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속에서 기세등등한 그녀가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낙청연이 우단봉의 기억에서 봤던 그 여인이었다.동운수!우향은 저항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동운수를 바라봤다.“어머니... 저 때문입니다. 저 때문에 이자들이 산을 올랐습니다.”만약 허름한 절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걸 낙청연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낙청연 일행은 이렇게 쉽게 산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동운수는 심장이 미어졌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내 딸을 놓아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아주 참혹히 죽여주겠다!”“누가 참혹히 죽을지는 모르는 일이지.”그 말에 동운수는 심장이 철렁했고 안색이 매우 안 좋아졌다.긴장한 모습이 조금 티가 났지만 그래도 꽤 잘 숨긴 편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귀도를 찾은 건 귀도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겠지.”“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내가 먼저 약속을 지키마.”동운수는 바짝 긴장해서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며 우단봉을 찾았다.“난 용삼이 필요하오!”낙청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벙어리는 다급히 구십칠의 팔을 잡아당겼고 정신을 차린 구십칠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그리고 불전연도!”“있는 만큼 다 내놓으시오!”이틀 전 밤에 벙어리가 그를 찾아 단둘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낙청연은 벙어리를 위해 용삼을 얻을 생각이었지만 낙청연 본인은 불전연이 매우 필요했다.지금 우향은 그들의 손에 있으니 그 어떤 약재라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용삼과 불전연 모두 얻어야 했다!동운수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겨우 그 두 가지뿐이냐?”“내 딸을 놓아주면 약재를 주겠다.”낙청연은 웃으면서 우향의 목을 졸랐다.“약재를 주면 사람을 풀어주겠소.”동운수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사람을 시켜 약재를 가져오게 했다.양측은 그렇게 그곳에서 대치했다.약재를 가지러 간 사람이 돌아왔는데 그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용삼밖에 없었다.“성주님, 불전연이 없습니다!”그 말에 동운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없다니? 내가
바로 그때, 우향이 기회를 틈타 낙청연에게서 벗어났다.동운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다.“여기까지 왔으니 얌전히 죽어!”바로 그때, 대들보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활을 들고 그들을 겨누었다.날카로운 화살촉에서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당기며 차갑게 웃었다.“미리 준비했나 보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이 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거겠지?”낙청연은 방문, 천장, 벽을 관찰했고 곳곳에 기관이 있는 걸 발견했다.동운수는 차갑게 웃었다.“당연하지, 이곳은 기관실(機關室)이다. 너희처럼 산으로 난입한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지.”“오늘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낙청연은 천참검을 움켜쥐더니 벽에 있는 기관을 향해 검을 세게 던졌다.동운수는 우향을 데리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런데 낙청연은 그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벽에 있는 기관을 하나 부쉈고 그로 인해 대문이 완전히 잠겼다.동운수는 그 광경을 보고 코웃음 쳤다.“스스로 죽을 길을 찾는구나.”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렇소? 누가 죽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동운수는 살짝 당황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음 순간, 음산한 기운이 들이닥쳤다.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사람들의 옷자락이 휘날렸다. 낙청연은 중앙에 서서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강렬한 살기를 띠고 있었는데 섬뜩할 정도로 사나웠다.낙청연의 손아귀에서 부적이 부스러지자 음산한 목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다.“우단봉, 네가 복수할 때가 되었다!”돌연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낙청연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갔다.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번뜩였다.그녀는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는데 너무 강렬해서 감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우단봉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동운수는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외쳤다.“화살을 쏘거라! 화살을 쏴!”“한 명도 남
