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의 예상이 맞았다.다음 날 아침, 낙운희는 또 남자들을 한 무리나 데리고 찾아왔다.낙운희는 오자마자 낙청연 앞에 있는 상을 엎고 눈을 부라렸다: “감히 날 속여?!”“네 이놈!”“날 속인 대가는 치러야지 않겠냐?”낙운희는 화가 잔뜩 난 채 크게 호통쳤다: “부숴라! 다 부숴버려라!”그렇게 남자들은 약포로 쳐들어와 미친 듯이 엎고 부쉈다.낙청연은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약포로 달려들어 와 약재를 지켰다.송천초가 귀한 약재들을 모두 여기에 놓은 건 아니지만 가게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조금은 놓아두었기 때문이다.귀한 약재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낙청연은 약궤 앞에 막아서 오는 사람마다 발로 걷어찼다.비록 살이 빠지고 무공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전보다는 훨씬 약해져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엔 좀 버거웠다.낙운희는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서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저낙,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부탁한 일을 처리하고 사담만 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대신 거절하면, 내가 네 놈 신세를 망쳐놓을 것이다!”어제 저낙의 함정에 빠진 것만 생각하면 낙운희는 화가 났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약궤에 달려든 남자를 낙운희 쪽으로 걷어찼다.낙운희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도 똑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운희를 바라봤다. 꼬리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저낙의 몸놀림을 보던 낙운희는 호통쳤다: “그만! 됐다!”약포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낙운희는 돈주머니를 바닥에 던지고 입을 열었다: “가자!”그리고 낙청연을 무섭게 노려봤다.낙운희가 멀리 간 후에야 지초는 뒤에서 나왔다.“소저! 이걸 어찌하면…”낙청연은 다급하게 지초를 후원으로 밀었다.“나오지 마라, 난 괜찮다.”그리고 혼자 정리하기 시작했다.바닥에 짓밟힌 약재들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 허리를 숙여 인삼 한 뿌리를 주어보니 이미 시들시들했다.괘씸한 낙운희!장락길에 온 후로부터 송천초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다.
저낙이라는 자는 정녕 죽고 싶은 것인가? 어찌 감히 섭정왕을 이렇게 대한단 말인가?!부진환을 고개를 숙이고 더럽혀진 옷을 보며 눈빛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를 쳐다보고는 화를 꾹 참고 떠났다.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부진환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부에 돌아왔다.마침 전원을 지나던 소유가 왕야의 우울한 얼굴을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왕야, 왜 이러십니까? 옷은 왜 더러워졌습니까?”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낙월영이 웃으며 다가왔다: “왕야,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 제가 요깃거리를 좀 만들었습니다. 제 방에 잠깐 들렀다 가시지요."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월영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승낙할 뻔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낙월영을 깜짝 놀라 앞으로 다가갔다: “왕야!”소유는 즉시 낙월영을 막아섰다: “둘째 소저, 왕야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으니 제가 이따가 사람을 보내 요깃거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둘째 소저는 가만히 계십시오.”낙월영은 실망하며 몸을 돌렸다.“알겠습니다.”그리고 소유는 떠났다.낙월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미에게 분부했다: “요 며칠 왕야께서 뭐 하러 다니셨는지 똑똑히 알아 와라!”낙월영은 방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반 시진 후, 장미가 돌아왔다.그리고 보고했다: “제가 알아보니 요즘 왕야께서는 장락길에 자주 들르셨답니다. 오늘도 장락길에 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가 잔뜩 나셨습니다.”낙월영은 깜짝 놀랐다: “화가 났다고? 누가 감히 왕야를…”“장락길에 무슨 높으신 분이라도 있느냐? 왕야는 누굴 만나러 가신 거냐?”낙월영은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장미가 대답했다: “높으신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요즘 꽤 이름있는 신산이 장락길에 가게를 열었답니다.”“신산?” 낙월영은 이마를 찌푸렸다. “왕야께서 그런 걸 믿는다고?”장미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왕비
밖에는 백성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고 있었다.그 시선들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낙청연은 의문에 차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커다란 깃발 두 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위에는 ‘강호 사기꾼’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깃발이 바람에 휘날리자 그 다섯 글자는 유난히도 눈을 찔렀다.두, 세 거리 넘어서도 보일 것만 같았다!“저 신산 말이야, 용하다고 하지 않았던가?”“다 돈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라잖아. 글쎄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찾아오겠어.”“글쎄, 이렇게 젊은 산명대사가 어디있다고! 역시 사기였어!”“그러게나 말이야!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있어서 사건이 관청에 올라갔다잖어.”이런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이 찌푸려질 대로 찌푸려졌다.낙운희가 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제멋대로 인 것도, 낙월영, 류훼향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그들의 음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짜증은 났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서송원과 함께하려고 이런 짓을 다 저지르다니!설마 진짜로 서송원을 죽도록 사랑하는 건가?!송천초는 내당 앞에 서서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갔다.“어떡합니까? 낙운희는 정말 물고 놓지를 않습니다!” 송천초는 걱정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어떻게 얻은 명성인데, 이렇게 낙운희의 비겁한 수에 당하다니!“일단 태부부에 가서 낙 부인을 뵐 수 있는지 알아보아라.”낙운희가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으니 절대 낙용을 만나지 못하게 할 거라고 낙청연은 생각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뒷문으로 나갔다.낙청연은 다시 약포 밖으로 와 사다리를 타고 깃발을 빼어냈다.그리고는 불구덩이에 넣어 불태워버렸다.구경거리가 없는데도 밖에 사람들이 있을 리는 없다. 진짜 행인이라면 이미 흩어질 게 뻔하다. 다 낙운희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하여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문을 닫은 채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았다.후원 지붕 아래, 화로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낙청연은 다리를 꼬고 담
