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낙청연의 목덜미를 잡고 탁자에 꽉 눌렀다.“네가 정녕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7황자와 섭정왕이 구해줘서 그렇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느냐?!”낙청연은 힘 빠진 채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금고에게 이 정도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7황자와 섭정왕이 지켜주는 걸 알면서 제게 약을 탄 것입니까?”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발버둥 쳤다.금고는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이 세상에 부설이라는 자는 없을 것이다.”“네가 부설의 무엇이 됐든, 내가 린부설을 쥐 죽은 듯이 죽일 수 있으면 너도 조용히 사라지게 해줄 수 있다!”“그때가 되면 부설루에 보낸 첩자도 땅문서를 찾아낼 것이니, 부설루도 이제 내 것이 되는 게다!”“이렇게 좋은 노릇을 해줘서 정말 고맙구나!”말을 마치고 금고는 비수를 꺼내 들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금고의 발을 힘껏 밟았다.이 틈을 타 낙청연은 금고를 밀치고 비틀거리며 방문을 뛰쳐나왔다.금고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아직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여봐라!” 금고가 소리쳤다.그러자 계단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금방 계단 옆으로 간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만다. 취향거도 금고의 것이었다.낙청연은 황급히 방으로 뛰어가 문을 잠갔다.금고는 천천히 방문 밖으로 걸어왔다.“약에 취하고도 지금까지 버티다니, 대단하긴 하구나.”“근데 이제 힘 빠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 말만 들으면 편히 보내줄 수도 있다.”서늘한 어투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창문을 열어보았다. 밖은 후문이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이곳은 2층이나 벽에 옷을 너는 줄이 많이 걸려있었다.문밖의 사람들은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줄을 붙잡고 밑으로 뛰어내렸다.떨어지는 순간, 다행히도 옷들이 있어 낙청연은 다치지 않았다.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낙청연은 비틀거리며 후문으로 달려갔다.어두운 밤, 조용한 뒷골목은 아주 조용했다. 싸늘
낙청연은 등불을 밝히려 했으나 손이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부조가 그런 그녀를 도와줬다.“제가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 공자.”낙청연이 감격하며 말했다.그녀는 곧 방의 구석 쪽으로 향하더니 서랍을 열어 급히 상자를 꺼내고는 열쇠로 그것을 열었다.부조는 그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었고 안에 물건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무겁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부조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부조는 잠시 당황하더니 얼른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라면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부 공자.”부조가 멈췄다.“보여줄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오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부 공자께 또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무엇입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오늘 밤 부 공자께서 이 방에서 저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에 부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원래 부설을 구한 뒤 그녀의 땅문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그런데 부설이 그에게 오늘 밤 남아있어달라고 할 정도로 그를 믿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저희 부설루에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지금 부설루 안에 도둑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오늘 그 도둑이 온다면 저는 무력하게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부 공자?”그 말에 부조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성실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 밤새워 지키고 있을 터이니 낭자는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부조는 점잖게 부설에게서 등을 돌리며 의자 위에 앉았고 그런 행위에 마음이 놓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서는 몸을 일으켜 침상 앞으로 갔고 발을 내렸다.잠시 뒤, 침상에서 코 고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부조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취향(醉香)은 아무리
낙청연은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라졌다니?”“사라졌습니다!”진 어멈은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왜 사라졌다는 말이오? 설마 어젯밤 도둑이 든 것이오?”낙청연이 물었고 진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둑은 도망쳤고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깨어나다니,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당(雲棠)이 초조한 얼굴로 급히 걸어왔다.“큰일 났습니다! 초향각의 금고가 왔습니다.”“왔으면 왔지, 뭘 그리 당황해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신발을 신었다.“낭자, 낭자께서 나가보시지요.”운당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부설루 안의 손님들은 전부 내쫓겼고 금고는 여도와 초향각의 여인들을 데리고 왔다. 그중에는 최근 부설루로 일자리를 옮긴 자들도 있었다.“초향각처럼 큰 청루가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행우가 호통을 쳤다.여도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손을 들어 행우의 뺨을 내리쳤다.짝-엄청난 소리와 함께 행우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주인을 배신한 노비 주제에 감히 금고 앞에서 큰소리를 쳐? 네까짓 게 뭔데!”여도는 기세등등해 콧방귀를 끼었다.행우는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손을 들어 여도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런데 예상밖으로 여도가 행우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더니 행우의 머리를 탁자 위에 누르면서 뺨을 두 번 때렸다.