동운수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곧바로 반격하며 복맹과 싸웠다.하지만 동운수의 실력은 지금의 복맹보다 훨씬 약했다.결국 그녀는 복맹에게 목이 단단히 졸렸다.낙청연은 똑똑히 보았다. 지금 복맹의 몸 안에 있는 건 우경성이었다!우경성은 미친 걸까? 자기 아내인 동운수를 죽이려 하다니?그 모습을 본 우향은 동운수를 구하기 위해 검을 들고 달려들었는데 복맹은 전혀 피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우향이 들고 있던 검에 몸이 꿰뚫렸다.복맹이 손바닥으로 우향을 공격해 그녀를 날려 보냈고 우향은 피를 토했다.동운수는 애타는 얼굴로 말했다.“우향아, 난 상관하지 말고 얼른 도망치거라!”우향은 어머니가 죽는 꼴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복맹을 공격하려 했다.그런데 복맹이 사나운 눈빛으로 우향을 노려보며 그녀를 위협했다.“내가 죽이려는 건 동운수니 꺼지거라.”“그렇지 않으면 내가 부녀의 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거라.”그 말에 우향은 대경실색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목이 메어 말했다.“부... 부녀라고요?”지금 복맹의 목소리는 복맹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동운수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렀다.그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얼굴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경... 경성?”“하하하하, 네 놀란 얼굴 좀 보거라. 내가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냐? 날 죽이면 이 귀도가 네 것이 될 줄 알았느냐?”우경성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에 동운수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우경성을 죽인 것이 동운수라니?나쁜 놈이 나쁜 놈을 해친 걸까?동운수는 전혀 발버둥 칠 수 없었다. 그녀는 우경성에게 목이 졸려 눈이 벌게진 채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눈앞의 섬뜩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돌아왔으면 그냥 날 죽여.”“우리 딸은 놔줘.”우향은 눈앞의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당기며 천천히 다가갔다.“정말 재
그 얼굴은 확실히 우경성의 것이었다.“이번에는 너희 차례다.”그의 음산하고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구십칠은 수중의 장검을 움켜쥐며 벙어리와 우유 두 사람을 지켰다.천천히 앞으로 나선 낙청연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었다.그녀는 눈을 감았다.“우단봉, 이제 네 복수를 하거라.”낙청연은 자기 몸을 우단봉에게 완전히 맡겼다.다시 눈을 떴을 때, 얼굴은 여전히 낙청연의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더없이 매서웠고 벌게진 두 눈동자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우단봉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경성, 너와 나의 원한을 오늘 끝내야겠다.”“널 어떻게 죽여야 내 한이 풀릴까, 십여 년 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다.”“그런데 당신은 이미 죽었더군.”“하지만 상관없어. 오늘 난 반드시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그에게로 돌진했다.검이 부딪히는 매서운 소리가 들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우경성이 벽 쪽으로 돌진해 천참검을 덥석 잡은 뒤 몸을 날려 방에서 도망쳤고 우단봉이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벙어리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천참검! 복맹은 천참검을 들면 인검합일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비록 지금 그의 몸 안에 있는 건 우경성이지만 그가 천참검을 가진다면...벙어리는 낙청연이 조금 걱정됐다.우경성은 복맹의 몸 상태가 어떤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복맹의 몸은 이미 심하게 썩은 상태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단봉은 낙청연을 고려해야 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벙어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들은 곧 방에서 나왔다.낙청연과 복맹은 격렬히 싸우고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에 강풍이 몰아쳐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천참검을 든 복맹은 확실히 실력이 훨씬 강해졌다. 치열한 전투 끝에 낙청연의 몸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하지만 낙청연의 몸을 조종하는 우단봉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옆에서 보고 있던 벙어리는 초조하기 시작했고, 구십칠도 알아차렸다.“천참검이 저자의 손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군.”벙어리는 구십칠과 시선을 주고받았고 두
