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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부진환은 심각하게 화가 난 상태로 발길질했고 그의 발밑에 깔려있던 것은 그의 발길질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갔다.

나뭇조각과 빨간 술(穗子: 가마·기·띠·끈이나 여자의 옷 따위에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줄이 함께 날아갔고 주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부스러기들이 낙청연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얼굴에서 피가 났다.

그녀의 나비 날개와도 같은 속눈썹 아래에는 노여움이 가득 담긴 눈동자가 있었다. 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더니 씩씩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왕야, 저와 오황자가 사통한다고 의심하는 것이면 차라리 수세를 써주세요.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부진환은 더없이 싸늘한 얼굴로 몸을 약간 숙이며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곧이어 음산한 목소리가 낙청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이었느냐? 꿈 깨거라.”

말을 마친 부진환은 단호히 몸을 돌려 떠났고 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 깊숙이 차오른 분노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처참히 부서진 영롱구를 보는 낙청연은 마음이 칼로 에는 듯 아팠다.

부진환에게 밟힌 것은 영롱구가 아니라 그녀의 자존심이었다.

낙청연이 허리를 숙여 술을 주우려고 할 때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먼저 술을 주워 그녀에게 건넸다.

고개를 들어보니 오황자의 미안함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

“저 때문에 곤욕을 치르셨군요.”

부운주는 가슴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낙청연은 술을 건네받으면서 그를 위로했다.

“그대 탓이 아닙니다.”

“왕야는 원래도 감정 기복이 심하신 분이라 언제 역정을 내실지 모릅니다. 이미 익숙한 일인걸요.”

낙청연은 눈동자에 담겨있던 노여움을 거두면서 평온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오황자는 여전히 자책하고 있었다.

“이건 어디서 산 것입니까? 제가 배상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것이라 배상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값어치가 없거든요.”

낙청연은 돌돌 말린 작은 사람이 그려진 그림을 주워들었다.

종이는 밟혀 꾸깃꾸깃해졌고 뒤에 적힌 부문도 더러워져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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