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뒤쪽은 캄캄한 숲속이라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낙정, 낙정이었다니!낙정이 언제 천궐국에 온 것일까?낙청연은 복잡한 심경을 안고 침상으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부진환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수를 꾹 쥐었다.낙정의 말이 맞았다. 부진환을 죽이지 않는다면 부진환이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 낙정이 쇄심고로 그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낙정이 부진환에게 낙청연을 죽이라고 한다면 부진환은 전혀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잠시 침대맡에 서 있었다.갑자기 밖에서 은방울 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의 미간이 떨렸다. 마을 사람들이...불길한 예감을 느낀 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 위의 부진환을 부축해 그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방문을 나서자 정원 문밖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다들 흉악한 얼굴에 경직된 몸을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재빨리 부진환을 데리고 벽을 넘었다. 그러나 밖에도 마을 사람들이 가득했다.그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은 마을 사람들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데리고 다급히 달렸다.등 뒤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잇따라 들렸고 추격하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았다. 낙청연은 초조한 마음을 안고 부진환을 데리고 도망쳤다.담을 넘어 저택 밖으로 나올 때 낙청연은 사람이 얼마 없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공지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을 봤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나침반이 격렬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을 보니 마을 사람들이 곳곳에 널린 듯했다.그들은 곧 낙청연을 발견하고는 고함을 지르며 사정없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은 비수를 든 손으로 길을 텄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진환을 잡고 다급히 달렸다.마을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약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이미 약인(藥人) 괴물이 되어 방울 소리에 조종당하고 있었다.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약인들 무리에서 도망치게 된 낙청연은 갑작스럽게 들려져 나뭇간으로 가게 됐다.땅에 발이 닿자 낙청연은 안색이 달라져 부진환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고 부진환은 깜짝 놀라면서 피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정에게 조종당한다고 생각했고 낙정이 그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한 줄 알았다.그런데 부진환은 아주 날쌘 몸짓으로 이내 낙청연을 제압해 그녀를 풀 무더기 위로 눌렀다.그는 낙청연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았고 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반항했다.부진환은 그녀를 누른 채로 비수를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부군을 해치려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흠칫 몸을 떨더니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조종당한 것 같지 않았다.“당신...”부진환은 그녀의 두 팔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리더니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죽이려거든 아까 방 안에서 죽였어야지. 너무 늦었다.”낙청연은 그의 준수한 눈썹과 그윽한 눈매를 보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그녀에게 조종당하지 않았습니까?”부진환은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이것이 쇄심고라는 것이냐?”그의 손바닥 안에는 고충의 시체가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이내 그가 고충에 당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낙청연은 버럭 화를 냈다.“절 속이셨군요! 정말 너무하십니다!”낙청연은 화가 나서 버둥거렸지만 부진환이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낙청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쉿, 그들이 왔다.”그는 큰 손으로 낙청연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달랬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진환이 그를 속이는 바람에 괜히 걱정만 했다!밖에서 약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나뭇간 밖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냄새와 소리가 끊겼는데 도저히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나뭇간 안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잠시 뒤, 밖에 있던 약인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밖이 조용해지자 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을 놓아주고