머리가 잘린 몸이 검을 들고 낙청연을 향해 다가갔고 뒤에서는 쇠사슬에 세 사람이 끌려가고 있었다.세 사람이 온 힘을 다해도 우경성을 막을 수 없었다.우경성의 몸에는 머리가 없었기에 몸을 조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낙청연은 검을 들고 계속해 복맹의 몸을 베려 했다. 과거 우경성이 우단봉의 사지를 잘랐을 때처럼 말이다.그녀는 미친 듯이 복수하며 분풀이를 했다.한 번, 또 한 번, 팔이 잘렸고 천참검도 팔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이번에는 두 다리가 잘렸다.우단봉은 눈이 벌게져 미친 듯이 복수했다.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니 눈앞이 빨갛게 물든 것만 같았고, 하늘과 땅이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 사람은 전부 놀랐다.그들은 이렇게 잔인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비록 몸이 없어졌지만 우경성은 아직 죽지 않았다.그가 시체에서 튀어나와 도망가려 하자 우단봉이 호통을 쳤다.“우경성! 도망칠 생각 하지 마! 네가 다시는 환생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그녀의 체내에서 힘이 세차게 솟구치면서 광풍이 일기 시작했다. 낙청연은 당장이라도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우단봉을 말리고 싶었지만 입조차 열 수 없었다.낙청연의 얼굴에 붉은 핏발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벙어리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 경공을 써서 낙청연을 끌어안았다.우단봉이 화를 내며 소리를 쳤다.“비켜!”벙어리는 낙청연을 꽉 껴안은 채로 감히 손을 놓지 못했다. 우단봉이 계속 이런다면 낙청연은 죽게 될 것이다!같은 시각, 낙청연은 천천히 의식이 흐릿해졌다.그녀의 몸은 우단봉에게 장악당했고 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강렬한 압박감으로 인해 낙청연은 자신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녀를 죽어라 껴안고 있는 아토의 모습이었다.벙어리는 주먹을 두 대 맞고 피를 토했다. 낙청연의 눈동자가 완전히 빨개진 걸 본 그는 애가 탔다.“네가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낙청연의
낙청연은 우경성을 산에 가둬둘 수 있길 바랐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해 산 아래로 도망친다면 큰일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지금 쫓아갈 힘이 없었기에 벙어리와 함께 약 창고로 향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구십칠과 우유가 이미 그곳에 있었다.우유는 약을 달이고 있었고 구십칠은 옆에서 약재를 찾고 있었다.“괜찮습니까?”구십칠이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다.”구십칠은 들고 있던 상자를 꺼냈다.“용삼 하나만 찾았습니다.”상자를 건네받은 낙청연은 그것을 벙어리에게 건넸다.“일을 해결한다면 다시 처방을 내려주겠소. 몸이 완전히 낫지는 못해도 적어도 목숨을 연장할 수는 있을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면 아래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용삼을 건네받았다.구십칠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곳 약재 창고는 너무 큽니다. 그리고 아직 불전연을 찾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이 안을 보세요. 누군가 뒤진 흔적이 있습니다. 동운수는 어쩌면 우리를 속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누군가 불전연을 빼앗았을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우연이라기엔 이상하구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를 틈타 한발 먼저 불전연을 빼앗다니.”“다른 약재는 손도 안 대고...”구십칠도 이것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이곳에서는 불전연을 찾을 수 없었다.“그리고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쉽게 산을 오른 걸까? 우리는 귀도에 왔다가 수도 없이 죽을 뻔했다.”“이 사람도 귀도에 왔다면 왜 우리는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낙청연은 생각에 잠겨서 추측했다.“만약 이 사람이 정말 이때를 틈타 불전연을 빼앗았다면 분명 날 노리고 왔을 것이다.”“어쩌면 천궁도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저번에 암시장에서 불전연을 경매했을 때도 천궁도 사람이 비싼 값을 지급하고 불전연을 빼앗아 갔다.이때 우유가 달인 약을 들고 왔다.“불전연은 없지만 여기 희귀한 약재가 꽤 많습니다. 내상을 치료할 수 있으니 다들 한
