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와 도주영의 통령은 직위가 다르다. 그런데 그들이 같은 편을 먹은 것일까?낙요가 고민하고 있을 때 침서가 입을 열었다.“나요야, 우리 내일 도주로 떠나자꾸나.”“이 일을 빨리 해결해야 하루빨리 혼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비록 혼사가 정해지긴 했지만 혼인하기 전까지 침서는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그 일을 빨리 처리해야 낙요가 안심하고 그와 혼인할 것이다.낙요는 살짝 놀랐다.침서가 이렇게 빨리 도주영을 조사해 낸 것은 빨리 그 일을 처리하고 혼인하기 위해서였다.낙요는 생각한 뒤 물었다.“도주영에 가서 어떻게 조사할 생각입니까?”침서가 대답했다.“당연히 대놓고 조사하고 죽일 놈들은 전부 죽여야지.”낙요는 미간을 구겼다.“안 됩니다. 대놓고 도주영을 조사하면 그들은 절대 당신이 멋대로 조사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게다가 전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혹시나 단서가 틀렸으면 어떡합니까?”침서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말했다.“그러면 다 네 말대로 하마. 네가 조사하고 싶은 대로 조사하거라.”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좋습니다. 하지만 며칠 기다려야 합니다.”“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빈손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비록 침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도주로 가고 싶었으나 겨우 성질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에 따르마.”“전 잠시 외출해야 하니 남으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침서는 아쉬운 얼굴로 허탈하게 대답했다.“그래.”“그러면 난 먼저 돌아가마.”곧이어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침서가 떠난 뒤 낙요는 계진을 만나러 갔다.“네 상처가 어떤지 보러 왔다.”계진은 다급히 일어났다.“대제사장님, 전 거의 다 나았습니다.”하지만 낙요는 그의 안색이 창백한 걸 보았다. 팔뚝 위 물린 상처도 심각했다.“누워서 푹 쉬거라.”사실 낙요는 그를 데리고 도주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상처를 보니 보름 안에 낫기는 그른 것 같아 포기하려 했다.낙요는 돌아가서 처방을 적어 월규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봉시는 비밀스럽게 웃어 보였다.“예전 일은 얘기할 생각이 없소.”“다만 이 지도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오.”“그저 모든 것이 순조롭길 바라오!”봉시가 말하지 않으려 하자 낙요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고맙소!”“우리는 오늘 도성을 떠날 것이오.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지.”“좋소.”봉시는 곧 시완을 데리고 대제사장 저택을 나섰다. 그들은 도성을 떠났다.낙요는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햇빛이 그들의 위로 드리워져 머리 위로 금빛이 은은히 보였다.운이 좋을 거라는 징조였다.그들의 여정은 평탄하고 순조로울 것이다.그리고 그들은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다정한 한 쌍이 될 것이다.봉시가 떠난 뒤 여단청이 헐레벌떡 부진환의 방으로 뛰어갔다.“들었소! 내가 들었소!”“대제사장님의 친우라는 두 사람이 대제사장님께 뭔가를 주러 왔는데, 그것이 도주의 지도라고 들었소.”“대제사장님은 분명 도주로 향할 것이오!”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오?”여단청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당신이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서 엿들은 건데 말이오.”“그리고 겨우 두 마디 들은 것뿐이고 대제사장님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뭘 두려워하는 것이오?”“도주요. 대제사장님은 도주로 가려는 것이오!”여단청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그는 부진환의 팔을 툭툭 쳤다.“내가 또 다른 소식을 알려주겠소.”“내가 듣기로 장군 저택 쪽에 이틀간 열 명이 넘는 대오가 도성을 떠났다고 들었소.”“그들도 아마 도주로 향했을 것이오.”“저번에 침서가 온 적이 있는데 아마 대제사장님께 뭐라고 했을 것이오. 그래서 대제사장님이 멀리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것이오.”“이번에 침서는 분명 대제사장님과 동행할 것이오! 대제사장님을 빼앗고 싶다면 반드시 따라가야 하오.”“그들이 떠났다가 돌아오면 당신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이오.”부진환은 그 얘기를 듣고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그는
