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우단봉은 멈칫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모르겠다……”“나는 영원히 이 산에 갇히게 되어, 몇 십 년이 지나도록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왔다 간 적이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어쩌면 그들은 나를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벌써 족보에서 나의 이름을 지웠을 수도 있겠구나……”필경 그때 그녀는 가문을 배신하고 혼자 이곳에 왔으니까!“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들은 아마 나를 잊었을 거야……”우단봉의 어투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죽은 후의 이 몇십 년 동안, 그녀에겐 끝없는 증오 외에 남은 건 아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뿐일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만약 이 일이 해결되면, 너를 데리고 하산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정말? 나를 데리고 하산할 수 있어?” 우단봉은 믿을 수가 없었다.우경성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수단을 썼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이미 버린 지 오래됐다.“장담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낙청연은 이 팔방진의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의 혼백을 온전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래.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곧이어, 우단봉은 지도를 완성했다.꼬박 종이 네 장이었다.이어 놓으면 온전한 지도였다.낙청연은 지도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놓고 곧바로 나침반을 꺼냈다.팔방진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날이 밝기 전에, 팔방진을 찾았다. 모두 여섯 개의 진안이었고, 우단봉의 여섯 개 잔해가 놓여 있었다.일일이 위치를 표시한 후, 여섯 개 위치는 거리가 비교적 먼 것으로 나타났다.거의 산 전체를 넘어가야 했다.만일 우향이 이미 움직였다면, 그들은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우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낙청연은 지도와 지도상의 위치를 전부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즉시 벙어리 등 사람을 깨웠다.“무슨 일이요?”그들은 몹시 경계했다.낙청연이 말했다. “짐을 챙겨라. 지금 바로 출
다행히 낙청연은 비수를 꽉 잡고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벙어리는 낙청연의 팔을 덥석 잡고 그녀를 부축했다.낙청연은 다시 똑바로 섰다. 정말 위험천만했다.사람들은 모두 긴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장한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까 봐 두려웠다.절벽위를 걷는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느렸다.그리고 앞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언제 안전하게 도착할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앞에서 걷던 홍해가 발걸음을 멈췄다.낙청연도 어쩔 수 없이 멈췄다. 너무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밑에 돌덩이가 두 사람의 체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발밑의 돌덩이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들은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왜 그러냐?” 낙청연이 물었다.전방에서 갑자기 음살기를 지닌 바람이 한바탕 불어왔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전방의 위험한 기운에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조금 움직였다. 그녀의 눈앞에 소름 끼치는 장면이 펼쳐졌다.전방의 절벽위에 복맹이 마치 거미처럼 엎드려 있었다.마침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그의 사지에는 모두 쇠 발톱이 있었다. 그때 봤던 우향의 몸과 같았다.보아하니 복맹은 이미 우향을 만난 모양이다.분위기는 무거웠고 몹시 긴장했다.그들은 절벽위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복맹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해골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곧이어 눈가에 살기가 스치더니, 갑자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밧줄!” 낙청연은 소리치며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앞으로 다가가 홍해 등에 지닌 밧줄을 가져갔다.홍해는 복맹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고 막았다.이건 절벽에서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낙청연은 다급히 밧줄을 내던져 홍해의 허리를 휘감고 죽을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다.“조심하거라.”절벽에 엎드린 복맹도 한 손으로 홍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예리한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이럴 때, 겨루는 건 힘이다.몇 번 공격을 거쳐 복맹은 홍해에
