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그의 눈가에 심오한 빛이 스쳤다.“지름길이라니?”그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자, 제설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 한 몸이 되어 서로를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이 말을 하며 제설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부진환의 손을 잡았다.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힐끗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손을 빼냈다.쌀쌀한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제설미는 또 웃으며 말했다. “이 방법이 싫으면, 저에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그건 바로…… 저를 도와 그 여인을 죽이는 겁니다.”“그럼, 제가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부진환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름길을 나에게 알려준다고? 그럼, 너는 산에 올라가고 싶지 않으냐?”제설미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당연히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능력으로는 절대 산에 올라갈 수 없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니 당신이 산에 올라간 후, 저를 잊지 마시고 저를 데리고 함께 하산하면 됩니다. 저는 살아서 이곳을 떠나면 됩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넌 지금 하산해도 된다.”제설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벙어리 오라버니, 아직도 모르시나 봅니다. 이 산에 들어오면, 살아서 종점까지 가던지, 아니면 중도에서 죽던지, 이 두 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모두 흑심을 품고 있으며, 언제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그 소향도 포함입니다.”“임신 중이어서 위협적이지 않게 보이지만, 사실 그녀도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벙어리 오라버니, 만일 산에 올라가고 싶다면, 저와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그저 그 여인만 죽여주면 됩니다!”“어떠합니까?”부진환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좋다.”이 말을 들은 제설미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약속했습니다!”“언제 행동할 겁니까?”부진환은
부진환은 그 순간 온몸을 흠칫 떨며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부진환이 움직이지 않자, 제설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오라버니, 일단 밖에서 저를 기다려 주시겠습니까?”제설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애교가 철철 넘쳤다.하지만 어투는 약간 독기를 품고 있었다.벙어리는 심란한 눈빛으로 땅바닥에 묶여 있는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방문이 닫혔다.낙청연은 두려움에 뒤로 몸을 피했다.제설미는 무심코 허리를 굽히더니, 손가락으로 낙청연의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정말 미인이군!”“보아하니, 너무 이쁘게 생겨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도대체 언제 너에게 밉보인 거냐? 어찌 이렇게 악독하단 말이냐?”제설미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나에게 밉보인 적 없다, 단지…… 나에게 위협이 되었을 뿐이다.”“이곳 사람들 속에 원래는 다른 여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죽었다.”“산에 올라온 그 순간부터 다시는 내려가지 못한다. 그러니 실력이 가장 강한 사내에게 의지해야 일말의 생존 기회가 주어지는 거다.”“이것은 내 수단이다. 그리고 또한 오직 나 한 사람의 수단이어야 한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문득 뭔가 알 것 같았다.낙청연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런 역겨운 수단을 따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니까!”“너 말고 이런 수단을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제설미는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제설미는 비수를 꺼내더니, 차가운 칼날을 낙청연의 얼굴에 갖다 대며 천천히 말했다. “어차피 너는 곧 죽을 거고, 미인 가죽만…… 한 장 남기게 될 거다.”이 말을 하며, 제설미는 천천히 낙청연의 등 뒤로 걸어가, 허리를 굽히더니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살기가 엄습해오는 그 순간, 낙청연의 안색은 확 변했다. 그녀는 제설미의 발목을 덥
제설미는 동공이 커지고, 두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낙청연은 제설미의 반응을 보고 놀람과 동시에 뒤에서 점점 다가오는 그 음기를 느꼈다.철추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어머니, 그놈이 또 왔습니다.”“제가 가서 붙잡겠습니다!”낙청연이 제지할 겨를도 없이 철추가 맹렬하게 달려들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몇 번 겨루지도 못했는데, 철추는 창백한 손에 꽉 잡히더니, 바로 문밖으로 내팽개쳐졌다.음산한 바람이 한바탕 불어오더니, 으스스한 웃음소리를 내었다.낙청연은 흠칫 놀라더니, 급히 철추를 구하러 문밖으로 뛰쳐나갔다.벙어리도 따라서 나갔다.제설미는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 전 그 어둠 속에서 봤던 그 홍의 그림자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정신을 차린 제설미는 다급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도명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낙청연이 달려 나가 보니, 홍의 여인은 마침 철추를 먹어버리려고 했다.그 강력한 음살기에 낙청연의 나침반은 쉴 새 없이 진동했다.낙청연은 즉시 달려들어, 그 홍의 여인을 물리치고, 철추를 구해냈다.그런데 그 홍의 여인은 잠깐 사이에 또 사라졌다.낙청연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위를 관찰했다. 나침반은 진동을 멈췄고, 아무런 숨결도 느껴지지 않았다.