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곧 발소리를 죽이고 제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엎드려 피곤해서 잠든 척했다.잠깐 후, 발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점점 더 가까워졌다.계단을 올라가는 소리 같았다.방금 그 찰칵 소리는, 밑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아마 지하에 또 한 층이 있는 것 같았다.그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졌다.낙청연은 누군가 그녀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고, 뒤이어 그녀의 손에 눌려 있던 장부를 가져가더니, 곧 다시 그녀의 손에 갖다 놓고, 곁을 떠나는 발소리를 들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지만, 더 이상 동정이 없었다.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살짝 눈을 가느다랗게 떠보니, 전방에 확실히 사람이 없었다.그 사람은 이미 나간 것 같았다.낙청연이 막 일어나려고 하는데, 바닥에 갑자기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낙청연은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했다.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그녀의 그림자 위에, 머리 그림자가 비쳐 움직였다.순간, 낙청연은 머리털이 곤두섰다.그 사람은, 바로 그녀 뒤에 있었다!낙청연은 급하게 눈을 감고, 굳어버린 몸을 최대한 풀어주고, 숨도 최대한 고르고, 눈동자도 감히 굴리지 않았다.움직이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사람의 무공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온몸에 음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사람은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다.낙청연은 풍도 상회에서 아직 이 사람을 만난 적 없다.등 뒤의 사람은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낙청연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한참 뒤 어떤 손이 그녀에게 뻗어오더니, 은은한 이상한 냄새가 엄습해왔다. 낙청연은 급히 숨을 죽였다.그 사람은 그 향을 낙청연에게 맡게 했다. 목적은 그녀를 깊게 잠들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낙청연은 숨을 죽였다.곧 그 사람은 나갔다. 발소리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방문이 닫히고, 한참 뒤에야 낙청연은 눈을 떴다.그 사람은 검은색 도포를 걸쳤고, 몸집이 아주 작아,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걸로 봐서 여자인 것 같았다.한 참 보고 있는데, 그
낙청연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사자의 눈알이 헐거웠다.낙청연이 그것을 누르려는데 사자의 목에 목걸이가 걸려있는 게 보였다. 목걸이에 그려진 도안을 확인한 순간 낙청연은 숨을 쉴 수 없었다.일월쇄의 문양!여국 황족의 물건이었다!조금 전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이 줄곧 엄씨 가문에 숨어있던 고수인 걸까?여국 사람이라니!황족의 물건을 알고 있다니 여국 황실 사람이 아니라면 제사장 일족일 것이다!그녀는 이 세대의 대제사장으로 제사상 일족의 모든 사람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제사장 일족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낙청연은 조금 흥분되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몸이 달라져서 예전처럼 무공이 강하지 않았다.다시 마주쳤을 때는 적일지, 아군일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일월쇄를 열었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눈알을 눌러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일월쇄로 함정을 만들어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니, 이렇게 주도면밀한 걸 보면 이 밀실에 풍도 상회의 진짜 비밀이 있을 것이다.안으로 들어가자 음산한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낙청연은 향안 위에 놓인 촛대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촛대는 뱀의 몸을 가진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촛불에서는 그윽한 푸른빛이 보였다.두 개의 촛대는 머리카락으로 엮인 가느다란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촛대 아래는 각각 두 장의 선혈로 쓰인 이름과 사주팔자가 적혀 있었다.사주팔자 위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나는 진휜의의 사주팔자였고 다른 하나는 낙랑랑의 사주팔자였다.그들이 낙랑랑의 운명과 진훤의의 운명을 바꿔치기한 것이다!진훤의의 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낙랑랑의 불빛은 암담했다.어쩐지! 예전에 점 쳐봤을 때 낙랑랑은 분명 평안한 일생을 보낼 운명이었다. 