“저택의 하인들은 제가 도둑놈이라도 되는 듯이 절 경계했습니다. 몇 번이나 낙 부인을 만날 뻔했는데 하인들이 절 끌고 갔지요. 그런데 오늘 온종일 그곳에 버티고 서 있다가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낙청연은 호기심에 물었다.“그게 무엇이더냐?”송천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탁자를 짚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낙 부인께서 혼처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매파 차림을 한 사람이 초상화를 잔뜩 들고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그것들이 명문 공자들의 초상화라는 것을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송천초는 호기심에 물었다.“낙운희는 낙 부인께서 사윗감을 고르고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급히 점괘 결과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신산의 말 때문에 낙운희의 어머니께서 마음을 돌리시겠습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기고 잠시 사색에 빠졌다.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고 자신이 두어 마디 써준다고 해서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서송원이 함께 하는 걸 동의할 리 없었다.낙운희는 다만 그것을 핑곗거리 삼아 낙용 고고에게 반항하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낙운희의 혼사를 논하는 건 아닌 듯하구나. 그랬다면 낙운희의 성격에 서송원과 함께 도망쳤겠지. 낙씨 가문에는 첫째 딸 낙랑랑도 있지 않으냐?”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낙청연은 조금 걱정됐다.만약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정반대 성격인 낙랑랑의 혼처를 고르는 것이라면 아마 낙랑랑은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낙랑랑이었다.그렇기에 낙청연은 낙랑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젠 점괘를 보는 것도 어렵게 됐고 평판도 나빠지지 않았습니까?”송천초가 걱정스레 묻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내일 봉씨 저택에 갈 것이다.”“봉씨 저택이요? 임신 중인 그 부인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그분은 다 낫지 않으셨습니까? 그곳에 가서 뭐 하시려고요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무뢰배들은 겁을 먹었다.값비싼 옷차림을 한 부인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며 호통을 쳤다.“당장 꺼지지 않고 뭐 하느냐? 지금 당장 관청에 끌려가고 싶은 것이냐?”무뢰배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도망갔다.족히 30명은 될 듯한 호위들이 있었으니 절대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고 그 정도 기세에 눌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당신이 저 신산이겠군. 곱상하게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청아하고 준수할 줄은 몰랐소.”용의천(容意淺)은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낙청연을 훑어봤다.“과찬이십니다, 장군댁 부인.”낙청연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그녀의 말에 용의천은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내가 장군댁 부인이라는 건 어떻게 안 것이오?”“부인께서 데려오신 호위들의 허리춤에 위(魏) 자가 새겨진 영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몸짓이 남다르고 발걸음이 일치한 걸로 보아 아주 엄격한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하지요. 수도 전체에서 이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장군댁 부인은 위씨 장군댁뿐입니다.”낙청연의 마지막 말에 용의천은 미소 띤 얼굴로 만족스레 머리를 매만졌다.“저 신산은 말씀을 참 잘하시는 것 같소. 그것도 점괘를 봐서 안 줄로 알았소.”용의천은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뎌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그것은 봉희가 얘기해준 것이었다.용의천은 수도 내 2품 이상의 장군 중에서 가장 젊은 부인이었고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위 장군은 그녀보다 15살 연상이었다.호위들이 점포 밖에 한 줄로 줄지어 서 있자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의논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다.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전부 자리를 떴다.용의천은 의자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여기가 아주 신통하다고 들었소. 오늘은 어떻게 해야 운이 좋아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왔소.”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용의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빛이 깨끗하고 그 어떤 탁한 기운도 없으니 운이 나쁠 리가 없는데 운이 좋
용의천은 얼굴을 환히 밝히며 말했다.“그렇다면 마음 놓을 수 있겠소. 지금 당장 금을 파는 점포에 가봐야겠소. 만약 진짜 효과가 있다면 크게 사례하겠소!”말을 마친 용의천은 치맛자락을 들고 다급히 금 장신구를 사러 갔다.용의천은 호위들을 데려가는 와중에 구경꾼들을 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인으로 맞은 위 장군이 정말 복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만약 위 장군과 용의천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었다.—며칠간 밖에서는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고 매일 점포 밖의 깃발을 태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새 깃발이 꽂혔다.낙청연은 며칠간 장사를 접었고 부진환도 더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 유유자적하게 매일을 보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송천초가 걱정하고 있었다.넷째 날이 되고 전환점이 왔다.