벙어리는 다급히 앞으로 달려왔다.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하면서 벙어리를 끌고 방안으로 돌아왔다.제설미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이때 그녀를 잡으러 가면 아마 이곳 사람들과 충돌이 일 것이다.그래서 더 이상 쫓아가지 않고 방문을 닫아 버렸다.낙청연은 경계하며 창문으로 바깥 상황을 관찰하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제설미가 어쩌면 도명에게 일러바칠지도 모르오. 날이 밝기 전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도명은 우리를 괴롭히러 오지 않을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옆에 앉았다.그는 손가락으로 물을 묻히더니 책상 위에 적었다. 조금 전 그것은 무엇이오?낙청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방금 당신도 봤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사색에
“내가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라, 이 마을을 제외한 이 산의 모든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소.”“이 사람들이 처음 산에 올라왔을 때, 거의 백여 명이 넘었다는 걸 당신은 생각도 못 했을 거요.”“그러나 지금은 겨우 이 십여 명만 살아남았소.”“어쩌면 산속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오.”“그러니 위험을 자초하기보다 차라리 마을에 있는 편이 낫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구십칠과 그들이 살아있길 바랄 뿐이다.그렇다면, 낙청연은 더욱 그들을 찾으러 나가야 한다.“나는 이미 마음먹었소. 벙어리가 나와 함께 갈 것이니, 괜찮을 거요.”소향은 약간 놀랐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들을 막을 수 없소. 그럼, 조심하시오.”그리하여 밥을 먹고 나서, 낙청연과 벙어리는 바로 출발했다.도명과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낙청연은 그저 어제 못 가본 쪽으로 찾으러 갔다.산속은 확실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미혼진이 많았으며, 자칫 잘못 들어가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가는 길 내내, 낙청연은 수많은 시체를 볼 수 있었다.죽은지 얼마 되지 시체도 있었고 이미 백골이 된 시체도 있었다.멀리 갈수록 시체들은 더욱 많았다.낙청연은 웅크리고 앉아, 시신 한 구를 검사해 보았다. 시체는 반쯤 뜯어 먹혔으며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었다.몸을 일으켜 서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벙어리를 쳐다보았다.“이 산에 검은 호랑이는 한 마리가 아닌 것 같소.”이 말을 들은 벙어리는 약간 의아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낙청연은 시신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상처는 어제 복맹의 상처와 매우 흡사하오. 오직 그런 체형만이 이런 상처를 조성할 수 있소.”“오는 길에 그렇게 많은 시체가 있었는데, 어떻게 전부 다 어제 그 검은 호랑이 짓이겠소?’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마을 사람들은 일부러 그들을 속였을 것이다.그러나 이것 또한 정상적인 일이다. 최종
벙어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낙청연의 결정을 믿었다.충분히 휴식하고 나서, 두 사람은 마을로 출발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그들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 사람들은 어제와 똑같이 한바탕 경계하더니, 그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경계를 늦췄다.도명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방으로 돌아갔다.모든 사람이 그들을 보는 눈빛은 모두 이상해졌다.낙청연은 오늘 밤도 벙어리를 자신의 방에 묵게 했다.밤이 깊어 고요할 때, 소향이 음식을 가져왔다.“이렇게 늦게 돌아왔으니, 배가 많이 고플 것이요.”“음식을 데워 왔으니, 어서 드시오.”소향은 말을 하면서, 음식을 상 위에 갖다 놓았다.그러나 낙청연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려고 하자, 소향은 또 그녀를 제지했다.소향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식사하고 당신들은 나를 좀 도와줘야겠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낙청연은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소향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더니 멈췄다.그녀는 두 사람이 배를 채운 후 다시 말하기로 했다.식사를 마치고 낙청연은 입을 닦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요? 말해보시오.”소향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음식에 약을 탔소.”이 말을 들은 벙어리는 동작을 멈췄다.두 사람은 굳어버렸다.소향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당신들은 오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소?”“제설미가 줄곧 당신들의 뒤를 밟다가, 발견했다고 했소.”“제설미가 돌아와서 도명에게 말했소.”“도명은 당신들이 돌아와서 이 비밀을 공유하지 않자, 나더러 당신들의 음식에 약을 타서 당신들을 이 마을에 가둬 두라고 했소.”“음식에 약은 탔지만, 분량은 매우 적소.”소향은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흉내 냈다.그녀는 약을 먹은 두 사람보다 긴장했다.“잠시 후, 당신들은 나와 협조해 주기 바라오. 내가 당신들을 묶어 놓은 척하겠소. 그럼, 당신들은 우리가 떠난 후, 출발하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여인 같았다.하지만 소향은 아니었다.소향은 임신한 몸이었지만, 이 사람의 발걸음은 가벼웠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제설미였다!한창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살기가 엄습해 왔다.눈을 번쩍 뜬 낙청연은 비수가 그녀의 목을 향해 찔러오는 것을 보았다.그런데 낙청연이 막 싸우려고 할 때, 벙어리의 손이 먼저 제설미의 손을 덥석 잡았다.제설미는 또다시 그들에게 놀랐다.“당신들, 또 가장 한 것입니까?”그들은 혼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묶이지도 않았다.제설미는 이것이 소향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천박한 소향이 자기 일을 망쳤다고 욕을 퍼부었다.