엄청나게 부유하거나 고귀하게 살 팔자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살 운명으로 대부분 사람보다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 주변을 둘러봤으나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설천풍이 앉아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가가 보니 설천풍이 바닥에 쓰려져있었다.미간을 잔뜩 좁힌 낙청연이 허리를 숙여 설천풍을 흔들어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주위를 둘러봐도 전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결국 낙청연은 설천풍을 일으켰고 자신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잠을 잤다.-날이 밝았다.상회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낙청연과 설천풍을 흔들어 깨웠다.두 사람은 피곤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너무 피곤하군요. 장부를 전부 조사하지도 못했는데 잠이 들었습니다.”낙청연은 계속해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설천풍은 버티기 힘들었지만 낙청연의 곁을 지켰다.낙청연은 반나절 동안 그곳에 있었고 아무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은 망토를 두른 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낙청연은 결국 풍도 상회를 떠났다.객잔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지초에게 물었다.“왕야 쪽에서 소식이 있더냐?”지초는 차와 음식을 내놓으며 말했다.“왕야께서 떠나신 지 고작 이틀인데 벌써 왕야가 그리우신 겁니까?”“소서가 사람을 시켜 비둘기로 서신을 전해왔습니다.”지초는 낙청연에게 그 종이를 건네주었다.그것을 펼쳐 보니 이제 막 벽령촌(碧嶺村)에 도착해 아직 야수의 종적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쓰여 있었다.“비둘기는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무언가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비둘기에게 서신을 묶어 왕야에게 보내시지요.”지초는 창가에서 새장을 들고 왔다.낙청연은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간단히 몇 마디 적었다.어젯밤에 발견한 일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 일은 기밀이었기 때문에 만나서 직접 부진환에게 얘기할 심산이었다.비둘기를 내보내자 밖에서 갑자기 호위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뉘시오?”“왕비 마마를 뵙고 싶습니다. 제발 왕비 마마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살짝 당황한 낙청연은 방문을 열어 아래층으로 향했다.“무슨 일이냐?
상대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고 어지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화를 내며 낙청연을 손가락질했다.“이, 이, 이!”그러나 낙청연을 본 순간, 어멈은 두려운 얼굴로 다급히 몸을 뒤로 숨겼다.“왕... 왕비 마마...”낙청연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내가 왕비인 줄 알면서 랑랑 언니를 이렇게 하대하는 것이냐? 간덩이가 아주 제대로 부었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낙청연은 씩씩거리면서 옆에 놓인 빗자루를 손에 들었다. 그녀는 빗자루의 막대기 부분을 뽑더니 그것을 들고 사람들을 때렸다.그렇게 마당 안에는 앓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낙랑랑이 낙청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말렸다.“그만 때리거라. 더 때리다가는 죽겠다.”낙청연은 그제야 멈췄다.얼굴이 피범벅이 된 어멈들은 화가 난 얼굴로 문가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거지 새끼, 네가 일러바친 것이구나! 두고 보자꾸나!”어멈들은 비틀거리면서 부랴부랴 도망쳤다.낙랑랑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불러들였다.“소해(小奚)야, 네가 왕비 마마를 찾아간 것이냐?”소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랑랑 언니께서는 제게 무척 다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그들이 언니를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낙랑랑은 소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고개를 돌려 낙청연에게 말했다.“청연아, 저자들은 소해를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 날 도와 이 아이를 데리고 계양을 떠날 수 있겠느냐?”“잡일을 시키는 대신 밥만 잘 챙겨주면 된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해 얼굴에 드리운 붉은빛을 본 낙청연은 소해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어쩌면 그녀가 이 일을 일러바쳐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당연히 구해줘야 했다.“문제없습니다.”“소해야, 넌 먼저 객잔으로 돌아가 지초를 찾거라. 그 아이가 널 돌봐줄 것이다.”소해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곧장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낙랑랑의 손을 잡았다. 살갗이 벗겨진 손을 보자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랑랑 언니,
