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쉬워하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낙요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 붉은 옷을 골라 입었다.모처럼 가는 축제이기에 그녀는 한껏 치장을 하였다.이때, 낙요에게 줄 차를 내려온 월규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대제사장님, 오늘 대체 누굴 만나시길래 이렇게 한껏 꾸미셨어요?”낙요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시오!”월규은 살짝 웃으며 낙요의 머리장식을 살펴보았다. “이 옷에는 금비녀가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낙요가 대답하였다. “좋아, 그럼 머리장식은 이걸로 해야겠군!”말이 무섭게 그녀는 곧바로 금비녀를 머리에 꽂았다.부진환은 창문 밖에 앉아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낙요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이라…’‘정말 부럽군…’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밤이 되고, 도성 안은 아름다운 등불로 반짝거렸다.낙요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문을 나섰다.약속한 장소로 가는 도중 그녀는 아름다운 풍경에 완벽히 매료되고 말았다.“아가씨, 등불 하나 사세요. 이 등불은 오늘 밤 아가씨께 좋은 인연을 가져다 줄 거예요!”“하나 주시오.”낙요는 등불을 가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거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북적거렸고, 아름다운 등불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또한, 짝을 이룬 남녀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잠시 회상하였다.하지만, 이내 곧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쓴 웃음을 지었다.‘정신 차려…’멀지 않은 곳에서 부진환은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도련님, 등불 하나 사세요. 이 등불은 오늘 밤 도련님께 좋은 인연을 가져다 줄 거예요!” “하나 주세요.”부진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등불을 구매하였다.마치 그녀와 같이 거니는 듯이…부진환은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와 같은 꽃등을 바라보았다.그 시각, 침서는 낙요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게를 통째로 빌렸다. 가게 안은 형형색색의 꽃등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침서
낙요는 도성을 벗어나면서까지 범인을 쫓았다.도성을 벗어나자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갑자기 사족보행을 하기 시작하였다!그것은 인간의 속도가 아니었다.하지만, 낙요는 계속해서 그 뒤를 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숲이 펼쳐졌다.그녀는 그제서야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살피기 시작하였다.‘이번 범행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사람의 소행인 것인가?’그녀는 서둘러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살펴보았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눈 앞에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산비탈이 펼쳐졌다.어떠한 종적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침반의 바늘은 계속 앞을 향했다.낙요는 어쩔 수없이 바늘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가시덤불을 누비며, 그녀의 몸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가시덤불 숲을 지나자 그녀의 눈 앞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주위는 온통 찰흙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져 있었고, 어둠 속에서는 무수한 눈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했다.낙요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펴보았다.그녀는 풀숲에서 미세한 움직임들을 느낄 수 있었다.바로 그 순간, 앞에서 분노 섞인 고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한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녀는 갑작스러운 습격에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곧이어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수많은 맹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맹수들의 수는 얼핏 보아도 열 댓은 대보였다.그렇게 십여 마리의 늑대는 낙요를 순식간에 포위하고 말았다.원래 오늘 밤 그녀는 침서와의 약속이 예정되어 있었다.그렇기에 그녀는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맨손으로 싸울 수밖에…’몇 초 뒤,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맹수들은 동시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평소 매우 민첩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녀도 인간이다.동시에 십여 마리의 맹수를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법. 그녀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민첩함으
‘몸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니…’‘이런 짐승은 대체 누가 만든거지?’낙요는 서둘러 나침반을 꺼내 상대방의 기억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방금 전에 보았던 장면만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다른 짐승들의 기억들도 살펴보았지만, 별 다를 게 없었다.낙요는 그 짐승들의 혼을 모두 꺼내 담았다.이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이 곳은 어떻게 온 거지? 설마 나를 미행한거요?”“몰래 따라온 거군…’낙요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만 돌아가보는 게 좋겠소. 날 따라오시오.”뒤이어 두 사람은 서둘러 이 곳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도성으로 돌아왔을 때 낙요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부진환은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제사장님, 바로 집으로 가시는 거죠?”낙요가 대답하였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먼저 돌아가시오.”