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향을 찾아가 물어봐도 되겠구나!”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급하면 제 발로 찾아올 겁니다.”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누군가가 몰래 서신을 보내왔다.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위에는 부설 낭자라고 적혀있었다.낙청연은 서신을 열었다.위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벽해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술시 삼각에 취향거로 오시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낙청연은 린부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혹시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계획을 망칠까 봐 말이다.그렇게 낙청연은 혼자 취향거로 향했다.심부름꾼은 낙청연을 방으로 안내했다. 금고는 이미 앉아서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제 왔느냐?” 금고는 말을 하며 술을 따르고 홀로 한 잔 마셨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와 앉아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말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십시오.”금고는 낙청연 앞의 술을 보며 말했다: “한잔하지 않겠느냐?”“난 오늘 싸우러 온 것도, 다투러 온 것도 아니다.”낙청연은 눈앞의 술을 보며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 “저도 술을 마시러 온 게 아닙니다.”“말해 보십시오. 벽해각의 모든 일을 알려주는 조건은 무엇입니까?”금고가 이 얘기를 꺼낸 걸 보면 다른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금고는 또 한 잔 따르고 웃으며 답했다: “부설 낭자, 역시 똑똑하구나.”“조건은 간단하지. 내 사람들을 돌려주면 모든 비밀을 알려주겠다! 그리고 앞으로 초향각과 부설루는 서로를 범하지 않는 걸로 하자구나.”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금고를 보며 물었다: “이것뿐입니까?”“보아하니 벽해각 사람들의 죽음은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맞군요. 아니면 어찌 서로를 범하지 않는 걸로 하자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째려보았다. 마치 가면 아래 진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말이다.금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벽해각을 위해 복수라도 하려는 게냐? 정녕 린부
금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낙청연의 목덜미를 잡고 탁자에 꽉 눌렀다.“네가 정녕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7황자와 섭정왕이 구해줘서 그렇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느냐?!”낙청연은 힘 빠진 채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금고에게 이 정도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7황자와 섭정왕이 지켜주는 걸 알면서 제게 약을 탄 것입니까?”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발버둥 쳤다.금고는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이 세상에 부설이라는 자는 없을 것이다.”“네가 부설의 무엇이 됐든, 내가 린부설을 쥐 죽은 듯이 죽일 수 있으면 너도 조용히 사라지게 해줄 수 있다!”“그때가 되면 부설루에 보낸 첩자도 땅문서를 찾아낼 것이니, 부설루도 이제 내 것이 되는 게다!”“이렇게 좋은 노릇을 해줘서 정말 고맙구나!”말을 마치고 금고는 비수를 꺼내 들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금고의 발을 힘껏 밟았다.이 틈을 타 낙청연은 금고를 밀치고 비틀거리며 방문을 뛰쳐나왔다.금고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아직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여봐라!” 금고가 소리쳤다.그러자 계단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금방 계단 옆으로 간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만다. 취향거도 금고의 것이었다.낙청연은 황급히 방으로 뛰어가 문을 잠갔다.금고는 천천히 방문 밖으로 걸어왔다.“약에 취하고도 지금까지 버티다니, 대단하긴 하구나.”“근데 이제 힘 빠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 말만 들으면 편히 보내줄 수도 있다.”서늘한 어투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창문을 열어보았다. 밖은 후문이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이곳은 2층이나 벽에 옷을 너는 줄이 많이 걸려있었다.문밖의 사람들은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줄을 붙잡고 밑으로 뛰어내렸다.떨어지는 순간, 다행히도 옷들이 있어 낙청연은 다치지 않았다.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낙청연은 비틀거리며 후문으로 달려갔다.어두운 밤, 조용한 뒷골목은 아주 조용했다. 싸늘
낙청연은 등불을 밝히려 했으나 손이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부조가 그런 그녀를 도와줬다.“제가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 공자.”낙청연이 감격하며 말했다.그녀는 곧 방의 구석 쪽으로 향하더니 서랍을 열어 급히 상자를 꺼내고는 열쇠로 그것을 열었다.부조는 그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었고 안에 물건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무겁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부조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부조는 잠시 당황하더니 얼른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라면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부 공자.”부조가 멈췄다.“보여줄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오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부 공자께 또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무엇입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오늘 밤 부 공자께서 이 방에서 저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에 부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원래 부설을 구한 뒤 그녀의 땅문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그런데 부설이 그에게 오늘 밤 남아있어달라고 할 정도로 그를 믿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저희 부설루에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지금 부설루 안에 도둑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오늘 그 도둑이 온다면 저는 무력하게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부 공자?”그 말에 부조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성실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 밤새워 지키고 있을 터이니 낭자는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부조는 점잖게 부설에게서 등을 돌리며 의자 위에 앉았고 그런 행위에 마음이 놓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서는 몸을 일으켜 침상 앞으로 갔고 발을 내렸다.잠시 뒤, 침상에서 코 고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부조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취향(醉香)은 아무리
