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안쪽에 있는 모든 종이 쪼가리를 꺼내 보았다. 위에 적힌 것은 전부 같은 내용이었는데 그녀가 쓴 글이 아니라 누군가 그녀의 필체를 모방한 것이었다.게다가 필체가 아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이리저리 조각을 맞추어 종이 위에 적힌 내용을 간단히 분석해 보았다.그러나 그렇게 얻은 결과에 낙청연은 등허리가 서늘해졌다.“제 일은 거의 다 끝나갑니다. 내일 벽령촌에 만나러 가겠습니다.”벽령촌?낙청연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 사람은 낙청연인 척 부진환을 만나러 벽령촌에 갈 셈이었다!부진환이 위험하다!낙청연은 곧바로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는 몸을 돌려 밀실에서 나갔다.서안 위에 재를 묻히는데 설천풍이 들어왔다. 다급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밀실 안에서 무엇을 본 것이오?”낙청연은 곧장 밖으로 향했다.“잠시 계양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조심하세요.”설천풍은 미간을 구겼다.“그 밀실은 대체 무엇이오? 내가 안으로 들어가 봐도 되겠소?”낙청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됩니다. 들어가면 죽습니다.”그 사람은 아마 낮에 벽령촌으로 갔을 것이다. 낙청연은 밤새 벽령촌으로 향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늦는다.부진환의 몸에 부적이 있다지만 그는 검은 망토를 두른 여국 사람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그곳을 떠난 후 낙청연은 말 한 마리를 빌려 밤새 벽령촌으로 향했다.설천풍은 입구에 서서 빈번히 고개를 돌려 밀실 입구를 바라보았다. 안에 대체 무엇이 숨겨진 걸까,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잠시 주저하던 끝에 그는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해 성에서 벗어났고 지도를 확인해 벽령촌의 위치를 파악했다.그렇게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낙청연은 벽령촌의 산 밖에 도착할 수 있었다.벽령촌은 산속에 있어 말을 타고 갈 수 없었다. 반드시 걸어서 가야 했다.말에서 내린 낙청연은 곧장 산속으로 향했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길이 워낙 험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심했다. 심지어 그녀는 먹지도, 마시
부진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소서야, 넌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려무나.”“알겠습니다. 왕야, 왕비 마마, 꼭 조심하셔야 합니다!”소서는 주위를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나무 위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오늘 밤은 분명 달빛이 환한데 이 숲속만 어둑어둑했다.마치 무언가 그의 시선을 가린 듯, 모든 것이 진실하지 않은 것 같았다.-낙청연은 나무 몽둥이 하나를 지팡이 삼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잠시라도 쉴 수 없었다.겨우 산 중턱에 도착했는데 익숙한 기운이 훅 느껴졌다. 낙청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전방의 숲속을 바라보니 빛이 한결 어두웠다.또 독장이었다!낙청연은 우선 약을 하나 삼키고는 걸음을 옮겨 어두운 숲속으로 향했다.숲속에서 잠시 걸었지만 주위 경치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같은 곳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이곳에는 심지어 진법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이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니 부진환 일행은 바로 이 앞에 있을 것이다!낙청연은 곧장 나침반을 꺼내 눈을 감은 채로 속으로 무언가를 읊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침반이 빠르게 움직이며 방향을 가리켰다.낙청연은 빠르게 산을 올랐고 드디어 진법의 진안을 찾아 부적을 떼어냈고 진법을 파괴했다.그러나 독장은 여전했다. 그것은 미친 듯이 주위로 퍼지고 있었고 낙청연은 그것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퍼뜨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마치 저승인 척하던 객잔처럼 말이다.그 길로 이어진 숲속에는 독장이 없어야 했다.이곳 숲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전혀 인적이 없거나 음기가 강하고 습한 곳이 아니었다.낙청연은 나무 몽둥이를 들고 빠르게 산을 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날쌘 몸짓을 한 누군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날카로운 장검에서는 서늘한 빛이 번뜩였고 그 검은 낙청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재빨리 몸을 피했다.그러나 눈앞에 상대가 나타난 순간 낙청연은 당황했다. 그는
“저번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소서는 소름이 돋았다.낙청연은 시체에서만 느껴지는 기운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는 걸 보았다. 나침반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거라. 사람들을 불러 모을 방법을 생각해. 내가 휘파람 소리로 신호를 보낼 테니 휘파람 소리를 듣는다면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마중하거라.”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소서가 그녀를 붙잡았다.“왕비 마마, 혼자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이 마을은 아주 이상한 곳입니다. 혼자는 너무 위험합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아무도 우리를 마중 나오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내 말을 듣거라. 얼른 사람들을 불러들여.”곧이어 낙청연은 그에게 약병을 건넸다.“다른 사람들이 도착한다면 한 사람당 한 알을 먹이거라.”소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왕비 마마께서도 조심하십시오!”-마을 지세는 비교적 낮았는데 산골짜기에서 나오는 붉은 빛이 마을 전체를 새빨갛게 비추고 있었다.아래로 내려가 마을로 들어간 낙청연은 흥명나는 음악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살짝 당황했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가는 길 내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집마다 문 앞에 ‘희(喜)’자가 적힌 등롱이 걸려있었다.낙청연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고 소리는 점점 더 분명해졌다.마을 사람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한 저택 앞에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치는 것이 아주 떠들썩했다.그러나 그들은 말도 하지 않고, 환호도 하지 않았다. 분명 떠들썩한 광경인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서서 보기만 할 뿐,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너무 고요해서 더욱 기괴했다.낙청연은 벽에 붙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 들어 관찰했다. 붉은빛 사이로 낙청연은 사람들의 몸에서 아주 강한 약 기운을 발견했다.게다가 사체에서만 나오는 기운 또한 느껴졌다. 품속에 넣어둔 나침반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진동했다.마을 사람들은 아주 이상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들은 시체 같아 보일 정도로 경직돼