“천한 것! 우리를 배신해서 부설루로 오면 내가 널 혼쭐내지 못할 것 같았느냐? 부설루는 이제 우리 금고의 것이다. 그러니 너는 여전히 내 노비이다! 무릎 꿇고 머리를 두 번 조아리면 용서해주마! 그렇지 않으면 네 옷을 쫄딱 벗겨 내쫓은 뒤 거지에게 널 보낼 것이다.”행우의 얼굴에 붉은 흔적이 잔뜩 생겼고 피가 흘러 무척이나 비참해 보였다.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으나 감히 앞으로 나서서 여도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초향각의 주인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전부 내 관리를 받을 것이다. 너 또한 마찬가지고!”금고는 우쭐한 얼굴로 부설의 경악한 얼굴과 두려워하는 표정을 기대했다.이제 그녀의 손에 들어왔으니 부설은 절대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없을 것이었다.잠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게 바뀌다니, 부설은 분명 놀랄 것이다.그러나 금고는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낙청연은 종이 두 장을 확인하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어젯밤 도둑이 들어서 이미 관청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죄를 인정하러 올 줄은 몰랐네요.”금고는 그녀의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인제 와서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 계약서는 네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네가 이 부설루를 팔았다는 말이다. 내 뒤에 있는 부설루의 여인들 모두 증언할 수 있다.”금고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듯했다.낙청연은 금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더니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참나, 편히 살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본인들이 그걸 마다하다니.”그 여인들은 진 어멈이 초향각에서 데려온 여인들이었다.그런데 금고가 그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그들은 초향각에 충성을 맹세하며 부설루에서 첩자 노릇을 했다.“정말 고맙습니다. 저 대신에 첩자들까지 모조리 싹을 잘라주셨으니.”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금고를 보았고 금고는 냉소를 흘렸다.“넌 직접 당하지 않으면 꼬리를 내릴 줄 모르는구나. 여봐라! 이자를 잡아들이거라!”금고가 호통을 쳤고 호위 몇 명이 곧바로 낙청연을 잡으려 했다.대문 밖에는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었고 부경환과 부경리 또한 자리에 있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나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다.“멈추시오!”하 대인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고 금고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예를 갖추며 말했다.“하 대인.”“부설루에서 땅문서를 잃어버렸다고 관청에 보고했소. 그런데 초향각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오
“이것 좀 보세요. 가짜를 만들어도 성심성의껏 만들어야지, 이건 무로 만든 인장입니까? 이딴 걸로 저희 부설루를 속일 생각이셨습니까? 저희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아셨습니까?”그 순간 금고의 표정이 굳었다.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부설이 일부러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물러서게 만들 생각이라 여겼다.그 물건은 공자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기 때문에 가짜일 리가 없었다.“이건 어젯밤 우리가 계약한 것이다. 인장이 마르지 않은 건 정상이지. 게다가 네가 일부러 문지르지 않았느냐? 겨우 이런 걸로 계약을 물리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금고는 여전히 지지 않겠다는 듯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하 대인을 바라보았다.“대인, 금고의 말을 들으셨습니까?”하 대인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제대로 들었소. 그게 어쨌단 말이오?”낙청연은 서서히 턱을 쳐들더니 청아한 목소리로 기세 좋게 얘기했다.“그럼 하 대인께서 증인이 되어주시지요. 초향각이 어떻게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속이려 했는지 말입니다!”낙청연이 손을 내젓자 진 어멈은 상자를 들고 왔다. 그녀는 하 대인의 앞에서 상자를 열더니 안에서 장부를 꺼냈다.“이것은 부설루의 장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설루로 이름을 고친 뒤 쓴 장부이고요. 대인, 이 위에 있는 인장을 확인해 보십시오.”하 대인은 그 말에 깜짝 놀라더니 종이를 펼치면서 그 위에 찍힌 인장들을 보았다.하 대인의 안색이 흐려졌다.그는 그 계약서를 들고 대조해 보았고 인장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비슷한 듯했지만 계약서에 찍힌 인장은 한눈에 봐도 가짜인 걸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금고의 안색 또한 어두워졌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진 어멈이 그녀를 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저희 부설루의 장부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봅니까?”금고는 안색이 창백해져 주먹을 꽉 쥐었다.“하 대인!”금고는 하 대인이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확신했다.하지만 장부를 내려놓은 하 대
그 말에 금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 대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금고를 보았다. 7황자가 이곳에 있으니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여봐라! 금고를 옥에 가두거라! 사건을 조사하고 난 뒤 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병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곧바로 금고를 잡고 끌고 갔다. 금고의 뒤를 따르던 여인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여도 또한 다급한 얼굴로 허둥지둥했다.“금고! 금고!”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하 대인은 낙청연에게 잡혀 있는 여도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부설 낭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사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하 대인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한 마디 당부했다.“사람이 죽는 일은 없도록 하시게.”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고 병사들도 전부 떠났다.밖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낙청연이 눈빛을 주자 문이 닫혔다.