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의 예상이 맞았다.다음 날 아침, 낙운희는 또 남자들을 한 무리나 데리고 찾아왔다.낙운희는 오자마자 낙청연 앞에 있는 상을 엎고 눈을 부라렸다: “감히 날 속여?!”“네 이놈!”“날 속인 대가는 치러야지 않겠냐?”낙운희는 화가 잔뜩 난 채 크게 호통쳤다: “부숴라! 다 부숴버려라!”그렇게 남자들은 약포로 쳐들어와 미친 듯이 엎고 부쉈다.낙청연은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약포로 달려들어 와 약재를 지켰다.송천초가 귀한 약재들을 모두 여기에 놓은 건 아니지만 가게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조금은 놓아두었기 때문이다.귀한 약재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낙청연은 약궤 앞에 막아서 오는 사람마다 발로 걷어찼다.비록 살이 빠지고 무공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전보다는 훨씬 약해져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엔 좀 버거웠다.낙운희는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서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저낙,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부탁한 일을 처리하고 사담만 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대신 거절하면, 내가 네 놈 신세를 망쳐놓을 것이다!”어제 저낙의 함정에 빠진 것만 생각하면 낙운희는 화가 났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약궤에 달려든 남자를 낙운희 쪽으로 걷어찼다.낙운희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도 똑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운희를 바라봤다. 꼬리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저낙의 몸놀림을 보던 낙운희는 호통쳤다: “그만! 됐다!”약포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낙운희는 돈주머니를 바닥에 던지고 입을 열었다: “가자!”그리고 낙청연을 무섭게 노려봤다.낙운희가 멀리 간 후에야 지초는 뒤에서 나왔다.“소저! 이걸 어찌하면…”낙청연은 다급하게 지초를 후원으로 밀었다.“나오지 마라, 난 괜찮다.”그리고 혼자 정리하기 시작했다.바닥에 짓밟힌 약재들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 허리를 숙여 인삼 한 뿌리를 주어보니 이미 시들시들했다.괘씸한 낙운희!장락길에 온 후로부터 송천초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다.
저낙이라는 자는 정녕 죽고 싶은 것인가? 어찌 감히 섭정왕을 이렇게 대한단 말인가?!부진환을 고개를 숙이고 더럽혀진 옷을 보며 눈빛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를 쳐다보고는 화를 꾹 참고 떠났다.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부진환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부에 돌아왔다.마침 전원을 지나던 소유가 왕야의 우울한 얼굴을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왕야, 왜 이러십니까? 옷은 왜 더러워졌습니까?”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낙월영이 웃으며 다가왔다: “왕야,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 제가 요깃거리를 좀 만들었습니다. 제 방에 잠깐 들렀다 가시지요."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월영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승낙할 뻔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낙월영을 깜짝 놀라 앞으로 다가갔다: “왕야!”소유는 즉시 낙월영을 막아섰다: “둘째 소저, 왕야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으니 제가 이따가 사람을 보내 요깃거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둘째 소저는 가만히 계십시오.”낙월영은 실망하며 몸을 돌렸다.“알겠습니다.”그리고 소유는 떠났다.낙월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미에게 분부했다: “요 며칠 왕야께서 뭐 하러 다니셨는지 똑똑히 알아 와라!”낙월영은 방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반 시진 후, 장미가 돌아왔다.그리고 보고했다: “제가 알아보니 요즘 왕야께서는 장락길에 자주 들르셨답니다. 오늘도 장락길에 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가 잔뜩 나셨습니다.”낙월영은 깜짝 놀랐다: “화가 났다고? 누가 감히 왕야를…”“장락길에 무슨 높으신 분이라도 있느냐? 왕야는 누굴 만나러 가신 거냐?”낙월영은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장미가 대답했다: “높으신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요즘 꽤 이름있는 신산이 장락길에 가게를 열었답니다.”“신산?” 낙월영은 이마를 찌푸렸다. “왕야께서 그런 걸 믿는다고?”장미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왕비
밖에는 백성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고 있었다.그 시선들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낙청연은 의문에 차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커다란 깃발 두 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위에는 ‘강호 사기꾼’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깃발이 바람에 휘날리자 그 다섯 글자는 유난히도 눈을 찔렀다.두, 세 거리 넘어서도 보일 것만 같았다!“저 신산 말이야, 용하다고 하지 않았던가?”“다 돈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라잖아. 글쎄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찾아오겠어.”“글쎄, 이렇게 젊은 산명대사가 어디있다고! 역시 사기였어!”“그러게나 말이야!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있어서 사건이 관청에 올라갔다잖어.”이런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이 찌푸려질 대로 찌푸려졌다.낙운희가 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제멋대로 인 것도, 낙월영, 류훼향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그들의 음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짜증은 났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서송원과 함께하려고 이런 짓을 다 저지르다니!설마 진짜로 서송원을 죽도록 사랑하는 건가?!송천초는 내당 앞에 서서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갔다.“어떡합니까? 낙운희는 정말 물고 놓지를 않습니다!” 송천초는 걱정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어떻게 얻은 명성인데, 이렇게 낙운희의 비겁한 수에 당하다니!“일단 태부부에 가서 낙 부인을 뵐 수 있는지 알아보아라.”낙운희가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으니 절대 낙용을 만나지 못하게 할 거라고 낙청연은 생각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뒷문으로 나갔다.낙청연은 다시 약포 밖으로 와 사다리를 타고 깃발을 빼어냈다.그리고는 불구덩이에 넣어 불태워버렸다.구경거리가 없는데도 밖에 사람들이 있을 리는 없다. 진짜 행인이라면 이미 흩어질 게 뻔하다. 다 낙운희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하여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문을 닫은 채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았다.후원 지붕 아래, 화로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낙청연은 다리를 꼬고 담
