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엄있는 누군가가 걸어왔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면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황후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폐하께서 여긴 어쩐 일입니까? 밤새 쉬지 못하셨으니 푹 쉬어야지요.”황후와 고묘묘는 모두 긴장했다. 그들은 황제가 조금 전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들지 못했는지 알지 못했다.겨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황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고묘묘를 힐끗 보고 말했다.“넌 먼저 가보거라.”“짐은 네 모후와 나눌 얘기가 있다.”고묘묘는 머뭇거리며 황후를 보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문이 닫힌 뒤 앞으로 나선 황후는 황제를 부축하며 말했다.“폐하, 신첩에게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까?”황제는 그윽한 눈빛으로 고묘묘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한숨을 쉬었다.“황후, 왜 굳이 대제사장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이오?”“낙청연은 실력이 있는 자인데 왜 굳이 낙청연을 겨냥하는 것이오?”그 말을 들은 황후는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바로 해명했다.“폐하, 신첩은 그저 더욱 많은 사람이 그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실력 있는 자가 대제사장이 되는 것인데, 신첩이 틀렸다는 말입니까?”황제는 황후가 인정하지 않으려 하자 탄식하며 말했다.“탁장동은 짐이 사람을 시켜 죽인 것이오.”그 한마디에 황후는 온몸이 굳으며 삽시에 차가운 웅덩이에 빠진 것 같았다.온몸이 강렬한 한기에 노출되어 등골이 서늘했다.황후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황제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간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긴장할 필요 없소. 짐이 탁장동을 죽인 건 당신과 묘묘를 지키기 위해서요.”“황후, 짐은 당신들이 한 일을 다 알고 있소.”“낙청연에 대한 당신의 증오는 이미 한도를 넘었소. 낙청연이 예전에 묘묘를 다치게 한 적이 있어서 그러오?”황제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황후를 바라봤다.황후는 내심 놀랐다. 그녀는 황제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황후는 내친김에 대답했
“네? 부황의 말은 무슨 뜻입니까?”황후는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어젯밤 궁에서 벌어진 소동이 네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탁장동을 곧바로 처단하지 않았겠지.”그 말을 듣자 고묘묘의 안색이 달라졌다.“낙청연이 일러바쳤답니까?”낙청연이 아니면 누군란 말인가?고묘묘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모후, 이번에는 반드시 낙청연을 죽여야 합니다!”“부황께서 낙청연의 편을 든 것을 보면 분명 낙청연이 대제사장이 되길 바래서일 것입니다. 이번에 또 실패한다면 저희는 끝장입니다!”황후 또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그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그렇지 않으면 낙청연이 대제사장이 되는 걸 그저 지켜만 봐야 했다.“가서 네 오라버니를 불러오너라.”고묘묘는 깜짝 놀랐다.“진익 말입니까? 그를 왜 부른단 말입니까?”“넌 일단 가서 부르거라.”잠시 뒤 진익이 황후의 침궁으로 왔다.방문이 닫히고 고묘묘는 방을 나섰다.진익은 어쩐지 조금 긴장됐다.“무슨 일입니까?”황후는 느긋하게 물었다.“본궁이 기억하길 너에게 침서를 상대할 독이 있는 물건이 있는 것으로 안다.”“우선 가져오거라. 내가 좀 써야겠다.”진익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모후께서는 뭘 하시려는 겁니까?”하지만 황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뭘 하려는 건지 너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느냐?”“이번 계획이 실패하면 넌 황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넌 그저 이 점만 알면 된다.”“앞으로 황제의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다.”황후가 차갑게 위협했다.그 말은 진익의 명맥을 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만약 이때 황자의 자리를 잃는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를 짓밟을 수 있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그는 마지막 남은 존엄마저 잃을 것이다.진익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진익이 승낙하기도 전에 황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난 네가 뭘 고려하는지 알고 있다.”“부황의 사랑을
진익은 깜짝 놀랐다.그는 모후가 악랄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낙청연을 죽이려는 의지가 이렇게 결연한 걸 보면 낙청연이 위험했다.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하지만 이미 승낙한 일을 하는 척만 한다면 분명 모후에게 들킬 것이다.진익은 고민하면서 자신의 침궁으로 돌아왔고 사람을 시켜 부진환을 불렀다.이번에 두 사람은 밀실로 향했다.부진환은 진익의 모습을 보고 큰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진익은 천천히 앉으며 말했다.“오늘 모후께서 날 불러 낙청연을 죽이라고 했소.”“계획이 잘 짜여 있었소.”그 말에 부진환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어 안색이 달라진 건 보이지 않았지만 진익은 꽉 쥔 두 주먹을 힐끗 바라봤다.그는 위로하며 말했다.“난 낙청연을 구하고 싶어서 이 일을 당신에게 알린 것이오.”“내게도 계획이 하나 있소. 당신이 낙청연을 구하는 것이오.”부진환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뭐라고?”“귀를 가까이 가져와 보시오.”부진환은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진익은 조용히 그의 귓가에 계획을 속삭였다.그의 얘기를 들은 부진환의 미간은 더욱더 좁혀졌다.진익은 확고하게 말했다.“당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소.”“이것이 당신의 유일한 길이오.”“만약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과 낙청연 모두 죽을 것이오.”부진환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날, 소식이 정식으로 발표됐다.도성 내 거리마다 누구든 대제사장이 될 기회가 있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모든 이들이 참여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시간은 보름 뒤로 정해졌다.이 소식은 사흘 만에 암시장까지 전해졌다.각 지역의 수많은 풍수사들은 그 얘기를 듣고 곧바로 출발했다.천재일우의 기회이니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설령 대제사장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실력이 출중하여 그들의 마음에 든다면 제사 일족에 들어갈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예전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제사 일족도 외부인을 모집하
