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은 무척 길었고 주위의 공기까지 이상하게 변했다.입이 바싹 마르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유희가 입을 열었다.“김신걸은 이미 내가 제성을 떠나는 것을 허락했어요.”면봉을 든 원식은 손을 살짝 떨더니 2초 후에 계속 약을 발랐다.“떠나려고요?”“네, 아이들이 여기에 있으면 어쩔 수 없어서요. 들킬지도 몰라요…….”유희는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사실 아이들이 없었어도 그녀는 제성에 남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서로 다른 도시에서 만날 확률은 더욱 작았다.“떠날 거예요?” 원식이 물었다.“……네…….”유희가 대답했다.원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마치 의견을 보류하는 것처럼 순간 조용해졌다.그는 반창고 하나를 뜯어서 상처에 붙이며 당부했다.“당분간 상처가 아물 때까지 물에 닿으면 안돼요.”“알았어요.” 유희는 소매를 내렸다.“고마워요…….”“언제 떠날 거예요?” 원식은 그녀를 문밖으로 배웅할 때 물었다.유희는 멈칫했다.“시간은 아직 안 정했어요. 아마도 우리 엄마를 죽인 범인을 알아낸 후에 떠날 거예요…….”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의 존재를 아는 명화 쪽이었다.그녀가 미리 떠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저 모든 애매한 감정이 싹트기 전에 잘라버리고 싶었던 것이었다.또는 원식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아니면 자신에게…….“갈게요.” 유희는 몸을 돌렸다.“아이들에 관한 일을 김신걸 씨에게 말할 생각은 안 해봤어요?” 원식은 뒤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고 냉정하며 조금도 그녀를 핍박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의견을 묻는 것 같았다.유희는 발걸음을 멈추며 돌아서 그를 보았다. 그녀는 표정이 망연했다.“유희 씨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원식이 또 물었다.미래?누구도 유희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세 아이를 데리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녀의 본능적인 생각인 듯 절대 틀리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그것은 세 아이가 있기 때문에
모성애를 필요한 나이가 이미 지난 유희는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고 묵묵히 손을 뺐다.수정은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개의치 않는 듯 기뻐하며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이혼했어!”유희는 이해할 수 없단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혼이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틀림없이…… 돈을 많이 받았겠지.“내가 이만큼의 돈을 받았다…….”수정은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그리고 별장 한 채.”(그럼 그렇지.)“유희야, 이제 여기서 살지 말고 엄마랑 별장에 가서 지내자! 또 도우미 아줌마 하나 찾아서 말이야. 우리 얼마나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어!”수정이 말했다.“내가 너한테 말하지만, 앞으로 김영이 다시 돌아오라고 빌어도 난 안 가! 내가 그의 생각을 모를 줄 알고? 일찌감치 나랑 선을 긋고, 나중에 김신걸과 화해하려는 거지. 특히 김신걸이 너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 윤설이란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으니 돈을 좀 써서라도 나와 이혼하려는 거야!”확실히 그랬다.유희 지금의 상황을 보면 똑똑한 사람은 그녀와 관계를 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한테 재앙이 닥칠 것이다.그녀는 김가네 사람들이 얼마나 음흉한 지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그럴 힘도 전혀 없었다.그녀는 신발을 갈아 신으며 거절했다.“난 여기에서 지낼 테니 엄마만 이사 가요!”“왜? 유희야, 너는 내 딸이야. 엄마랑 함께 가야지!”수정은 기분이 안 좋았다.“엄마는 이미 잘못을 깨달았어. 나한테 보상할 기회를 주면 안 되겠니?”유희는 무뚝뚝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저도 이미 다 커서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알아서 잘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적어도 집이 있어서 집세를 내지 않아도 돼요. 이거면 충분히 만족해요.”“채아는 네 친엄마도 아닌데 여기서 살면 뭐가 달라질게 있다고.”수정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고 유희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차분히 말했다.“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라…….”유희가 말했다.“이사한 후에 다