낙청연은 낙랑랑을 앞마당으로 끌고 갔다. 같은 시각, 진훤의는 마치 그들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깥 대청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낙청연과 낙랑랑이 다가오자 그녀는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왕비 아니신가, 언제 오셨소? 집안의 하인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보고를 올리지 않았군.”낙청연은 빨갛게 피가 흐르는 낙랑랑의 손을 펼쳐 보이며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너희들이 낙랑랑을 데려온 목적이 이것이더냐?”진훤의는 손을 힐끔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누가 다치게 한 것이오?”긴장한 얼굴로 걱정하듯 말하는 모습은 심히 가식적이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가 집안을 관리하는데 이 일을 몰랐다는 것이냐?”진훤의는 미간을 잔뜩 좁히며 말했다.“난 장사하느라 바빠서 집안에 이렇게 큰일이 있었던 줄은 몰랐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지금 당장 사람을 불러서 알아보겠소!”진훤의는 집안의 모든 하인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쭉 물어보자 한 계집종이 대답했다.“장 어멈 일행이 부인께 옷을 씻으라고 했습니다.”그 말에 진훤의는 화를 냈다.“장 어멈은 어디 있느냐? 당장 가서 불러오거라!”곧이어 장 어멈 등 여럿이 끌려왔다. 그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절 벌하여 주시옵소서!”곧이어 진훤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사람당 20대씩 곤장을 때리거라!”“알겠습니다!’곧 마당 안에서 곤장을 맞는 소리와 슬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그곳에 가보니 어멈들이 소리만 요란하게 냈지 엉덩이는 피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이 멀쩡했다.낙청연은 그곳으로 다가가 곤장을 치던 사람에게 멈추라고 했다.“그만!”손을 뻗은 낙청연은 장 어멈의 엉덩이가 불룩 솟아있는 걸 발견했다. 분명 골반 아래 무언가 바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낙청연은 그녀의 몸을 돌려 물건을 꺼냈고 두꺼운 받침대를 바닥에 내던졌다.사람들의 안색이 돌변했다.낙청연은 싸늘한 얼굴로 진훤의를 보면서
낙청연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진훤의의 배를 흘깃거리며 말했다.“넉 달 정도 됐을 텐데 유산하기 쉬운 시기로군. 조심해야지.”“아니, 유산은 중요하지 않겠구나. 유산한 뒤 몸조리해야할 텐데 다시 돌아왔을 때 풍도 상회에 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낙청연의 날카로운 눈빛에 진훤의는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낙청연은 낙랑랑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떠나는 길에 낙랑랑은 갑자기 웃었다.“뭘 웃는 것입니까?”“화가 나는데도 감히 입 벙긋하지 못하는 꼴을 보니 웃음을 참기가 힘들더구나. 범산화도 진훤의를 상대하지 못하는데 너는 거뜬히 해내는구나.”낙청연은 웃었다.“제가 아니라 섭정왕비의 신분이 진훤의의 기세를 꺾은 것이지요.”백성은 관리와 다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진훤의가 아무리 계양에서 날고 긴다고 할지라도 수도의 권력자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부진환 같은 능구렁이가 풍도 상회를 박살 내려 한다면 그들은 절대 지금처럼 꼿꼿이 서서 얘기할 수 없을 터였다.낙랑랑과 함께 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문을 잠그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랑랑 언니, 진훤의를 꼭 조심해야 합니다.”낙랑랑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다.”“난 그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날 어쩌지 않을 것이다.”“풍도 상회가 반역을 꾀하려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내가 범씨 가문에 남아 소식을 좀 알아내마.”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낙랑랑이 해줄 일이 있었다.“랑랑 언니, 진훤의의 머리카락이 필요합니다!”“그걸 얻을 수 있겠습니까?”낙청연은 진훤의와 낙랑랑의 운명을 바꿔야 했다.낙랑랑은 살짝 놀라더니 고민하다가 말했다.“어렵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구나.”“걱정하지 말거라. 그 일은 내게 맡기거라!”낙청연이 당부했다.