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뒤쪽은 캄캄한 숲속이라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낙정, 낙정이었다니!낙정이 언제 천궐국에 온 것일까?낙청연은 복잡한 심경을 안고 침상으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부진환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수를 꾹 쥐었다.낙정의 말이 맞았다. 부진환을 죽이지 않는다면 부진환이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 낙정이 쇄심고로 그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낙정이 부진환에게 낙청연을 죽이라고 한다면 부진환은 전혀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잠시 침대맡에 서 있었다.갑자기 밖에서 은방울 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의 미간이 떨렸다. 마을 사람들이...불길한 예감을 느낀 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 위의 부진환을 부축해 그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방문을 나서자 정원 문밖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다들 흉악한 얼굴에 경직된 몸을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재빨리 부진환을 데리고 벽을 넘었다. 그러나 밖에도 마을 사람들이 가득했다.그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은 마을 사람들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데리고 다급히 달렸다.등 뒤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잇따라 들렸고 추격하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았다. 낙청연은 초조한 마음을 안고 부진환을 데리고 도망쳤다.담을 넘어 저택 밖으로 나올 때 낙청연은 사람이 얼마 없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공지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을 봤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나침반이 격렬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을 보니 마을 사람들이 곳곳에 널린 듯했다.그들은 곧 낙청연을 발견하고는 고함을 지르며 사정없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은 비수를 든 손으로 길을 텄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진환을 잡고 다급히 달렸다.마을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약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이미 약인(藥人) 괴물이 되어 방울 소리에 조종당하고 있었다.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약인들 무리에서 도망치게 된 낙청연은 갑작스럽게 들려져 나뭇간으로 가게 됐다.땅에 발이 닿자 낙청연은 안색이 달라져 부진환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고 부진환은 깜짝 놀라면서 피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정에게 조종당한다고 생각했고 낙정이 그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한 줄 알았다.그런데 부진환은 아주 날쌘 몸짓으로 이내 낙청연을 제압해 그녀를 풀 무더기 위로 눌렀다.그는 낙청연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았고 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반항했다.부진환은 그녀를 누른 채로 비수를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부군을 해치려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흠칫 몸을 떨더니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조종당한 것 같지 않았다.“당신...”부진환은 그녀의 두 팔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리더니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죽이려거든 아까 방 안에서 죽였어야지. 너무 늦었다.”낙청연은 그의 준수한 눈썹과 그윽한 눈매를 보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그녀에게 조종당하지 않았습니까?”부진환은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이것이 쇄심고라는 것이냐?”그의 손바닥 안에는 고충의 시체가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이내 그가 고충에 당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낙청연은 버럭 화를 냈다.“절 속이셨군요! 정말 너무하십니다!”낙청연은 화가 나서 버둥거렸지만 부진환이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낙청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쉿, 그들이 왔다.”그는 큰 손으로 낙청연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달랬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진환이 그를 속이는 바람에 괜히 걱정만 했다!밖에서 약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나뭇간 밖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냄새와 소리가 끊겼는데 도저히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나뭇간 안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잠시 뒤, 밖에 있던 약인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밖이 조용해지자 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을 놓아주고
