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진익은 손을 떨었다.“부진환? 어찌 돌아온다는 것이냐!”진익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어떻게 해서 낙요를 여국에 남겨두었는데, 부진환이 또 찾으러 온다고?!“짐이 새로운 임무를 주겠다. 도주에 돌아가지 말고 우선 부진환을 여국으로 쫓아내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하지만 서진한은 난감한 듯 말했다.“황상, 밀서에 의하면 부진환 옆에 양행주라는 절세 고수가 있다고 합니다.”“양행주는 부진환을 제물로 바쳐 연모하는 여인을 부활하려고 한답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제물? 연모하는 여인?”“그런 일이 있었구나!”“그렇다면 막지 말아라.”진익은 한시름 놓았다.얌전히 천궐국에 있을 것이지, 굳이 여국으로 와서 죽음을 자초한다면 진익과도 큰 상관이 없었다.죽으면 낙요도 천궐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그러나 진익은 곧바로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을… 대제사장은 아느냐?”서진한이 답했다.“대제사장의 능력으로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진익은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이 일을 알고 있으니 부진환을 구하려고 하겠구나.”“낙요의 발목을 잡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진익이 이미 이런 생각을 하자, 서진한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황상, 여국에서 낙요 대제사장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황상뿐입니다.”“무슨 소리냐?”진익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황상은 여국의 미래입니다. 황자가 없어 황실 혈통이 없으니, 대제사장은 무조건 황상부터 지킬 겁니다.”“황상께서 위험하다면… 대제사장은 반드시 황상을 먼저 구할 겁니다.”“이건 대제사장의 직책입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생각에 잠겼다.“일리가 있구나.”“그렇다면 네가 짐을 협조해라!”“예!”-열흘 후.낙요는 마침내 강회현에 도착했다.낙요는 곧바로 유 현령을 찾아 백성들을 소집해 강회현을 떠나라고 했다.대규모 인구 이동은 기타 현의 협력이 필요하기에, 낙요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렇게 이틀 후, 낙요는 우유의 밀
하지만 수확이 없었다.낙요는 나침반으로 진익의 위치를 찾았고, 집혼산이라는 것을 알아냈다.낙요는 직접 사람을 데리고 집혼산으로 향했다.-낙영전.깊은 밤, 류연은 거울 앞에 앉아 낯선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보면 볼수록 혐오감이 밀려왔다.얼굴을 바꾸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을 바꿀 수 없었다.류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들고 가면을 벗겼다.그 가면은 마치 원래 모습과 한 몸이 된 것처럼 꽉 붙어 있었다.류연은 이를 꽉 깨물고 힘을 줘 그 가면을 뜯어냈다.그러고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고묘묘!바로 그때, 창밖에서 낮은 비명이 들려왔다.고묘묘는 어두운 안색으로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창문을 열자, 황급히 도망치는 그림자가 보였다.화려한 치맛자락을 보자, 고묘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였다!고묘묘는 즉시 따라가 상비 앞을 막아섰다.“상비 마마, 무엇을 훔쳐본 겁니까?”고묘묘는 서늘한 눈빛으로 상비를 바라보았다.상비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으나, 곧바로 진정했다.“류운아, 넌 가짜였구나!”“황상께서 한동안 냉대한 이유가 있었네, 그 총애가 얼마나 가는지 보려고 했더니 겨우 하루 이틀이라니.”“네가 가짜라는 것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지 모르겠구나.”“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상비는 그녀의 약점을 잡은 줄 알고 득의양양했다.그러나 고묘묘는 바닥을 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상비 마마, 황상께 아뢰겠다는 겁니까?”“황상께서 상비 마마의 말을 믿을까요?”상비는 차갑게 웃으며 류운아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라 생각했다.“당연하지. 내가 황상께 너와 서진한의 사이를 까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너희 둘을 의심하여 함정을 꾸미겠느냐?”“지금 살려달라고 빌면 생각해 보겠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마마였군요.”“빌라고요? 