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나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알고 있소?”낙요가 말을 끝내자, 진익의 안색이 변했다.낙요가 이 자식이 그래도 양심은 좀 있어서 그녀를 풀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진익이 말했다. “나오면 나오게 두면 되오. 짐은 당신을 믿소.”“당신에게 천명 나침반이 있으니, 악귀가 나오면 일거 소멸하면 더 좋지 않소?”그의 덤덤한 말투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그분은 동초 대제사장이요! 나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소! 그것을 완전히 없애려면 수많은 생명의 대가를 치러야 하오!”“어서 저를 풀어 주시오!”하지만 진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제사장, 짐은 알고 있소. 당신은 결국 부진환 때문이잖소.”“짐은 절대 당신을 보내지 않을 것이오.”“짐은 당신이 영원히 여국에 남아 있기를 바라오. 또한 영원히 여국의 대제사장이길 바라오!”“그 악귀는 그때도 봉인할 수 있었으니, 지금도 봉인할 수 있을 거요. 짐은 당신이 해낼 거라 믿소.”“설령 수많은 생명의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당신만 남겨둘 수만 있다면 짐은 다 동의한다.”“당신만 있으면, 여국의 안정을 지킬 수 있소!”이 말을 듣자 낙요는 점차 평온해졌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녕 여국을 위해서요?”“아니면 당신의 사욕 때문이요?”그 눈빛은 마치 진익을 꿰뚫어 본 듯했다.진익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의 눈빛은 그윽했고, 진지한 표정으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짐은 타고난 자질이 부족하여 무슨 일을 해도 몹시 우둔하오.”“짐은 불공평한 하늘을 원망하오. 짐은 모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하오.”“남녀불문이요.”“그해 당신이 낙청연의 신분으로 여국으로 왔을 때, 거리에서 만인이 무릎을 꿇고 절하던 광경을 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소. 그때 짐은 처음으로 질투 외에 부러움이 생겼소.”“그때부터 짐은 당신에게 끌렸소.”“당신과 부진환 사이를 바라보면서 짐은 질투했소.”“비록 짐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소. 짐은 당신을 좋아
낙요는 놀라서 발로 확 걷어찼다.비록 온 힘을 다하진 않았지만, 진익은 여전히 아파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다.너무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낙요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익을 쳐다보았다.“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더 드리겠소. 지금 나를 풀어주면 없던 일로 하겠소!”진익도 정신을 차리더니 화가 났다.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왜? 왜 당신은 내 곁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 거요?”“여국에서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좋소. 설령 하늘의 별을 원한다고 해도 짐은 당신에게 통천탑을 지어 줄 것이오.”“왜 부진환을 잊지 못하는 거요? 부진환이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 말이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당신은 그를 구하러 가려고 하오?”진익은 화가 나서 낙요를 향해 바짝 다가왔고 낙요는 연신 뒤로 피했지만,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막 일어나려고 하는데 진익이 그녀를 덮쳤다.그는 낙요를 꽉 끌어안았으며 마치 미친 것 같았다. “대제사장, 남으시오. 제발, 짐 곁에 머물러 주시오.”“짐은 당신을 보내지 않을 거요.”“짐은 당신이 평생 여국에 남아 있기를 바라오.”낙요의 눈가에 차가운 살기가 돌았다.그녀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알겠소. 평생 여국에 남겠소.”이 말을 들은 진익은 더없이 기뻤다. “정말? 거짓말 아니지?”“예.”진익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짐이 당신 마음속에서 약간의 자리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이 말을 끝내고 고개를 숙이고 낙요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낙요는 발악하지 않았다.진익은 그녀가 허락한 줄 알았고 낙요 눈가의 살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그녀는 손목의 밧줄을 비수로 끊었고, 끊는 도중에 손목이 베였다.그녀는 선혈이 묻은 손으로 비수를 움켜쥐고 진익의 가슴을 확 찔렀다.낙요는 몸을 돌려 진익을 아래에 깔았다.진익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낙요… 당신… “낙요는 턱을 치켜들고 차갑
