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깜짝 놀랐다. “폐하.”“왜 다 여기로 오신 겁니까?”랑목 왕자까지 왔다.침서는 고개를 돌려 황제에게 공손하게 예를 행하더니, 간곡하게 부탁했다. “폐하, 이곳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이 말을 들은 황후는 진노하여 말했다. “뭐라고 하였느냐? 침서, 넌 정말 법이 없구나. 본궁의 침전도 수색하겠다고?”“황후 마마께서 낙요를 잡지 않았다면, 저희가 좀 수색하면 또 어떠합니까?” 침서의 어투는 날카로웠다.이 말을 들은 황후의 안색은 확 변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황제를 쳐다보았다.황제의 허락을 받은 침서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내전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들은 샅샅이 수색했다.황후는 안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낙요가 실종되었다면, 아마도 낙정이 낙요를 처리했을 것이다.그런데 그들이 왜 그녀의 침전으로 찾아왔을까?황후는 황제를 쳐다보았다. “폐하, 침서더러 저의 침전을 수색하게 허락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설마 제가 낙요를 해쳤다고 의심하는 겁니까?”“정말 웃기지도 않는군요. 낙요의 실력으로 누가 그녀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낙요가 만약 본궁의 침전에 없으면, 폐하께서는 침서를 어떻게 할 겁니까?”황제는 미간을 찌푸리고 여전히 노하여 냉랭하게 말했다. “이번에 고묘묘가 낙요를 가장하여 침서에게 시집갔으니, 사람들이 어찌 황후를 의심하지 않겠소?”“만약 낙요가 황후의 침전에 없다면 그럼, 황후의 결백을 증명한 것이오.”이 말을 들은 황후는 놀라서 굳어버렸다.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고묘묘를 쳐다보았다. “너… “고묘묘는 고개를 숙이고 황후의 눈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황후가 막 고묘묘를 혼내려고 하는데 안에서 갑자기 놀라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찾았습니다!”순간 뭇사람의 주의를 끌었다.황제는 놀라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도착했을 때, 침서가 마침 암실의 자물쇠를 부숴버렸다.그는 암실로 뛰어 들어갔다.“아요!”침서는 몹시 조급했다.밖에 있던
고묘묘의 말에, 침서와 황제는 모두 깜짝 놀랐다.이 말은 스스로 자백한 셈이다.낙요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를 잡은 사람은 낙정입니다.”“알고 보니 낙정은 정말 살아있었습니다. 허나 저는 이때까지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고 그녀에 대해 전혀 방비가 없었습니다.”“제가 그녀의 손에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낙정은 저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그 약을 먹고 저는 며칠을 혼절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또한 언제 황후의 침전으로 왔는지도 모릅니다.”“황후 마마도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시면 아마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낙요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어투는 약간 비아냥거렸다.침서는 주먹을 불끈 주었다.낙정이였다니!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의 목숨을 남겨두는 게 아니었다!이제 이 일은 명백해졌다. 바로 낙정과 고묘묘 그리고 황후가 손을 잡고 낙요를 음해했다.그리고 고묘묘가 낙요의 모습을 가장하여 대제사장 저택에 들어가고 혼례식 날 장군부에 시집간 것이다.침서와 고묘묘의 혼사를 망치지 않도록 진정한 낙요를 황후는 자기 침전에 가둬 둔 것이다.침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주먹을 불끈 쥐고, 파란 핏대가 솟아올랐다.황제도 자초지종을 듣고, 고개를 돌려 분노하여 황후를 쳐다보았다.“당신 모녀가 얼마나 대단한 짓을 하였는지 보시오!”황제는 황후에게 이토록 큰소리로 호통친 적이 없었다.황후는 겁에 질렸고, 고묘묘도 겁에 질렸다.“부황, 그런 게 아닙니다. 낙정이 모후와 저에게 덮어씌우려는 겁니다. 낙정이 잘못한 겁니다!”황제는 분노하여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닥쳐라! 만약 네가 굳이 침서에게 시집가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화근을 만들었겠느냐?”“설령 낙정 짓이라고 해도 낙정이 제멋대로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건, 황후와 전혀 관련이 없단 말이냐?”황후도 큰 충격을 입고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황제는 대노하여 명령을 내렸다. “황후가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지금처럼 이빨과 발톱을 전혀 뽑지 않은 늑대는 안 된다.