“부설 낭자, 어찌할 생각이오?”부경리는 의아한 얼굴로 여도를 바라보았다.“잔인한 장면일 것이니 7황자께서는 위층으로 올라가시지요.”진 어멈이 이내 부경리를 모시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아래서 여도의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여도의 머리카락을 쥐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여도의 뺨을 때렸다.“조금 전에 행우한테 뭐라고 했느냐?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나도 들어보게.”낙청연의 매서운 말투에 등허리가 서늘해졌다.여도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천... 천한 것이라고...”“누가 천한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제, 제가 천한 것입니다!”여도는 그녀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금고가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는 이상 그녀는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옆에 있던 일꾼이 낙청연에게 차를 따라줬고 낙청연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경멸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헹우야, 이자의 얼굴을 망가뜨릴까 아니면 쫄딱 벗겨서 내쫓은 뒤 거지에게 보내
“돈은 나도 많다. 내가 용서해주길 바라느냐? 그럼 매신계라도 가져와서 성의를 보여야지.”여인들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서로를 바라봤다.부설이 어떻게 그들이 매신계를 손에 넣은 걸 안 것일까?그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잇따라 품에서 매신계를 꺼내 건넸고 행우가 그것을 받았다.2층에 있던 부경리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난간에 기대어 물었다.“이 매신계는 초향각에 있어야 하지 않소?”진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전에 큰돈을 들여 저 여인들을 데려왔을 때 그들은 이미 매신계를 손에 넣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저는 낭자가 그들을 이곳에 남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낭자는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시는군요.”초향각이 망한 뒤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청루는 부설루였다. 저 여인들은 부설루에 남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 가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매신계를 보면서 여유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너희가 부설루에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예전 같은 대우는 없을 것이다. 부설루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공을 세워야 한다. 초향각에서 오래 지냈으니 초향각의 비밀도 많이 알고 있겠지. 진 어멈을 몰래 찾아가서 비밀을 말하거라. 너희가 말한 것은 나와 진 어멈만 알고 있을 것이니 너희한테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그들은 지금 돈도 매신계도 전부 바친 상태였으니 일전 한 푼 없었다.첩자 노릇을 했으니 부설루에서도 편히 지내지는 못할 것이고 돈을 받고 싶다면 비밀을 얘기해야 했다.낙청연은 금고의 모든 가산을 빼앗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진 어멈이 그들을 데려갔고 부설루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부설루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경악한 얼굴이었다. 오늘의 이 위기가 이렇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부설루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그들은 오늘 부설 낭자가 부설루의 실세라는 걸 알게 됐다.부설루의 대문이 열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잇따라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고 부진환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부경리가 그에게 다
“그럼 포기하시지요. 당신은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겁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금고는 깜짝 놀라더니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미간을 구긴 그녀가 입을 열려고 했으나 낙청연은 이미 멀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졌다.무슨 뜻일까? 부설은 무슨 뜻으로 저런 얘기를 한 걸까?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거지? 왜?낙청연은 그곳을 떠난 뒤 후원에 가서 하 대인을 만났다.하 대인은 하인을 물렸고 마당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부조가 하 대인을 의심하지 않겠지요?”낙청연이 묻자 하 대인은 고개를 저었다.“부설루에서 벌어진 일이고 또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기에 사람들 앞에서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어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고 또 7황자도 그곳에 있었기에 금고를 구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입니다. 그가 하 대인께 금고를 구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던가요?”하 대인이 대답했다.“아직은 그런 말 없었소. 다만 상세한 상황을 물었을 뿐이오.”“그래요, 알겠습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곧장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하 대인에게 물었다.“막섬옥은 언제 갇힌 겁니까? 무슨 일을 저질렀답니까?’하 대인은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말했다.“부설 낭자를 모함해서 잡힌 것이 아니오? 섭정왕의 명령에 따라 잡은 것이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섭정왕이 내린 명령이라니...“그저 확인해 본 겁니다.”관청을 떠나기 전 낙청연은 어쩐지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부진환이 그녀 대신 화풀이 해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그러니 굳이 마음에 둘 필요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낙청연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낙청연은 먼저 시장에서 선물을 고른 뒤 부씨 저택으로 향했다.그의 집 앞에서 반 시진 정도 기다리니 그제야 문이 열렸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그녀를 봤을 때 부조는 표정이 굳어서 부자연스러웠다.마치 마음의 준비를 단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