주락은 흥분해서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침서가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구십칠이 그의 손에 죽었는데 어떻게 그와 혼인할 수 있단 말이오?”“만약 대제사장이 침서와 혼인한다면 잘 살 수 있겠소?”“침서는 대제사장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이오!”“왜 그녀를 설득하지 않는 것이오?”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득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주락은 표정이 심각해져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았다. 아마 부진환은 그 누구보다도 초조할 것이다.“중요한 건 대제사장이 아직 낙청연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이오.”“그래서 당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지.”“그녀가 벙어리와 함께 겪었었던 일을 떠올린다면 그녀는 당신을 더 믿을 것이오.”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살짝 놀라더니 미간을 구기고 사색에 잠겼다.“기억이 조금 회복했었는데...”주락은 눈을 빛냈다.“회복했다고? 어떻게 된 일이오?”“그런데 또 잊은 듯했소.”부진환은 그날 밤 일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때 대제사장은 천궐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듯했소. 그녀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인 듯했소.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다음 날 깨어났을 때는 전부 잊었소.”“그리고 그 뒤로 그녀는 줄곧 찬물로 몸을 씻었소. 뜨거운 물을 몸에 댄 적이 없소.”부진환은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혹시... 뜨거운 물이 그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걸지도 모르겠소.”주락은 경악했다.“정말이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제사장이 찬물을 쓰지 않게 할 수 있소?”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제사장이 스스로 찬물을 쓰기로 선택했다는 건 아마 뭔가를 눈치채서일 것이오. 그녀는 그 과거를 잊기로 결정한 것이오...”그 점을 깨달은 부진환은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숨 쉬기도 힘들만큼 괴로웠다.그는 눈빛이 암담해지더니 쓴웃음을 지었다.“그 과거들은 그녀에게 악몽이겠지.”“잊는 것
“제 스승님이 아직 살아계시는데 왜 제게 얘기하지 않은 것입니까?”“절 계속 속이면서 복수할 계획도 알려주지 않으셨지요. 그 이유가 우리 스승님이 살아계셨기 때문이군요!”강여는 말하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주락이 해명했다.“너에게 얘기하지 않은 이유는 네가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서였다.”“아직 그 사람이 네 스승님이라고 할 수는 없다.”강여는 화를 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었다면서요! 절 기억하지 못하는 거겠죠!”“하지만 저도 도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스승님의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조금 전 도주로 간다고 하셨지요? 저도 가겠습니다!”주락이 설득했다.“충동적으로 굴지 말거라. 우리는 도주에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네 스승님이 기억을 되찾은 뒤 우리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이냐?”구십칠도 죽었는데 강여마저 위험하게 만들 수 없었다.만약 강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쩐단 말인가?강여는 단호히 말했다.“전 반드시 가야 합니다! 제게 가지 말라고 해도 몰래 따라갈 겁니다. 절 막지 못할 겁니다!”“너!”주락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부진환이 생각한 뒤 말했다.“가려거든 가거라. 하지만 멋대로 굴어서는 안 된다. 네 동향과 계획을 항상 우리가 알게 해야 한다.”강여가 혼자 따라가서 단독적으로 행동하게 놔두기보다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나았다.“좋습니다!”강여가 흔쾌히 대답했다.-이제 이틀 뒤 출발하게 된다. 낙요는 봉시가 준 지도를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그런데 그날 오후, 장군 저택에서 사람을 보내 낙요를 초대했다.침서의 저택에 도착한 낙요는 저택의 사람들이 붉은 비단을 높이 걸어놓은 걸 봤다. 붉은 비단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난희는 무거운 마음으로 하인들이 일하는 걸 지켜보았다. 그녀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눈앞의 모든 건 그녀가 꿈에서도 바랐던 것이다. 침서가 근사하게 그녀와 혼인하는 것 말이다.침서는 곧