용의천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장군댁 부인은 이번에 50명의 호위를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장락골목에 나타나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그로 인해 뭇사람들이 그곳에 구경하러 왔다.“이 부인은 저 신산에게 점을 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점포를 부수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우리도 같이 가서 보세.”그들의 추측은 이내 변질되어 안 좋은 소문으로 번졌다.“자네 그 얘기 들었나? 한 귀인이 호위들을 대거 데리고 저 신산의 점포를 부수러 간다고 하더군. 드디어 이 사기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왔구먼!”“그게 정말인가? 그럼 얼른 가보자고.”사기꾼이 사람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았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이 저 신산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러니 권선징악 할 사람이 나타난 지금 그들은 자연스레 구경하고 싶어졌다.오늘 장락골목은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고 의논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문 열어! 사기꾼아! 문 열라고!”누군가 대문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처단하기라도 할 듯이 말이다.“낯짝 두꺼운 사기꾼, 나와 혼약을
“저놈을 잡아들이거라!”용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리자 호위들은 그 즉시 그 사내를 잡았다.“왜 날 잡는 것이오! 당신들이 잡아야 하는 건 저 사기꾼이오!”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버둥대며 말했다.“관아로 보내거라!”용의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사내는 곧바로 끌려갔다.용의천의 기세를 보니 역시나 장군댁 부인다웠다.“부인.”낙청연이 예를 갖추자 용의천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고 두 명의 호위가 쟁반 하나를 들고 왔다.용의천이 쟁반을 덮은 붉은색 천을 치우자 눈이 시릴 정도로 번쩍이는 은빛이 보였다.“총 오백 냥이오. 오늘은 저 신산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소. 앞으로 저 신산은 내 벗이오!”용의천은 오늘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굉장히 들떠 보였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하고 장씨네 자매들과 노름했더니 계속 이겼다.물론 은냥을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두 자매가 오늘 몸이 좋지 않다며 그녀와 노름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통쾌해서 좋은 것이었다.“부인, 이렇게 사소한 일로 많은 은냥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낙청연은 공손하게 말했다.“받으시오. 자네한테는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오.”용의천이 결연한 태도로 말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은냥을 받았다.“부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낙청연의 제의에 용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녀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몸을 돌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앞으로 저 신산은 우리 장군 저택의 귀한 손님이오. 감히 저 신산에게 시비를 걸려는 자가 있다면 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소!”그 말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기세등등하게 이곳까지 온 이유가 저 신산을 혼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니, 저 신산이 정말 그 정도로 신통하다는 말인가?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낙청연은 용의천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용
“집안의 수치는 감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 오늘만큼은 너와 함께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지!”낙용은 분노한 얼굴로 화를 내면서 낙운희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낙운희는 아픈지 낙용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사람도 많은데 집에 가서 얘기하시지요!”낙용은 엄숙한 목소리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집안에서 숨긴다고 다 숨겨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태부부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사람들한테 호되게 매를 맞았을 것이다.”낙청연 또한 이러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녀는 낙용 고고가 낙운희를 끌고 직접 이곳까지 행차할 줄은 몰랐다.낙청연을 본 낙용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평온을 유지하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내 딸이 경솔해 큰 잘못을 저질렀소. 내가 어머니로서 잘 교육하지 못한 탓이오. 그래서 오늘 저 신산에게 직접 사과하러 왔소.”낙용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려 했고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낙 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낙용이 낙운희를 혼쭐내 자신을 헐뜯고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되었다.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낙운희의 모든 돈을 몰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낙운희의 만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었다.그런데 낙용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크게 혼쭐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운희를 보며 말했다.“얼른 저 공자께 사과하거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비열한 수법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거라!”낙운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울먹이며 말했다.“큰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니 돈을 배상하면 그만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습니까?”낙용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다시금 낙운희의 귀를 잡아당겼고 화가 나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너는 큰 손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