“당신은 이곳에 남고 다른 이들은 물러가시지요.”낙청연은 그 사내를 보며 말했다.뒤이어 다른 사람들은 잇달아 떠났다.그 사내는 몸을 일으켜 낙청연의 앞에 섰다.“성주께서는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낙청연이 물었다.“오늘 이 산에 정말 누군가 약재를 빼앗았습니까? 이미 사람을 보내 쫓게 하지 않았습니까? 단서가 있습니까?”“사람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약 열 명 정도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도망쳤습니다. 당시 모든 이들이 앞에 주의를 기울이는 바람에 누군가 약 창고를 습격했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그들은 도망쳤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천궁도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짙어졌다. 게다가 일부러 그녀와 대적하려는 듯 한발 먼저 불전연을 빼앗았다.낙청연은 눈앞의 사내를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가 물었다.“당신의 등에 노예 낙인이 찍혀 있습니까?”그 말에 사내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청연은 이 말로 인해 그가 자신이 우단봉이 아니라는 걸 의심하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우단봉인 척해서 이 귀도를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당신도 알겠지만 전 우단봉이 아닙니다.”사내는 살짝 당황하며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낙청연을 성주라고 이미 인정했다.그가 설명을 이어갔다.“지난 시간 저는 줄곧 같은 꿈을 꿨습니다. 어느 날 성주께서 협객 한 명, 벙어리 한 명과 함께 돌아오는 꿈이었습니다.”“오늘 발생한 일을 전 모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전 이곳까지 쫓아왔고 문밖에서 성주령을 발견했습니다.”“이것은 하늘이 절 인도한 것입니다. 당신이 바로 성주입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이야기를 잘 꾸몄다. 낙청연도 하마터면 그의 말을 믿을 뻔햇다.아마 우단봉이 낙청연을 성주로 인정하라고 그를 인도한 것 같았다. 지금 귀도는 무장지졸이었기에 이 사내는 그녀가 도망칠까 두려웠다.그래서 낙청연이 우단봉이 맞든 아니든, 낙청연이 성주여야 했다.그저 대놓고 말하지 않
그들은 겨우 우단봉과 우경성을 따라잡았다.두 사람이 싸우는 곳, 그 숲속에서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마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듯했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데리고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숲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우단봉과 우경성이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악한 기운 두 개가 한데 뒤엉킨 것만 느껴졌다.낙청연은 원래 도울 생각이었지만 우단봉이 그녀를 저지했다.“넌 일단 움직이지 말거라. 내가 그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거라!”그래서 낙청연은 얌전히 기다려야 했다.우단봉이 우경성을 완전히 가둬둘 때까지 기다리자 숲 속이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낙청연은 그제야 다가갔다.붉은 옷을 입은 우단봉이 우경성의 목을 꽉 조르고 있었다.그러나 우단봉의 증오 어린 눈동자에서 피가 흐를 것만 같았다.그녀는 우경성을 목 졸라 죽일 수 없었다.“손 쓰거라. 이자를 소멸시켜 버려.”낙청연은 곧바로 부적을 꺼내며 우단봉을 바라봤다.“내가 던지면 바로 피해야 한다!”우단봉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낙청연이 부문을 던졌을 때, 우단봉은 피하지 않았다.한 줄기 금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낙청연은 경악으로 물든 얼굴로 우단봉을 바라봤다.“너...”우단봉은 웃었다.“이렇게 해야만 도망치지 않는다.”“난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복수를 했으니 후회도, 원망도 없다.”“나도 함께 사라지게 해주거라.”“난 아직 제정신이니 망설이지 말거라.”우단봉은 강렬한 원망 속에서 자신을 잃게 될까 두려웠다. 그리고 복수한 뒤에는 뭘 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의식이 없는 악귀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그럴 바에야 차라리 사라지는 게 나았다.낙청연은 이를 악문 뒤 나침반을 꺼냈다.우경성은 아직도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다.“놓거라! 넌 죽고 싶을지 몰라도 난 아니다!”하지만 너무 늦었다.낙청연의 나침반에서 금진이 직격탄을 날렸다.나침반이 격렬히 요동치다가 멈추는 순간, 두 사람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혼백이 산산이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