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선혈이 낭자했다. 머리 없는 남자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탁자 위 나무 상자 속에 그 남자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류운아가 달려오며 소리쳤다.낙요는 황급히 류운아의 눈을 가리고 그녀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아버지께 무슨 일 생겼어요?” 류운아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낙요는 방 안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검의 피를 닦고 있는 서진한을 쳐다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류운아에게 말했다. “부친께서 돌아가셨습니다.”“네? 아버지...”류운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진한은 탁자 위의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은 뒤 이불을 찢어 시체 위에 덮었다.낙요는 그제야 류운아를 풀어줬다.바닥을 흥건히 적신 핏물에 충격을 받은 류운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불이 덮인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불 한쪽 모서리를 들고 아버지의 손을 확인했다. 손목에 붉은 실을 확인한 류운아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류운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결국 얼마 뒤 기절해버렸다.서진한은 긴 검을 닦은 뒤 천천히 류운아의 목에 검날을 대자 낙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멈추시오!”“내 앞에서 감히 사람을 죽이려는게요?”서진한이 검을 거둬들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대제사장, 난 명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오!”“명이라니? 누구의 명이란 말이오?”“그야 당연히 황상이지!”서진한은 품에서 성지를 꺼냈다.낙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로 성지였기 때문이다.“왜 류풍성을 죽이라고 했소?”서진한이 대답했다. “류풍성은 기군을 범했고 가짜 류운아를 만들어 대신 궁에 들여보냈소. 황제가 격노하는 게 당연하지 않소?”“류풍성을 처단하는 수밖에 없었소.”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 “성지에 류운아를 잡아오라고 하지 않았고, 류풍성을 죽이라는 말도 없었소.”“결국 죽이겠다는 것이오?”서진한이 웃으며 말했다. “류운아는 궁으로 데려가 황상의 처벌을 받을 것이오.
서진한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낙요가 답했다. “좋소.”대제사장, 고맙소.”낙요는 류운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류풍성의 방에는 금은보화가 배낭에 들어 있었다. 아마 도망갈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미처 도망치지 못했다.그리고 장부 하나도 발견했다. 그 안에는 그간 류풍성이 받았던 선물과 그가 해막생에서 건넨 선물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해막생은 대담하게 거액의 뇌물을 류풍성에게 건넸고 류풍성도 그 뒤로 곡유진을 모른 체했다.잠씨 형제를 쫓아내기 위해 류풍성은 사람까지 보냈다.잠리와 부경한을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들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도주의 수장이 뇌물을 받고 부유한 상인의 편에 서서 백성을 착취했다. 서진한은 낙요에게 정보를 흘려 낙요가 증거를 모으게 했다.당시 도주에 강등된 그는 류풍성의 부하가 되었다. 그러던 오늘날, 그는 류풍성의 목을 벴다. 비록 진익의 명령이 있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득을 얻은 사람은 서진한이다.류풍성이 죽었고 서진한은 공을 세웠다. 도주를 지킬 수장이 없었다. 서진한이 도주의 새로운 수장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이것도 서진한의 계획 중 일부일 수 있었다.류풍성의 방을 다 둘러봤을 무렵, 기절했던 류운아가 깨어났다. 그녀는 아버지를 만나겠다며 지가는 사람을 붙잡고 행방을 물었다.자기가 봤던 장면이 꿈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낙요를 발견한 류운아는 현실을 깨닫고 눈물을 쏟아냈다.“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관사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위로했다. “아씨, 대감께서 생전에 가장 신경 쓰셨던 게 바로 아씨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야 합니다.”낙요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류운아가 울면서 낙요의 팔을 잡아당겼다. 원망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어디 있어요? 그를 잡아서 죽이지 않았어요?”“저 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주세요.”“대제사장님이잖아요! 우리 아버지 대신 복수 해줘요!”낙요
”항상 면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부친께서 그녀를 만났을 겁니다. 류연이 저 대신 궁에 들어갈 계획을 서방에서 짰습니다. 둘은 서방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진한도 있었습니다.”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류연이 아씨를 대신해 궁에 들어간 일에 서진한이 처음부터 개입한 겁니까?”류운아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진한의 능력이 출중해 아버지께서 그를 신뢰했습니다.”“서진한은 제가 궁에 들어가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께 제안했습니다. 안 그랬으면 저 대신 궁에 들어갈 사람으로 류연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아버지께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아버지를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온전한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단 말입니까?”류운아는 분노에 차서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흘렸다.낙요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였나요?”류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류연이라는 여자는 서진한이 도주에서 데려온 사람이다. 서진한은 당시 도주로 좌천된 처지였다. 