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옥건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하였느냐?”온연이 말했다. “미안해.”“예전에,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했어. 미안해.”이 말을 들은 풍옥건은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이미 습관되어 속에 두지 않았다.”“그리고 네 말은 전혀 심하지 않았다. 너보다 심한 사람이 많고 많았다.”아무렇지도 않은 풍옥건의 모습을 보고 온연의 마음은 더 미안해졌다.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왜 데릴사위까지 마다하고 나와 혼인하고 싶은 것이냐?”이 말을 들은 풍옥건이 대답했다. “장난이 아니라 나는 정말 너를 좋아한다.”이 말을 들은 온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를 좋아한다고?”온연은 믿지 않는 게 아니었다.다만 그는 원래부터 바람기가 많아서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많을 것인데, 왜 그녀를 위해 데릴사위까지 되고 싶어하는지가 궁금했다.그녀의 반응을 보고 풍옥건은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그는 다급히 해명하려고 하더니, 말을 도로 집어삼켰다.“됐어, 어차피 아무리 말해도 넌 믿지 않을 테니, 행동으로 증명할게.”“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돈을 받거라.” 풍옥건은 다시 그 나무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온연은 잠깐 생각하더니, 받았다.풍옥건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온연이 말했다. “이 돈은 너의 투자금으로 생각하겠다. 앞으로 수선각은 우리 두 사람이 주인이야.”이 말을 들은 풍옥건은 더욱 기뻐서 폴짝 뛰었다.“너무 기쁘다!”--또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하루였다.밖은 늘 축축했고, 낙요와 시완은 방안에서 바둑을 두고 차를 마시며 나날을 보냈다.이날 유단청이 매우 기뻐하며 달려왔다. “대제사장, 온씨 집안에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구경하러 가시겠습니까?”낙요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구경거리라니?”유단청이 다급히 말했다. “오늘 8대 가문은 수선각이 온씨 가문의 점포라고 전부 온씨 가문에 찾아갔답니다.그들은 수선각의 향은 사악한 향이라고 하며, 온씨 가문이 8대 가문의 명성을 더럽혔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해서 그저 서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온연이 온씨 집안과 연까지 끊었으니, 그럼, 당연히 8대 가문에 속하지 않는다.그들은 압력을 가하려고 해도 주먹을 어디로 휘둘러야 할지 몰랐다.온씨 집안에서 나온 후, 풍옥건은 감격에 겨워 칭찬했다. “방금 네가 한 말은 정말 패기가 넘쳤어.”“방금 그 늙은이들의 표정을 보았느냐? 아마 아직도 멍해서 서 있을걸. 8대 가문을 벗어나려는 사람이 다 있다니!”온연은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대제사장 때문이야.”“대제사장? 이것이 대제사장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온연은 자세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나중에 천천히 말해주마. 지금은 일단 묵을 곳부터 찾자꾸나.”“나에게 마침 비어 있는 저택이 하나 있는데, 원래는 혼례를 치르면 쓰려고 했으나, 쓸 수 없게 되었다.”“다만 시가와 가까워서 좀 시끄러울 건데, 너만 괜찮다면, 지금 바로 가서 정리하자꾸나.”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점포와 가까워서 편리하구나.”구경거리를 다 본 후, 낙요는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시완이 감탄했다. “그 사람들이 이제는 온연을 어찌하지 못할 겁니다.”“서슴없이 가문과 관계까지 끊는 이런 담력과 용기가 있다니! 온연은 분명 큰일 할 사람입니다.”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오. 온 영감은 이제 단단히 후회할 거요.”이 말을 듣더니, 시완이 물었다. “대제사장께서 온연을 이토록 믿는 걸 보아하니, 온연에게 도움을 준 모양이군요!”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온씨 집안은 예전에 온연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장사를 관리했소. 그래서 나는 온연이 장사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소. 다만 예전에 제대로 된 단련을 받지 못했을 뿐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한 무리의 시위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매우 시끄러웠다.보아하니 아직도 뭔가를 수색하는 모양이었다.낙요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요?”유단청이 대답했다. “장군부의 시
