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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9화

침서의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둘의 인연을 끊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낙요의 앞에는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엊저녁에야 굳힌 결심이 오늘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에 잠긴 그때, 허약한 그림자가 우산을 들고 서서히 다가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에 금방이라도 묻힐 것 같았지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풍파를 뚫고 낙요 옆으로 걸어왔다.

“큰비가 내리는데 어찌 나온 것이오.”

진익이 씌워준 우산이 따라가기도 바쁘게 낙요는 급히 달려갔다.

비를 조금 맞은 낙요는 곧장 부진환과 함께 우산을 썼다.

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낙요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리가 끊어졌다고 들었소.”

“곧바로 그 점쟁이에게 달려가 맹세할까 봐 무서워서 찾아온 것이오.”

낙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진환은 낙요의 속을 꿰뚫고 있는 느낌이었다.

낙요의 반응을 본 부진환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내가 딱 알아맞힌 거 아니오?”

“정말 용삼을 바꾸러 가는 것이오?”

“나를 버리는 것이오?”

농담 같은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는 부진환을 보자, 낙요는 마음이 아팠다.

낙요는 고개를 들어 부진환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으로 부진환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버리겠소? 절대 그럴 일은 없소, 영원히.”

부진환은 웃으며 만족스러운 듯 낙요를 품에 안았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

그러나 진익은 묵묵히 시선을 돌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익은 부진환이 질투 났다.

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자, 우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일행은 마차에 올랐다.

김옥한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산길을 걷는 겁니까? 세자의 몸으로는…”

김옥한은 걱정스러운 듯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부진환은 한시라도 아까운 듯 낙요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낙요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의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부진환의 눈빛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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