그런 사람이 여자를 데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다른 여자를 대신 궁에 들여보내는 건 정말 서진한의 계획일 수 있다.서진한은 류연을 궁에 들여 보내면서도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때마침 진익이 이 일의 진상을 알아차렸고 류풍성은 황제를 속인 벌로 죽임을 당했다.류풍성의 죽음으로 서진한은 큰 공을 세웠다.결국 모든 사건의 배후에 서진한이 있었던 거다.서진한은 도주로 좌천되었을 때부터 이 계획을 세운 것 같다.“대제사장님, 저희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이 일을 뒤에서 꾸민 배후가 존재한다면 제발 공정하게 처리해 주십시오.”류운아는 낙요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낙요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안심하세요. 부친께서 다른 사람에게 속은 거라면 제가 공평하게 처리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물었다. “부친께서 금광에 관해 얘기한 적 있으세요?”류운아는 그
“역시 불순한 자입니다.”우유가 물었다. “그럼 우리 언제 돌아가요?”낙요가 대답했다. “먼저 도성으로 돌아가세요. 서진한은 사람을 끝까지 따라 붙일 겁니다. 마차에 탄 두 사람을 유인하세요.”“전 기회를 찾아 몰래 빠져나가겠습니다.”우유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자 가능할까요?”“괜찮아요, 도우미가 두 명 더 있어요.”“돌아가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낙요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다음 곳으로 가세요. 곡유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지만 다른 곳을 돌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순찰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습니다.”이튿날 저녁, 역참에서 쉬고 있을 무렵, 낙요는 조용히 대열을 떠났다.그녀는 다시 도주로 돌아갔다.이튿날, 낙요는 곡유진의 잠씨 대장간으로 향했다.때마침 장궤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온 것을 알아차리고 특별히 두 가지 요리를 더 추가했다.설삼도 깨어났다.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장궤는 술잔을 들고 말했다. “대제사장님 덕분에 곡유진이 안전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낙요는 말을 끝낸 뒤 술잔의 술을 들이켰다.설삼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 “대제사장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줬습니다.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낙요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잠리가 그녀의 손에 든 술잔을 가져갔다.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습니다. 술 마시지 마세요.”설삼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술 대신 차를 마실게요.”낙요는 설삼이 잠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눈치챘다.그녀는 술 대신 차로 설삼과 한 잔 마셨다.“해씨 집안이 없어졌는데 갈 곳은 있습니까?”설삼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던 잠리를 바라보았다. 잠리가 아무 말이 없자 설삼이 말했다. “아직 없어요.”“상처가 치료되면 대감집을 찾아 몸종이나 되어야겠지요.”“누군가를 모시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장궤는 설삼이 잠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몸종은 무
낙요는 놀란 듯 물었다. “잠리가 정말 설삼을 좋아합니까?”그녀는 곧 모든 게 이해되었다.부경한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비록 그들은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잠리의 충성심은 올곧았고 잠리는 부경한을 지키려는 마음뿐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자기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상대의 마음을 받아줄 수도 없을 것이다.“좋아하오. 저 녀석은 설삼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했소.”“천궐국을 떠나면 의지할 사람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만 혼자구려.”부경한은 푸념을 늘어놓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잠리를 찾으러 갔다.낙요도 그들과 할 말이 있었기에 부경환의 뒤를 따랐다.잠리를 따라잡은 부경한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설삼을 좋아하면 대담하게 남자답게 말해. 여인을 속상하게 만드는 건 남자가 할 일이 못 돼.”잠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부경한이 재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 “변명은 하지 마.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하지만 우리 둘이 늙을 때까지 한평생 같이 지낼 작정이냐?”“최근 몇 년 간, 내 칼 솜씨도 발전했다. 스스로 보호하는 건 문제 없어.”“날 오랫동안 보호했으니 그거로 충분하다. 더는 네 신세를 질 수 없어.”“내 말을 들어. 설삼을 찾아가 네 마음을 분명하게 전해. 두 사람이 같이 작은 장사나 하면서 오붓하게 살면 얼마나 좋니?”잠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나리는 어떡합니까?”부경한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난... 난 아무 일이나 찾아서 할 것이다.”“안 됩니다!” 잠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그는 안심되지 않았다.두 사람은 옥신각신 말싸움하며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친형제처럼 보였다.결국 참다못한 낙요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중의 일까지 생각하지 마십시오.”“남은 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된다면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리죠.”“두 분이 얼마나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는지 압니다. 가정을 이룬다고 헤어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 같이 도성으
