의 성에 안 찰 것 같은데?”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표원식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지만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시선을 세 아이에게 돌리자 그들은 저마다 앞에 놓은 아이스크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아! 녹는다!”조한은 말하면서 손가락을 내밀어 아이스크림을 만지려고 했다.표원식은 냉큼 조
원유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성격이 변덕스럽고 속마음을 알기 힘든 김신걸과 어릴 때부터 만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절대 아이들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다. 아니면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근데 그는 도대체 왜 아이를 찾으러 갔을까?원유희는 세 명의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김신걸을 찾아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원유희가 아이들이 김신걸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분명 매우 화낼 것이기에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숨겼다. 하여 아이들은 김신걸에게 전화 걸었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 얘기하면 분명 다시는 전화를 못 걸게 뻔했다.“유희씨가 걱정할까 봐 미리 말 못했어요.”“당연히 알고 있죠, 다 절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요.”원유희는 당연히 표원식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있었다.“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김신걸이 원장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어요?”“아니, 애초에 김신걸씨가 먼저 잘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그럼 됐어요.”두 사람은 아이 얘기만 했을 뿐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은 이상해졌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처럼 답답했고 침울했다.하지만 원유희가 걱정해야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김신걸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이런 게 바로 천륜이란 말인가?휴대폰이 다시 울리자 그녀는 정신을 되찾게 되었다.“엄마…….”“너 지금 어딨어? 집에 가만히 안 있고 뭐 하러 밖에 나가 도는데? 너 유산한 몸이어서 잘 조리해야 되는 거 몰라?”원수정은 다급하게 그녀를 나무랐다.“집에 오셨어요?”원유희는 말하면서 방에서 나갔다.조리하긴 뭘 조리한다고, 김신걸은 이미 강압적으로 그녀를 안았는데…….“맞아! 너 어디야?”“저…… 그냥 동네에서 산책하고 있어요.”“물어볼 게 있으니까 얼른 올라와.”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원유희는 원수정의 날카로운 말투 때문에 놀랬다. 무슨 일이지?그녀는 이
원수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이, 바보녀석, 사람은 항상 변해 가고 있어. 매년에 생각이 다 달라. 내가 남을 배려해서 결국엔 어떻게 됐어? 잘 생각해 보니까 사람은 역시 좀 이기적인 게 더 나아. 이러면 적어도 자신을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했지.”"정말 그게 다예요?" 원유희는 원수정이 윤정에 관련된 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저는 엄마 딸이에요. 아무 말이나 저한테 하셔도 돼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편이니까요."설령 김신걸이 너무나 껄끄러운 상대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싸울수록 용감해졌다."네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원수정은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내가 김영하고 만날 때는 그는 아직 아내랑 이혼하지 않았어. 나한테 아내가 성격이 너무 강하고 부드럽지도 않아 언젠가 꼭 이혼할 거라고 투덜거렸어. 솔직히 그때 바로 윤정 생각났어. 똑같은 자식이니까 혐오했어.""그럼 왜 또 그분과 결혼하셨어요?" 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하필 그의 아내가 죽었지!" 원수정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 "게다가 김영이 부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으면 내가 왜 안 잡아?""김신걸의 어머니께서 엄마를 찾아 본 적이 없어요?" 원유희는 물었다."찾았지. 그치만 난 그 일이 그 여자랑 김영 두 사람만의 일이고 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고, 또 그녀한테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여자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조언했지." 원수정은 잠깐 생각해 보고 대답했다.원유희는 불찬성하듯 의문을 제기했다. "그 조언은 도발과 너무 비슷한 것 아니에요?""그럼 내가 뭐라고 해야 되나? 내가 빠지겠다고? 껴들어 본 적도 없었는데 무슨 빠진 이야기야? 내가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김영이 스스로 맨날 나한테 잘해 준 걸! 걘 날 완전 좋아하거든. 매일 장미 보내주고, 자주 밥 사주고, 내게 옷도, 명품 가방도 다 사주고." 원수정은 반박했다.그녀는 젊었을 때 뒤에서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사랑의 고통를 겪
