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생각하던 낙청연은 목표를 다시 그 약재로 정했다.기산 송무가 아직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역시 가서 찾아봐야겠다!그것도 아주 슬그머니 말이다. 낙월영이 가서 가져오겠다면 부진환은 절대 기산 송무를 낙청연에게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문을 열고 음식을 가져온 지초는 낙청연의 안색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왕비, 왜 이렇게 초췌하신 겁니까?”낙청연은 거울을 보았다.안색이 노랗고 정신이 흐릿해 보이며 눈 밑에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게 아주 피곤해 보였다.낙청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 정도로 초췌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왕비, 너무 오래 음식을 안 드셔서 그럴 겁니다. 어서 뭐라도 좀 드십시오.”낙청연은 상 옆에 앉아 밥을 먹으며 물었다.“왕야는 어떠냐? 여국에 가셨냐?”지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요 며칠 왕야도 바쁘신지 부에 안 계십니다.”“소유에게 물었더니 아직 여국에 가라는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다고 합니다.”“왕야께서는 가지 않으실 겁니다.”낙청연의 두 눈은 반짝였다. 부진환은 낙월영을 피하고자 저녁에 왕부에 돌아오지 않는다.저녁에 창고로 잠입하는 좋은 기회이지 않은가!“창고의 상황은 어떠냐? 가보았느냐?” 낙청연이 물었다.지초는 고개를 저으며 탕을 떠주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한참 후, 지초가 돌아왔다.“창고 그쪽은 수비가 삼엄합니다. 서른여 명이 지키고 있습니다.”“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멈칫하더니 손짓하여 지초를 다가오게 했다.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분부했다.그러자 지초는 곧바로 문을 나섰다.밥도 먹었겠다, 낙청연은 정원에 앉아 저녁이 오길 기다렸다.밤이 점점 깊어져 간다.낙청연은 시간을 계산하더니 거의 다 된 것 같아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슬그머니 창고 쪽으로 향했다.왕부의 구조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 낙청연은 모든 시위를 절묘하게 피했다.그렇게 창고가 있는 정원 밖에서 무공을 모두 잃은 낙청연은
저 사람은 언제부터 그쪽에 서 있었던 걸까.낙청연은 그때까지도 상대가 문밖에 서 있는 줄 알았다.그러나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자, 낙청연은 놀랍게도 그 사람은 방안에 서 있다는 걸 발견한다.낙청연이 들어온 후부터 방안에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문이 열린 적은 없었다.그러니 이 사람은, 처음부터 방 안에 있었던 것이다.그렇게 낙청연이 조용히 문을 따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창고를 뒤지는 걸 지켜본 것이다.낙청연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창문으로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그 검은 그림자는 재빨리 낙청연 옆으로 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팔을 뒤로 잡았다.낙청연은 뒤를 돌아 상대를 놀라게 하여 물러서게 하려 했으나 상대는 몸을 돌려 피했다.낙청연이 틈을 타 도망치려 하자 상대는 아주 쉽게 다시 낙청연을 끌어당겼다.살기로 가득한 손바닥이 습격해오자 익숙한 느낌이 밀려왔다.낙청연은 눈앞의 검은 그림자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부진환이었다!무공을 모두 잃은 낙청연은 피하지 못해 치명적이지 않은 위치로 피하며 맞았다.순간, 고통이 밀려오고 낙청연은 썩 밀려가 벽에 부딪힌 채 크게 넘어졌다.그렇게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부진환은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잡았으나 반항할 힘조차 없는 그녀 얼굴의 면사를 벗겼다.그렇게 낙청연의 팔목을 잡은 부진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네가 왜 여기에!”낙청연은 너무 아파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말했다.“쭉 여기에 있었던 겁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낙청연을 밖으로 끌어냈다.달빛 아래, 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기산 송무를 빼앗았다.부진환은 어두운 안색으로 기산 송무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여인과는 무슨 사이냐?”“찾는 물건이 그 약재 상자에 있으면서, 풍도 상회에 있던 그날 밤은 왜 아닌 척을 하였느냐?”낙청연이 화가 난 채 떠나는 모습에 부진환은 자신이 약재 상자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는지,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닌지 의
“이제야 의심하다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왕야, 제가 왕야를 죽이려 했다면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호통을 쳤다.“난 너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물었다!”“너희는 무공의 결이 같아. 심지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지. 그러니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 거라!”태의는 낙월영의 눈이 거의 먼 상태라고 했다. 여국의 기산 송무부터 그는 의심했다.소유에게 조사해보게 하니 풍도 상회 때 가져온 약재는 변방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여국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었다.그래서 며칠 동안 저택에 있지 않는다고 소문을 퍼뜨려 그 정체불명의 사람이 미끼를 물게 할 생각이었다.사실 그는 매일 밤 창고에 있었고 오늘 밤 드디어 사냥감이 미끼를 물었다.그런데 미끼를 문 것은 그자가 아니라 낙청연이었다.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화가 났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뿌리치지 못했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네! 저랑 그자는 한패입니다! 됐습니까?”부진환은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부진환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곧장 그녀를 안았다.품 안에 안긴 그녀는 입가에 핏자국이 있었고 부진환은 마음이 아팠다.그는 그녀를 안고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고 소유에게 의원을 불러오라고 했다.