낙청연은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라졌다니?”“사라졌습니다!”진 어멈은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왜 사라졌다는 말이오? 설마 어젯밤 도둑이 든 것이오?”낙청연이 물었고 진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둑은 도망쳤고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깨어나다니,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당(雲棠)이 초조한 얼굴로 급히 걸어왔다.“큰일 났습니다! 초향각의 금고가 왔습니다.”“왔으면 왔지, 뭘 그리 당황해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신발을 신었다.“낭자, 낭자께서 나가보시지요.”운당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부설루 안의 손님들은 전부 내쫓겼고 금고는 여도와 초향각의 여인들을 데리고 왔다. 그중에는 최근 부설루로 일자리를 옮긴 자들도 있었다.“초향각처럼 큰 청루가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행우가 호통을 쳤다.여도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손을 들어 행우의 뺨을 내리쳤다.짝-엄청난 소리와 함께 행우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주인을 배신한 노비 주제에 감히 금고 앞에서 큰소리를 쳐? 네까짓 게 뭔데!”여도는 기세등등해 콧방귀를 끼었다.행우는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손을 들어 여도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런데 예상밖으로 여도가 행우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더니 행우의 머리를 탁자 위에 누르면서 뺨을 두 번 때렸다.“천한 것! 우리를 배신해서 부설루로 오면 내가 널 혼쭐내지 못할 것 같았느냐? 부설루는 이제 우리 금고의 것이다. 그러니 너는 여전히 내 노비이다! 무릎 꿇고 머리를 두 번 조아리면 용서해주마! 그렇지 않으면 네 옷을 쫄딱 벗겨 내쫓은 뒤 거지에게 널 보낼 것이다.”행우의 얼굴에 붉은 흔적이 잔뜩 생겼고 피가 흘러 무척이나 비참해 보였다.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으나 감히 앞으로 나서서 여도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초향각의 주인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전부 내 관리를 받을 것이다. 너 또한 마찬가지고!”금고는 우쭐한 얼굴로 부설의 경악한 얼굴과 두려워하는 표정을 기대했다.이제 그녀의 손에 들어왔으니 부설은 절대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없을 것이었다.잠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게 바뀌다니, 부설은 분명 놀랄 것이다.그러나 금고는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낙청연은 종이 두 장을 확인하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어젯밤 도둑이 들어서 이미 관청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죄를 인정하러 올 줄은 몰랐네요.”금고는 그녀의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인제 와서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 계약서는 네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네가 이 부설루를 팔았다는 말이다. 내 뒤에 있는 부설루의 여인들 모두 증언할 수 있다.”금고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듯했다.낙청연은 금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더니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참나, 편히 살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본인들이 그걸 마다하다니.”그 여인들은 진 어멈이 초향각에서 데려온 여인들이었다.그런데 금고가 그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그들은 초향각에 충성을 맹세하며 부설루에서 첩자 노릇을 했다.“정말 고맙습니다. 저 대신에 첩자들까지 모조리 싹을 잘라주셨으니.”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금고를 보았고 금고는 냉소를 흘렸다.“넌 직접 당하지 않으면 꼬리를 내릴 줄 모르는구나. 여봐라! 이자를 잡아들이거라!”금고가 호통을 쳤고 호위 몇 명이 곧바로 낙청연을 잡으려 했다.대문 밖에는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었고 부경환과 부경리 또한 자리에 있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나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다.“멈추시오!”하 대인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고 금고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예를 갖추며 말했다.“하 대인.”“부설루에서 땅문서를 잃어버렸다고 관청에 보고했소. 그런데 초향각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오
“이것 좀 보세요. 가짜를 만들어도 성심성의껏 만들어야지, 이건 무로 만든 인장입니까? 이딴 걸로 저희 부설루를 속일 생각이셨습니까? 저희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아셨습니까?”그 순간 금고의 표정이 굳었다.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부설이 일부러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물러서게 만들 생각이라 여겼다.그 물건은 공자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기 때문에 가짜일 리가 없었다.“이건 어젯밤 우리가 계약한 것이다. 인장이 마르지 않은 건 정상이지. 게다가 네가 일부러 문지르지 않았느냐? 겨우 이런 걸로 계약을 물리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금고는 여전히 지지 않겠다는 듯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하 대인을 바라보았다.“대인, 금고의 말을 들으셨습니까?”하 대인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제대로 들었소. 그게 어쨌단 말이오?”낙청연은 서서히 턱을 쳐들더니 청아한 목소리로 기세 좋게 얘기했다.