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몸을 숨겼고, 김죽에게 발견되기 전에 마침 대제사장이 나타나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대제사장이 저를 주점으로 데려갔습니다.”말을 마친 김옥한은 낙요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대제사장, 제가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김량의 짓이 분명합니다!”낙요는 위로하며 말했다.“우선 침착하게 생각해 보아라. 김량이 이런 짓을 벌인 건 분명 목적이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건 없느냐?”엊저녁 김옥한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쓰러진 상태여서 나쁜 짓을 꾸미려면 이미 김옥한을 데려갔을 것이다.그러나 김량은 김옥한을 그곳에 두었다.김옥한은 중독된 것 외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그렇다면 김량은 무언가를 빼앗은 후, 김옥한을 풀어줬을 것이다.김옥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대제사장, 지니고 있던 지도를 잃어버렸습니다.”“무슨 지도 말이냐?”낙요가 궁금한 듯 물었다.그러자 김옥한이 설명하기 시작했다.“제 외할머니는 강화 사람입니다. 어머니가 장사를 빼앗긴 후, 집에 빚을 많이 져 돈을 갚기 위해 어머니가 저에게 지도를 주었습니다.”“그 지도에는 금맥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우리 집은 오랫동안 광맥을 파면서 안에 있는 금으로 빚을 갚았습니다.”“하지만 그 안에는 무서운 것도 있습니다.”“훗날 아버지께서 사람을 찾아 점을 쳐 봤더니, 안쪽은 파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하지만 김량은 금맥의 존재를 알고 지도를 내놓으라며 협박했습니다.”“그는 수년간 사람을 보내 저와 아버지를 괴롭히며 이 지도를 얻으려고 했습니다.”“대제사장, 저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저를 마차에 납치하려던 그자들이 바로 김량의 사람들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랐다.“월아진에 나타났던 산적들도 같은 편이란 말이냐?”김옥한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강화는 빈곤한 동네라 산적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곳에 출현하는 도적이라면 김량의 사람이 분명합니다.”“그들은 시간이 날 때면 금맥을 찾고, 강화진에서 아버지에게 시비
이 말을 들은 김옥한은 한시름 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 대제사장의 말대로 합시다.”그렇게 다음 날, 일행은 강화로 출발했다.이번에는 며칠을 있어야 할지 모르니 송천초와 초경도 유람 삼아 함께 떠났다.-장군부.침서는 아직도 밀실에서 전력으로 난희를 부활시키고 있었다.난희의 혼백을 온전하게 뽑아내 적합한 몸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연속 며칠 동안 침서는 몇몇 사람에게 실험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그러다 닷새째 되는 날, 몸과 혼백이 완벽하게 융합되었다.밝은 촛불 아래에서, 침상에 누워있던 여인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침서의 눈은 순간 반짝였다.“장군…”침상에 누운 여인은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비록 새로운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분명 난희였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느냐?”침서가 물었다.난희는 고개를 저었다.난희는 아직 정신이 흐리멍덩하고, 기억이 혼란스러웠다.침서는 죽 한 그릇을 가져오며 말했다.“우선 좀 먹어라.”그러고는 난희를 부축해 앉혀 한 숟가락씩 떠먹여 주었다.그러자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난희는 놀라운 표정으로 침서를 바라보았다.“장군… 저는 죽은 게 아니었습니까?”난희의 반응을 본 침서는 깜짝 놀랐다.“기억난 것이냐?”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통 혼백과 몸이 융합하면 일부의 기억을 잃게 되는데, 어찌 난희는 이렇게 빨리 기억을 되찾은 걸까?하지만 난희가 기운을 차린 모습을 보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아마도 운이 좋아서 그렇겠지.“요 며칠은 밖에 나가지 말고 방에서 요양하거라.”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이 다정하게 대해주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그렇게 난희는 죽 한 그릇을 모두 먹어 치웠다.“배가 덜 부른 것이냐?” 침서가 물었다.이렇게 큰 그릇의 죽을 다 먹으니 침서도 살짝 놀랐다.난희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한 그릇 더 가져오겠다.”침서는 방에서 나갔다. 그릇과 솥이
난희는 장군의 다정함이 그저 잠시일까 봐 항상 조마조마했다.그랬던 적이 있으니, 난희는 장군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무서웠다.하지만 장군은 처음으로 낙요가 아닌 그저 보잘것없는 계집종인 자신을 부활시켰다.그렇다는 건, 자신도 장군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일까?그렇게 생각하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방문이 열리자, 밀려오는 향긋한 냄새에 난희는 겉옷을 걸치지도 않고 침상에서 일어났다.침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두꺼운 망토를 입혀주었다.“아직은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이 몸까지 망가지면, 더 적합한 몸을 찾을 수가 없었다.침서의 행동에 난희는 더욱 감동했다.침서가 떠나려고 하자, 난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장군… 저와 함께 식사를 해주시겠습니까?”난희는 이런 기대를 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욕심이 났다.침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못 이기는 척 돌아와 탁자 옆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먹어라.”난희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이전에도 침서와 함께 밥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이번에는 단둘이 술도 없이 간단한 반찬 몇 가지와 함께 먹으니 더욱 오붓한 느낌이 들었다.밥을 먹은 후, 난희는 얌전히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그녀는 구리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자세히 보면 낙요와 비슷한 구석을 찾아볼 수 있었다.이때, 침서가 서적을 가득 들고 들어와 탁자에 놓았다.“책을 좀 가져왔으니 심심풀이로 읽어라. 밖에 나가지 말고.”난희는 몸을 돌려 침서를 보며 말했다.“장군, 저를 살리느라 많은 심혈을 기울이셨지요?”“저 같은 사람은 장군 옆에 수도 없이 많은데… 어찌 저를 힘들게 살리신 겁니까.”“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침서는 멈칫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다가, 침서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습관이 돼서 그렇다.”“장군부의 일은 모두 너에게 맡겼으니, 다른 사람으로 바