어렵사리 정신이 든 낙청연은 의원이 부진환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왕야, 왕비 마마께서는 상태가 심각하십니다. 예전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까?”부진환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그녀의 무공을 없앴던 때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경맥을 다치신 데다가 오늘 상처가 더해져 반드시 몸조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질병이 생겨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겁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멈칫했다.“우선 약부터 내주시게.”의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니, 그저 단서를 알고 있는 것뿐이다.”낙청연은 그제야 안도했다.하지만 낙월영은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았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울면서 부진환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왕야, 왕야께서는 제 눈을 고치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제가 잘못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눈이 먼다면 전 살지 못할 겁니다.”“왕야, 정확히 말해주세요. 제 눈을 고쳐줄 생각이 없으시다면 지금 당장 죽겠습니다.”“앞으로 눈이 멀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는...”낙월영은 말하면서 더욱더 서글피 울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놓인 찻잔을 그녀에게 던졌다.“울려거든 나가서 울 거라.”찻잔은 낙월영의 발치에서 산산이 조각났고 겁을 먹은 낙월영은 더욱더 큰 소리로 울었다.부진환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마치 수많은 가시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 듯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그는 몇 번이나 기산 송무를 달라는 낙월영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성이 그를 막았다.그러나 머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낙월영은 아직 울고 있었고 결국 참지 못한 부진환은 문을 박차고 나가 자신을 서방에 가두었다.낙월영은 울면서 그를 뒤따랐다.“왕야, 왕야.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대꾸해주세요.”부진환은 머리를 단단히 쥔 채로 비틀거리다가 탁자에 부딪혔고 주먹으로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그런데도 고통은 줄지 않았다. 부진환은 안색이 창백해져 핏줄이 불거졌고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소유는 그 소리를 듣고 곧바로 사람을 시켜 문밖에 죽치고 있던 낙월영을 쫓아냈다.방 안에 들어가 보니 부진환이 자기 머리를 때리려 하고 있었다.그는 다급히 부진환을 막았다.“왕야! 왕야 아니 됩니다!”부진환은 눈동자에 핏발이 서 눈이 빨갰다. 그는 두통 때문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서
소유는 걱정스레 물었다.“왕야, 태의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조금 전 상황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두려웠다.부진환은 살짝 차가워진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야, 심각한 상황인 듯하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해결할 수 없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몸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그도 자신이 정말 낙월영을 사랑하게 된 건지 의심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모든 약점을 포용할 수 있고 못생겼을 때도 싫어하지 않고 꾀를 부린다고 해도 혐오하지 않아야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의 능청스러운 작태를 혐오했고 수작을 부리는 것을 싫어했다.그러나 그는 종종 이성을 잃고 그녀를 걱정하고 지켜주려 했다.그래서 무언가 그를 조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저낙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저낙은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 그조차도 알지 못하니 이 세상에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소유는 한숨을 쉬었다.“왕야,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실 겁니까?”“너무 위험합니다. 왕야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부진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송천초를 불러와 낙청연의 상처를 치료하거라.”소유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상처 때문에 죽은 듯이 자다가 아침에야 깨어났다.정신을 차려보니 소유가 송천초를 데리고 왔다.송천초가 낙청연을 진맥하려고 하는데 소유가 입을 열었다.“왕비 마마께서는 걸으실 수 있소? 걸을 수 있다면 일단 왕비 마마의 정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소. 그러면 송 의원도 치료하기 더욱 편할 것이오.”같은 정원에 있다면 어젯밤 같은 상황이 생길 경우 낙청연에게 그 모습을 들킬 수 있었다. 부진환은 낙청연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기산 송무를 얻고 싶다면 나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거라.”그것은 부진환의 필체였다.부진환은 또 그녀를 협박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이번에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그와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진환이 낙월영까지 데려갈 줄은 몰랐다.낙월영은 현재 명성이 나락까지 떨어졌다. 낙청연은 부진환이 그녀를 데려가서 뭘 할 생각인지는 몰랐다. 왜 괜히 데리고 나가서 웃음거리가 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웃음거리가 되는 건 그녀가 아니었기에 낙청연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낙월영은 오늘따라 유독 화려하게 치장했다. 그녀는 저번 연회 때 입었던 옷을 꺼내 입어 낙청연의 기를 죽이려 했다.낙청연은 그녀의 우쭐한 모습이 우스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는 건 기산 송무였다.