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백성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고 있었다.그 시선들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낙청연은 의문에 차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커다란 깃발 두 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위에는 ‘강호 사기꾼’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깃발이 바람에 휘날리자 그 다섯 글자는 유난히도 눈을 찔렀다.두, 세 거리 넘어서도 보일 것만 같았다!“저 신산 말이야, 용하다고 하지 않았던가?”“다 돈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라잖아. 글쎄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찾아오겠어.”“글쎄, 이렇게 젊은 산명대사가 어디있다고! 역시 사기였어!”“그러게나 말이야!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있어서 사건이 관청에 올라갔다잖어.”이런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이 찌푸려질 대로 찌푸려졌다.낙운희가 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제멋대로 인 것도, 낙월영, 류훼향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그들의 음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짜증은 났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서송원과 함께하려고 이런 짓을 다 저지르다니!설마 진짜로 서송원을 죽도록 사랑하는 건가?!송천초는 내당 앞에 서서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갔다.“어떡합니까? 낙운희는 정말 물고 놓지를 않습니다!” 송천초는 걱정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어떻게 얻은 명성인데, 이렇게 낙운희의 비겁한 수에 당하다니!“일단 태부부에 가서 낙 부인을 뵐 수 있는지 알아보아라.”낙운희가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으니 절대 낙용을 만나지 못하게 할 거라고 낙청연은 생각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뒷문으로 나갔다.낙청연은 다시 약포 밖으로 와 사다리를 타고 깃발을 빼어냈다.그리고는 불구덩이에 넣어 불태워버렸다.구경거리가 없는데도 밖에 사람들이 있을 리는 없다. 진짜 행인이라면 이미 흩어질 게 뻔하다. 다 낙운희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하여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문을 닫은 채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았다.후원 지붕 아래, 화로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낙청연은 다리를 꼬고 담
“저택의 하인들은 제가 도둑놈이라도 되는 듯이 절 경계했습니다. 몇 번이나 낙 부인을 만날 뻔했는데 하인들이 절 끌고 갔지요. 그런데 오늘 온종일 그곳에 버티고 서 있다가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낙청연은 호기심에 물었다.“그게 무엇이더냐?”송천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탁자를 짚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낙 부인께서 혼처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매파 차림을 한 사람이 초상화를 잔뜩 들고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그것들이 명문 공자들의 초상화라는 것을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송천초는 호기심에 물었다.“낙운희는 낙 부인께서 사윗감을 고르고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급히 점괘 결과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신산의 말 때문에 낙운희의 어머니께서 마음을 돌리시겠습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기고 잠시 사색에 빠졌다.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고 자신이 두어 마디 써준다고 해서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서송원이 함께 하는 걸 동의할 리 없었다.낙운희는 다만 그것을 핑곗거리 삼아 낙용 고고에게 반항하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낙운희의 혼사를 논하는 건 아닌 듯하구나. 그랬다면 낙운희의 성격에 서송원과 함께 도망쳤겠지. 낙씨 가문에는 첫째 딸 낙랑랑도 있지 않으냐?”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낙청연은 조금 걱정됐다.만약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정반대 성격인 낙랑랑의 혼처를 고르는 것이라면 아마 낙랑랑은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낙랑랑이었다.그렇기에 낙청연은 낙랑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젠 점괘를 보는 것도 어렵게 됐고 평판도 나빠지지 않았습니까?”송천초가 걱정스레 묻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내일 봉씨 저택에 갈 것이다.”“봉씨 저택이요? 임신 중인 그 부인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그분은 다 낫지 않으셨습니까? 그곳에 가서 뭐 하시려고요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무뢰배들은 겁을 먹었다.값비싼 옷차림을 한 부인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며 호통을 쳤다.“당장 꺼지지 않고 뭐 하느냐? 지금 당장 관청에 끌려가고 싶은 것이냐?”무뢰배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도망갔다.족히 30명은 될 듯한 호위들이 있었으니 절대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고 그 정도 기세에 눌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당신이 저 신산이겠군. 곱상하게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청아하고 준수할 줄은 몰랐소.”용의천(容意淺)은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낙청연을 훑어봤다.“과찬이십니다, 장군댁 부인.”낙청연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그녀의 말에 용의천은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내가 장군댁 부인이라는 건 어떻게 안 것이오?”“부인께서 데려오신 호위들의 허리춤에 위(魏) 자가 새겨진 영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몸짓이 남다르고 발걸음이 일치한 걸로 보아 아주 엄격한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하지요. 수도 전체에서 이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장군댁 부인은 위씨 장군댁뿐입니다.”낙청연의 마지막 말에 용의천은 미소 띤 얼굴로 만족스레 머리를 매만졌다.“저 신산은 말씀을 참 잘하시는 것 같소. 그것도 점괘를 봐서 안 줄로 알았소.”용의천은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뎌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그것은 봉희가 얘기해준 것이었다.용의천은 수도 내 2품 이상의 장군 중에서 가장 젊은 부인이었고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위 장군은 그녀보다 15살 연상이었다.호위들이 점포 밖에 한 줄로 줄지어 서 있자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의논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다.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전부 자리를 떴다.용의천은 의자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여기가 아주 신통하다고 들었소. 오늘은 어떻게 해야 운이 좋아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왔소.”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용의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빛이 깨끗하고 그 어떤 탁한 기운도 없으니 운이 나쁠 리가 없는데 운이 좋