“하지만 넌 랑목 왕자이니 다들 네 신분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널 참가시키겠느냐?”“네가 신분을 바꿔 참가해서 발각된다면 사람들은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 할 것이다.”랑목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팍 구겼다. 그는 살짝 화가 난 듯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그러면 어떡하오? 난 아무 데도 쓸모가 없다는 말이오?”우유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랑목 왕자의 방법이 통할지도 모른다.”“시합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분명 아주 많을 것이다. 그만큼 경기도 많겠지. 황제와 황후가 모든 시합을 다 관람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들이 보지 않을 때 랑목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게다가 우리는 목적성 있게 랑목이 비교적 강한 사람들을 상대하게 하여 그들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그 말을 들은 랑목은 흥분하며 탁자를 내리쳤다.“좋은 방법이군.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누이!”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그녀의 승낙이 떨어지자 랑목은 매우 기뻐했다.그가 말했다.“내가 나갈 수 있다면 주락도 가능하겠지. 다들 함께한다면 우리를 막을 자들은 없을 것이오!”“이번에 난 반드시 누이를 위해 대제사장의 자리를 가져올 것이오!”랑목은 매우 흥분했다.그 뒤로 한동안 다들 무척 바쁘게 지냈다.그들은 이번에 대제사장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 각 주루와 찻집에서 수소문하며 몰래 상대를 조사하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했다.낙청연은 매일 그 책자들을 반복적으로 보며 그 내용을 마음에 새겼다.낙청연은 많은 이들의 신분이 명확하지 않고, 실력도 파악하기 어려운 신비한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낙청연은 그들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구십칠에게 명부를 넘겼다.“이자들을 조사해보거라.”“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천궁도일 것이다.”구십칠은 화들짝 놀라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그렇게 시간은 하루하루 흘렀고 더욱더 많은 천궁도 사람이 도성
장궤는 그 광경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낙 낭자, 내려오지 말았어야 했소.”“낭자의 일행은 아침 일찍 나가서 지금 아무도 없소.”“낭자는 여인이니...”괴롭힘을 당할지도 몰랐다!곧바로 한 사내가 팔을 뻗어 장궤를 밀쳤다.“당신이랑 뭔 상관이오? 비키시오!”장궤는 탁자에 부딪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낙청연은 그들을 차갑게 쏘아봤다.“뭘 원하는 것이오?”낙청연을 에워싼 사내들은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사악하게 웃었다.“당연히 이 객잔에서 낭자와 함께 지내려고 그러지.”“이 도성의 객잔이 전부 찼는데 기회를 주겠소?”말은 그렇게 했지만 낙청연은 그들이 단지 객잔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안 되오.”“이 객잔은 내가 대절했소. 당신들은 다른 곳을 알아보든지 성 밖에서 지내든지 하시오.”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거절했다.사내들은 안색이 삽시에 달라지더니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한 사내가 손을 들어 낙청연의 어깨를 잡고 바짝 다가가며 위협했다.“낭자, 고생을 찾아서 할 필요는 없소.”낙청연은 단숨에 산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고 그 사내는 바닥에 쓰러졌다.다른 이들은 대경실색하더니 이내 버럭 화를 냈다.“뻔뻔한 여인이군!”그들이 손을 쓰려고 했는데 낙청연이 발을 들어 그중 한 명을 걷어차며 화를 냈다.“지금 당장 꺼지지 않는다면 봐주지 않겠소!”낙청연이 그들을 공격하려고 할 때, 흰옷을 입은 사내 한 명이 툭 튀어나와 사내들을 객잔 밖으로 걷어차 버렸다.그 사내들이 바닥에서 일어나 공격하려고 하자 흰옷을 입은 사내의 곁에 있던 호위들이 그들을 길거리에 눌러놓고 심하게 때렸다.결국 그 사내들은 감히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하고 부리나케 도망쳤다.이때 낙청연은 흰옷을 입은 사내를 훑어봤다. 용모가 준수하고 실력도 꽤 강한 듯했다.특히 그의 곁에 있는 호위들도 약하지 않았고 보통 사람은 아닌 듯했다.“도와줘서 고맙소.”낙청연은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고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별
부소가 약병 두 개를 들고 문밖에 서 있었다.“실례했소. 이것은 낭자에게 주는 답례요.”“오늘 낭자의 움직임을 보니 기운이 조금 부족하고 걸음도 살짝 느렸소. 내상이 있는 듯한데 이 약은 내상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오.”“믿지 못하겠다면 쓰지 않아도 상관없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약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본 순간,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증원단(增元丹)!이것은 보기 드문 진귀한 약이었는데 그것을 아무렇게나 남에게 선물하다니, 게다가 두 병이었다.낙청연은 그것을 돌려줬다.“한 게 없으니 받지 않겠소.”“당신들은 객잔에서 머물며 장궤에게 돈을 주니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오. 그러니 내게 이렇게 귀한 선물을 줄 필요는 없소.”부소는 살짝 놀라더니 이내 약병을 거두어들이며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내가 당돌했소.”“이 약은 내가 자주 쓰는 것이오. 낭자는 용모도 아름답고 마음씨도 고운데 밖에 있다 보니 내어줄 것이 없어 이것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러 한 것이오.”“그런데 선물이 너무 귀하여 낭자를 놀라게 할 줄은 몰랐소.”“그렇다면 낭자에게 저녁을 대접하겠소.”