하하…”고묘묘는 차갑게 웃으며 허리춤에 숨겼던 채찍을 꺼내 상비의 목을 졸랐다.무섭게 빠른 손동작에 상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약 반 시진 후, 궁녀가 낙영전에 들어와 외쳤다.“마마?”거울 앞에 고묘묘는 이미 강상군의 얼굴로 바뀌었다.원래 류운아의 가면을 강상군의 얼굴로 바꾼 것이었다.이것은 류운아 대신 입궁하기 위해 배운 기술이었다.인간의 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면, 아무도 보아낼 수 없었다.오늘 밤에 이렇게 쓰이게 되다니.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목을 세게 졸랐다.“마마, 계십니까?”궁녀는 매우 긴장했다.바로 그때, 고묘묘가 몸을 일으키고 방문을 열었다.그녀의 모습을 보자, 궁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마마, 무슨 일입니까?”고묘묘는 밖에 궁녀가 한 명인 걸 확인하고 방으로 끌어왔다.바닥의 시체를 본 궁녀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해 급히 입을 막았다.“마마! 운비가…”고묘묘가 덤덤하게 말했다.“죽었다.”그녀는 빨개진 목을 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시체를 보며 말했다.“이 운비가 본궁을 죽이려고 하더구나.”“본궁이 실수로 죽여버렸다.”“월로야, 오늘 밤 일은 너와 나밖에 모른다.”고묘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월로를 바라보았다.월로는 심장이 덜컥하여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월로는 후회했다.마마께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일이 터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운비를 죽일 줄은 몰랐다.“근래 황상도 보이지 않고, 운비도 총애를 받지 못했다. 낙영전에는 아무도 없으니, 운비가 죽었다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본궁을 도와 시체를 처리해라.”월로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어떻게 처리할까요?”“정원에 묻어라.”두 사람은 어둠을 틈타 정원에 큰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었다.구덩이를 모두 메운 후, 두 사람은 다시 풀로 덮었다.화초 몇 개를 올려두니 아예 흔적이 없었다.월로는 방의 핏자국을 모두 청소했다.그러나 구석에서 피 묻은 옥패를 발견했다.위에는 해라고 적혀 있었다.이건 해씨 집안의 옥패였다!이 옥패는 상비 마마가 해씨 집안에서의 권력이자 지위의 상징이었다.마마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인데, 어찌 이곳에
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차가운 눈빛으로 월로를 바라보았다.옥상…다음 날 밤, 옥상은 실족사로 목숨을 잃었다.옥상의 시체를 보자, 월로는 겁에 질렸다.상비 마마께서 죽인 것이다!아니, 그 여인은 상비가 아니다!비록 슬피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절대 상비 마마가 아니었다.사흘째 되는 날, 서진한도 낙영전에 갔으나 류운아를 보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고묘묘가 산책하고 있었다.낙영전에서 나온 서진한은 곧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차를 마시는 상비를 보았다.서진한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류운아의 행방을 물으려고 했다.“서 장군,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출궁하신 분이 어찌 아직도 궁에 계신 겁니까?”이 말을 들은 서진한은 몸이 떨렸다.상비의 눈빛을 보자, 서진한은 바로 그 도도한 눈빛이 떠올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였다!“마마, 잠시 말씀을 나눠도 되겠습니까?”고묘묘는 손을 흔들어 주위의 하인들을 내보냈다.곧바로 모든 하인이 정원 밖으로 나갔다.서진한은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묘묘, 맞습니까?”고묘묘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서진한은 급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어찌 지금 상비인 척하는 겁니까!”고묘묘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진한을 보며 말했다.“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니 살길을 찾을 수밖에요. 상비는 진익이 총애하는 후궁인데, 어찌 안됩니까?”서진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그렇지만 앞으로는 모릅니다!”“이 신분으로는 복수도 권력도 얻지 못합니다!”“진익은 곧 낙요를 얻게 될 겁니다! 누가 낙요보다 더 총애를 받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뭐? 낙요가 후궁에 들어온다는 말입니까?”“그럴 리가!”서진한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그제야 깨달았다.진익이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함정을 꾸미기 위해서였다.이제야 후궁의 총비라는 신분을 얻게 되었는데, 또 찬