“저택의 하인들은 제가 도둑놈이라도 되는 듯이 절 경계했습니다. 몇 번이나 낙 부인을 만날 뻔했는데 하인들이 절 끌고 갔지요. 그런데 오늘 온종일 그곳에 버티고 서 있다가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낙청연은 호기심에 물었다.“그게 무엇이더냐?”송천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탁자를 짚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낙 부인께서 혼처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매파 차림을 한 사람이 초상화를 잔뜩 들고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그것들이 명문 공자들의 초상화라는 것을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송천초는 호기심에 물었다.“낙운희는 낙 부인께서 사윗감을 고르고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급히 점괘 결과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신산의 말 때문에 낙운희의 어머니께서 마음을 돌리시겠습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기고 잠시 사색에 빠졌다.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고 자신이 두어 마디 써준다고 해서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서송원이 함께 하는 걸 동의할 리 없었다.낙운희는 다만 그것을 핑곗거리 삼아 낙용 고고에게 반항하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낙운희의 혼사를 논하는 건 아닌 듯하구나. 그랬다면 낙운희의 성격에 서송원과 함께 도망쳤겠지. 낙씨 가문에는 첫째 딸 낙랑랑도 있지 않으냐?”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낙청연은 조금 걱정됐다.만약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정반대 성격인 낙랑랑의 혼처를 고르는 것이라면 아마 낙랑랑은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낙랑랑이었다.그렇기에 낙청연은 낙랑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젠 점괘를 보는 것도 어렵게 됐고 평판도 나빠지지 않았습니까?”송천초가 걱정스레 묻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내일 봉씨 저택에 갈 것이다.”“봉씨 저택이요? 임신 중인 그 부인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그분은 다 낫지 않으셨습니까? 그곳에 가서 뭐 하시려고요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무뢰배들은 겁을 먹었다.값비싼 옷차림을 한 부인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며 호통을 쳤다.“당장 꺼지지 않고 뭐 하느냐? 지금 당장 관청에 끌려가고 싶은 것이냐?”무뢰배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도망갔다.족히 30명은 될 듯한 호위들이 있었으니 절대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고 그 정도 기세에 눌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당신이 저 신산이겠군. 곱상하게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청아하고 준수할 줄은 몰랐소.”용의천(容意淺)은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낙청연을 훑어봤다.“과찬이십니다, 장군댁 부인.”낙청연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그녀의 말에 용의천은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내가 장군댁 부인이라는 건 어떻게 안 것이오?”“부인께서 데려오신 호위들의 허리춤에 위(魏) 자가 새겨진 영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몸짓이 남다르고 발걸음이 일치한 걸로 보아 아주 엄격한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하지요. 수도 전체에서 이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장군댁 부인은 위씨 장군댁뿐입니다.”낙청연의 마지막 말에 용의천은 미소 띤 얼굴로 만족스레 머리를 매만졌다.“저 신산은 말씀을 참 잘하시는 것 같소. 그것도 점괘를 봐서 안 줄로 알았소.”용의천은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뎌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그것은 봉희가 얘기해준 것이었다.용의천은 수도 내 2품 이상의 장군 중에서 가장 젊은 부인이었고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위 장군은 그녀보다 15살 연상이었다.호위들이 점포 밖에 한 줄로 줄지어 서 있자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의논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다.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전부 자리를 떴다.용의천은 의자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여기가 아주 신통하다고 들었소. 오늘은 어떻게 해야 운이 좋아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왔소.”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용의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빛이 깨끗하고 그 어떤 탁한 기운도 없으니 운이 나쁠 리가 없는데 운이 좋
용의천은 얼굴을 환히 밝히며 말했다.“그렇다면 마음 놓을 수 있겠소. 지금 당장 금을 파는 점포에 가봐야겠소. 만약 진짜 효과가 있다면 크게 사례하겠소!”말을 마친 용의천은 치맛자락을 들고 다급히 금 장신구를 사러 갔다.용의천은 호위들을 데려가는 와중에 구경꾼들을 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인으로 맞은 위 장군이 정말 복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만약 위 장군과 용의천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었다.—며칠간 밖에서는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고 매일 점포 밖의 깃발을 태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새 깃발이 꽂혔다.낙청연은 며칠간 장사를 접었고 부진환도 더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 유유자적하게 매일을 보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송천초가 걱정하고 있었다.넷째 날이 되고 전환점이 왔다.