“그래.”“저 괴물들은 후각과 청각이 아주 영민하더구나. 숨을 참고 경공으로 가자꾸나.”두 사람은 입구에 다다랐다.부진환은 나뭇간의 문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준비되었느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나뭇간 문을 열었다.두 사람은 나뭇간에서 나온 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이내 숨을 참고 경공을 이용해 지붕 위로 올라갔고 곧바로 마을을 벗어났다.소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곧장 경계 태세를 취했다.“왕야와 왕비 마마시구나!”부진환과 낙청연을 본 소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야, 왕비 마마,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 저더러 내려가서 지원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너희들이 내려왔더라면 나오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아래는 어떤 상황입니까?”소서는 몹시 궁금했다.“우선 숙영지로 돌아가 쉬자꾸나. 날이 밝은 뒤 다시 오자.”그렇게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숙영지로 돌아가 하룻밤 쉬었다.낙청연이 물었다.“산에 있는 동안 무엇을 알아냈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이 산에는 무거운 물건을 운송한 흔적이 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풍도 상회가 사들인 무기일 것이다.”“여러 곳을 찾아보니 무기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기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아마 다른 곳으로 옮긴 듯하구나.”“속임수가 제법 많다.”“며칠 전 벽령촌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해 조사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서신으로 산에 오겠다고 해서 마을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너를 기다렸다.”낙청연이 다급히 말했다.“그 편지는 그 사람이 제 필체를 모방해 쓴 것입니다.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저는 미처 타지 못한 서신을 보게 되어 이곳까지 찾아온 것입니다.”곧이어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요 며칠 동안 계양에서 겪었던 일과 그녀가 찾아낸 실마리를 얘기해줬다.낙청연이 말했다.“그들이 왕야를 산으로 유인한 것은 설풍천이 저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왕야! 아래에는 전부 무기입니다!”곧이어 낙청연과 부진환도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래는 엄청나게 큰 지하실이 있었는데 상자 안에 검과 궁이 가득했다. 낙청연은 그중 하나를 꺼내 훑어보았다. 모두 아주 날카로웠다.소서는 지하실을 가득 채운 무기를 보며 감탄했다.“이 정도 품질에 이 정도 수량이라니, 돈을 엄청 많이 썼을 겁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마 집마다 나뭇간 아래 이런 지하실이 있겠지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소서에게 분부했다.“당장 수도로 돌아가 사람을 불러오너라. 지금 당장 이 무기들을 장악해야 한다! 하나도 잃어버리면 아니 된다!”소서가 곧장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소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낙청연과 부진환은 나뭇간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고 나뭇간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른 척했다.그래야만 무기들이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곳에 감춰진 무기는 수량이 엄청났기에 단기간 안에 전부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낙청연과 부진환 두 사람은 곧바로 산에서 내려왔다.소서는 그들에게 말 한 마리를 남겨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말을 타고 계양으로 돌아왔다.가던 길에 부진환이 갑자기 물었다.“내가 정말 고충에 당했더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 정말 날 죽였을 것이냐?”낙청연이 차갑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요? 왕야가 절 죽이길 기다리고 있겠습니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쇄심고를 이겨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 것이냐?”“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고충은 아주 강합니다!”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대답했고 부진환은 눈썹을 까딱였다.“하지만 사람의 의지 또한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낙청연은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부진환이 정말 고충에 당했더라면 그를 죽였을지 알 수 없었다.-계양, 풍도 상회.밤이 깊어지고 사방이 텅 비었을 때 설천풍은 그 방에 도착했다. 그는 기관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기관을 열었다.
진훤의는 다시 머리를 감았다. 풀에 무엇을 섞은 건지 머리에 딱 달라붙어 방법이 없었던 계집종은 머리를 자르자고 건의했다.머리를 자른 뒤 진훤의는 씩씩거리며 다시 단장을 마치고 외출했다.“여길 깨끗이 처리하거라.”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진훤의가 외출하자 계집종은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전부 쓸어서 버리려 했다. 낙랑랑은 계집종의 뒤를 몰래 밟았고 그 머리카락을 주운 뒤 다급히 방으로 돌아왔다.그 머리카락들은 깨끗이 씻기지 않았기에 낙랑랑은 세심히 그것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머리카락을 상자 안에 넣어 낙청연에게 주기만을 기다렸다.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외출했던 진훤의가 그녀의 방문 앞에 나타난 것이다.진훤의는 안으로 들어오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탁자 위에 놓인 더러워진 머리카락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사납게 돌변했다.“내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었어?”낙랑랑은 뒤로 물러섰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모르겠다고? 그러면 이건 무엇이지?”진훤의는 화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낙랑랑의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탁자 위의 머리카락을 보게 강요했다.낙랑랑은 소매 안에 넣어두었던 상자를 손에 꼭 쥐었다.“어쩐지 쓸데없이 부적을 붙인다 싶었는데 사실은 내 머리를 자르려던 것이군!”“낙랑랑, 날 골탕 먹일 생각이냐?”진훤의는 과한 반응을 보였다.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가 얻게 된 모든 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낙랑랑이 발견했을까 봐, 그녀가 모든 것을 다시 빼앗을까 봐 무서웠다. 왜 낙랑랑은 팔자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 너무 불공평한 일이었다!진훤의는 낙랑랑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미 손에 넣은 건 절대 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낙랑랑이 원한다고 해도 절대 돌려주지 않을 셈이었다!낙랑랑은 진훤의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고 의자에 이마를 심하게 부딪쳤다.바