언제든지 고묘묘를 찢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고묘묘가 말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이건 저의 선택이니, 설령 고난이 닥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침서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저는 다 괜찮습니다!”“이건 제가 어렵게 얻은 것이니,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고집스러운 고묘묘를 보더니, 황후는 갑자기 피를 왈칵 토했다.그녀는 힘없이 담벼락에 기대었다.“모후!” 고묘묘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하지만 황후는 사정없이 그녀를 밀쳐버렸다.“내가 널 법과 천리를 거스르는 아이로 키웠구나! 이젠 내 명령도 감히 거역하다니! 또한 나 몰래 낙요를 없애고 대신 침서에게 시집까지 갈 생각을 다 하다니!”“나는 너 같은 딸은 없다. 앞으로 모후라고 부르지 말거라!”“당장 내 앞에서 사라지거라!”황후는 몹시 화가 났다.고묘묘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모후, 제가 철이 없어서 모후를 해쳤습니다.”“하지만 저는 이 공주의 신분을 버리고서라도 침서에게 시집갈 겁니다.”“저는 괜찮을 겁니다. 모후께서 걱정하지 마시고, 안심하고 몸조리하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고묘묘는 일어나 가버렸다.떠나는 고묘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후는 눈시울을 붉혔으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황궁에서 나온 후.마차에 앉은 낙요의 안색은 초췌했다. 침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걱정하며 물었다.“아요, 다친 곳은 없느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습니다.”“그럼, 당행이구나.”침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너를 해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낙요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보더니, 침서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잠시 후, 마차는 대제사장 저택을 지났지만 계속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낙요는 즉시 멈추라고 했다.“저는 그만 내리겠습
낙요는 평온하게 침서를 바라보았다.“약속을 어기다니요?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혼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장군부에 가서 첩 노릇을 하라는 말은 아니지요?”침서는 급히 입을 열었다.“고묘묘에게 휴서를 보내면 그만이다. 대신 혼인한 것은 고묘묘의 잘못이 아니냐!”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어투로 답했다.“휴서를 보낼 수 없지 않습니까!”“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피곤해서 쉬어야겠습니다. 어서 돌아가세요.”침서는 고집을 부리며 낙요의 손목을 잡고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아요, 나와 혼인을 하고 싶다면 무슨 수를 쓰든 할 수 있다!”“난 고묘묘가 싫다. 그러니 우리 사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침서는 낙요의 손목을 꽉 잡았다. 낙요는 아픈 나머지 미간을 찌푸리며 뿌리치려고 했지만, 침서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바로 그때, 뒤쪽의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려와 침서를 밀었다.“뭐 하는 겁니까, 누이에게서 손 떼십시오!”랑목은 즉시 낙요의 앞을 막아섰다.침서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화난 듯했다.그러나 낙요의 얼굴을 봐서 꾹 참고 말았다.“아요, 그렇다면 푹 쉬면서 잘 생각해 보아라. 나도 해결 방법을 찾아볼 테니.”말을 마친 침서는 등을 돌려 마차에 올라타 장군부로 떠났다.낙요와 랑목도 대제사장부에 돌아갔다.대제사장부의 하인들은 낙요를 보더니 매우 기뻐했다.“대제사장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목욕물을 받으러 가겠습니다!”월규가 기뻐하며 말했다.원 주방장도 웃으며 말했다.“반찬 몇 가지 할 테니 함께 축하합시다!”모두 각자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랑목은 낙요를 부축하고 정원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누이, 정말 돌아가신 줄 알았소…”“부진환의 말로는 잠시 기억을 잃었다고 하던데, 정말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막 원래 몸으로 돌아와 많은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얼마 전 도주에서 그제야 기억을 회복했구나.”“랑목,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누이
