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을 토벌하는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분석했다.심지어 전문가까지 찾아 분석했는데 그 결과 각도와 자세로 보았을 때 그 추론들이 논리와 과학이론에 어긋난다는 점이다.만약 원유희가 윤설을 밀었다면 왜 원유희의 몸이 관성에 의해 앞으로 기우러지지 않은거지?이치대로라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사람을 밀어버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분석 결과가 내려지자 음모론이 일시에 크게 드러났다.삽시에 원유희가 동정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고 윤설은 나쁜 심보만 가득한 사람으로 되었다.하룻밤 만에 사건에 반전이 생겼다.원유희는 지금의 윤설이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그것도 그럴것이 인터넷은 양날의 검이었으니까.그러니 다른 사람을 폭로하려면 우선 자신의 모든 것이 깨끗하고 구린 부분이 없어야 하는 법이니.하지만 원유희는 윤설의 부모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아마도 윤설에겐 부정적인 뉴스가 없어서 그의 부모를 건드린 듯 했다.그것도 아니면 이 일을 꾸민 자가 윤설의 배후에 있는 김신걸을 봐서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일 수도 있고.표원식이 손을 썼을 거야.틀림없어...그가 이토록 진심일수록 원유희는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감동받은 거 아니야?" 갑자기 울려퍼지는 나지막하고 차가운 목소리에 원유희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난 김신걸을 경악스럽게 바라보았다.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설마 엄마랑 통화한 내용을 다 들은 건 아니겠지..."어젯밤엔 헛수고를 했나 보네."김신걸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내가 나서면 이 일을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아?"원유희는 당황해하며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아니.난 모르는 일이야.표원식은 내 친구야.그는 단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를 도운 것뿐이고.만약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찾고 싶었거나 표원식이 손을 쓸 것을 알았다면 너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거야.""그럼 내가 다른 사람이 윤설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아?"
"안녕하세요.실례지만 6층에 사는 주민이신가요?5층에 사는 원유희씨를 아십니까?"여인은 아주머니를 향해 무선 마이크를 들었다.옆엔 핸드폰 또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동료도 있었다."......압니다."아주머니는 세 아이가 다치지 않게 뒤쪽으로 감췄다.아주머니의 대답에 파파라치들은 복권을 주운 사람마냥 더 흥분해졌다."최근 인터넷에서 원유희씨와 피아노 여신 사이의 사건이 뜨고 있는데요.원유희씨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원유희씨는......아주 친절한 사람이에요.마주치면 항상 웃으면서 인사했어요.한번은 제가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원유희씨가 찾는 것을 도와줬어요."없는 일들이다.하지만 아주머니는 아주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짜내고 있었다."그럼 원유희씨는 평소에 어떤 사람들과 왕래하시는 건가요? 예를 들면 남자친구라던가?아무래도 두 여인이 싸운다면 대부분은 이성적인 문제 때문이니까요."파파라치가 또 추궁했다."그건......잘 모르겠어요.평소엔 늘 혼자 다녔어요."아주머니가 말했다."가족은요?""두 달 전에 원유희씨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아주머니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파파라치도 이에 동정을 표시했지만 아무런 특종도 파내지 못한 채 돌아갈수는 없었다.그래서 세 아이에게 목표를 돌렸다."우와.참 귀여운 꼬마들이네.말랑말랑한게 진짜 사랑스러워.근데 나이가 다 비슷한 거 같은데.설마 삼둥이?""아이들이 아직 어려요.놀래키지 말아 주세요."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려했지만 파파라치들이 길을 막았다."에이.우린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에요.몇가지만 물어볼게요." 여자가 말했다.조한은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도리여 귀엽고 사나운 말투로 대답을 했다."마자요!우린 삼둥이에요!왜요?""왜 다 마스크 쓰고 있어?""사담들이 항샹 우리 얼굴을 꼬집으려 하니까요.""하하.진짜 귀여워!나도 꼬집고 싶은데......"파파라치는 완전히 아이에게 빠졌다.뒤에 있던 남자가 그의 팔을 툭툭 치기전까지는."아줌마가 몇 가지