부진환이 말했다. “하지만…대제사장님, 지금 저희 옷에서 짐승의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우선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현재 그녀와 부진환은 방금 전 전투로 인해 옷이 피로 가득 물들고 말았다.피로 가득한 옷을 입고 약속에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법. 우선 그녀는 부진환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그러는 게 좋겠군.”부진환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렇게 그는 낙요의 발걸음에 맞춰 집으로 향했다.그들은 행여나 백성들이 보고 놀랄까봐, 비교적 한적한 거리를 선택하였다.오늘은 도성 내에서 가장 화려한 등불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그래서인지 골목마다 화려한 불꽃 소리가 울려퍼졌다.“아름답군…”두 사람은 거리를 걷다 말고, 하늘에 수놓아진 불꽃을 바라보았다.낙요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정말 아름답소…”밤하늘의 수많은 불꽃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유난히 평온해지는 듯하였다.옆에 있던 부진환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찬란한 불꽃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그는 오늘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
그 시각, 침서는 가게 2층에 앉아 여전히 오지 않는 낙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았다.‘왜 아직도 오지 않는거요?’‘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닌데…’그는 부러운 표정으로 창 밖에 거리를 오고가는 남녀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매정하게도 낙요는 불꽃 축제가 끝나갈 무렵에도 나타나지 않았다.‘아아..그대는 오늘 오지 않겠군…나와의 약속을 잊은거요?’ 낙요는 슬픈 표정으로 끝나가는 불꽃 놀이를 쳐다보았다.하지만, 낙요는 침서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부진환은 묵묵히 낙요의 뒤를 따랐다.집에 돌아오자 마자, 낙요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하지만, 때는 이미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다.낙요가 다시 밖에 나왔을 때엔 이미 많은 노점들이 문을 닫은 후였다.‘이미…가셨겠지? 아니야…그래도 가보자.’낙요는 서둘러 약속한 가게로 향했다.그녀가 발걸음을 향할수록 거리는 더욱 한산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하지만, 침서와 약속한 가게는 여전히 화려한 등불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그녀가 가게에 이르자, 침서는 급격하게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였다.낙요도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침서가 남아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가게에 들어서자, 침서가 활짝 웃으며 낙요를 맞이하였다.“정말 안 오는 줄 알았소.”낙요가 대답하였다. “저도 이미 가신 줄 알았어요…”낙요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무슨 사정이라도 있었던 거요?” 침서가 물었다.그는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주모, 어서 음식을 내어주게!”“죄송해요...사정이 있어서…”그녀는 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침서에게 설명하였다.“도성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설마 그대를 노리고 벌인 짓은 아니겠지?”침서는 곧바로 이 사건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방금 그대는 맹수들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했다고 하였소.”“그대가 약속에 가는 것을 막으려고
낙요는 다시 한번 밤하늘을 바라봤다. 큰 범위의 불꽃이 도성 전체를 휘감을 듯했다.도성 안의 백성들은 인기척을 듣고 하나둘 집에서 나오거나 창문을 열었다.분위기는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낙요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낙요가 기뻐하자 침서 또한 즐거웠다.그는 뒷짐을 지고 하늘을 가득 메울 듯한 불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앞으로도 너와 함께 이렇게 매년을 보내고 싶구나."몇 년이나 지난 지금, 침서는 텅 비었던 마음속이 그제야 꽉 차오르는 것 같았다.할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걸 버리고 낙요와 함께 도원을 찾아 세상과 동떨어진 채로 살고 싶었다.주루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조용한 골목길 안, 부진환은 벽에 기댄 채로 조용히 주루 위 그녀를 바라봤다.낙요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두 사람의 미소는 칼이 되어 그의 가슴을 후벼팠고 부진환은 괴로웠다.낙요가 행복하다면, 잘 지낸다면 그는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다.그러나 침서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불꽃놀이는 밤새 이어졌다.도성 또한 밤새 왁자지껄했다. 심지어 황궁 안의 사람들 역시 밤새 불꽃놀이를 보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을 터뜨렸다.동시에 그들은 밤새 불꽃놀이를 한 사람의 재력에 감탄했다.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도성에는 미인의 미소를 얻기 위해 억만금을 들인 자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다들 그 미인을 부러워했다.그러나 아무도 누가 누구를 위해서 불꽃놀이를 한 건지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설이 돌았다.하지만 정말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때 거리에는 이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른 아침, 낙요는 사람을 시켜 숲속의 시체를 비밀리에 관청으로 옮겼다.그녀는 관청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조사하길 바랐다.낙요는 그가 어디 사람인지, 대체 누가 그를 이 꼴로 만든 건지 알아볼 생각이었다.관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청객이 먼저 찾아왔다.여단청이 보고를 올렸다."대제사장님, 응선해 영감께서 오셨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랐