낙요는 궁에서 사흘 동안 찾았다녔다.집혼산에도 세 번이나 갔지만, 진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찾는 곳마다 진익의 옷이나 신발이 보였다.안에는 작은 목각 인형과 부적 한 장이 붙어 있었다.우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사람은 우리를 혼동시키려는 것 같아. 진익의 위치를 알아낼 것을 알고 이런 것들을 준비한 거지.”점을 친 모든 곳에 진익이 없었고, 진익의 물건과 목각 인형만 보였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진익은 어쩌면 이미 출궁했을지도 몰라. 이것들은 그저 미끼일 뿐이지.”우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지도 몰라!”“정말 잡히면 어디로 데려갈까?”낙요는 무거운 어투로 답했다.“강회현!”“찾지 말고 강회현으로 가자.”양행주가 정녕 진익을 잡았다면, 강회현에 갈 수밖에 없다.진익의 피로 동초 대제사장을 부활하는 것.“사흘 동안 있었으니 궁에서 시간 낭비할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우유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궁에는 어떡합니까? 진익이 실종한 사실을…”“우선 아프다고 하자.”“그럴 수밖에 없어.”두 사람이 강회현으로 출발하려던 그때, 제사 일족의 제자들이 급히 달려왔다.“대제사장, 이걸 받았습니다!”서신을 본 낙요는 깜짝 놀랐다.‘진익을 구하려면 낙요를 어화원 정자로 데려와라.’위의 내용을 본 우유는 놀라며 말했다.“수상하네. 우리를 궁에 남겨두려는 것 같아.”“진익은 이 사람 손에 없을 수도 있어.”하지만 낙요는 걱정되어 말했다.“그래도 가봐야겠어.”“갈라져서 움직이자. 난 어화원에 갈 테니, 넌 강회현에 가.”낙요는 도안 한 장을 꺼내 낙요에게 건넸다.“속혼진이니 미리 함정을 꾸며.”“나침반도 줄게.”말을 마친 후, 낙요는 천명 나침반도 우유에게 건넸다.우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나한테 주면 어떡해!”우유는 이 나침반의 무게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이건 여국의 보물이었다.“그게 어때서? 지금 실력으로는 다룰 수 있잖아.”“강회현에서 혹시라도 양행주를 만나면, 이걸로
제사 일족의 제자들은 모두 우유와 함께 출궁했고, 통천탑 주위는 고요하다 못해 바람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궁녀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낙요를 치고 사과한 후 다시 떠났다.낙요는 깜짝 놀라며 손바닥을 폈다.조금 전 그 궁녀가 넣은 쪽지였다.‘통천탑 매복.”낙요는 서서히 통천탑 아래로 걸어가 관찰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통천탑은 매우 고요했으며,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기에 매우 어두웠다.하여 달빛으로 길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다 지어지지 않은 탓인지, 층마다 역겨운 냄새가 났다.낙요는 한층한층 올라 30층까지 갔다.곧바로 창문을 바라보는 검은 그림자와 의자에 묶여 있는 진익이 보였다.낙요를 보자, 진익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낙요는 서서히 앞으로 다가가 실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낙요는 남자가 가면을 쓴 것과, 검은 옷을 입은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낙요를 에워쌌다.위층에도 사람들이 몰려와 길을 막았다.거의 40, 50명 되는 것 같았다.“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 통천탑에 몸을 숨긴 것이오?”낙요는 심오한 눈빛으로 유유히 입을 열었다.곧바로 사람들은 공격해 왔고, 낙요도 이에 맞섰다.그러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낙요의 상대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진익 옆에 있던 사람이 검을 꺼내 진익의 목을 겨눴다.“가만히 있지 않으면 죽여버리겠소.”낙요는 멈칫했다. 이 목소리는…낙요가 생각하던 그때, 가면을 쓴 남자가 의자를 창문 밖으로 끌고 갔다.진익의 몸은 절반이 창문 밖에 매달려 있었다.“그만!”낙요는 급히 호통쳤다.그러자 곧바로 두 사내가 낙요의 팔을 누르고 특별 제작한 끈으로 낙요를 묶었다.바로 그때, 낙요는 끈에도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약초의 냄새.통천탑에 손을 쓴 게 분명했다.“서진한, 네가 어찌 감히.”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낙요는 이미 그 목소리로 정체를 알았다.그러나 상대도 놀라지 않고 마스크를 벗으