침서는 잔뜩 화가 난 듯 난희를 밀쳤다.난희는 고통을 참고 일어나 침서 앞에 무릎을 꿇었다.“다 제 잘못입니다. 장군, 저를 벌하십시오!”침서는 분노하며 검을 뽑아 난희를 향해 겨눴다.그러나 검이 난희를 찌르려던 그때, 침서는 검을 거두고 호통쳤다.“꺼져라!”난희는 즉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한참이 지나서도 난희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침서는 곧바로 분노하며 하인들에게 명을 내렸다.“부진환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냐?!”“오시 전까지 소식이 없으면 몽땅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침서의 분노로 가득 찬 장군부는 매우 고요했으며,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보고하러 온 시위도 두려움에 떨며 입을 열었다.“장… 장군. 부진환의 종적을 발견했습니다.”“궁문으로 가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의 서늘한 눈빛에는 살기가 스쳤다. 곧바로 침서는 장검을 꽉 쥐고 방문을 나섰다.“그렇다면 왜 잡아 오지 않은 것이냐?!”침서의 눈빛은 매우 음흉했다.시위는 긴장하며 답했다.“대, 대황자와 동행하고 있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는 깜짝 놀랐다.“진익…”침서는 살기등등하게 검을 들고 출발했다.그렇게 병사들은 침서의 뒤를 따랐다.거리에 말의 발굽 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자, 행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 옆으로 피했다.침서는 병사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궁문 앞까지 쫓아가 진익 일행을 둘러쌌다.부진환도 진익의 대오에 있었다.침서는 부진환을 보자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발을 들이는 것이오?”낙요가 혼약을 거부하는 것은 고묘묘 때문일 뿐만 아니라, 부진환의 원인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낙요를 포기하게 하려면 반드시 부진환을 죽여야 한다!진익은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침서 장군,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와 궁문 앞에서 나를 포위하다니. 반역이라도 하려는 것이오?”침서는 검을 부진환에게 겨누며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당신은 됐고, 저자를 내놓으시오!”진익은 입꼬리를 올리고
침서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어서방의 방문이 닫혔다.어서방에서, 황제는 고묘묘의 일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고 진익과 부진환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네가 부진환을 도성에 남기고 싶은데, 왜 짐을 찾아온 것이냐?”“짐은 그 이유를 듣고 싶구나. 만약 나를 설득할 수 없다면 짐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진익도 부황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다급히 말했다.“부황, 부진환은 여철(黎澈) 공주의 아들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깜짝 놀랐다.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부진환으로 쳐다보았다.“뭣이라? 당신이 여철의 아들이라고?”“그럴 리가!”“천궐국은 여국의 사술을 증오하여 여철을 화형에 처했는데, 어찌 그녀의 아들을 살려뒀단 말이오?”“그리고 그 아들을 섭정왕 자리에 앉힐 리는 더더욱 없소!”황제의 어투는 확고했고, 심지어 강렬한 증오와 분노까지 섞여 있었다.부진환의 명성은 자자했다.그는 천궐국의 섭정왕일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는 전신이기도 했다.여국은 그 이름에 대해 전혀 낯설지 않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여국의 혈통이란 말인가?천궐국이 어찌 여국의 혈통을 가진 자를 그들의 조정에서 그토록 높은 권세와 지위에 있는 걸 허락하겠는가?부진환이 대답했다. “저는 여철의 아들이 확실합니다. 그해 모비는 모함당하고 이궁의 난의 주범으로 몰려 화형에 처했습니다.”“저는 그때 바보인 척 연기하여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궁의 난과 저, 그리고 모비를 더 이상 언급하는 사람이 없고 이 일이 잠잠해진 후, 저는 비로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황제는 성격이 연약하고 중임을 견디지 못했으며, 엄가의 손에 휘둘렸습니다.그래서 태상황께서 저를 섭정왕으로 봉하고 세력을 키운 것입니다. 목적은 바로 엄가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약간 놀랐다.“알고 보니 말이었구먼. 그럼, 전혀 이상하지 않소.”하지만 황제는 이내 또 물었다.
