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뱀을 쫓는 가루 한 병을 꺼내, 벙어리와 자기 몸에 뿌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틀림없이 험난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니, 도명의 사람들이 일단 다녀온 후에 보기로 했다.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걸었다. 숲속에서 무성한 풀숲을 지나는데, 갑자기 누군가 창백한 손을 내밀었다.놀란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풀숲에 피범벅이 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몸은 온통 뱀에게 물려 성한 곳이 없었다.숨이 미약하게 붙어있는 그 남자를 두 사람은 함께 풀숲에서 끌어냈다.그런데 정면으로 돌려 눕혔을 때, 이 남자의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취산!”그러나 남자는 이미 의식이 흐려지고 숨이 곧 끊어질 듯했다. 그의 입술은 검은빛을 띠고 있었으며 입과 코에서 모두 피가 흘러나왔다.이미 감각이 없었다.낙청연은 급히 약병을 꺼내면서 말했다. “좀만 버티거라!”낙청연은 해독약을 취산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그 순간, 취산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낙청연은 순간 동작을 멈췄다.취산은 10대 악인 중의 한 사람이다.그가 어떻게 이곳에? 보아하니 그들보다 더욱 빨리 이 온통 뱀으로 널린 곳에 도착한 모양이다.즉 구십칠 등 그 사람들은 일찍이 온천에 도착하여, 그 가시나무 숲을 지났다는 것을 말한다.하지만 그들은 언제 건너가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왔을 때, 모두 같은 위치에 있지 않고 여덟 명이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벙어리는 낙청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뜻이었다.낙청연의 무거운 마음으로 산에 올라올 때, 가져온 병을 꺼냈다.취혼부 한 장으로 취산의 혼을 꺼내 단지에 넣었다.이것은 만일을 대비하여 가져온 것이다. 만약 정말 사람이 죽었으면, 이곳의 고혼야귀가 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과 벙어리가 시신을 풀숲으로 끌고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급박한 발걸음 소리는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과연, 뒤에
필경 그 온천 입구에서 그들은 낙청연과 벙어리의 실력을 보았다.도명은 지금 오히려 그들이 도망갈까 봐 두려웠다.“그럼, 뭘 기다립니까? 어서 강을 건너갑시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벙어리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말했다. “내가 가서 물 깊이를 알아보겠소.”하지만 벙어리가 낙청연을 잡아당겼다.벙어리는 곧 등 뒤의 주머니에서 긴 쇠사슬을 꺼냈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이것은 그때 복맹을 죽였을 때 쓰던 쇠사슬이었다. 그는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벙어리는 쇠사슬을 맞은편 강가에 던지고 나무에 묶더니 힘껏 잡아당겨 견고함을 확인했다.그리고 다른 한쪽도 나무에 묶은 후, 낙청연에게 건넸다.낙청연은 제일 먼저 강에 뛰어 들어가 쇠사슬을 잡고 맞은편으로 헤엄쳤다.낙청연이 물속에 들어가 보니, 강물은 매우 깊어서 헤엄쳐 갈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그나마 순조롭게 강기슭에 도착했다.뒤이어 벙어리도 건너왔다.곧이어 도명과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왔다.그러나 제설미와 소향의 차례가 되었을 때, 뒤쪽 풀밭에 이미 대량의 뱀들이 나타났다.뱀들이 뒤쫓아왔다.“뱀이 온다! 어서 강을 건너라. 둘이 함께 건너오거라!” 도명이 소리쳤다.제설미와 소향은 급히 강물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제설미는 매우 느릿하게 헤엄쳤다. 그러니 뒤쪽에 있는 소향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다.낙청연은 한눈에 제설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소향을 이곳에서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하필 이때, 뒤에서 쫓아오던 그 뱀들이 강물에 들어왔다!도명이 재촉했다. “빨리! 왜 그리 꾸물거리는 거야?”“빨리 오지 않으면 우리는 먼저 갈 거다.”낙청연은 여전히 천천히 헤엄치는 제설미를 보고 화가 났다.앞으로 다가가 쇠사슬을 잡더니 벙어리더러 자신을 도와 달라고 했다.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맞은편 나뭇가지를 흔들었다.물속에서 애가 탄 소향은 제설미를 재촉하고 있었다.뒤에서 점점 많은 뱀이 그들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었다.소향은 급했지만, 물살에 휩쓸려
배치를 끝내고 낙청연은 공지로 돌아왔다.그녀는 큰 돌이 몇 개 있는 곳을 찾았다. 마침 남녀가 갈라져 있었다.나무로 기둥을 만들고, 겉옷으로 마침 가릴 수 있었다.그리고 또 불을 피우고 옷을 말렸다.낙청연은 소향을 부축하여 눕혀 놓고 말했다. “일단 옷을 벗어 말리시오.”소향은 힘겹게 옷을 벗었다. 낙청연은 약을 그녀에게 먹이면서 말했다. “이 약은 한기만 없앨 수 있소.”“이곳에 다른 약재가 없는데 버틸 수 있겠소?” 낙청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향을 쳐다보았다.소향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괜찮소.”소향의 안색은 창백했고 보기만 해도 분명 쓰러질 것 같았다. 그녀의 강인함은 사람을 탄복하게 했다.“이 산속의 환경은 간고하고 수많은 위험도 도사리고 있으니, 어쩌면 이 아이는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소.”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미리 그녀에게 알려야 했다.조금 전까지 오랫동안 도망쳤고, 또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는 보통 사람도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데 소향은 더 말할 것도 없다.소향은 눈물을 글썽이며 살짝 웃더니 말했다. “알고 있소.”“그러나…… 이 아이는 없어도 괜찮소.”낙청연은 의아했다. “왜 그러는 거요?”소향은 고개를 들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냐면…… 이 아이는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요.”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주위는 조용해졌다.오직 불꽃이 톡톡 튀는 소리만 들렸다.흠뻑 젖은 옷은 불길에 하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소향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혹시 두풍진(杜風塵)을 알고 있소?”이 세 글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두풍진? 알고 있소.”소향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몹시 갈등하는 것 같더니,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아이는 그의 것이요.”“그 사람이 나를 겁탈했소.”“그는 나의 순결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나의 정인도 다치게 했소.”“그러나 열 오라버니(烈哥)는 나와 이 배속의 아이를 싫어하지 않았고 압력을 무릅쓰고 나와 혼인했소.”