유희는 이내 어색함을 느꼈다.“좋은 아침이네요.”“좋은 아침.”문에 들어서자 삼둥이는 그녀에게 달려들며 앳된 소리로 '엄마'라고 소리쳤다.그녀는 아침을 아직 안 먹었으니 그들 다섯과 같이 먹었다.식탁 앞에 앉자 상우가 물었다. “엄마, 무슨 걱정 있쪄요?”“어?” 뜬금없는 물음에 유희는 멈칫하다 무의식 중에 원식을 바라보았다.원식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그저 눈 밑에는 방관자의 웃음을 띠고 있었다.“엄마 잠을 잘 못 잔 것 같아요.”유담이 말했다.“누가 엄마 괴롭힌 거예요?” 조한은 일부러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엄만 어젯밤에 잘 잤는걸.” 유희는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티가 그렇게 나나?)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삼둥이는 세 쌍의 큰 눈으로 그녀를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었다.그녀가 한 말을 의심한 건지 눈을 의심한 건지 몰랐다.“빨리 밥 먹어.” 유희는 그들이 다시 물어볼까 봐 이내 화제를 돌렸다.삼둥이는 더 이상 유희를 물어보지 않고 귀여운 주먹밥을 먹었다.밥을 먹고 그들은 짧은 다리를 걷어차며 펭귄처럼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엄마 아빠, 우리 학교에 갈게용!” 삼둥이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뒤이어 그들은 작은 책가방을 메고 아주머니를 따라 스쿨버스를 타러 나갔다.유희는 자주 그들이 한 가족처럼 조화롭다는 착각을 하곤 했다.이것은 그녀를 더욱 난처하게 했다.유희는 원식의 차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지하철역 부근에서 멈추지 않았다.“지났어요.” 유희가 그에게 말했다.“회사로 데려다 줄게요. 미리 내려줄게요.”원식이 말했다.“그래요.”“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어요?” 원식은 삼둥이와 같은 질문을 했다.이로 인해 유희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렸다.“내 잘못이에요.”원식이 말했다.왜 잠을 잘 못 잤는지 그는 속으로 대충 이미 알고 있었다.유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확실해요? 저한테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요…….”“지금 선택권
어떤 남자가 이런 조건의 여자를 선택할까?“그리고 원식 씨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고…….”그녀의 걱정은 사실이었다.전에 김신걸의 행동은 이미 모든 것을 증명했다.“유희 씨를 지켜주고 싶어요.”이 말을 들은 유희는 흠칫 놀랐고 마음속의 그 벽은 충격을 받아 곧 무너질 것 같았다.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도착하자 유희는 차에서 내렸다.원식의 차가 다른 차들과 함께 달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회사 방향으로 걸어갔다.그녀는 분명히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원식과 마주했을 때 그녀는 또 거절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켜주고 싶어요.이 말은 줄곧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유희는 자신이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세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원식은…… 그녀의 연약함을 알아본 것일까?그녀도 누군가가 그녀의 기둥이 되었으면 했다.그러나 신걸을 생각하면 그녀는 당황하고 불안했다.재무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유희는 문자를 확인하니 원식이 보내온 사진을 보았다.삼둥이가 유치원 안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사진을 보면 원식이 창밖에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랐다.안 보내 기에는 또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문자를 입력했다가 삭제했다.그래서 그녀도 원식처럼 자신이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진을 보냈다.문자를 보내자 팀장이 다가왔다.[유희 씨, 내 사무실에 가서 청소 좀 해요.]유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사무실로 갔다.그녀는 책상과 바닥에 엎어진 커피를 보았다.정말 어이가 없었다.이 일은 원래 청소 아주머니가 해야 하는데 그녀를 찾는 것은 틀림없이 그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녀는 누군가가 일부러 이 커피를 쏟았다고 의심했다.그렇게 작은 컵에서 이 어떻게 여기저기 커피를 쏟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논리에 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커피가 필요로 했다!“왜요, 일 시키면 안 돼요?