용의천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장군댁 부인은 이번에 50명의 호위를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장락골목에 나타나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그로 인해 뭇사람들이 그곳에 구경하러 왔다.“이 부인은 저 신산에게 점을 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점포를 부수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우리도 같이 가서 보세.”그들의 추측은 이내 변질되어 안 좋은 소문으로 번졌다.“자네 그 얘기 들었나? 한 귀인이 호위들을 대거 데리고 저 신산의 점포를 부수러 간다고 하더군. 드디어 이 사기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왔구먼!”“그게 정말인가? 그럼 얼른 가보자고.”사기꾼이 사람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았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이 저 신산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러니 권선징악 할 사람이 나타난 지금 그들은 자연스레 구경하고 싶어졌다.오늘 장락골목은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고 의논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문 열어! 사기꾼아! 문 열라고!”누군가 대문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처단하기라도 할 듯이 말이다.“낯짝 두꺼운 사기꾼, 나와 혼약을
“저놈을 잡아들이거라!”용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리자 호위들은 그 즉시 그 사내를 잡았다.“왜 날 잡는 것이오! 당신들이 잡아야 하는 건 저 사기꾼이오!”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버둥대며 말했다.“관아로 보내거라!”용의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사내는 곧바로 끌려갔다.용의천의 기세를 보니 역시나 장군댁 부인다웠다.“부인.”낙청연이 예를 갖추자 용의천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고 두 명의 호위가 쟁반 하나를 들고 왔다.용의천이 쟁반을 덮은 붉은색 천을 치우자 눈이 시릴 정도로 번쩍이는 은빛이 보였다.“총 오백 냥이오. 오늘은 저 신산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소. 앞으로 저 신산은 내 벗이오!”용의천은 오늘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굉장히 들떠 보였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하고 장씨네 자매들과 노름했더니 계속 이겼다.물론 은냥을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두 자매가 오늘 몸이 좋지 않다며 그녀와 노름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통쾌해서 좋은 것이었다.“부인, 이렇게 사소한 일로 많은 은냥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낙청연은 공손하게 말했다.“받으시오. 자네한테는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오.”용의천이 결연한 태도로 말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은냥을 받았다.“부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낙청연의 제의에 용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녀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몸을 돌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앞으로 저 신산은 우리 장군 저택의 귀한 손님이오. 감히 저 신산에게 시비를 걸려는 자가 있다면 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소!”그 말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기세등등하게 이곳까지 온 이유가 저 신산을 혼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니, 저 신산이 정말 그 정도로 신통하다는 말인가?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낙청연은 용의천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용
“집안의 수치는 감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 오늘만큼은 너와 함께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지!”낙용은 분노한 얼굴로 화를 내면서 낙운희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낙운희는 아픈지 낙용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사람도 많은데 집에 가서 얘기하시지요!”낙용은 엄숙한 목소리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집안에서 숨긴다고 다 숨겨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태부부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사람들한테 호되게 매를 맞았을 것이다.”낙청연 또한 이러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녀는 낙용 고고가 낙운희를 끌고 직접 이곳까지 행차할 줄은 몰랐다.낙청연을 본 낙용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평온을 유지하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내 딸이 경솔해 큰 잘못을 저질렀소. 내가 어머니로서 잘 교육하지 못한 탓이오. 그래서 오늘 저 신산에게 직접 사과하러 왔소.”낙용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려 했고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낙 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낙용이 낙운희를 혼쭐내 자신을 헐뜯고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되었다.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낙운희의 모든 돈을 몰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낙운희의 만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었다.그런데 낙용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크게 혼쭐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운희를 보며 말했다.“얼른 저 공자께 사과하거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비열한 수법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거라!”낙운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울먹이며 말했다.“큰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니 돈을 배상하면 그만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습니까?”낙용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다시금 낙운희의 귀를 잡아당겼고 화가 나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너는 큰 손실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