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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분위기가 삽시에 어색해졌다. 낙청연은 부운주가 아직도 기억하지 못한 건지 자신을 청연이라고 부르고 또 하필 부운주가 그걸 들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역시나, 부진환은 몸을 돌리면서 한없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제 보니 다섯째 너는 낙청연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했나 보구나.”

“본왕이 기억하게 해주랴?”

그 말에 부운주는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더니 고개를 숙이며 해명했다.

“최근 초상화를 한 폭 그렸는데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 형수님께 물으러 온 것입니다. 마음이 급한 바람에 호칭을 잘못 불렀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형님.”

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부운주의 손에 들린 초상화를 발견했고, 고개를 숙인 부진환도 그것을 발견했다.

그는 초상화를 가로채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게 있다면 본왕에게 물어보거라.”

부진환은 그 말과 함께 화폭을 펼쳤고 그림을 보는 순간 부진환의 동공이 떨렸다.

초상화 안에 있는 여인은 살집이 있는 편이었고 붉은색 혼례복을 입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서 보이는 얼굴 반쪽이 낙청연과 제법 닮아있었다.

그 순간 부진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부진환의 안색을 확인한 낙청연은 화폭에 뭐가 그려져 있길래 부진환이 이토록 큰 반응을 보이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화폭을 보려는데 부진환이 돌연 화폭을 거두면서 눈에 살기를 띠었고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본왕이 보기에는 아주 놀라울 정도로 잘 그린 것 같구나.”

“본왕이 이것이 누구인지를 몰라볼까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냐?”

찌직—

부진환의 차가운 손가락이 가차 없이 화폭을 찢었고 부운주는 창백해진 얼굴로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형님!”

부운주는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

“형님, 찢지 말아 주십시오!”

부진환은 가차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찢었다.

낙청연은 그것이 마음 아파 부진환을 말리려 했다.

“그림일 뿐인데 이렇게 화를 내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그림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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