용의천은 얼굴을 환히 밝히며 말했다.“그렇다면 마음 놓을 수 있겠소. 지금 당장 금을 파는 점포에 가봐야겠소. 만약 진짜 효과가 있다면 크게 사례하겠소!”말을 마친 용의천은 치맛자락을 들고 다급히 금 장신구를 사러 갔다.용의천은 호위들을 데려가는 와중에 구경꾼들을 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인으로 맞은 위 장군이 정말 복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만약 위 장군과 용의천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었다.—며칠간 밖에서는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고 매일 점포 밖의 깃발을 태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새 깃발이 꽂혔다.낙청연은 며칠간 장사를 접었고 부진환도 더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 유유자적하게 매일을 보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송천초가 걱정하고 있었다.넷째 날이 되고 전환점이 왔다.용의천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장군댁 부인은 이번에 50명의 호위를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장락골목에 나타나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그로 인해 뭇사람들이 그곳에 구경하러 왔다.“이 부인은 저 신산에게 점을 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점포를 부수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우리도 같이 가서 보세.”그들의 추측은 이내 변질되어 안 좋은 소문으로 번졌다.“자네 그 얘기 들었나? 한 귀인이 호위들을 대거 데리고 저 신산의 점포를 부수러 간다고 하더군. 드디어 이 사기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왔구먼!”“그게 정말인가? 그럼 얼른 가보자고.”사기꾼이 사람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았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이 저 신산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러니 권선징악 할 사람이 나타난 지금 그들은 자연스레 구경하고 싶어졌다.오늘 장락골목은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고 의논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문 열어! 사기꾼아! 문 열라고!”누군가 대문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처단하기라도 할 듯이 말이다.“낯짝 두꺼운 사기꾼, 나와 혼약을
“저놈을 잡아들이거라!”용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리자 호위들은 그 즉시 그 사내를 잡았다.“왜 날 잡는 것이오! 당신들이 잡아야 하는 건 저 사기꾼이오!”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버둥대며 말했다.“관아로 보내거라!”용의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사내는 곧바로 끌려갔다.용의천의 기세를 보니 역시나 장군댁 부인다웠다.“부인.”낙청연이 예를 갖추자 용의천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고 두 명의 호위가 쟁반 하나를 들고 왔다.용의천이 쟁반을 덮은 붉은색 천을 치우자 눈이 시릴 정도로 번쩍이는 은빛이 보였다.“총 오백 냥이오. 오늘은 저 신산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소. 앞으로 저 신산은 내 벗이오!”용의천은 오늘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굉장히 들떠 보였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하고 장씨네 자매들과 노름했더니 계속 이겼다.물론 은냥을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두 자매가 오늘 몸이 좋지 않다며 그녀와 노름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통쾌해서 좋은 것이었다.“부인, 이렇게 사소한 일로 많은 은냥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낙청연은 공손하게 말했다.“받으시오. 자네한테는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오.”용의천이 결연한 태도로 말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은냥을 받았다.“부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낙청연의 제의에 용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녀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몸을 돌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앞으로 저 신산은 우리 장군 저택의 귀한 손님이오. 감히 저 신산에게 시비를 걸려는 자가 있다면 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소!”그 말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기세등등하게 이곳까지 온 이유가 저 신산을 혼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니, 저 신산이 정말 그 정도로 신통하다는 말인가?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낙청연은 용의천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용