유희는 생각했다. 어쩐지 그날 화장실 밖에서 만청이 자신의 남편이 집에 없다고 말하더라니, 원래 이런 뜻이었군.만청은 오후 내내 나타나지 않았고 곧 퇴근할 때에야 재무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원한을 품은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유희 씨, 내 사무실로 와요.”유희는 사무실로 갔다.“당신이 한 일이죠?” 만청이 물었다.“뭐가요?” 유희는 무고한 척했다.“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내부 교류 포럼의 일을 아는 사람은 유희 씨 말고 다른 사람이 없어요!”만청이 말했다.“팀장님, 사건을 누설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먼저 법을 어긴 일에 대해 반성해야죠.” 유희는 침착하게 말을 마치고는 만청이 일그러진 얼굴로 화를 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섰다.아무튼 사태는 무척 심각했다.다음 날 오전, 주주총회가 열렸다.유희는 동료들의 입에서 드래곤 그룹 권력자까지 왔다는 말을 듣고 신경을 곤두세웠다.김신걸도 여기에 오다니…….그녀와 연관된 건 아니겠지? 그녀는 가만히 숨어있기만 했으니…….그러나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았다.“유희 씨, 회의실로 좀 와요.” 유희는 전화로 비서실에서 들려오는 지시를 듣고 몸을 떨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그녀는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신걸은 대표의 자리에 앉아 기세가 무섭고 검은 눈동자는 예리했다.아래는 김영과 김덕배 부자가 앉아 있었다.덕배는 유희를 보자마자 당장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으려 했다.명화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숨겼다.김영이 물었다.“포럼의 일은 당신이 보낸 거야? 두려워할 필요 없어. 맞으면 맞는다고 말해.”유희는 입술을 오므렸다. 그들은 분명 게시물 올린 사람을 일부러 찾아낸 게 분명했다.“맞아요. 회사 돈이 도둑맞은 걸 발견했으니 그냥 외면할 수 없었어요.”유희가 말했다.덕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신걸이 현장에 있었기에 그는 화를 낼 수 없어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된 이상 너도 더 이상 할 말은 없겠지?” 김영은 덕
명화의 어깨를 넘어 그녀는 음산한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놀란 유희는 안색이 점차 변하며 명화를 밀어냈다.명화는 금방 그를 발견한 척하며 웃었다.“형님이었군요, 신경 쓰지 마세요. 참을 수 없어서요.”“명화야, 너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야. 이런 여자는 네 몸값만 떨어뜨리고 집안에 불행을 가져다줄 뿐이야. 네 아버지가 가장 좋은 예지.” 신걸은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겉으로는 명화를 훈계하고 있지만, 사실은 유희를 폄하하고 모욕하고 있었다.“네, 알았어요.” 명화가 웃으며 말했다.그는 영원히 말 잘 듣는 동생 같았다.유희는 그의 본질이 얼마나 사악한지 알고 있었다.“내가 다시 한번 이런 행위를 발견하게 된다면 너희들도 여기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신걸은 경고를 한 후 곧장 떠났다.그는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유희를 스치며 유희는 온몸이 떨려왔다. 마치 얼음장에 있는 것 같았다.신걸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사라지자 공기 중의 압박감은 흩어졌다.유희는 명화랑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떠났다.“비록 내가 널 방임하고 있지만, 네가 나 몰래 수작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유희야, 다음은 없어.” 명화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유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말한 말속의 위협을 잘 알고 있었다.만청은 해고되었고 새로운 재무실 총 팀장이 왔는데, 고선덕이라고 드래곤 그룹에서 왔다고 한다.신걸과 관련되기만 하면 유희는 온몸이 불편했다.마치 그 위험한 남자와 어떤 간접적인 관계라도 생기면 그녀는 깊은 심연에 빠질 것만 같았다!선덕은 취임하자마자 부서에서 작은 회의를 열었다.그는 보기에 매우 상냥했고 만청처럼 엄숙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처럼.이는 부서의 사람들을 매우 기쁘게 했다.그러나 유희는 조금도 홀가분하지 않았다.김풍 그룹의 매우 중요한 자리에 배치될 수 있는 사람은 무조건 신걸의 유능한 수하일 것이다.얼굴의 웃음은 아마도 피도 보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칼일 것이다.그러나