원수정은 숨을 좀 돌리고 말했다. "그게 있잖아. 김신걸의 어머니가 설마 김영한테 살해당한 게 아니겠지?""......." 원유희는 멍해졌다. "갑자기 왜 그렇게 물어보셨어요? 무슨 생각이라도 난 거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속으로 매우 놀랐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김신걸이 미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김영이다!근데 이 추측이 과연 맞는가?"어쨌든 옛날 어느날 김영이 밤에 자다가 악몽을 꿨는데, 갑자기 내가 널 죽인 게 아니라고 하더라. 지금 보니 그게 바로 김신걸 어머니를 말하는 거지? 시간으로 보면 그때 딱 그 여자가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원수정은 말했다.원유희는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냥 자책감으로 해석하면 안 될까요?""아무튼 이 일은 나한테 맡겨라. 나는 반드시 가서 진실을 밝혀야 돼, 김신걸이 우리 모녀를 볼 때 쓰레기를 보는 것 같지 않기 위해!" 원수정은 아주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 맞다, 할 일이 하나 더 있는데..."원유희는 눈을 빤히 뜨고 자기의 엄마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당신의 딸은 5층에 살고 있어, 그 아이가 매일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건 얼마나 힘든지 알아? 빨리 보안이 철저한 집을 사주든지, 아니면 앞으로 다시 유희를 보러 오지 마라!"원유희가 반응하고 말리기 전에 원수정은 이미 할 말을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엄마, 뭐......뭐하시는 거예요?""왜? 걔네랑 한 가족이라며? 그럼 한 가족의 태도를 보여야지!" 원수정은 당당했다. "게다가 보안이 철저한 맨션아파트가 있다면, 김신걸이 또 널 건드리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 않은 거야!"원유희는 “이제 김신걸이 다시는 저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반박하고 싶었다.더구나 만약 그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다면, 집 한 채의 대문이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그건 헛된 꿈이다!"전 아버지께서 주신 집이 필요없어요! 누가 보면 제가 아버지께 집 달라고 손 내미는 줄
윤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확실히 보안이 아주 철저한 아파트였다.안의 정원 풍경도 아주 좋고 그녀가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는 5층 계단도 있었다.다만 원유희는 특별히 알아보지 않아도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다.신규 분양주택이 아니라 이 집은 이미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주 잘 유지되고 있었다.엄청난 가격도 아니고, 게다가 토박이가 아니면 이곳의 집을 살 수 없다고 들었다.출입 인원을 잘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윤정이 이 집에 이렇게 신경을 쓴 것을 보고, 원유희는 곤란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별생각 없이 기쁘게 받아들이기에 좀 힘든 기분이었다.아니 친아버지를 찾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바로바로 집을 사 달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엄마가 진짜......들어가 보니 집 안에는 정교하고 아늑하며 무엇이든 다 갖추고 있었다.원유희는 집의 면적을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넓어요? 너무 큰 거 아니에요?""어디 큰데? 방이 네 개밖에 없으면서."원유희는 순간에 말이 막혔다."너는 한 칸, 너희 엄마가 올 때 한 칸, 그리고 네 친구도 한 칸. 만약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오면 하루아틀 정도는 묵어도 되지?" 윤정은 웃으며 물었다.원유희는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도 방금 그 말이 단지 아버지가 달래주는 말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원수정은 별장이 따로 있고, 윤정은 가족과 함께 살 것이고, 친구라면......지금까지 사이가 아주 좋은 여사친도 없었다.‘오히려 아이들은 한 명이 한 칸씩하면 딱 좋은데.’ 원유희는 은근히 생각했다."저쪽은 베란다야, 따라와."베란다가 매우 커서 소파나 테이블, 의자를 놓고 차를 마시는 것도 좋고, 작은 화원으로 꾸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층수가 19층이라 멀리 번화가의 윤곽도 보일 수 있었다.밤이 되면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지금도 짐작할 수 있었다.옆집의 김신걸은 베란다를 나서려던 참에 발걸음을 멈
도대체 윤정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본 것인지, 아니면 윤정은 윤설이 어렸을 때 그가 자주 안아주는 기억이 떠올라 단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이 딸을 안아주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아무튼 그는 부드럽게 원유희를 품속에 끌어안았다.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부성애의 감동으로 그녀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김신걸은 그 장면을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집을 보고 나서 윤정은 원유희를 데려다 주었다.그녀는 신나게 계단을 밟으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5층으로 올라가서 이어서 6층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발이 6층 계단을 막 밟았는데 몸이 갑자기 그곳에 굳었다.그 강한 압박감이 공기 중에 가득 찬 느낌은 정말 너무 익숙하다!원유희는 당장 한 발 뒤로 물러서 뒤돌아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솟아나오는 두려움은 매우 매우 강했다.올라올 때는 롤스로이스가 있는 것을 못 봤는데.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바로 이 동네 안에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또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폭행당한 몸은 본능적으로 팽팽하고 떨리기 시작했다.머릿속에 바로 윤정이 생각났다.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해야 할까?아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아직 모르고 이대로 전화하면 뭐라고 해야 되나?원유희는 집 앞으로 걸어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베란다 유리창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옷을 입는 사람의 뒷모습을 봤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불안한 분위기가 온 집안에 가득 차서 그녀를 바짝 에워싸고 압박했다.문을 닫을 여유도 없고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무......무슨 일로......?""참 신나네." 김신걸은 싸늘한 목소리로 감탄했다."뭐가?" 원유희는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김신걸은 뒤로 돌아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준수한 얼굴선은 칼처럼 날카로웠고 칠흑같은 눈동자는 저승사자 같은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윤정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