이 금광이 아주 은밀하든가 혹은 거리가 비교적 멀 든가, 아니면 금광이 크지 않거나 원동력이 강하지 않다.산은 범위가 매우 넓었기 때문에 그녀는 잠리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절벽곡에 도착했다.이곳은 이 이름처럼 산 한 채의 가운데를 쪼갠 것처럼 가운데가 깎아지른 듯 가파르게 펼쳐져 있었다.유일하게 갈 수 있는 길은 가파른 암벽 산의 잔도였다.이 잔도가 언제 건설되었는지 모르지만, 이 잔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잠리가 말했다.하지만 근처에 이 잔도를 건너가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왜냐면 보기만 해도 위험해 보였고 단단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낙요는 벼랑 끝에 섰다.바람은 매우 강했고 귓가를 휙휙 스쳐 지나갔고 마치 포효하는 맹수 같았다.여기서 떨어지면 분명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조심하세요!” 잠리가 말했다.낙요는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느꼈다!곧바로 나침반을 꺼내고 부적 한 장을 날렸다.나침반은 한바탕 빠르게 돌아가더니 멈추었다.부적은 바람 속에서 몇 번 빙빙 돌더니, 결국 오른쪽 방향에서 타버렸다.이번에 낙요는 더욱 강한 원동력을 더 선명하게 느꼈다.“바로 그 아래요.”“내려가야 하오.”잠리는 살짝 놀랐다. “지금?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잔도가 단단한지도 모르니, 일단 돌아가서 밧줄이라도 좀 가져오는 게 어떻소?”“그것도 좋소.”그리하여 두 사람은 되돌아가 밧줄을 가져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중도에서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누가 오는 거 같소!”두 사람은 즉시 숨었다.지금은 해가 지고 숲속에는 한 가닥의 노을빛만 남아 있었고 비교적 어두웠다.그 사람들은 낙요와 잠리를 발견하지 못했다.전방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바로 서진한이었다!그의 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고 하나같이 매우 굵은 밧줄을 어깨에 메고 대나무 광주리를 메고 있었으며 그 안의 철기가 끊임없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기세를 보아하니 금광을 캐러 가는 것 같았다.낙요는 고개를
잠리가 물었다. “들어가 보겠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소.”두 사람은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침반의 반응은 더욱 커져갔다.그 숨결, 낙요는 낯설지 않았다.안에서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낙요와 잠리는 이전에 들어왔던 잔도를 통해 절벽곡을 떠났다.그들은 곧바로 산에서 내려갔다.잠리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면 되오?”낙요는 담담하게 말했다. “서진한을 지켜보면 되오.”“서진한이 금광을 옮기려 한다면 막을 필요 없소.”낙요의 이번 목적은 금광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였다.서진한이 금광을 조금이라도 몰래 삼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거다.그가 힘들게 금광을 옮기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잠리는 고개을 끄덕이었다.그 후 며칠 동안 낙요는 곡유진에 머물렀다.잠리는 매일 서진한을 지키러 갔고 매일 밤 서진한의 일과를 낙요에게 보고했다.며칠째, 서진한은 금광을 나르고 있었다.그는 금광을 도주성 밖의 비교적 외진 곳의 별원에 숨겨 두었다.대략 7일 후.서진한은 50여 명이 되는 대오를 꾸렸고, 모두 군대의 고수들이었다.그들은 그 금광을 들고 도주성을 떠났다.낙요는 서진한의 계획을 알 수 없었기에 직접 따라갔다.하지만 서진한은 역참에 도착하자마자, 밀보를 써서 급히 도성으로 보냈다.낙요는 중도에서 서신을 가로챘다.서신을 열어 본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서신은 황상에게 보내는 것이었고, 금광을 발견했으니, 황상더러 병사를 보내 마중 오라는 내용이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서신한이 금광을 보고하다니, 몰래 삼킬 생각이 없었다고?낙요는 서진한의 이 행동은 눈속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몰래 따라갔다.매번 역참에 도착하면 서진한은 황상에게 서신으로 여정을 보고했다.매우 신중해 보였고 전혀 사심이 없었다.그래서 낙요는 아신을 통해 서신 한 봉을 우유에게 보냈다.우유더러 제사일족 제자들을 보내 서진한을 맞이하라고 하고 낙요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일단 도주로
부소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더할 나위 없소.”그래서 낙요는 부소를 데리고 곡유진으로 와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도주는 매우 컸기 때문에 사람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낙요는 밤에 나침반으로 위치를 점쳐보았다.대략적인 방향과 위치를 알아냈다.부소가 낙요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잠리와 부경한도 많이 도와줬다.다음 날, 그들은 할아버지를 찾으러 출발했다.일행은 도주성 밖의 황량한 들판으로 찾아왔다.잠리가 입을 열었다. “서진한의 별원이 이 근처 아니요?”“어디에 있을까?”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 근처에는 그 저택 하나뿐인 것 같았소. 돌아보자고.”서진한은 이전에 금광을 이곳에 숨겼다.지금 서진한이 금광을 들고 도주성으로 갔으니, 지금 별원에는 사람이 없어야 맞다.하지만 그들이 별원에 잠입한 후 누군가 여전히 불을 피우고 밥을 하는 것을 보았다.별원에는 계집종들과 사내종들만 있었다.낙요는 미혼향으로 그들을 혼절시킨 후 별원으로 들어가 수색하기 시작했다.모든 방을 놓치지 않았다.낙요가 매우 외진 곳의 조용한 정원을 찾았을 때, 그녀는 정자에 앉아 있는 부창을 한눈에 알아보았다.낙요의 안색이 확 변했다. “부창 할아버지!”낙요는 다급히 밖을 향해 부소를 불렀다.그리고 급히 정원으로 들어가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부창 한 사람뿐이었다.부창은 천천히 눈을 떴다.눈빛은 약간 흐렸고 낙요를 보더니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그 눈빛에 낙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부소는 감격에 겨워 다급히 달려왔다.하지만 부소가 달려가 부창을 와락 끌어안았지만, 부창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표정에 변화도 없었으며 눈빛은 흐리멍덩했다.보고 또 보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순간 부소는 굳어 버렸다.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부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입니다! 부소입니다!”“저를 모르겠습니까?”부창은 미간을 찌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