만약 손을 거두지 않는다면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묵인한 거 아닐까?유희는 그곳에서 기계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우리 부모님이 유희 씨와 식사하고 싶으시데요.” 원식이 말했다.“네?” 유희는 의아해하며 이내 긴장을 했다.원식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단지 식사일 뿐이에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부……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밥 먹은 다음에요.”유희는 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그가 어떤 이유로 부모님을 설득할지 상상하기 어려웠다.“부모님이 유희 씨더러 시간을 정하라고 하셨어요.”유희는 표가네 어르신들 이렇게 그녀를 존중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마음속으로 더욱 그들에게 떳떳하지 못했다.“내일은 어때요?” 원식이 그녀를 도와 정했다.“이…… 이렇게 빨리요?” 유희는 더욱 긴장했다.원식은 가볍게 웃으며 눈빛은 총애를 띠고 있었다.“그냥 밥만 먹는 거뿐이에요.”“아…….”유희는 입술을 오므렸다.그들과 식사하는 것도 너무 빨랐다…….왠지 원식이 그녀가 도망갈까 봐 급해하는 것 같았다.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모든 것을 바칠 가치가 있을까?요즘 남자들은 모두 집안이 비슷한 여자를 찾아 결혼하지 않나?“놀랐어요?” 원식이 물었다.“네…… 좀 빠르네요.”“우리 알고 지낸 지 벌써 한 달이 됐어요. 저번에 우리 어머니와 밥까지 먹은 거 잊지 마요. 그때 유희 씨는 이미 내 여자 친구였잖아요.”원식이 말했다.유희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확실히 원식의 어머니와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비록 그것은 우연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들 단둘이 있으라고 핑계까지 대며 자리를 피해주기도 했다.그래도 재밌었다.“그럼 지난번 일 때문에 부모님께서 별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아무래도 우리 고모 때문에…….”“유희 씨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부모님은 유희 씨라는 사람, 그리고 나의 안목에 더 신경 쓰는 분들이에요.”식사 시간은 정말 다음 날 저녁으로
위치를 보자마자 그녀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손이 떨리면서 핸드폰이 땅에 떨어졌다.“왜 그래요?”원식이 물었다.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이내 핸드폰을 주우며 말했다.“부주의로 떨어뜨렸어요. 나한테만 까주지 말고 원식 씨도 먹어요.”원식은 손에 있는 일회용 장갑을 가리키며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이내 원식의 부모님을 보았다.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만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기가 있었다.그녀는 어찌 그의 부모님 앞에서 애정을 과시할 수 있겠는가.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긴장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밖에 있던 종업원이 들어와서 허리를 굽히며 의봉에 귓가에 무슨 말을 했다.유희는 의봉의 안색이 약간 변하는 것을 보았다.이때 나지막하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표 이사, 내가 방해하진 않았겠지?”유희는 그의 소리만 들어도 안색이 이미 하얗게 질렸다.그녀를 입구의 키가 훤칠하고 건장한 남자를 보자 눈동자마저 움츠러들었다.그리고 몸이 나른해져서 뒤로 휘청거렸다.원식은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받치며 눈빛으로 그녀를 위로했다.그도 이렇게 신걸과 마주치는 것이 너무 갑작스러운 우연이라 생각했다.그는 유희가 그의 부모님에게 괜찮은 인상을 주게 하고 싶었는데, 결국…….의봉은 즉시 일어나 웃으며 신걸과 악수하러 갔다.“그럴 리가요, 김 대표님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만약 미리 알았다면 일찍 가서 인사를 했을 것인데, 실례했군요.”나이로 말하면 의봉은 신걸보다 훨씬 많았다.이로부터 알 수 있는바, 모든 예의는 권세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표 이사는 별말을 다하는군.” 신걸은 수빈, 원식을 한 번 보더니 결국 유희의 몸에 시선이 떨어졌다.유희는 마치 수많은 날카로운 칼들이 그녀를 향해 찌르는 듯한 무서움을 느꼈다. 몸 옆에 늘어진 손은 주먹을 쥐어야 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신걸이 나타난 목적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정말 표가네와 인사만 하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