“모든 일은 언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그 머리카락도 언니 때문에 필요한 것이니 절대 목숨을 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게다가 진훤의는 자기 머리카락을 아주 신중히 관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어젯밤 역시 그는 깨어있었다. 괜히 바닥에 쓰러져있던 게 아니었다.“그럼 어젯밤!”낙청연은 대경실색했고 설천풍은 웃으며 말했다.“어젯밤 깨어났는데 약 효과가 너무 강해 일어나자마자 쓰러졌소.”“하지만 방이 열려있고 낭자가 그 안에 있는 것이 보였지.”낙청연은 흐려진 안색으로 그를 쏘아봤다.“뭘 하려는 것입니까!”설천풍은 의자에 앉더니 스스로 잔에 술을 따르고 그것을 느긋하게 음미했다.“섭정왕이 때마침 계양에 있지 않으니 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은 섭정왕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오.”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제가 섭정왕비가 되지 못하는 건 둘째 치고 부진환이 맨 처음 죽일 사람은 바로 당신이오!”설천풍은 느긋하게 말했다.“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나 쓸 법한 최악의 선택이지.”“내게 당신이 갔던 그 밀실에 무엇이 있었는지, 당신과 섭정왕이 풍도 상회를 조사하러 계양에 온 것이 맞는지 그것을 얘기해주시오. 나와 협력한다면 당신을 건드리지 않겠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궁금한 듯 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와 섭정왕이 풍도 상회를 조사하고 있다면 우리와 협력하겠다는 말이오?”설천풍은 웃어 보였다.“부설 낭자는 역시 총명하군!”“하지만 내게도 조건이 있소.”“난 조정에 들어가 관직을 얻고 싶소. 섭정왕에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조정에 들어가 관직을 얻고 싶다고요? 관리가 된다면 풍도 상회에 있는 것만큼 돈을 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진심으로 협력할 마음이 있다는 걸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설천풍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그건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연기한 것이오. 설마 그것을 진짜 믿은 것이오?”“누가 오든 그런 연기를 한 번씩 하게 돼 있소. 이튿날이면 다시 돈을 돌려줘야 하지.”“겉으로 보기에는 풍도 상회에서 상씨 가문과 설씨 가문이 돈을 제일 잘 버는 것 같지만
다행히 어젯밤 저도 모르게 깨어나 진훤의만 들어갈 수 있는 방의 방문이 열려있는 걸 발견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그는 낙청연이 자신에게 약을 썼음을 자각했고 낙청연이 보기보다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는 걸 깨달았다.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는 결국 계획을 변경했다.밀실 안으로 들어간 낙청연은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고 풍도 상회는 필시 풍비박산 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했다.그래서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낙청연에게 약을 썼고 그녀가 자신과 협력하게 협박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화기애애하게 주루를 빠져나왔다.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예전과 같았다. 두 사람은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고 풍도 상회의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낙청연은 이틀 동안 풍도 상회에 삼만 냥을 넘겼다.풍도 상회 사람들은 낙청연에게서 무언가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설천풍의 계획을 계속 실행했다.설천풍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정말 이틀 내로 그녀가 요구한 물건을 전부 준비했다.객잔 방 안에서 낙청연은 재료를 들고 준비하기 시작했다.간단한 일은 지초와 소해의 도움을 받았다.낙청연은 진법을 준비할 셈이었다. 밀실 안의 것보다 열 배 넘게 큰 것을 만들어 앞으로 그 누구의 운명도 빼앗지 못하게 만들 셈이었다.“왕비 마마, 이게 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방울이 아주 많습니다.”지초는 붉은 실로 끈을 만들어 방울을 연결했고 방 전체가 방울 소리로 가득 찼다.“운명을 바꾸려고 한다.”낙청연이 천천히 대답했다.그녀의 대답에 지초는 살짝 당황했다.“운명을 바꾼다고요?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까?”“당연하지. 어떤 이들은 팔자가 좋고 어떤 이들은 팔자가 좋지 않아. 일부 사술은 다른 사람의 좋은 팔자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지초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그것은 하늘에 반하는 일이 아닙니까?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습니까?”“당연하지. 하지만 그것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