“집안의 수치는 감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 오늘만큼은 너와 함께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지!”낙용은 분노한 얼굴로 화를 내면서 낙운희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낙운희는 아픈지 낙용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사람도 많은데 집에 가서 얘기하시지요!”낙용은 엄숙한 목소리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집안에서 숨긴다고 다 숨겨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태부부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사람들한테 호되게 매를 맞았을 것이다.”낙청연 또한 이러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녀는 낙용 고고가 낙운희를 끌고 직접 이곳까지 행차할 줄은 몰랐다.낙청연을 본 낙용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평온을 유지하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내 딸이 경솔해 큰 잘못을 저질렀소. 내가 어머니로서 잘 교육하지 못한 탓이오. 그래서 오늘 저 신산에게 직접 사과하러 왔소.”낙용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려 했고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낙 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낙용이 낙운희를 혼쭐내 자신을 헐뜯고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되었다.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낙운희의 모든 돈을 몰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낙운희의 만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었다.그런데 낙용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크게 혼쭐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운희를 보며 말했다.“얼른 저 공자께 사과하거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비열한 수법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거라!”낙운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울먹이며 말했다.“큰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니 돈을 배상하면 그만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습니까?”낙용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다시금 낙운희의 귀를 잡아당겼고 화가 나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너는 큰 손실을
낙운희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낙용이 다시 낙운희를 내리누르며 무릎을 꿇렸고 조금 전 사람을 죽일 듯하던 기세는 깡그리 사라져버렸다.“사과하거라!”낙용은 매서운 말투로 꾸짖었고 낙운희는 굴욕감을 느꼈다. 구경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 신산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다니, 앞으로 어떻게 수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닌다는 말인가!하지만 낙운희는 굴욕감을 참으며 억울한 얼굴로 울먹거리며 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낙운희가 사과하자 낙용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오늘 일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앞으로 또 이런 짓거리를 꾸며 태부부와 네 할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한다면 우리 낙씨 가문에 남아있을 생각은 말거라!”낙용의 단호한 어조에 낙운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어머니는 정녕 그녀와 연을 끊을 생각인 건가?“어머니,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낙운희는 이러한 방법으로 저낙을 상대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저낙이 먼저 그녀를 속였다.말을 마친 뒤 낙운희는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을 노려보고는 곧장 도망쳤다.“너!”낙용이 뭐라 더 말하려는데 낙운희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낙용은 다시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저 공자, 나와 얘기 좀 나누게나.”낙청연은 낙용과 함께 점포 안으로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낙용은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최근 큰딸의 혼사에 온 신경을 쏟아붓다 보니 둘째에게 소홀했소. 쟤가 밖에서 저러고 다니는 줄은 정말 몰랐소. 자네가 입은 손실은 우리가 배상하겠소. 그리고 저 공자를 모함했던 그 뜬 소문들도 내가 다 바로 잡을 것이오. 혹시 또 다른 요구가 있다면 편히 얘기하시오.”낙청연이 대답했다.“없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다만 낙 부인께 충고 하나 해드리자면 낙운희 소저의 곁에 있는 서송원이라는 작자는 절대 좋은 사람이
낙랑랑은 깜짝 놀랐다.“날 위해서라니?”낙운희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혼처를 정하시는 게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반항하고 거절하란 말입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슬퍼하십니까? 언니는 어릴 때부터 그랬지요. 제가 얼마나 마음이 아픈 줄 아십니까? 어머니께서 언니의 혼처를 물색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었으니 제가 밖에서 사고라도 좀 쳐야 언니한테 덜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까?”낙운희는 많이 억울했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낙랑랑이 어머니한테 혼이 나는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낙랑랑은 항상 소심하고 겁이 많아 어머니가 뭐라 하든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가 뭐라 하든 그 말에 따르지 않았다.저낙의 일도 굳이 매일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어머니가 언니의 혼처를 알아보기 시작한 뒤로 낙랑랑은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크게 사고를 쳐서 낙용이 낙랑랑의 혼처에 신경 쓸 틈이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그녀는 단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낙랑랑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다.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어머니에게 끌려가 억지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는 낙랑랑이 이유도 묻지 않고 그녀를 꾸짖었다.낙랑랑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운희야…”낙운희는 눈물을 닦으며 결연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운희야!”뒤쫓아가려 했으나 낙운희는 저 멀리 도망갔다.낙운희의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낙랑랑은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겼고, 그 순간 눈물을 왈칵 쏟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안하구나… 언니는 몰랐다…”낙랑랑은 소맷자락을 꼭 쥐었다.그녀는 운희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낙랑랑은 그녀의 어머니처럼 낙운희가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일들은 그녀가 일부러 한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