”당신… 중독되지 않았어… “서진한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낙요의 머리카락은 흠뻑 젖었고 얼굴에 핏자국을 머금고 서진한을 돌아보았다.서진한이 서서히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선혈과 빗물이 뒤섞여 땅 위에 핏기가 빠르게 번졌다.이게 모두 그 여관이 보내온 쪽지 덕분이다.낙요는 통천탑 안에 식령단과 식령분 이런 물건이 있을 줄은 몰랐다.필경 여태껏 양행주의 짓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양행주는 실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수단이 필요 없다.하지만 그 쪽지를 받은 후, 그녀는 약간 조심했고 사전에 해독환을 복용했다.비록 식령단의 약효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닭 한 마리 잡을 힘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서진한은 음흉한 야심을 품고 황제를 죽였다. 이미 대제사장께서 그를 처형하였고 그 패거리들은 이미 전부 감옥에 처넣었으며 날을 잡아 참수할 것이다.”“오늘부터 각 궁은 엄밀히 조사할 것이며 일체 역적 서진한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잠시 감옥으로 들어가 조사와 처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이른 아침, 소식은 황궁 전체에 널리 알려졌다.고묘묘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았다.“월로야!”월로는 다급히 방안으로 달려왔다. “마마!”“뭐라고? 밖에서 뭐라고 하느냐? 서진한을 처형했다고?”월로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서진한이 폐하를 납치하여 살해했고 서진한은 이미 대제사장께서 처형했다고 합니다.”“지금 궁 안의 사람들은 인심이 흉흉합니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의 안색은 확 변하더니 다급히 일어나려고 하다가 갑자기 다리가 나른해져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어떻게… “어떻게 바로 처형당했단 말인가?“내가 가서 보고 오겠다!”월로는 겁에 질려 다급히 말렸다. “마마, 이때 나가면 화를 자초하는 겁니다.”“지금 궁에서 서진한과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들을 엄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이 말에 고묘묘는 평정심을 되찾았다.비록 고묘묘는 이것이 연극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황제는 확실히 납치당한 것이 맞다.게다
하지만 침서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왔다. “네가 없는 동안 내가 황위를 차지할까 봐 두렵지 않으냐?”“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 정말 황위에 욕심이 있었다면 진작에 진익을 죽였을 겁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꽤 믿는구나.”낙요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강화진으로 출발했다.하지만 진익도 따라오고 있었다.낙요가 물었다. “도성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지킬 게 뭐가 있냐? 지금 황위에 사람이 없으니,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들에게 일단 쟁취할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다.”“모습을 드러내야 한꺼번에 모조리 없애 버리지.”이 말을 들으니, 도리는 있는 것 같았다.다만 낙요는 침서의 입장 때문에 침서가 강화진으로 가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침서!” 낙요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응?”“나와 양행주, 당신은 누굴 돕겠습니까?”“당연히 너를 돕지.” 침서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다.“정말입니까? 거짓 아니죠?”“당연하지.”“그럼, 당신을 한 번 믿어 볼 테니, 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침서는 입꼬리를 올렸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의 임무는 이미 완성했으니, 이제 너를 도우면 된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곤혹스러웠다. “당신 임무는 뭐였습니까?”“누가 준 임무입니까?”하지만 침서는 신비스럽게 웃었다. “곧 알게 될 거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낙요는 여전히 조금은 알 것 같았다.진익이 죽으니, 침서가 가장 기뻐했다.그가 하려던 일은 아마 진익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서진한과 진익이 계획한 이 모든 것은 침서가 뒤에서 밀어붙였을지도 모른다.서진한은 먼저 부창을 통제했고 부창이 6개 진법의 봉인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그는 양행주를 위해 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그러니 가장 큰 가능성은 그와 침서가 협력한 것이다.침서가 서진한이 원하는 걸 주기로 하였기 때문에 그가 봉인을 풀러 간 것이다.그동안 침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분명 뒤