침서는 낙요가 흥미를 갖는 것 같아 내친김에 물었다.“낙요야, 한 번 해보겠느냐?”낙요는 고개를 돌린 뒤 웃었다.“좋습니다.”“하지만 시간이 늦었고 조금 배가 고프니 우선 밥부터 먹을까요?”침서는 그 말을 듣자 화색을 띠며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좋다.”곧이어 그는 난희에게 분부했다.“얼른 저녁 준비를 하라고 이르거라.”“네.”난희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몸을 돌려 나갔다.그녀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이내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고 낙요는 침서를 따라 전청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낙요는 일부러 아주 느린 속도로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 침서에게 도주에서의 계획을 물었다.그렇게 어느샌가 밤이 되었다.침서는 아주 기뻤는지 낙요를 데리고 방 안에서 예복과 장신구를 착용하게 했다.낙요는 방 안에서 예복을 갈아입었고 침서는 밖에서 기대에 가득 차서 그녀를 기다렸다.“다 입었습니다.”낙요가 그를 불렀고 침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선명한 빨간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빨간색 덕분에 원래도 아름답던 용모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침서는 심장이 두근댔다.그는 자신의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낙요야, 그 옷을 입으니 아름답구나.”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습니까?”그녀의 미소에 침서는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낙요는 구리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꽤 괜찮군요. 다른 것도 입어보겠습니다.”침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부랴부랴 방에서 나갔다.낙요는 방문이 닫히고 밖에 있던 그가 계단 위에 쭈그려 앉는 걸 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으면서 방 안에서 밀실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곧 그녀는 기관을 찾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보았다. 침서는 여전히 밖에 있었기에 낙요는 기관을 건드리지 않았다.그녀는 다른 예복을 입어봤다.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렸다.침서는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낙요야, 무슨 어려움이 있느냐? 난희를 들여보내 널 도와주라고 할까?”낙요는 거절했다.“괜찮
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침서가 마당을 떠나는 걸 바라보았다.방문을 닫은 뒤 낙요는 이내 방문을 잠갔다.그녀는 방 안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침서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확인하고 나서는 기관 쪽으로 향했다.기관을 누르자 밀실 문도 열렸다.낙요는 곧바로 밀실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이 임장음이 말한 것과 똑같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줄곧 그곳에 갇혀있었던 것이다.낙요는 방을 관찰한 뒤 그림 앞으로 걸어가서 그것을 살짝 들추었고 또 밀실 문을 발견했다.그 위에 기관이 있었다.이런 기관은 낙요에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조금 걸렸다.낙요는 심장이 아주 빨리 뛰었다. 침서에게 들킬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밀실 안의 경치에 놀랄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밀실 문을 열면 어떠한 광경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낙요가 기관을 열었을 때, 마침 난희가 방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대제사장님, 장군께서 제게 다과를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녁에 대제사장님께서 배고파할까 걱정된다면서 말입니다.”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난희는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문이 안에서 잠긴 걸 발견했다.난희는 문에 바짝 붙어 엿들었는데 방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황급히 돌아서서 달려 나갔다.그녀는 침서를 찾아갔다.“장군!”...철컥 소리와 함께 기관이 열렸다.천천히 문을 열자 약 냄새가 확 풍겼다.벽 가득 놓인 불전연을 본 순간, 낙요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말이다.바닥에 놓인 상자들 안에도 불전연이 한가득하였다.불전연은 밀실 전체에 쌓여있었고 일부는 바닥에 그냥 가득 차 있었다.밖에 수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사방으로 찾아다니는 약재가, 침서의 밀실에서 썩고 있었다.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침서가 밀실 입구에 나타났다.낙요가 밀실 안에 서 있는 걸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낙요야.”그는 목소리가