약을 먹자, 약효는 빠르게 작용했다.낙요가 차갑게 말했다. “이제 진익을 풀어주시오.”곧이어 서진한은 앞으로 다가가 진익의 입을 틀어막던 천을 빼냈다.그리고 진익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낙요는 서진한의 이 행동을 보고 곤혹스러웠다.“대제사장… “진익은 이미 밧줄을 풀고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맥없이 땅에 넘어졌고 온몸에 힘이 풀려 그녀 앞으로 기어갔다.“대제사장, 나는 당신이 짐을 구하러 올 줄 알았소.”“그들이 짐에게도 약을 먹였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소. 대제사장께 폐를 끼쳤소.”진익은 힘겹게 몸을 지탱하여 낙요 곁으로 왔다.그리고 그녀를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풀리지 않았다.낙요는 아예 몸을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서진한이 당신을 묶었소? 양행주가 아니요?”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행주는 누구요?”“대제사장, 짐은 지금 온몸에 힘이 풀렸소. 약효가 언제 지나갈지 모르겠소. 당분간 당신 밧줄을 풀지 못할 거 같소.”진익은 괴로워하며 의자를 붙들고 앉았다.한마디 말을 하는데 한참 숨을 헐떡였다.낙요의 미간은 더욱 찌푸렸다.양행주는 궁에 나타난 적이 없다!만약 양행주가 진익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면 서진한은 절대 불가능하다!“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거요?”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익을 쳐다보았다.진익은 멍해 있더니 말했다. “뭐라고? 짐은 못 알아들었소.”낙요는 냉랭하게 말했다. “양행주 외에 침궁에서 당신을 쥐도 새도 모를 사이에 납치할 사람은 없소. 서진한도 불가능하오.”“조금 전 서진한 옆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이렇게 큰일을 해낼 수 없소.”“당신이 그들에게 협조했다면 모를까!”“도리대로라면 서진한이 당신을 붙잡은 건 복수를 위해서였소. 하지만 나와는 큰 원한이 없소.”“서진한이 나를 잡으려는 이유는 양행주를 위해서 일뿐일 텐데 그는 나를 통천탑게 버려두고 아무것도 하지
“악귀가 나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알고 있소?”낙요가 말을 끝내자, 진익의 안색이 변했다.낙요가 이 자식이 그래도 양심은 좀 있어서 그녀를 풀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진익이 말했다. “나오면 나오게 두면 되오. 짐은 당신을 믿소.”“당신에게 천명 나침반이 있으니, 악귀가 나오면 일거 소멸하면 더 좋지 않소?”그의 덤덤한 말투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그분은 동초 대제사장이요! 나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소! 그것을 완전히 없애려면 수많은 생명의 대가를 치러야 하오!”“어서 저를 풀어 주시오!”하지만 진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제사장, 짐은 알고 있소. 당신은 결국 부진환 때문이잖소.”“짐은 절대 당신을 보내지 않을 것이오.”“짐은 당신이 영원히 여국에 남아 있기를 바라오. 또한 영원히 여국의 대제사장이길 바라오!”“그 악귀는 그때도 봉인할 수 있었으니, 지금도 봉인할 수 있을 거요. 짐은 당신이 해낼 거라 믿소.”“설령 수많은 생명의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당신만 남겨둘 수만 있다면 짐은 다 동의한다.”“당신만 있으면, 여국의 안정을 지킬 수 있소!”이 말을 듣자 낙요는 점차 평온해졌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녕 여국을 위해서요?”“아니면 당신의 사욕 때문이요?”그 눈빛은 마치 진익을 꿰뚫어 본 듯했다.진익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의 눈빛은 그윽했고, 진지한 표정으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짐은 타고난 자질이 부족하여 무슨 일을 해도 몹시 우둔하오.”“짐은 불공평한 하늘을 원망하오. 짐은 모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하오.”“남녀불문이요.”“그해 당신이 낙청연의 신분으로 여국으로 왔을 때, 거리에서 만인이 무릎을 꿇고 절하던 광경을 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소. 그때 짐은 처음으로 질투 외에 부러움이 생겼소.”“그때부터 짐은 당신에게 끌렸소.”“당신과 부진환 사이를 바라보면서 짐은 질투했소.”“비록 짐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소. 짐은 당신을 좋아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