"결혼을 건너뛰고 이런 귀여운 뭉치들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눈들을 봐.깜빡깜빡 거리는 게 빛이 나는 거 같아.너무 예뻐!""그래서 마스크 안 쓴 모습은 어떨까?코피가 날 정도로 귀여운 거 아니야?"24시간도 안 돼서 사건은 또 다른 반전을 맞이했다.원유희는 이런 변화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차에 탄 그녀는 원수정한테로 가기로 했었다.하지만 동영상을 본 원유희는 크게 놀랐다.이럴바엔 차라리 대중들의 시선을 자신한테 집중시키고 말지!지금의 원유희로서는 더 이상 표원식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도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교장 선생님!""알아요.저도 봤어요.지금 그 영상들을 처리하고 있어요."표원식의 말은 항상 그녀를 안심시킨다.원유희는 자신의 조급함에 머쓱했다."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저도 그들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습니다...""언론이 바로 그런거에요.어떤 일이든 모두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함부로 댓글을 달게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아도 되는."표원식은 학교의 교장으로서 늘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신분이 예민할수록 만신창이가 되기 더 쉬웠다.없는 일이라도 결국에는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왜곡될 수 있다.예를 들면 지난번 피노키오가 김신걸에게 찍혔을 때 사건이 이슈에서 철수는 되였지만 여전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조사를 당했었다."그러게요.그냥 애들이랑 엮이지만 않는다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원유희는 여전히 손발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네티즌들의 관심사는 정말 기괴하다.아마도 애들이 너무 귀여웠는 듯했다.누구나 좋아하는 걸 보면 구독하고 댓글 달기 좋아하니까.그렇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원유희와 윤설을 비난하던 여론이 너무도 순식간에 반전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런 사태의 발전은 윤설이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그녀 쪽에 쏠린 관심도가 적어졌으니!윤설의 소속회사에서 돌아가는 롤스로이스의 뒷좌석에 앉은 김신걸은 어두운 표정으로 앞의 스
원유희는 속으로 윤설은 단지 김신걸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아이들은 봤어?"원수정이 물었다.원유희는 눈빛이 약간 변하더니 모르는 척했다."무슨 아이?모르겠는데요...""그 있잖아......"원수정은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어.왜 없어졌지?하나도 없어.무슨 일인거지?"원유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소리도 내지 않았다."너도 아는 아이들이야.그 삼둥이 말이야.예전에 여채아가 보모로 잠깐 일했었잖아."여채아의 이름이 나오자 원수정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하지만 원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상 그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근데 아이들은 확실히 귀엽긴 하더라.어린 것들이 어른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유희야.너 나중에 애 낳으면 꼭 그 애들 같을 거야!"원유희는 속으로 한마디 덧붙였다.그 애들이 바로 제가 낳은 자식들이에요.그가 자랑하고 싶어 자랑하는 게 아니라 세 아이들 모두 진짜 이쁘게 생기긴 했다.심지어 당시 병원에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세 아이의 용모가 가장 두드러졌었다.하긴.자신도 못생긴 축은 아니고.김신걸도 뛰여난 외모를 가졌으니 아이들도 당연히 이쁘게 생길 법 하지.방에 들어서서도 원수정의 말은 그치지 않았다."이번 일 표원식이 있어서 망정이지.아니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거잖아.정상적인 생활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이고.너를 보며 알잖아.오죽했으면 숨어서 살겠니."이에 원유희는 다른 의견이었다.인터넷에서 일어난 파문은 끝났지만 생활속의 영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가 거리를 걸으면 여전히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거나.좋은 면.나쁜 면.다 있을 것이다."그러니 우린 표씨 가문에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돼.시간 되면 식사라도 대접하자."원수정이 말했다."식사요?"원유희는 의아해했다."그럼.그분이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식사 한 끼 정도는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예의는 지켜야 돼.알지?"원유희는 원수정의 목적이 "고마움"에 있는 것