“그래.”“저 괴물들은 후각과 청각이 아주 영민하더구나. 숨을 참고 경공으로 가자꾸나.”두 사람은 입구에 다다랐다.부진환은 나뭇간의 문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준비되었느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나뭇간 문을 열었다.두 사람은 나뭇간에서 나온 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이내 숨을 참고 경공을 이용해 지붕 위로 올라갔고 곧바로 마을을 벗어났다.소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곧장 경계 태세를 취했다.“왕야와 왕비 마마시구나!”부진환과 낙청연을 본 소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야, 왕비 마마,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 저더러 내려가서 지원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너희들이 내려왔더라면 나오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아래는 어떤 상황입니까?”소서는 몹시 궁금했다.“우선 숙영지로 돌아가 쉬자꾸나. 날이 밝은 뒤 다시 오자.”그렇게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숙영지로 돌아가 하룻밤 쉬었다.낙청연이 물었다.“산에 있는 동안 무엇을 알아냈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이 산에는 무거운 물건을 운송한 흔적이 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풍도 상회가 사들인 무기일 것이다.”“여러 곳을 찾아보니 무기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기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아마 다른 곳으로 옮긴 듯하구나.”“속임수가 제법 많다.”“며칠 전 벽령촌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해 조사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서신으로 산에 오겠다고 해서 마을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너를 기다렸다.”낙청연이 다급히 말했다.“그 편지는 그 사람이 제 필체를 모방해 쓴 것입니다.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저는 미처 타지 못한 서신을 보게 되어 이곳까지 찾아온 것입니다.”곧이어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요 며칠 동안 계양에서 겪었던 일과 그녀가 찾아낸 실마리를 얘기해줬다.낙청연이 말했다.“그들이 왕야를 산으로 유인한 것은 설풍천이 저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왕야! 아래에는 전부 무기입니다!”곧이어 낙청연과 부진환도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래는 엄청나게 큰 지하실이 있었는데 상자 안에 검과 궁이 가득했다. 낙청연은 그중 하나를 꺼내 훑어보았다. 모두 아주 날카로웠다.소서는 지하실을 가득 채운 무기를 보며 감탄했다.“이 정도 품질에 이 정도 수량이라니, 돈을 엄청 많이 썼을 겁니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마 집마다 나뭇간 아래 이런 지하실이 있겠지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소서에게 분부했다.“당장 수도로 돌아가 사람을 불러오너라. 지금 당장 이 무기들을 장악해야 한다! 하나도 잃어버리면 아니 된다!”소서가 곧장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소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낙청연과 부진환은 나뭇간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고 나뭇간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른 척했다.그래야만 무기들이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곳에 감춰진 무기는 수량이 엄청났기에 단기간 안에 전부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낙청연과 부진환 두 사람은 곧바로 산에서 내려왔다.소서는 그들에게 말 한 마리를 남겨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말을 타고 계양으로 돌아왔다.가던 길에 부진환이 갑자기 물었다.“내가 정말 고충에 당했더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 정말 날 죽였을 것이냐?”낙청연이 차갑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요? 왕야가 절 죽이길 기다리고 있겠습니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쇄심고를 이겨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 것이냐?”“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고충은 아주 강합니다!”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대답했고 부진환은 눈썹을 까딱였다.“하지만 사람의 의지 또한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낙청연은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부진환이 정말 고충에 당했더라면 그를 죽였을지 알 수 없었다.-계양, 풍도 상회.밤이 깊어지고 사방이 텅 비었을 때 설천풍은 그 방에 도착했다. 그는 기관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기관을 열었다.
진훤의는 다시 머리를 감았다. 풀에 무엇을 섞은 건지 머리에 딱 달라붙어 방법이 없었던 계집종은 머리를 자르자고 건의했다.머리를 자른 뒤 진훤의는 씩씩거리며 다시 단장을 마치고 외출했다.“여길 깨끗이 처리하거라.”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진훤의가 외출하자 계집종은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전부 쓸어서 버리려 했다. 낙랑랑은 계집종의 뒤를 몰래 밟았고 그 머리카락을 주운 뒤 다급히 방으로 돌아왔다.그 머리카락들은 깨끗이 씻기지 않았기에 낙랑랑은 세심히 그것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머리카락을 상자 안에 넣어 낙청연에게 주기만을 기다렸다.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외출했던 진훤의가 그녀의 방문 앞에 나타난 것이다.진훤의는 안으로 들어오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탁자 위에 놓인 더러워진 머리카락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사납게 돌변했다.“내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었어?”낙랑랑은 뒤로 물러섰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모르겠다고? 그러면 이건 무엇이지?”진훤의는 화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낙랑랑의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탁자 위의 머리카락을 보게 강요했다.낙랑랑은 소매 안에 넣어두었던 상자를 손에 꼭 쥐었다.“어쩐지 쓸데없이 부적을 붙인다 싶었는데 사실은 내 머리를 자르려던 것이군!”“낙랑랑, 날 골탕 먹일 생각이냐?”진훤의는 과한 반응을 보였다.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가 얻게 된 모든 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낙랑랑이 발견했을까 봐, 그녀가 모든 것을 다시 빼앗을까 봐 무서웠다. 왜 낙랑랑은 팔자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 너무 불공평한 일이었다!진훤의는 낙랑랑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미 손에 넣은 건 절대 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낙랑랑이 원한다고 해도 절대 돌려주지 않을 셈이었다!낙랑랑은 진훤의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고 의자에 이마를 심하게 부딪쳤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