낙요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왜 그런 일이 있는 걸 몰랐던 걸까?설마 이것 또한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중 일부일까?낙요는 그것을 건네받았다."한 번 보겠소."확인해 보니 위에 적힌 것은 스승님의 필적이 옳은 듯했다."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오?"낙요가 시선을 들며 물었다.진씨 가문 가주는 그 말을 듣자 화색을 드러냈다."도와주겠다는 뜻이오?""대제사장은 우리 아들과 감정이 통했지. 우리 가문이 대제사장의 덕을 보는 거란 걸 알고 있지만 낙영 대제사장이 먼저 약조를 한 것이니 내 아들과 대제사장의 혼인을 바라오.""대제사장과 우리 아들을 이어줄 수 있고 또 낙영 대제사장의 의리를 지키는 셈이지.""대제사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낙요는 그의 첫 마디에 이미 넋이 나갔다.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하셨소?""나와 당신의 아들 말이오? 나와 누가 혼인한다고 했소?"낙요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옆에 앉아있는 멀끔한 공자에게로 향했다.사내는 그녀를 본 순간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낙요는 몸이 굳었다.내가 뭘 잊은 것이지?이건 언제 있었던 일이지?"대제사장, 바로 당신과 우리 아들 진릉 말이오.""내 아들이 당신 얘기를 꺼냈을 때 사실 나는 동의하지 않았소. 아무나 대제사장과 인척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오.""하지만 우리 가문에 최근 어려움이 생겼고 장사도 거의 접어야 할 판이오.""그런데 진릉이 내게 얘기하길, 두 사람이 이미 사적으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조했고 진릉 또한 대제사장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했소.""그래서 오늘 내 아우에게 부탁해 대제사장을 만나러 온 것이오.""혼인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 말이오."진씨 가문 가주는 낙요의 안색이 좋지 않자 황급히 말했다."우리처럼 작은 가문에 시집오기 싫다면 진릉이 데릴사위가 되어도 좋소.""대제사장이 내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우리 진씨
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어젯밤이라고? 진 공자, 내 명성을 더럽히지 마시오!""난 어젯밤 진 공자를 만난 적이 없소. 진 공자와 평생을 약조한 적도 없고."낙요는 서늘한 눈길로 진릉의 아버지를 보았다."그리고 그 약조도 그렇소. 그것은 내 스승님께서 쓴 것이 맞지만 그것은 당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돕겠다는 뜻이지 그것으로 당신의 아들과 날 혼인시키라고 한 약조가 아니오."그 말에 진씨 가문 두 부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진릉의 아버지는 충격 받은 얼굴로 낙요를 가리키며 말했다."대제사장,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소?""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멋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어젯밤 당신은 내 아들과 사랑의 증표를 교환하고 사적으로 혼인까지 약조했소. 그래서 오늘 난 특별히 혼담을 꺼내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소. 혹시나 대제사장을 홀대할까 봐서 말이오.""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악담을 퍼부을 수 있소? 내가 낙영 대제사장의 약조를 이용해 대제사장을 내 아들과 억지로 혼인시키려고 했다니!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로서 기개가 있고 체면이 있소!""대제사장이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란 말이오!"진릉의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쿵 내리쳤다.낙요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젯밤 나와 증표를 교환했다고 했소?""증표는 어디 있소? 한 번 보여주시오."진릉이 증표를 품에서 꺼내려는데 진릉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대제사장이 이런 태도를 보여주니 우리도 대제사장과 쓸데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소.""우리 가문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대제사장을 건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면 안 되지!""우리는 이 일을 폐하께 말씀드릴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진릉을 끌고 나갔다.응선해도 멋쩍은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다들 한 번 와서 보시오. 증인이 되어주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일부러 큰 소리로 거리 위 행인들을 불렀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했다.진릉은 난색을 보이며 아버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낙요가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폐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니 왜 벌써 온 것이오?"진릉의 아버지는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대제사장을 모시고 가겠소? 대제사장이 직접 갈 필요는 없소. 우리는 이미 입궁해서 조서를 얻었소.""대제사장, 이번에는 시치미를 떼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반드시 우리 책임을 져야 하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구겼다."뭐라고?""폐하의 조서라고?""설마 감히 조서마저 위조한 것은 아니겠지?"진릉의 아버지는 안색이 돌변하며 화를 냈다."그게 무슨 망발이오! 우리는 감히 조서를 위조할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소!""대제사장이 직접 보시오!"진릉의 아버지는 자신만만하게 조서를 건넸다.낙요는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열어보더니 바로 얼어붙었다.정말로 폐하의 조서였다. 그것도 그녀와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이럴 수가!황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와 진릉을 혼인시키려 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낙요의 당황한 모습을 본 진릉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그는 구경하던 사람을 향해 말했다."오늘 다들 증인이 되어주시오. 이번에는 폐하께서도 우리 진씨 가문의 편에 서주었소.""폐하께서는 대제사장과 진릉이 석 달 내로 혼인해야 한다는 조서를 내리셨소! 만약 대제사장이 폐하의 뜻을 거역한다면 또 한 번 우리 진씨 가문을 모욕하는 것이오!""우리 진씨 가문은 함께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오!"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마쳤으니, 이제 진씨 가문에는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물론 그들은 낙요 또한 궁지로 내몰았다. 그는 반드시 대제사장이 진씨 가문으로 시집오게 할 생각이었다.낙요는 순간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