서진한의 눈은 야망으로 가득 찼다.황후는 좋은 조수를 찾은 모양이다.연이어 며칠 동안 비가 내려 기분이 울적해 해가 뜨는 맑은 날이 오기를 기대했으나, 비는 종처럼 그치지 않았다.낙요는 그렇게 초대장을 받을 때까지 며칠간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초대장에는 남월거(攬月居)가 개업을 한다며, 낙요를 초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낙요는 이 남월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영문을 몰랐으나, 도착해보니 온연의 가게가 새로 개업한 것이었다.남월거에 들어간 낙요는 깜짝 놀랐다. 3층으로 된 넓은 가옥에 서화와 시가 사방에 걸려 있었으며, 병풍으로 차를 마시는 탁자를 정연하게 분리해 놓았다.벽의 궤짝에는 매우 정교한 도자기 병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안에는 향료가 담겨 있었다.낙요가 도착하니 벌써 많은 풍아한 학자들이 가게를 돌아보며 감탄하고 있었다.“이 백 냥짜리 백옥병에 향료를 담다니.”“허나 이 백옥병을 넘어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것이 참으로 그윽하구먼.”사람들은 남월거의 배치와 서화를 토론하고 향료를 맡으며 시간을 보냈다.심부름꾼은 낙요를 2층으로 안내했다.온연은 일찍이 낙요를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은 복도에 서서 아래층의 손님들을 바라보았다.이때, 온연이 물었다.“대제사장, 장식이 어떤 것 같습니까?”낙요가 웃으며 답했다.“내 예상보다 훨씬 크구나. 이 짧은 시간 안에 다 만드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온연이 답했다.“풍옥건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여기 많은 물건들은 저희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잠도 자지 않고 며칠 밤을 새우며 준비했습니다.”“이번에는 수선각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야지요.”낙요는 아래층의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아라. 모양을 보니 틀림없이 잘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이후의 품향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향을 사 갔다.다음 날,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층마다 가격대가 다른 향이 있고 별실도 있어 차를 마실 수 있으니 매우 고요하고 운치있었다.닷새도 안 되는
거리에는 복면을 쓴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고, 뒤에서도 발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거리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거기 서라!”낙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송천초의 목소리가 아닌가?곧바로 한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스쳐 지나가더니 복면을 쓴 자들을 쫓아갔다.낙요는 그 그림자를 정확하게 보지 못했지만, 확실히 송천초였다!낙요는 즉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신속하게 쫓아갔다.앞쪽에서, 송천초는 복면을 쓴 두 사람과 싸우기 시작했다.그러나 사방에 갑자기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가 나타나 송천초를 둘러싸고 앞길을 막아섰다.송천초는 매서운 눈빛으로 경계하듯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일부러 날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냐?”우두머리가 성난 목소리로 위협했다.“여기서 멈추면 주인도 이만 봐줄 것이오.”“아니면…”송천초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멈추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것이냐?”“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검은 옷을 입은 자는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우린 분명 기회를 줬소. 당신이 걷어찼으니,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할 것이오!”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곧바로 송천초를 향해 공격했다.마침 도착한 낙요는 곧장 달려가 송천초를 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열 몇 명의 복면을 쓴 자들은 기겁하며 도망쳤다.낙요는 계속 추격하려고 했으나, 송천초가 팔목을 덥석 잡았다.“공자, 이만하면 됩니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에서 송천초가 예를 차리며 인사했다.옛 벗을 본 낙요는 무척 기뻤다.“천초…”낙요가 입을 열자, 송천초는 순간 굳어버린 채 깜짝 놀란 듯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어두운 밤, 그 여인의 용모를 알아볼 순 없지만 어투와 목소리를 들으니 옛 추억이 떠오르면서 송천초도 주체할 수 없이 기뻤다.