누군가 갑자기 방문을 걷어차더니, 방안에 들이닥쳤다.이 장면을 목격한 그는 검을 뽑더니, 진훤의를 향해 칼집을 내던졌다. 힘이 얼마나 센지 바로 진훤의를 물리쳤다.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걸상도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뭐 하는 짓이요?” 이 장면을 목격한 범영현은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그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진훤의를 확 밀어냈다.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진훤의는, 단념하지 않고 비수까지 뽑아 들고, 침상 곁에 있는 낙랑랑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지금 진훤의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바로 낙랑랑을 죽이는 것이다!그러나 범영현은 절대 진훤의에게 낙랑랑을 죽일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그는 진훤의의 몸을 걷어차, 그녀를 넘어뜨렸다.진훤의는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복부의 극심한 통증은 그녀를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아, 내 배……”진훤의가 앉은 자리에서 피가 흘렀다.이를 본 낙랑랑은 깜짝 놀랐다.“독부!” 범영현은 노한 얼굴로 진훤의를 꾸짖었다: “당신은 우리 범가네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소!”“아…… 여봐라, 내 아이, 내 아이……” 긴장한 진훤의는 도움을 청했다.낙랑랑은 다급히 바닥에 떨어진 칼집을 줍고, 책상 밑으로 달려가 그 상자를 꺼내고는 범영현을 끌고 방에서 뛰쳐나갔다.하인들은 급히 의원을 모셔 왔고, 또 다급히 범산화를 데려왔다.그러나 침상 위의 진훤의는 자신의 뱃속 아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에게 황급히 연락했다.낙정은 계양으로 돌아와, 풍도 상회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긴급히 도움을 청하는 진훤의의서신을 받았다.낙정은 즉시 범가로 달려갔다.진훤의는 모든 사람을 모두 정원밖으로 쫓아내고, 낙정을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검은색 두봉을 걸친 낙정이 도착했다.진훤의는 억지로 몸을 이끌고 침상에서 내려와 낙정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낙랑랑이 내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은 틀
”유언비어는 결코 당신의 목숨과 비교할 수 없소.”“형이 당신을 지키지 못하면, 내가 당신을 지켜주겠소.”--낙청연과 부진환은 저녁이 되어서야 계양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바로 객잔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도중 풍도 상회를 지나면서, 아수라장이 된 풍도 상회를 보았다.낙청연은 즉시 말에서 뛰어내려 상회로 달려갔다. 하지만 상회 안은 연기가 자욱했고, 사람들은 각자 물건을 챙겨서, 급히 밖으로 달리고 있었다.부진환이 막 상회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스쳐 가는 검은색 도포를 보았다.부진환은 눈살을 찡그리더니, 바로 상회로 뛰어 들어갔다.“청연! 청연!” 부진환은 한발 늦었다. 낙청연은 이미 사라져버렸다.낙청연은 그 방에 있는 밀실에 뛰어 들어갔다. 큰불은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다만 아직 불꽃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짙은 연기만 흩어지고 있었다.밀실은 왜 불이 났을까?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낙정이 밀실을 없애려고 불을 낸 건가?안 돼! 밀실에 아직 많은 장부 증거가 있다. 밀실 제일 아래 칸에 낙랑랑과 진훤의의 물건도 있다. 그 물건이 만약 타버리면 낙랑랑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낙청연은 천 한 조각을 찢어 찻물로 적신 후, 얼굴을 가리고, 즉시 밀실로 뛰어 들어갔다.낙청연은 밀실에서 설천풍의 시신을 보고서야, 설천풍이 기관을 잘못 만져서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낙정은 누군가 밀실로 들어갔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불을 지른 것 같다.책장 위에 꽂힌 장부에 큰불이 붙었지만, 낙청연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낙청연은 즉시 일월쇄로 기관을 열고 밀실 아래층에 들어갔다.이곳에는 아직 불이 붙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가 자욱하여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 두 등잔불은 아직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낙청연은 등잔불을 불어 끄고, 한 무더기의 물건을 끌어안고, 황급히 되돌아가려고 했다.그런데 하필 가운데 밀실에 불이 훨훨 타고 있는 바람에, 불타고 있던 책장이 ‘쾅’하고 앞으로 쓰러지면서 낙청연의 앞길을 가로막았
낙청연은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지초는 작은 상자를 낙청연에게 건넸다. “오늘 오전에 랑랑 소저가 다녀갔습니다. 객잔에서 왕비 마마를 기다리려고 했으나, 자객에게 쫓기는 것 같았습니다.”“소저는 이것을 저에게 주고 떠났습니다.”낙청연은 순간 흠칫 놀랐다. “떠났다고? 어디로 간 것이냐?”지초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이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진훤의의 머리카락인 것 같았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마 낙랑랑이 머리카락을 모으다 진훤의에게 들킨 모양이다.이치대로라면 낙정은 그들보다 먼저 계양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럼, 낙랑랑을 죽이려고 뒤쫓아온 사람은 낙정일 것이다!그래서 낙정은 풍도 상회에 늦게 돌아왔고, 설천풍이 밀실에 침입하려다 죽은 것을 방금 발견하고 밀실에 불을 지른 것이다.낙정의 실력으로 봐서, 낙랑랑은 위험하다.부진환은 듣더니 곧 낙청연을 위로했다: “급해하지 말고, 일단 찾아보자!”지초는 또 얼른 말했다: “랑랑 소저는 어떤 남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랑랑 소저를 데려갔습니다!”“남자?”낙청연은 의심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곧 마음이 조금 놓였다.만약 낙랑랑이 혼자가 아니라면, 그럼, 낙정의 추격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낙청연은 머리를 돌려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 “풍도 상회의 그 밀실에는 전부 다 풍도 상회의 장부입니다. 전부 다 죄증입니다!”“그전에 제가 두 권은 훔쳤습니다. 나머지는 오늘 전부 불에 타버렸습니다.”“설천풍도 죽었습니다.”“어쩌면 진훤의에게 유일한 죄증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범가에 다녀오겠습니다.”부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와 함께 가자.”“그럼 갑시다!”하지만 부진환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일단 좀 씻고 가자꾸나.”낙청연은 너덜너덜해진 자기 옷을 보더니, 돌아서 지초와 위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