“그럼 하 대인께서 증인이 되어주시지요. 초향각이 어떻게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속이려 했는지 말입니다!”낙청연이 손을 내젓자 진 어멈은 상자를 들고 왔다. 그녀는 하 대인의 앞에서 상자를 열더니 안에서 장부를 꺼냈다.“이것은 부설루의 장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설루로 이름을 고친 뒤 쓴 장부이고요. 대인, 이 위에 있는 인장을 확인해 보십시오.”하 대인은 그 말에 깜짝 놀라더니 종이를 펼치면서 그 위에 찍힌 인장들을 보았다.하 대인의 안색이 흐려졌다.그는 그 계약서를 들고 대조해 보았고 인장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비슷한 듯했지만 계약서에 찍힌 인장은 한눈에 봐도 가짜인 걸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금고의 안색 또한 어두워졌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진 어멈이 그녀를 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은 저희 부설루의 장부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봅니까?”금고는 안색이 창백해져 주먹을 꽉 쥐었다.“하 대인!”금고는 하 대인이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확신했다.하지만 장부를 내려놓은 하 대
그 말에 금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 대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금고를 보았다. 7황자가 이곳에 있으니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여봐라! 금고를 옥에 가두거라! 사건을 조사하고 난 뒤 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병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곧바로 금고를 잡고 끌고 갔다. 금고의 뒤를 따르던 여인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여도 또한 다급한 얼굴로 허둥지둥했다.“금고! 금고!”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하 대인은 낙청연에게 잡혀 있는 여도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부설 낭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사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하 대인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한 마디 당부했다.“사람이 죽는 일은 없도록 하시게.”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고 병사들도 전부 떠났다.밖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낙청연이 눈빛을 주자 문이 닫혔다.“부설 낭자, 어찌할 생각이오?”부경리는 의아한 얼굴로 여도를 바라보았다.“잔인한 장면일 것이니 7황자께서는 위층으로 올라가시지요.”진 어멈이 이내 부경리를 모시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아래서 여도의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여도의 머리카락을 쥐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여도의 뺨을 때렸다.“조금 전에 행우한테 뭐라고 했느냐?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나도 들어보게.”낙청연의 매서운 말투에 등허리가 서늘해졌다.여도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천... 천한 것이라고...”“누가 천한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제, 제가 천한 것입니다!”여도는 그녀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금고가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는 이상 그녀는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옆에 있던 일꾼이 낙청연에게 차를 따라줬고 낙청연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경멸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헹우야, 이자의 얼굴을 망가뜨릴까 아니면 쫄딱 벗겨서 내쫓은 뒤 거지에게 보내
“돈은 나도 많다. 내가 용서해주길 바라느냐? 그럼 매신계라도 가져와서 성의를 보여야지.”여인들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서로를 바라봤다.부설이 어떻게 그들이 매신계를 손에 넣은 걸 안 것일까?그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잇따라 품에서 매신계를 꺼내 건넸고 행우가 그것을 받았다.2층에 있던 부경리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난간에 기대어 물었다.“이 매신계는 초향각에 있어야 하지 않소?”진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전에 큰돈을 들여 저 여인들을 데려왔을 때 그들은 이미 매신계를 손에 넣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저는 낭자가 그들을 이곳에 남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낭자는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시는군요.”초향각이 망한 뒤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청루는 부설루였다. 저 여인들은 부설루에 남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 가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매신계를 보면서 여유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너희가 부설루에 남을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예전 같은 대우는 없을 것이다. 부설루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공을 세워야 한다. 초향각에서 오래 지냈으니 초향각의 비밀도 많이 알고 있겠지. 진 어멈을 몰래 찾아가서 비밀을 말하거라. 너희가 말한 것은 나와 진 어멈만 알고 있을 것이니 너희한테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그들은 지금 돈도 매신계도 전부 바친 상태였으니 일전 한 푼 없었다.첩자 노릇을 했으니 부설루에서도 편히 지내지는 못할 것이고 돈을 받고 싶다면 비밀을 얘기해야 했다.낙청연은 금고의 모든 가산을 빼앗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진 어멈이 그들을 데려갔고 부설루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부설루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경악한 얼굴이었다. 오늘의 이 위기가 이렇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부설루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그들은 오늘 부설 낭자가 부설루의 실세라는 걸 알게 됐다.부설루의 대문이 열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잇따라 부설루 안으로 들어갔고 부진환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부경리가 그에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