“청연?”송천초는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다.낙요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나야!”송천초는 곧장 낙요의 품에 안겼다.옛 벗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재회의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낙요가 머무는 객잔으로 돌아왔다.온연은 둘의 과거를 몰랐고, 두 사람도 회포를 푸는 시간이 필요했던지라 온연을 깨우지 않았다.그렇게 둘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다.방문을 닫자 송천초가 급히 물었다.“어서 말해봐, 여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부진환이 넌 이제 대제사장이라고 하던데, 무척 위풍당당하겠네?”낙요는 송천초와 함께 여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낙요는 송천초의 상황도 물어보았다. 진소한은 아직도 산장에 있으며, 산장의 일을 여러모로 도와주어 어느덧 산장의 일원이 되었다고 한다.송천초에 대한 집념도 사그라든 걸 보니, 산장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았다.지금의 제월 산장은 아직 그때의 규모까지 복구하지 못했으나, 백성들 마음속에서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송천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낙요는 얼마 전 천궐국의 일부 지역에 가뭄에 일어나 제월 산장에 많은 유랑민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번 가뭄이 아니었으면 낙랑랑도 장사를 여국까지 넓히지 않았을 거야.”“낙랑랑은 계양에서 장사를 크게 하고 있거든. 계양 백성들의 향은 거의 다 낙랑랑이 만들어.”“가뭄 때문에 계양에 간 유랑민도 낙랑랑이 도와줬어.”“그래서 장사를 더 크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나 봐.”“마침 떠돌이 상인이 낙랑랑을 찾아와서 나와 상의한 끝에 장사를 시작했지.”이 말을 들은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랑랑 언니의 의도는 좋지만, 재해를 입은 곳이 많아 계속 돕지는 못할 텐데.”“땅을 나눠주어 농사를 짓고 돈벌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송천초는 웃으며 말했다.“낙랑랑도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산 몇 개를 빌려 약재와 꽃을 심었지. 다 향을 만드는 데 쓰는 품종이야.”“그러면 제향 규모도 몇 배 더 커질 거고.”“준비는 다 됐지만, 여국에서 향이 잘 팔리는지가 문제야.”낙요는 웃으며 말했다.“궁의 사람들도 쓰기 시작했으니 아주 잘 팔리는 거지.”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매
“독 가루도 지니고 다녀.”낙요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 사람을 처리하지 않으면 성가시게 될 거야.”“가장 좋은 방법은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거지.”“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송천초는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했다.“점을 믿는 것 같아. 매일 재물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매달 절에 가서 부처님께 장사를 잘되게 해달라며 기도한다고 들었어.”이 말을 들은 낙요는 방법이 떠올랐다. 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내일 내가 처리해 줄게.”-다음날.천궐국의 날씨는 맑았다. 이른 아침의 햇살이 안개를 뚫고 얼굴에 비춰 따스한 기분이 들었다.낙요와 송천초는 이른 아침부터 밖을 나섰다.둘은 허대부를 미행하며 그를 관찰했다. 허대부는 집 밖을 나서서 가게의 재물신에게 기도를 드린 후, 거리에서 자신이 매수한 가게의 장사가 어떤지 둘러보기 시작했다.참으로 유유자적한 생활이었다.화려한 치장에 금과 옥을 가득 두른 모습을 보니 많이 벌었을 모양인데 다른 사람의 장사까지 빼앗으려 들다니.반나절만 미행했는데도 낙요는 무척 힘들어했다.“왜 가게가 이렇게 많은 거야?”송천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이건 일부야. 허대부는 매일 이 가게들의 장사를 둘러봐. 모든 가게를 둘러보려면 이틀은 걸려!”“이 성의 가게는 거의 다 허대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돈도 많은 사람이 남의 장사까지 뺏으려 하다니.”이 말을 들은 낙요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악덕 사장이네.”한길 따라가 보니, 허대부는 어느 가게에서든 품삯을 깎기 위해 트집을 잡고 심부름꾼을 지적하지 않으면 사장을 꾸짖었다.계산해 보니 반나절도 안 된 사이에 벌써 백여 냥의 은전을 깎아버렸다.부자인 허대부에게는 작은 돈이겠지만, 심부름꾼들에게는 며칠의 밥값이었다.이런 모습을 보니 낙요는 무척 화가 났다.“이렇게나 행패를 부리는데 왜 벌하는 사람도 없는 거야?”송천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허대부는 며칠에 한 번씩 지방 관원들에게 선물을