침서는 멈칫하더니 침묵했다.이 모습을 본 난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헛된 희망을 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침서는 덤덤하게 답했다.“시간이 나면 보자꾸나.”난희는 순간 두 눈을 반짝이며 깜짝 놀란 얼굴로 침서를 바라보았다.“장군…”침서는 무심하게 시선을 옮기고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난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장군, 마침 겨울이니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봄이 되면 다시 바빠지지 않습니까.”그러나 침서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네 몸으로는 외출할 수 없다.”이 말을 들은 난희는 멈칫하더니 더욱 흥분했다.침서의 이런 대답은 정말 난희와 운무산을 찾아 떠날 생각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봄? 봄이면 장군께서 바쁘지 않습니까? 그때 정녕 운무산을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다른 계절도 따뜻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까?”난희는 진지하게 침서를 바라보았다.침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덤덤하게 답했다.“내가 떠나려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냐?”“봄에 찾으면 여름, 가을, 겨울까지 그곳에서 살아보는 거다. 그렇다면 운무산이 정녕 사계절 모두 봄처럼 따뜻한지 알 수 있겠지.”이 말을 들은 난희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다.침서는 한 번도 다정하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고개를 돌리자, 침서는 눈물을 흘리는 난희의 모습을 보았다.“어찌 눈물을 흘리는 것이냐?”침서는 살짝 놀랐다.“운무산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느냐? 어찌 우는 것이냐?”이 말을 들은 난희는 가슴이 더욱 벅차올랐다. 침서는 난희가 했던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침서는 난희가 운무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난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침서의 품에 와락 안겼다.“장군…”“우리 함께 이곳을 떠나면 안 됩니까?”“장군은 너무 오랫동안 낙요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힘들게 살아오셨습니다.”“낙요는 장군을 연모하지 않습니다.
침서도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를 잡고 있는 건, 낙요 뿐만이 아니었다.침서는 눈보라를 무릅쓰고 정원을 나섰다.멀지 않은 곳에서, 고묘묘는 침서가 정원을 떠날 때까지 몰래 지켜보았다.그녀는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침서가 밥과 반찬을 들고 방에서 오랫동안 있었으니, 난희가 깨어난 게 분명했다!낙요를 어떻게 떼어냈는데, 지금은 또 난희와 침서를 빼앗아야 한다니!이제는 그 고인의 방법이 효력이 나타나길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고묘묘는 정원을 흘겨보더니 이를 악물고 떠났다.-눈보라가 끊임없이 몰아치고, 앞길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다.차가운 바람이 눈을 타고 불어오자,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마차를 가득 채웠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녀는 마차 문을 열고 소리쳤다.“눈을 피할 곳을 찾는 게 어떻소? 여기는 너무 춥소.”마차 밖에서 말을 몰던 부진환은 눈사람이 될 정도로 눈에 뒤덮였다.“시간은 충분하오?”“넉넉하오. 금풍산은 백성의 거처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백성이 다치진 않을 것이오. 눈이 내려 산길을 오르기 힘들 테니 채굴 속도도 늦어질 것이고.”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다면 주위에서 객잔을 찾아보겠소.”뒤의 마차에서, 송천초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초경을 보며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송천초는 초경을 옆에 두고 지금까지 마차를 끈 계진을 대신하려고 했다.송천초가 몸을 일으키자, 초경은 다시 송천초를 감싸 안으며 어렴풋이 말을 내뱉었다.“가지 마…”송천초는 초경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불쌍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다시 앉았다.그러고는 두꺼운 망토로 초경의 몸을 감싸고, 자신의 망토까지 자리에 겹쳐 초경을 눕혔다.그러나 잠이 든 초경은 여전히 송천초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가지 마, 지켜줄게…”송천초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아주 안전하니, 지켜주지 않아도 됩니다.”“손을 놓고 푹 주무세요.”송천
침서는 초조한 얼굴로 급히 달려와 난희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난희를 침상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나 난희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침서는 곧바로 난희의 맥을 짚었다. 그러나 침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난희는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장군의 말을 어기고 밖에 나가서 죄송합니다…”난희는 점점 힘이 빠졌고, 손조차 무겁게 느껴져 들지 못했다.침서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어찌 생명력이 이렇게나 빨리 사라지고 있단 말인가.엊저녁에도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되었다니.찬 바람을 맞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침서는 곧바로 사람을 불러 뜨거운 물을 들고 왔다. 물 온도를 느껴본 후, 침서는 곧바로 난희를 안고 목욕통에 앉혔다.침서는 이런 방법으로 몸과 혼백을 계속 융합시키려고 했다.난희는 물속에 들어가더니 안색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창백해지면서 핏기가 전혀 돌지 않았다.난희는 힘없이 목욕통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장군…”“저… 죽는 겁니까…?”