곧 우유가 그 사람들을 소집하러 갔다.침서는 팔짱을 끼고 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참석하지 않겠다. 근처에 가서 좀 돌아보겠다.”낙요가 침서를 불렀다. “양행주 소식이 있으면… ““걱정하지 말거라, 제일 먼저 너에게 알려주마.”이 말을 끝내고 침서는 느긋한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잠깐 후 우유가 돌아왔다.따라온 사람들 속에는 박씨 집안 봉시, 천궁도의 부소 및 그의 아버지 부원뢰, 그리고 반귀성과 귀도의 사람들이 있었다.강여, 주락, 계진도 모두 돌아왔다.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었다.낙요는 몹시 감격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부원뢰가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이오. 당연한 일이오.”봉시도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런 큰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오.”“가져올 수 있는 기관은 모두 가져와서 산에 매복해 두었소.”우유가 다급히 손짓했다. “어서 오세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이야기합시다.”사람들은 방 안으로 들어가 앉아서 양행주를 잡을 계획을 의논했다.낙요도 그동안 양행주는 나타났지만, 부진환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보아하니 양행주도 일단 그들의 속내를 살피어 대진 위치를 파악한 후에 착수할 생각인 것 같다.비록 그들은 천라지망을 펼쳤 놓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양행주는 너무 많은 금술을 익혔습니다. 그는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 그를 상대하려면 한 수 남겨 두어야 합니다.”우유는 살짝 놀랐다. “너의 뜻은?”낙요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악귀는 반드시 소멸해야 한다.”낙요는 지도에서 중심 진안 위치를 짚으며 말했다. “대진은 이곳에 설치한다!”“만약 양행주가 정말 동초를 부활했다면, 절대 그들을 이 산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이 말을 들은 강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 목숨으로… “낙요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에 우리도 동초 대제사장과
몇 사람은 박혼진 쪽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이때, 하늘에서 아신이 날아갔다.하지만 그는 공중에서 맴돌 뿐 내려오지 않았다.낙요는 살짝 멍해졌다.그녀는 실눈을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전방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았다.사람들은 황급히 박혼진 쪽으로 달려가 주위를 경계했다.그들은 그 흑기를 보았다.“저쪽입니다!” 누군가 소리치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누군가 말했다. “그를 유인해 왔으니, 그를 이 진법에 가둘 수 있습니다!”이것은 그들의 원래 계획이 맞았다.하지만 낙요는 생각을 바꾸었다.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그 상처를 입은 제자를 진법 속으로 밀쳐버렸다.삽 시에 금광이 떠오르며 진법이 나타났다.뭇사람은 깜짝 놀랐다.믿을 수 없다는 듯 낙요를 쳐다보며 그녀의 이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진법 속 그 상처를 입은 제자도 망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왜 저를 밀쳐버린 겁니까?”낙요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누굴 속이려고? 양행주!”진법 속 제자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눈빛은 점차 어두워지더니, 원래의 목소리를 회복했다. “언제 알아차렸소?”역시 양행주였다!조금 전 아신이 공중에서 맴돌고 다시 이 상처를 입은 사람을 보니, 걸음걸이가 안정적이었다.역시 다친 척 연기였다.“당신은 언제 우리 제사일족 제자로 가장한 거요?”낙요는 양행주는 예전에 약로의 신분으로 제사일족에 있었으니, 제사일족 제자들에 대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일찍이 제사일족 제자로 가장할 생각을 했는데, 요 며칠 마침 그 제자의 위치를 찾고 있는 틈을 타 그들 내부로 들어온 것 같다.양행주는 가면을 확 찢었다.갑자기 낙요 등 뒤를 향해 소리쳤다. “침서! 움직여!”낙요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과연 침서가 경공으로 날아오고 있었다.하지만 침서는 천천히 착지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양행주의 안색은 어두워졌다.그는 호통쳤다. “침서!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해?”침서는 냉랭하게 입을 열었