제설미는 더 이상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바로 비수를 버리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벙어리는 몸을 돌려 일어나더니 즉시 뒤쫓아갔다.낙청연도 다급히 쫓아갔다.그러나 생가밖에 제설미의 경공은 괜찮은 편이었다.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낙청연이 쫓아갔을 때, 제설미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벙어리도 멈춰 섰다.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설미가 만일 도명에게 고자질하면 소향은 위험할 것이요.”“자, 우리도 어서 가자고.”그리하여 두 사람은 온천으로 달려갔다.도착했을 때, 제설미는 이미 대오에 있었다.그러나 제설미는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제설미는 그들이 약에 취해 혼절하지 않은 사실을 도명에게 알리지 않았다.두 사람은 가시밭에 숨어서 조용히 관찰했다. 그들은 더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낙청연은 사색에 잠겼다. 제설미와 그녀 사이는 그리 큰 원한이 없다. 이번에 그들은 이미 도명에게 버림당했다. 그러니 그녀는 제설미의 지위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설미는 여전히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이건 무슨 이유일까?게다가 제설미는…… 그녀의 가죽을 벗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한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제설미가 도명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그녀가 낙청연을 죽
제설미는 약간 억울했다. “저도 낙청연이 말한 것이 이런 뜻인지 몰랐습니다.”도명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틀림없이 죽었겠다고 생각했다.곧이어 차가운 표정으로 제설미를 쳐다보며 말했다. “황혼 때, 네가 가장 먼저 들어가거라!”제설미는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멀지 않은 숲속에서 낙청연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제설미는 아마 자신이 다음 길잡이가 될 것이라 걸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낙청연이 제설미가 이 일을 도명에게 알리게 내버려 둔 이유는 바로 황혼이 되어도, 이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 때문이다.가시밭 뒤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제설미와 저 사람들이 길잡이가 되어주니, 마침 잘 됐다.한 무리의 사람들은 이렇게 제자리에서 황혼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그리고 낙청연과 벙어리는 가시밭에서 약간 힘겨웠다. 전혀 움직일 수 없으니, 너무 불편했다.드디어, 해가 졌다.황혼 무렵에 그 석양빛은 또다시 곡선을 그렸다.“지금이냐?” 도명이 물었다.제설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인 것 같습니다.”“그럼, 네가 앞장서거라! 안전하면 소리를 내어라!” 도명은 바로 제설미를 붙잡아 가시밭으로 밀었다.제설미는 몹시 긴장했다. 그녀는 즉시 곁에 있던 남자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오라버니, 나와 함께 들어가요. 뒤에 사람이 없으니, 무섭습니다.”상대방이 망설이자, 제설미가 다급히 말했다. “제가 앞에서 걷겠습니다.”그제야 상대방은 승낙했다.뒤이어 제설미는 먼저 가시밭으로 걸어 들어갔다.그 남자가 곧바로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뒤이어 가시밭에서 누군가 뛰쳐나왔다.제설미였다.그러나 그녀와 함께 들어갔던 류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도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안쪽은 안전하냐?”제설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류…… 류 오라버니(劉哥)가 뱀에게 끌려갔습니다.”“뱀?”사람들이 놀라서
낙청연은 뱀을 쫓는 가루 한 병을 꺼내, 벙어리와 자기 몸에 뿌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틀림없이 험난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니, 도명의 사람들이 일단 다녀온 후에 보기로 했다.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걸었다. 숲속에서 무성한 풀숲을 지나는데, 갑자기 누군가 창백한 손을 내밀었다.놀란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풀숲에 피범벅이 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몸은 온통 뱀에게 물려 성한 곳이 없었다.숨이 미약하게 붙어있는 그 남자를 두 사람은 함께 풀숲에서 끌어냈다.그런데 정면으로 돌려 눕혔을 때, 이 남자의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취산!”그러나 남자는 이미 의식이 흐려지고 숨이 곧 끊어질 듯했다. 그의 입술은 검은빛을 띠고 있었으며 입과 코에서 모두 피가 흘러나왔다.이미 감각이 없었다.낙청연은 급히 약병을 꺼내면서 말했다. “좀만 버티거라!”낙청연은 해독약을 취산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그 순간, 취산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낙청연은 순간 동작을 멈췄다.취산은 10대 악인 중의 한 사람이다.그가 어떻게 이곳에? 보아하니 그들보다 더욱 빨리 이 온통 뱀으로 널린 곳에 도착한 모양이다.즉 구십칠 등 그 사람들은 일찍이 온천에 도착하여, 그 가시나무 숲을 지났다는 것을 말한다.하지만 그들은 언제 건너가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왔을 때, 모두 같은 위치에 있지 않고 여덟 명이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벙어리는 낙청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뜻이었다.낙청연의 무거운 마음으로 산에 올라올 때, 가져온 병을 꺼냈다.취혼부 한 장으로 취산의 혼을 꺼내 단지에 넣었다.이것은 만일을 대비하여 가져온 것이다. 만약 정말 사람이 죽었으면, 이곳의 고혼야귀가 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과 벙어리가 시신을 풀숲으로 끌고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급박한 발걸음 소리는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과연, 뒤에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