낙청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쳐다보았다.그 공포스러운 얼굴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복맹이든 아니면 복맹 몸 안의 우경성이든 모두 낙청연을 노리고 있었다.그들의 목표는 늘 낙청연이었다!복맹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달려들었다.그러나 이때, 홍해가 허리에 감았던 밧줄을 잘라버리고 몸을 날려 그를 덮쳤다.홍해가 돌벽을 벗어난 그 순간, 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곧이어 홍해가 복맹을 붙잡고, 두 사람이 함께 벼랑에서 떨어졌다.행동이 민첩한 낙청연은 다시금 밧줄로 홍해를 휘감았다. 하지만 그녀는 잡아당길 힘이 없었다.낙청연은 밧줄을 손목에 한 바퀴 휘감았다.그녀의 손목은 밧줄에 조여 하얗게 되었다.손바닥이 해어졌다.벙어리는 낙청연이 끌려가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잡아당겼다.홍해는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았다. 복맹은 홍해의 어깨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선혈이 마구 튀었고, 살점 한 덩이가 벼랑으로 떨어졌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버텨라!”홍해는 극심한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온 힘을 다해 복맹을 제지했다.“놓으세요! 당신들은 잡아당기지 못합니다! 저에게 끌려갈 겁니다!”구십칠도 도와주려고 긴장해하며 몸을 움직였다.하지만 돌벽이 너무 가파르고 그들에게는 그 어떤 잡아당길 것 하나 없었다.손에는 비수를 잡고 힘을 아래로 쓸 수는 있었지만, 가로로 바깥으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수가 뽑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구십칠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홍해를 끌어당겼다.홍해는 평온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떨어지면, 저의 혼백을 가져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산에 남아도 괜찮습니다.”“그러니 절벽 아래까지 내려와서 저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당신들은 꼭 살아서 나가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홍해는 바로 비수를 휘둘러 밧줄을 끊어버렸다.또 한 발로 돌벽을 힘껏 디디고,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고 날아갔다.빠른 속도로 벼랑에서 떨어졌다.낙청연의 손이 갑자기 풀
구십칠은 잠시 멍해 있더니 말했다. “절벽을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세 사람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출발하여 산 아래로 내려갔다.한 시진쯤 걸어서 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절벽 아래에 도착했다. 이곳 양쪽은 가파른 절벽이었고 아래쪽은 얕은 개울이었다.세 사람은 시냇물을 밟고 앞으로 걸어갔다.이곳은 몹시 추웠다. 그들의 손은 꽁꽁 얼어서 감각을 잃었다.길은 넓었다가 좁아졌다 했으며, 빛은 흐렸다 밝아졌다 반복했다.한참을 걸으니, 전방에 드디어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홍해의 시신이었다.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시신은 이미 온전하지 않았다……낙청연의 마음은 무거웠다. 취혼부를 붙이고 홍해의 혼백을 병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구십칠과 벙어리는 이미 이 근처에서 한참 찾았다.돌아온 후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나 한 듯 마음이 무거웠다.“복맹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복맹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이는 낙청연이 예상했던 바이다. 필경 지금 복맹 몸 안에 그 사람은 우경성이다.하지만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이 복맹의 몸도 이미 많이 다쳤을 것 같다.“모두 조심하시오.”“곧 도착할 것이오.”세 사람은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어떤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그 음산한 기운은 이곳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동굴 입구에 서서, 칠흑 같은 동굴 안을 쳐다보니, 한기가 용솟음쳤다.“도착했소.”낙청연은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동굴 안은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렸고, 매우 조용했다.길고 긴 통로를 지나자, 앞은 확 트였다.낙청연은 화절자를 들고 벽면 위에 놓여있는 등잔에 불을 붙였다.이곳의 등잔에 연이어 불을 붙이자, 동굴 안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동굴 사면의 벽면에 모두 석상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석상 아래는 쇠사슬이 길게 뻗어 있었고 중앙에 매달려 있는 그 관을 묶고 있었다.관에는 혈부가 가득 붙어있었다.낙청연이 그 관을 에워싸고 돌면서 관찰해보