낙요는 미간이 흔들렸다. 비록 우기는 아니었지만 강물의 흐름이 거셌다.양행주의 작은 배로는 세 사람을 견딜 수 없을지도 몰랐다.그러나 눈 뜨고 부진환을 데려가는 모습을 가만히 볼 수는 없었다. 양행주가 이 길을 택했으니, 곧바로 동굴에 가는 게 분명했다.여기까지 생각한 낙요는 검을 뽑아 들어 배 위의 양행주를 향해 겨눴다.양행주는 곧바로 검을 들고 막으며 낙요와 교전하기 시작했다.낙요는 그제야 양행주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감도는 걸 발견했다. 사악한 영혼의 기운도 가득했다.정말 미친 짓이었다. 사악한 영혼까지 삼켜 자신의 힘을 키우다니.동초 대제사장을 위해서 그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러니 감히 박혼진을 풀고, 중상을 입어도 낙요와 교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러나 양행주는 낙요의 상대가 아니었다.양행주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하마터면 낙요의 검에 찔려 강물에 빠질 뻔했다.그러나 뒤로 넘어질 때, 양행주는 손으로 배를 잡고 다시 올라와 부진환을 앞세웠다.“낙요, 뒤를 보시오!”양행주는 웃으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강물이 워낙 세차 양행주가 뛰어들지 않을 거라 생각한 낙요는 뒤를 돌아보았다.그러자 강회현에 검은 기운이 감도는 게 보였다.낙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지금까지 난 세상을 돌아다니며 십여 년을 거쳐 수백 마리의 사악한 영혼을 수복했소.그것들이 모두 모이면, 천재지변이 일어날 것이오.”“제사 일족의 제자들을 강회현에 보내 진을 세워 음기의 확산을 막아 백성을 지키라고 했다는 걸 알고 있소.”“하지만 당신의 진은, 사악한 영혼을 막을 수 없소.”“반 시진만 있으면 강회현의 진법을 파괴해 확산할 것이오.”“그렇게 되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소.”“점점 확산하면 여국, 심지어 이 천하가 무너질 것이오!”양행주는 득의양양한 어투로 서서히 말을 이어갔다.낙요도 그 막강한 힘이 느껴졌다. 집혼산의 악귀보다도 수백 배는 강했다.역시나 양행주는 준비를 하고 온 것이었다.그의 말이 맞았다. 그 사악한 영혼의
낙요의 선택을 본 부진환은 원망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짐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양행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매정하오.”“당신이 연모하는 여인도 마음속에는 그저 천하와 책임을 담고 있을 뿐이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행주를 바라보았다.입을 열려는 부진환을 보자, 양행주는 곧 혈 자리를 풀어주었다.“유언이라도 남기시오.”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대는?”“동초를 부활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집착해 왔는데도 매정한 사람이란 말이오?”양행주는 침묵하며 노를 젓기 시작했다.“동초 대제사장은 당신의 사부님이오. 생전에 가장 지키고 싶었던 건 당신뿐만 아니라 여국 백성들도 있을 것이오.”“오늘, 동초 대제사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소?”이 말을 들은 양행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개를 돌리겠지.”“하지만 난 원망하지 않소.”“내 죽음으로 대제사장이 잘 살아만 있는다면, 기꺼이 죽겠소.”양행주는 덤덤한 어투로 말을 이어갔지만, 속으로는 아쉬움이 가득했다.부진환은 배에 앉아 낙요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자신의 죽음으로 낙요가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하다.-멀지 않은 숲속에서, 낙요는 강회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나침반은 우유 손에 있으니, 낙요는 우유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양행주는 이번 계획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혼자는 양행주를 막을 수 없다.양행주는 또 다른 계획이 있는 게 분명했다.낙요는 그저 숲속에서 몰래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박혼진은 이미 파괴되었으니, 두 번째 진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낙요는 몰래 따라가며 강 위의 배를 지켜보았다.양행주는 산 아래에 도착해 부진환을 데리고 산으로 올랐다.낙요는 멀리서 따라가며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동굴에 들어가기 전, 낙요는 신호탄을 점화했다.우유에게 이곳의 진법을 여는 게 마지막 계획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동굴 안은 매우 어두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