낙청연은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궁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부진환의 옆에 서 있는 낙월영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수군덕거렸다.“낙월영은 엄씨 가문 공자를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큰 소동을 벌였으면서 감히 궁에 오다니?”“정말 수치를 모르는 자군.”“염치가 있었다면 섭정왕에게 들러붙어 받아달라고 하지 않았겠지.”누군가 몰래 웃으며 말했다.가는 길 내내 듣기 거북한 말들이 이어졌다. 낙월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남다른 화제를 포착했다.예를 들면 오늘 만족 공주와 만족 왕자가 연회에 참석해 황제에게 선물을 바친다는 얘기 말이다.낙청연은 진천리에게서 만족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다.그들은 변방에서 지냈고 변방은 만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했다. 만족은 부족을 중심으로 각자 살고 있으므로 매우 혼란스럽고 자주 국경의 백성들을 공격한다고 했다.그런데 만족에 공주와 왕자가 있다고?연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리에 앉았고 황제와 태후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낙청연은 맞은 편에 앉은 이국적인 차림새의 남녀를 보았다.그들이
그의 시선은 부진환에게 멈췄다.“실력이 비범해 보이십니다. 지위 또한 남다르시겠지요. 전 랑목이라 합니다. 귀하와 무예를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그 말에 대전 안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곧이어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왕자, 다른 이와 겨루어 보는 건 어떻습니까?”“이분은 저희 천궐국의 섭정왕이십니다.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랑목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잘됐군요. 안 그래도 이번에 천궐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거만한 말이었다!랑목 왕자가 이렇게 자신감에 차서 말하는 걸 보니 다들 그가 실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부진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어떻게 겨루겠소?”랑목이 대답했다.“오늘은 폐하의 생신이시니 무기로 겨루는 건 적절치 않은 듯합니다. 그렇다면 맨주먹으로 겨루는 건 어떻습니까?”“마음대로 하시오.”부진환의 눈빛은 흔들림이라고는 전혀 없이 평온했다.랑목 왕자는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곧바로 부진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부진환은 몸을 옆으로 피했고 랑목 왕자는 팔을 휘둘렀다. 부진환은 몸을 뒤로 젖히며 피했고 발밑에 바람이 생기며 가볍게 이동했다.부진환은 랑목 왕자의 등 뒤에 선 뒤 그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뒤처진 랑목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그를 공격했다.부진환은 반격도 하지 않았는데 랑목은 초조한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부진환의 옷자락조차 만질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왕자가 저희 천궐국의 최강자에게 도전하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허풍 떠는 실력이 굉장하시군요.”“하하하하.”“저런 실력으로 섭정왕에게 도전하다니, 주제넘군요.”“만족의 실력도 별거 없군요.”사람들은 그들의 대결을 보며 비웃었지만 낙청연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만족의 실력은 진천리가 말한 것과 달랐다. 심지어 차이가 아주 심했다.대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 경멸하듯 비웃었지만 낙청연은 갑자기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봤다.낙월영은 미소를 띠며 도발하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월영은 일부러 그런 것이다!“그렇습니까? 그분이 누구십니까? 설신무를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랑목 왕자는 아주 기대하는 눈치였다.대전 안의 사람들은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수도에서 설신무를 출 수 있는 사람은 부설 낭자, 즉 섭정왕비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부진환의 눈빛이 차가워졌으나 낙월영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그건 바로 섭정왕비이신 낙청연입니다!”그 말에 랑목 왕자는 낙청연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예를 갖추며 아주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왕비 마마께서 설신무를 추시는 모습을 볼 영광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이것은 천 리를 달려온 저의 소원입니다!”낙청연은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녀는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그의 소원이 그녀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섭정왕비인 그녀가 만족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었다.“섭정왕, 왕비 마마께 설신무를 청해도 되겠습니까?”랑목 왕자는 간곡한 태도로 부진환에게 말했다.미간을 잔뜩 구긴 부진환은 거절하려 했으나 낙월영이 부진환의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왕야, 조금 전 랑목 왕자와 겨루다가 실수로 랑목 왕자를 다치게 하지 않았습니까? 왕비 마마에게 춤을 추게 하는 것으로 보상해줄 수 있습니다.”“하물며 랑목 왕자는 먼 길을 달려왔고 이 수도에는 오직 왕비 마마만 설신무를 출 줄 아니 왕비 마마에게 춤을 추게 하여 좌중들의 안목도 높여주시지요.”낙청연은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이런 자리에서 정말 내게 춤을 추게 할 생각은 아니겠지?만족 왕자는 조금 전 부진환에게 졌다. 그런데 부진환이 랑목 왕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기 왕비더러 춤을 추게 한다면 이긴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고작 만족일 뿐인데 그들이 왜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춤을 추며 상대에게 잘 보여야 하는가?부진환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에 수많은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