그 안의 그것도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매우 컸으며 결국 관은 쾅 하고 터지고 말았다.남자 시체 한 구가 벌떡 일어나 복맹의 목을 졸랐다.귀신도 사람도 아닌 그것들이 싸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의 관찰에 의하면 그 남자 시체도 매우 맹렬했고, 그것도 흉물이었다.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며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마침 이 남자 시체가 복맹을 잡고 있는 틈을 타,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 슬그머니 이 동굴을 관찰하였다.이곳은 확실히 진안의 하나였다.우단봉의 시신은 틀림없이 이곳에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동굴은 한눈에 보일 만큼 크기밖에 되지 않았고, 더 이상 깊은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반짝이었다.땅 아래!다시 관 아래를 보니, 확실히 거대한 원반이 있었다. 이 원반은 움직일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낙청연은 기관을 찾아보았다. 결국 그의 눈빛은 벽면의 석상에 고정되었다.“나를 엄호하거라!”낙청연은 밧줄을 꺼내 허리에 묶고, 다른 한쪽을 벙어리와 구십칠에게 주었다.곧이어 그녀는 경공으로 가장 가까운 석상 위에 날아가 석상의 눈을 찌르자, 찰칵하는 기계음이 들렸다.과연 이곳이었다!낙청연은 또 옆에 있는 석상으로 날아가 다시 기관을 건드렸다.석상이 하나 남았을 때, 위치는 바로 복맹과 그 남자 시체의 바로 위쪽이었다.낙청연은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가 기관을 눌렀다. 그런데 그 소리는 복맹의 주의 끌고 말았다. 복맹은 울부짖더니, 바로 그녀를 덮쳤다.위기일발의 위험한 순간, 구십칠과 벙어리가 마침 힘껏 밧줄을 잡아당겨 낙청연을 끌어왔다. 낙청연은 다행히 그 매서운 쇠 발톱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동시에 기관이 열렸다.매달려 있는 관 아래에 문이 열렸다.낙청연은 다급히 그들을 불러 함께 그 문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바로 기관을 닫았다.발이 땅에 닿는 순간,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벽면 위에 있는 횃불을 붙이자. 그리 크지 않는 이 공간을 훤히 밝혔다.땅바
세 사람은 재빨리 앞으로 도망쳤다.곧이어, 우향과 동운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이곳으로 달려왔다.그러나 일행들이 동굴로 달려 들어갔을 때, 그 물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동운수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노하여 소리쳤다. “어서 쫓아라!”“귀도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그리고 지금, 이 시각 낙청연은 지도를 손에 쥐고 확실히 귀도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심지어 동운수와 그들보다 귀도의 길 하나하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우단봉이 그려준 지도는 아주 상세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동운수와 그들은 귀도에 쏟아부은 심혈은 당연히 우단봉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이해 정도도 우단봉에 미치지 못한다.낙청연은 지도 대로, 바로 벼랑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도망가면 그들이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낙청연은 달리면서 돌벽을 관찰했다.과연, 그녀는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비록 좀 높았지만,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기에, 오를 수 있었다.“여기서 올라가자!”이를 본 벙어리가 맨 처음으로 돌벽에 올라갔다. 그는 순조롭게 위에 있는 동굴 입구에 올라가 밧줄을 던졌다.구십칠은 경계하며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어서 올라가십시오.”낙청연은 밧줄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동굴 입구까지 올라갔다.그리고 이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쫓아왔다.구십칠은 급히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구십칠이 올라온 후 바로 밧줄을 거두자마자 시선에 일행의 그림자가 들어왔다.세 사람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움츠리고 숨었다.아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그 사람들은 그들의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사람은? 이렇게 오래 쫓았는데 왜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우향의 목소리였다.“계속 쫓아가거라! 어차피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길은 이 길밖에 없으니까!”동운수는 숨을 헐떡이었다. 하지만 어투는 여전히 화가 가득했다.그리하여 발걸음 소리가 또 들리더니, 그들은 계속