햇빛이 가려진 곳에서, 낙요는 철추를 내보냈다.철추는 낙요가 기억을 되찾은 후, 주락의 손에서 얻은 것이다. 오랫동안 갇혀 있던 철추는 간만에 밖을 나오니 무척 흥분했다.“저 남자다.”낙요가 철추에게 목표를 가리켰다.철추는 곧바로 달려갔으나, 허대부의 몸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철추를 튕겨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악을 쫓고 명을 지키는 물건을 많이 구했나 보네.”낙요는 곧바로 철추를 불러들였다.“이제 어떡해?”낙요는 생각에 잠긴 채 대답했다.“옷을 벗길 기다려야지.”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의아한 듯 말했다.“허대부 집에는 사악한 것을 쫓는 물건이 더 많을 텐데, 옷을 벗게 하려면 쉽지 않을 거야.”낙요는 생각하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물건을 준비해야지.”둘은 곧바로 객잔으로 돌아왔다.마침 낙요를 찾고 있던 온연은 둘을 보더니 놀란 듯 물었다.“송 낭자!”“둘이 벌써 만났군요. 설마 아는 사이입니까?”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향분에 관한 일은 다 들었습니다. 제가 계양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수요는 충분할 겁니다.”이 말을 들은 온연은 기뻐하며 말했다.“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일이 해결되었네요.”“오히려 괜히 온 것 같다는 기분도 듭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앞으로 할 일이 더 남았다.”온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무슨 일입니까?”“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자.”세 사람은 방으로 돌아갔다. 낙요는 약재를 구해 가루로 만들어 독약을 조제했다.송천초는 자초지종을 온연에게 설명했다.온연도 의협심이 넘치는지라 자초지종을 들은 후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그날, 온연은 낙요가 준비한 독 가루를 들고 차루에 향했다.그곳이 바로 허대부가 순찰하는 가게였다.허대부가 도착하자, 온연은 태연한 척 계단에서 내려오며 발이 미끄러지는 척하면서 허대부를 향해 넘어졌다.허대부는 무의식적으로 피했으나, 다행히도 온연은 독 가루를 허대
황급히 도망친 점원은, 방을 탈출했는데도 여전히 구역질이 났다.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확인한 그는 눈쌀을 찌푸렸다."아!!" 크게 놀란 점원은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얼굴의 공포를 감추지 못했다. 깜짝 놀란 점원이 황급히 도망쳤다. "주인님, 주인님!"황급히 뛰쳐나온 점원을 바라보던 장궤가 황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냐? 왜 이리 소란이냐?"점원은 안쪽을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토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점원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 공포스러운 장면을 보았다!벌거벗은 남자가 뛰쳐나왔다."꺄아!"의관 안에서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한 무리의 사람이 의관을 빠져나갔다. 소동은 곧 행인들의 주의를 끌었고 자연스레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곧 연이은 비명이 가득채웠다."헤헤헤!" 벌거벗은 허대복이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사람들은 미치광이 취급을 하며 그를 피했다. "저 사람 허대복 아니오?""예, 정말 허대복인 것 같습니다. 옷을 벗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평소 노동자의 품삯을 떼어먹더니, 드디어 미쳐서 날뛰는가 보우. 악한 자가 벌을 받는 것이오!"사람들은 허대복을 비웃기 시작했다.허대복은 헐벗은 채로 거리를 달렸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누군가 허대복에게 옷을 던졌다.하지만 허대복은 옷을 제대로 챙겨입지 않은 채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게다가 청소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당나귀가 맷돌을 끄는 것을 도와주며 집으로 돌아가 은화 두 상자를 들고 와 거리에 던지기 시작했다.그야말로 거리를 뜨겁게 달구웠다.하인들이 그를 뜯어말렸지만, 허대복은 돈을 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저기 은화를 뿌려대는 탓에 백성들이 몰려들었다.결국 관청에 끌려가서야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비록 행동은 멈췄지만 그는 집에 돌아가서 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 갑자기 길거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하인들이 그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허대복은 꿈쩍하지 않았고, 결국 길거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