만약 아이들의 일이 그냥 간 보기였다면 지금은?표원식...표씨 가문...자신들이 도와줬던 사람이 이렇게 큰 일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표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심정일지 원유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화장실에서 나온 원수정은 넋을 잃고 앉아 있는 원유희를 보았다."왜 그래?"질문이 끝나자마자 원수정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나수빈이 왜 나한테 전화 왔지?"원수정은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았다.그러고는 예의가 있고 웃음기가 가득한 말로 입을 열었다."어.수빈아.무슨 일이야?"원유희는 들을 필요도 물어볼 필요도 없이 무슨 일 때문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어지러워 지는 듯했다.표씨 집안이 마지못해서 원유희를 받아들인 건데.애를 못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자를 찾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그리고 표원식은 그녀를 어떻게 볼지.그녀에게 얼마나 실망했을지..."갑자기 저녁 식사를 취소하자니.왜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야?인터넷을 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지?뭐가 있는데?"원수정은 기분이 좋지 않아 투덜거렸다.그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고 그런 걸 잘 알지 못해서 원유희더러 찾아달라고 하려했지만 원유희의 얼굴색을 보고는 사태가 심각할지도 모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왜 그래?무슨 일인데?”원유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가 병원에 가서 낙태한 일이 인터넷에 올라왔어요.그리고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도......""뭐..."원수정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섰다."윤설 그 천한 년!용서 못해!""관둬요.우린 윤설의 상대가 아니에요."원유희는 원수정이 또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단념하게 했다."못 싸울 게 뭐가 있어?그년은 그냥 김신걸를 믿고 위세를 부리는 거잖아?"원수정은 화가 잔뜩 나서 아픈 머리를 짚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이게 무슨 일이야?다 된 밥상이 엎어지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되는 거야?안 돼.내가 나수빈과 잘 말해 볼게.아이는 낳을 수 있다고
"저도 유희 씨의 난감함을 압니다.그리고 유희 씨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표원식이 말했다.이런 부득이한 배려는 원유희를 더욱 죄책감에 빠뜨렸다."부모님께서 매우 실망하셨을 거예요.죄송합니다......교장선생님.앞으로 반드시 우수한 여인이 선생님의 생명속에 나타날거예요.”"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표원식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저의 부모님 쪽은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그들은 단지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뿐이니까.제가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유희 씨에요..."원유희의 입가에는 씁쓸함이 드러났다."저는 됐습니다.어차피 김신걸한테 찍힌 이상 쉽게 벗어날 수 없어요.교장 선생님.제 일은 제가 스스로 해결하겠습니다.다만 저 아직 이모님의 도움이 필요해요.당분간은 떠나기 힘들거니까요."비록 이슈는 철수되었지만 운이 나쁘면 어느 날 길가에서 걸다가도 찍힐 수 있으니까."꼭 그렇게 정중한 말투로 저와 대화를 해야겠습니까?"표원식의 말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앞으로 직접 이모님에게 요구를 하세요.저한테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네."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그곳에 서서 넋을 잃었다.그녀는 표원식의 호의를 알고 있다.다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저녁까지 원유희는 줄곧 인터넷상의 이슈를 주시했다.그에 관한 이슈들이 다시 들풀처럼 인터넷에서 만연되기 시작했다.그는 표원식이 처리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렇지 않으면 이슈가 계속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가 없으니까.하지만 윤설을 상대하기에는 여전히 벅찬 듯했다.눈 밑에서 만연되고 있는 자신의 낙태에 관한 표제어들을 보며 원유희의 가슴은 찔리는 듯 아파났다.윤설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원유희를 죽이지 않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거겠지.원유희는 저녁을 먹고 떠나려 했다."왜 굳이 돌아가려 하는데?파파라치 팬들이 아직도 남아 있으면 어쩌려고?"원수정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룻밤만이라도 자고 가면 안 돼?설마 네 집에 금이라도 숨겨둔 거야?""파파라