지도에 따라 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돌고 돌아, 그때 우향에게 밀려 떨어졌던 동굴에 도착했다.그때 우향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밑에서 그들을 쫓아왔었기 때문에 위쪽은 가려지지 않았다.또한 돌벽 위에는 넝쿨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넝쿨을 잡아당겨 보니, 매우 단단했다.“가자꾸나.”벙어리는 여전히 제일 앞에서 걸었다. 그는 넝쿨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벙어리가 꼭대기에 오른 후, 낙청연이 올라갔다.제일 마지막에 구십칠을 끌어 올렸다.드디어 눈앞은 밝고 넓어졌다.낙청연은 벙어리를 보며 말했다. “그때 당신은 여기서 끌려간 것이요?”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구십칠이 말했다. “왠지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음기가 너무 심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여기다.”이곳이 바로 그들의 두 번째 목적지였다.낙청연은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위치부터 찾아보기로 했다.그녀는 나침반을 꺼내 상세한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세 사람은 숲속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먹을 것을 찾아 체력을 보충했다.지금은 이미 오후였다. 날이 곧 어두워질 것 같아서 세 사람은 계속해서 출발했다.그들은 동굴 하나를 찾았다.동굴 밖은 이미 무성한 잡초들에 뒤덮여 있었다. 세 사람은 잡초를 헤집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다가온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우향이 아니라 도명이었다.그리고 제설미와 기타 사람들도 있었다.이 사람들이 아직도 이곳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들은 오랫동안 걸었지만, 여전히 산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도명 일행들이 올라오더니, 바로 그들을 포위했다.“아직도 살아있다니!” 도명은 약간 의아했다.낙청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도 아직 살아있지 않소?”“왜? 산에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했소?”도명의 눈가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바로 이때, 제설미가 도명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도명은 이 말을 듣더니 탐욕의 눈빛을 드러냈다. 귀도의 진귀한 보물에 어떻게 마음이 설레지 않겠는가?그는 즉시 대답했다. “좋소.”낙청연은 또 말했다. “하지만 이 물건을 취하려면 다소 위험하오. 그래서 당신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오.”“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나눌 것이 적어지니까, 그들의 생사를 신경 쓸 필요 없는 것 같소.”“이 비밀은 당신에게만 말해주는 것이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되오.”“특히 제설미.”도명은 이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 사람들의 생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알겠소!”도명은 통쾌하게 승낙했지만, 낙청연은 방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귀도의 사람들이 알게 되었소. 아마 곧 쫓아올 것이요.”“여섯 가지 물건을 다 찾아 보물을 얻기 전까지 누구도 다른 심보를 가져서는 안 되고 힘을 합쳐 적을 상대하여야 하오. 만약 붙잡히면 결코 그 누구도 좋은 결말이 없으니까!”도명의 안색은 약간 변했다. 이 여인의 재주가 아무리 봐도 참 대단했다. 귀도의 사람들까지 건드리다니!그러니 그녀가 찾고 있는 물건은 확실히 귀도에서 가장 큰 보물이 확실한 것 같다.이렇게 생각한 도명은 더욱 의심의 여지 없이 대답했다. “좋소!”곧이어 두 사람은 동굴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모두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얘기를 몹시 궁금해했다.도명은 자기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한바탕 당부했다.그들은 낙청연과 함께 보물을 찾기로 했다. 만약 성공하면 그들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은 더욱 많았기 때문이다.결국 다들 동의했다.그들이 이 귀도에 달려온 목적은 바로 귀도의 진귀한 보물을 얻어가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많은 위험한 상황을 모두 이겨냈으니, 이번 마지막 위기도 두렵지 않았다.곧이어, 일행들은 함께 동굴에 들어갔다.낙청연이 가장 앞에서 걸어갔다.안으로 들어갈수록 기운은 더욱 음산했다.맨 끝에 이르니, 이 동굴의 배치는 이전의 동굴과 똑같았다.심지어 석상도 똑같았다.도명 등 사람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