이때 진익이 입을 열었다.“부황, 부진환이 부황의 조카라면 부진환을 세자로 봉하여 사람들이 부진환의 신분을 알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면 침서에게 조금이라도 압력이 가해지지 않을까요?”“그렇게 하면 침서는 아마 부진환을 죽이려 하지 못할 겁니다.”그 말에 황제는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겨우 세자라는 명분일 뿐이다.“그래. 네 뜻대로 하거라.”곧이어 그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부진환은 동의했다.“좋습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건은 제가 보관하겠습니다.”“언젠가 여국에 큰 위험이 생긴다면 전 이것을 꺼낼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그래도 된다. 하지만 우선 짐에게 보여줘야 한다. 설마 네가 정말 그 물건이 갖고 있는 것이냐?”황제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했다.이때 부진환이 품 안에서 목함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일월쇄로 잠겨진 목함이었다.그가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자 황제는 눈을 빛내며 손을 뻗어 그것을 만지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이 그를 제지했다.“폐하!”“이 목함 겉면에는 독이 있습니다. 전대 대제사장이신 낙영이 만들어 낸 독이라 오직 해독약을 먹은 사람만이 이것을 만질 수 있습니다.”“이 독은 해독약이 한 알뿐인데 이미 제가 먹었습니다.”“폐하께서 그걸 만지시려면 우선 해독약이 있어야 합니다.”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손을 댈 수 있을 리가 없었다.황제는 눈살을 찌푸리고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이 물건은 너만 만질 수 있나 보구나.”“그것을 열어서 내게 보여주거라.”곧이어 부진환은 잠금을 열어 황제에게 안을 보여줬다.그 안에는 아주 작은, 특이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구리거울이 들어있었다.그러나 황제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여국에 진국지보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만 오직 황제만이 여국의 진국지보가 거울이라는 걸 알았다.이 거울로 사람의 전생과 현생,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부진환은 절대 여국의 진국지보가 뭔지 모를 것이다.
곧이어 황제가 바로 조서를 내렸다. 그는 부진환을 세자부(世子府)로 책봉했고 그에게 비단과 각종 보물, 약재들을 선물했다.그것들을 들고 나갈 때, 침서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침서가 그들을 막았다.“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지?”황제가 왜 부진환을 본단 말인가?진익이 웃으며 말했다.“침서 장군, 말씀을 주의하시오. 이분은 오늘부터 세자요. 그러니 장군은 앞으로 정중하게 대해야 할 것이오.”진익은 뒷짐을 진 채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부진환에게 그런 신분이 있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면 그를 하루라도 빨리 신분 상승시켜 그와 함께 침서를 상대했을 텐데 말이다.침서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달라졌다.“뭐라? 세자?”침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조서를 쳐들었다.“침서 장군, 한 번 보겠소?”침서는 화를 냈다.“그럴 리가 없소!”말을 마친 뒤 그는 어서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폐하, 부진환은 천궐국의 섭정왕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여국의 세자가 된단 말입니까?”“그에게 무슨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그러나 황제는 들이닥친 그 때문에 불쾌한 표정으로 버럭 화를 냈다.“침서! 점점 더 예의가 없어지는군!”부진환과 진익은 안의 소리를 들었다. 진익은 의기양양하게 웃었고 두 사람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돌아가는 길에 진익은 부진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세자, 예전에는 내가 당신이 신분을 몰라서 많은 무례를 저질렀소.”“이번에는 내가 한 번 도운 것이니 날 너무 질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세자.”“앞으로 우리 둘이 서로 협력한다면 틀림없이 침서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오!”“그때 가서 우리가 반씩 병권을 나누면 아주 좋지 않겠소?”부진환은 덤덤히 웃을 뿐 그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황자는 야망이 크구려. 하지만 침서는 오랫동안 병권을 틀어쥐고 있었기에 그것을 빼앗기란 쉽지 않을 것이오.”“황자는 우선 침서가 반격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