인터넷 사건이 생긴 후 원유희는 세 아이를 안고 자야만 안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잠이 들지 않는 원유희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실기간 검색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세 아이에 관한 화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온통 그와 윤설의 사이버전뿐이었다.그러다 어느 메인에 걸린 댓글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원유희가 윤설과 윤설 남자친구 사이에 끼어든 제삼자라는 내용.본처가 되고 싶어 뱃속의 아이로 남자 측을 협박하려고 아예 차에서 뛰어내린 탓에 뜻하지 않게 유산에 대출혈로 인한 불임까지 되었다는 내용.아무튼 전해질수록 터무니가 없었다.원유희는 이 모든 게 윤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이렇게 진실에 거짓까지 보태서 소문을 내면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 선에서 화제까지 만들 수 있으니까.원유희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김신걸이 그를 돕지 않을 게 너무 뻔했다.그렇다면 사태는 윤설이 예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원유희는 휴대폰을 한쪽에 놓고 세 아이에게 기대어 눈을 감았다.지금의 그는 고립된 느낌이 들기만 했다.아마 한잠 자고 나면 해결 방법이 생기겠지....다음 날.그는 세 아이들과 같이 아침을 먹었다.다 먹고난 후 이모가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다 주웠다.원유희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보려 했지만 바로 포기했다.그것들을 보기 시작하면 기분만 나빠질 거니까.그래서 세 아이의 방을 정리해 주려고 방으로 향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원수정이었다."무슨 일이세요?""지금 인터넷상의 여론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봤니?"원수정의 기분이 몹시 좋은 듯했다."아니요."목소리를 듣자 하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듯했다.“실검 없어졌어요?”“아니.아직 남아 있어.다만 주인공이 윤설의 엄마로 변했어.”"이혼하고 다시 합친 일이요?"그 일에 대해서 원유희는 낮에 이미 알고 있었다.근데 또 누군가가 그 일을 들추어냈다고?"이번에는 더 상세하게 밝혀졌어.글쎄 그 여자가 예전에 가난한 남편 몰래 돈 많은
다만 김신걸이 손을 쓰기도 전에 윤설이 먼저 움직였다.정확히 말하면 윤설의 부모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다.부부 사진을.원유희가 사진을 확대했다.안경을 쓴 채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키가 컸고 남들에게 엄숙한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하지만 미간에 은은한 웃음기가 배어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젊었을 시절에 얼마나 멋쟁이였을지 알 수가 있었다.옆에 앉아 있는 아내는 사랑스럽게 남편에게 살짝 기대어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금슬이 좋아 보이는 완벽한 모습을 드러냈다.누구나 이런 가정을 부러워할 것이다.어쩐지 윤설의 기질이 남다르다 했더니.부모님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것이라니.게시글은 윤설 아버지의 말투로 씌여져있었다.그는 가정상황을 똑똑히 밝히며 네티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그의 해명 때문인지 외모가 사람의 마음을 쉽게 현혹시킨 것때문인지 네티즌들의 댓글은 점점 선의로 변했다.아빠 잘 생겼다!키다리 아저씨네!엄마도 예쁘시네.심지어 소프라노!잘 어울려!부부가 금슬이 좋아 보여서 부럽다.누군가가 질투심으로 인터넷에 각종 유언비어를 날조한 것이 틀림없어.......어차피 반대 의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부부가 직접 화목한 모습을 보여 모든 것을 해명했는데.원유희는 한 번 둘러보고는 홈페이지를 껐다.어떻게 되든 간에 윤설이 더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만 않는다면 그랑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다만 윤설이 이렇게 큰 사태를 벌려놓고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는데.그냥 여기에서 만족한다고?윤설의 부모가 직접 사진을 올려 진실을 밝혔고 게다가 마케팅 번호를 사서 조작한 탓에 네티즌들은 곧 조용해졌고 어떤 물보라도 뒤집지 못했다.원유희는 오히려 윤설이 다시 그녀의 일을 폭로하여 사단을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조마조마하게 며칠을 기다려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윤설은 더 이상 그녀를 건들지 않았다.아마도 더는 약점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아무래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