낙청연은 거절했다.“괜찮소, 부 공자.”“오늘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아도 괜찮소.”부소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알겠소.”“낙 낭자는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모양이오.”낙청연이 방문을 나서 문을 닫으려는데 부소가 궁금한 듯 물었다.“낭자, 혹시 외출하려는 것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소는 접부채로 밖을 가리켰다.“오늘 시비를 걸었던 놈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소.”“복수할 기회를 찾는 것 같소.”“낭자 혼자 외출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나와 함께 가는 건 어떻겠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괜찮소.”“알려줘서 고맙소, 부 공자.”떠나려던 낙청연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봤다.“부 공자는 걸을 때 발자국이 하나는 깊고 하나는 얕더군. 그리고 공격할 때도 기운이 흐트러지는 걸 보니 내상 때문에 아파서 그런 것 같던데, 증원단은 공자의 내상
곧이어 그 사내들은 낙청연을 공격하려 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장군 저택의 문이 벌컥 열리며 호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사내들은 깜짝 놀라더니 겁을 먹고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호위들이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이내 침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안색이 한없이 흐렸고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 기세에 사내들은 겁을 먹었다.“감히 나 침서의 저택 앞에서 내 사람을 잡으려 하다니, 너희는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침서의 음산한 어조에 사내들은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뭐라고? 침서라고?”“침서가 누구지?”고개를 든 그들은 장군 저택이라는 걸 발견하고는 다리가 풀렸다.이 거리가 이토록 조용하고 문밖에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이 바로 미친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는 침서의 구역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장군,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이곳이 장군 저택인 줄 몰랐습니다. 장군, 살려주십시오.”침서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끌고 가서 죽이거라!”낙청연이 그를 막았다.“잠깐만요.”그녀는 바닥에 꿇어앉은 사내들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누군가 돈을 줘서 시합하러 온 것이라고 했지?”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저희에게 인당 20냥을 주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렇게 적다고?”“그런데 이곳에 온 것이냐?”그들은 이내 시선을 주고받으며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20냥이면 적은 건 아닙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이번 시합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냐?”“겨우 20냥에 목숨을 건 걸었다고?”그 말에 그들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다.“목숨이 위험하다니요?”“기권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저 상대방의 체력을 고갈시키면 된다고 했습니다.”“이기지 못하겠으면 패배를 인정하면 되는데 왜 목숨이 위험하단 말입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낙청연은 황후의 계획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황후가 이
”그러면 얼른 꺼지거라!”침서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그들이 감히 도성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침서는 두 사람을 보내 몰래 그들을 감시하게 했다.물론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그들이 알 수 있게 했고 시시각각 그들이 목숨을 위협했다.침서는 낙청연을 바라봤다.“장군 저택에 와서 날 찾다니, 오늘은 총명하구나.”“내가 너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건 아니구나.”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당신은 줄곧 큰 쓸모가 있었습니다. 미친 염라라는 별명만으로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우리 낙요는 참으로 똑똑하구나.”침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동자는 한없이 부드러웠다.침서는 대부분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낙요가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낙요의 강한 성격을 생각하면 쉽게 그의 도움을 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오늘 낙청연이 자발적으로 그를 찾아왔기에 침서는 무척 기뻤다. 그는 처음으로 낙청연이 그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다.그 사내들은 그곳을 떠난 뒤 곧바로 객잔의 찻집으로 달려갔고 몰래 시합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가짜 소문을 퍼뜨려 상대에게 겁을 줬다.“당신도 돈을 받고 시합에 참여하러 온 것이오? 휴, 당신도 속았군!”“우리가 체력을 소모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아시오? 바로 미친 염라대왕 침서요!”“그가 나선다면 우리에게 그의 체력을 소모할 기회가 있겠소?”“바로 우리 목이 떨어지겠지!”그 말을 들은 상대는 대경실색했다.“우리에게 상대가 침서라는 건 알려주지 않았소!”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나도 방금 안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침서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찾아 그의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겠소?”“상대하기 어려우니 그의 체력을 소모하려는 것이오.”“우리 모두 이용당한 것이오!”“겨우 20냥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소!”“난 도망칠 생각이오. 일찍 도망치면 안전하겠지. 어차피 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