그 말에 침서는 화들짝 놀랐다.“노예곡? 노예곡에 있었을 때 이미 임장음이 도망쳤던 걸까?”구십칠이 임장음을 풀어준 게 아니라?사람을 잘못 죽였군!침서는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나가서 얘기하자꾸나. 여기는 너무 답답하다.”낙요는 침서를 따라 밀실에서 나갔다.침서는 난희에게 방에서 나간 뒤 방문을 잠그라고 했다. 그리고 침서와 낙요는 자리에 앉았다.차 두 잔을 따른 뒤 침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뭘 알고 싶은 것이냐?”“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침서는 낙요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떠볼 생각이었다.낙요는 당연히 침서의 뜻을 이해했다.그녀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전 대체 누굽니까? 이 몸은 대제 누구 겁니까? 낙요입니까, 아니면 낙청연입니까?”“이 몸은 왜 당신에게 있었습니까?”“침서, 제게 이렇게나 많은 걸 숨기고 있었다니, 전 더 이상 속고 싶지 않습니다.”낙요는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약간 간청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침서는 내심 놀라워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네가 누구인지조차 의심하다니, 그동안 날 계속 의심해서 조사했던 것이구나.”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야 했다.그러나 침서는 요행을 바랐다. 낙요가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과거를 완전히 모를 거고, 그러면 그와 평생 함께할 거라고 말이다.“낙요야, 넌 낙요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내가 이 몸을 임장음에게 준 건... 혼백이 있는 몸이어야만 몸이 썩지 않기 때문이다.”“난 예전에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었다. 얼리거나 약재를 쓰거나, 그러나 몸이 상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네가 돌아올 때면 이 몸을 쓸 수 없게 되겠지.”“그래서 난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혼백이 아주 가벼운 사람을 알아냈다. 비록 그녀의 양기로는 혼백을 억누를 수 없지만 몸과 완벽히 융합할 수 있었다. 배척하지도 않고 몸을 상하게 하지도 않지.”“난 그녀의 혼백을 이용해 네 몸을 6년간 지켰다.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네가
낙요는 고민에 잠겨 물었다.“그러면 불전연은요? 전 기억이 거의 없지만 제가 불전연을 찾기 위해 애썼던 건 기억납니다. 제가 불전연을 필요로 할 때 왜 그걸 감춘 겁니까?”침서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써서 그렇게 많은 불전연을 가져온 건지 알 수 없었다.시장, 그리고 심지어 암시장에도 매물이 없었다.침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낙요야, 정말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냐?”“넌 천궐국에 있을 때 아주 심하게 다쳤었다. 내가 널 데려왔을 때 넌 몸이 아주 허약했다.”“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정도였지.”“난 널 일부러 속일 생각은 없었다. 일부러 불전연을 감춰서 널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난 네 혼백이 다시 네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 것뿐이다. 낙청연의 몸이 철저히 사라져야 네 혼백을 꺼낼 수 있었기 때문이지.”“그래서 네가 막 여국에 왔을 때 난 심지어 다른 사람이 널 죽이려고 해도 가만뒀었다. 나도 사실 아주 괴로웠다.”“그런데 네가 그렇게 지지 않으려고 할 줄은 몰랐다. 난 온 천하의 불전연을 다 사들였는데 그중 몇 개 빠뜨린 것들이 전부 네 손에 들어갔다.”“그래서 널 네 몸으로 데려오려던 계획이 줄곧 미루어졌다.”“취혼산에 갔을 때, 네가 사고를 당하게 되자 난 곧바로 널 데리고 돌아왔다.”“내가 네 과거를 숨겼던 이유는 네가 예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워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넌 낙요지, 낙청연이 아니다!”“낙청연은 너에게 그저 하나의 액운일 뿐이다. 넌 여국 대제사장 낙요란 말이다!”그 말을 들은 낙요는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비록 침서는 그녀를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그러면 구십칠은 당신이 죽였습니까?”낙요가 매서운 눈길로 그를 쏘아봤다.침서는 시선을 내려뜨리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미안하다.”“구십칠은 제 명령에 따라 불전연을 찾은 것뿐입니다. 그러다가 당신의 저택에 잠입하게 된 것이지요. 밀실에 불전연이 그렇게 많았으면서 그를 한 번 살려줄 수는 없었습니까?”“구십칠이 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