“사람을 부활시키는 방법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않습니까…”난희는 눈꺼풀이 무겁다 못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다.난희는 몸에 힘이 다 빠져 말을 하는 것조차 버거웠다.침서는 어두운 안색으로 다시 맥을 짚어보았으니, 전혀 호전이 없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침서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보통 이런 상황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이틀 동안 난희의 몸을 살펴보며 몸과 혼백이 매우 잘 융합된 것을 확인했는데, 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소용이 없으니, 침서는 초조하게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이때, 난희가 침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장군…”“눈을 보고 싶습니다…”“조금 전에 장군께 춤을 춰 드렸습니다.”“보셨습니까?”침서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보았다.”“우선 쉬고 있어라, 내가 약을 달여 오겠다.”말을 마친 침서는 곧바로 방에
침서는 눈밭에 앉아 있었다. 눈꽃은 난희의 몸 위로 떨어졌다.잠시 뒤, 난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짧은 순간, 생명력이 삽시에 빠져나갔다.침서는 난희를 안고 눈밭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토록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그는 난희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이름만 들어도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여국의 대장군이자 미친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는 침서에게 그가 하지 못할 일은 없을 듯했다.그러나 그는 주변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했다.난희조차 구하지 못했다.침서의 눈빛이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같은 시각 고묘묘는 마당 밖의 멀지 않은 곳에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살짝 열린 문틈으로 침서가 난희를 안고 눈밭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고묘묘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한참이 지나도 꼼짝하지 않는 걸 보니 난희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그녀가 찾은 사람은 확실히 대단했다.그렇게 많은 돈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침서는 마당에 오랫동안 있었다.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그의 어깨와 머리 위로 흰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침서는 마음이 무거웠다.마침내 그는 몸을 일으켜 난희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부하더러 난희의 시체를 장군 저택 밖으로 옮겨 산 위에 묻어주라고 했다.시체를 보고 의아함을 느낀 저택의 다른 여인들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위해 함께 침서를 찾아갔다.그러나 침서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호통을 쳤다.“다들 꺼지거라!”여인들은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방을 나섰다.고묘묘는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우쭐했다.난희를 처리했으니 다른 여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앞으로 천천히 처리해버리면 됐다.그 뒤로 며칠 동안 침서는 자신을 방 안에 가두고 먹지도, 미시지도 않았다.저택의 사람들은 침서는 기분이 아주 나빴기에 감히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객전에서 하루 묵은 뒤, 그다음 날 눈이 그쳤고 일행은 강화로 떠났다.강화에 도착한 뒤 크게 주목받지 않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호신부를 목에 걸고 옷 안에 넣었다.낙요는 원래 두 사람은 밖에 있으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특수했기에 누가 거기에 남든 위험했다.그 때문에 결국 모두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그들은 곧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깊숙이 들어갈수록 음산한 기운이 뚜렷이 느껴졌다.촛불 하나가 전부 타들어 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등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가장 앞에서 걷고 초경은 송천초를 보호하면서 맨 끝에서 걸었고 낙오되는 사람이 없게 그들을 지켜줬다.불빛 아래, 벽에서 금빛이 번쩍거렸다.안으로 들어갈수록 바닥에 새로운 흙이 보였다.김옥한은 멈춰 서서 벽을 살폈고 곧이어 바닥에서 고리 같은 걸 발견했다.그 위에는 부적이 그려져 있었다.김옥한의 표정은 심각했다.“예전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여기까지 파셨습니다.”“그들은 어떻게 파고 들어간 걸까요?”낙요는 공기 속에서 피비린내를 맡고 대답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오.”“김량이 감히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겠지.”역시나 계속해 앞으로 걸어가자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가 보였다.그 시체는 머리가 없었고, 온몸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어서 불빛으로 시체를 비춰 보았을 때 김옥한은 화들짝 놀랐다.“이건... 김죽?”낙요는 쭈그리고 앉아 힐끗 본 뒤 손가락으로 피를 톡 찍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이건 닭 피군요.”“그들은 김죽의 시체로 진법을 파괴했을 것입니다.”“김량도 참 잔인한 사람이군요. 죽은 아들까지 이용하는 걸 보면.”“갑시다, 다들 조심하십시오.”“앞에서도 피비린내가 납니다. 김죽의 시체는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낙요가 귀띔했다.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로 바닥에 잔뜩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았다.비록 각오는 했다지만 그래도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했다.시체들이 전부 기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어떤 이는 바닥에 무릎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