고요한 밤에 유난히 잘 들렸다.왜 이런 방식으로 그 남자들에게 의지해야 하는지 낙청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아무도 그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단지 그녀를 장난감으로 여길 뿐이다.이 산속에는 위험이 겹겹이 도사리고 있다. 결정적 시각에 아무도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계속해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그런데 잠깐 후, 또 그 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 들어 간 사람은 도명이었다.낙청연은 귀찮아하며 귀를 막았다.그녀는 옷이 마르면 바로 입으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밤바람이 매서워졌다.어둠 속에서 뭔가 질주해 오는 것 같았다.벙어리는 바짝 긴장해하며 검을 꽉 잡았다.낙청연도 바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경계했다.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니, 낙청연을 확 덮쳤다.피 냄새가 순식간에 주위에 퍼졌다.낙청연은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힘이 셌다.그는 낙청연의 두 팔을 힘껏 껴안고 있었다. 낙청연은 그를 알아보았다.복맹이었다!복맹이다!바로 이때, 벙어리가 급히 달려와 호되게 그를 걷어차 버리고 낙청연을 구했다.어둠 속에서, 복맹은 고개를 들었다. 그 없어진 얼굴 반쪽은 유난히 섬뜩했다.그는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달려들었다.“조심하시오!” 낙청연은 긴장해서 소리쳤다.벙어리는 즉시 옆으로 몸을 피하더니, 복맹과 싸우기 시작했다.그러나 몹시 힘겨웠다.복맹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낙청연이 살펴보니, 지금의 복맹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낙청연은 즉시 천참검을 들고 천 조각을 찢어 천참검을 손바닥에 꽁꽁 감더니, 앞으로 다려갔다.두 사람이 힘을 합쳐 공격했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복맹은 마치 낙청연만 노리는 것 같았다. 벙어리가 검으로 아무리 베어도 그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오직 낙청연을 덮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그에게 잡혀 땅바닥에 눌러졌다. 복맹은 입을 벌려 낙청연의 얼굴을 물려고 했다.
벙어리를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벙어리는 낙청연을 꽉 껴안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낙청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이거 놓으시오! 놓으시오!”“물건을 꺼내야 하오. 아니면 여기서 다 죽게 될 것이오!”벙어리는 그제야 낙청연을 놓아주었다.낙청연은 급히 나침반을 꺼내 손가락을 깨물어 천참검 위에 부문을 그렸다.시단을 먹었으니 복맹은 지금 시체일 뿐이다! 그 몸속에 다른 힘이 복맹을 통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벙어리는 오랫동안 버텨 등이 거의 썩어들어가 피범벅이 되었다.낙청연은 확고한 눈빛으로 벙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하나 둘 셋을 셀 테니 비키시오!”벙어리는 머뭇거렸다.“나를 믿으시오!” 낙청연이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벙어리는 팔이 시큰 해졌으며,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낙청연이 입을 열었다.“하나, 둘, 셋!”순간 벙어리는 다른 방향으로 구르며 몸을 피했다.복맹은 마침 낙청연을 향해 덮쳤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을 한 채 부문을 그린 천참검으로 복맹의 몸을 힘껏 찔렀다.복맹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상처는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지직 소리를 냈다.동시에 낙청연이 천명 나침반을 들자 금빛이 번쩍이더니 복맹은 멀리 튕겨 나갔다.바로 그 순간, 낙청연은 복맹 몸에 또다른 누군가가 있는 게 보였다.처음 본 낯선 남자였는데, 마흔 정도 되어 보였다.저게 바로 복맹 몸에 있는 물건인가?낙청연이 몸을 일으키자 복맹은 웅크린 채 비명을 지르더니 곧바로 숲속에 달려 들어갔다.그렇게 복맹은 도망쳤다.낙청연은 쫓아가지 않았고, 급히 달려가 벙어리의 상처를 살펴보았다.“어떻게 되었소?”“한번 보겠소.”벙어리는 낙청연의 손에 이끌려 땅에 앉아 등을 보였다.벙어리 등의 상처를 본 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때, 도명과 제설미가 돌아왔다.“무슨 일이오?”도명이 물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오.”바로 이 순간, 낙청연은 앞으로의 길에서
낙청연은 제설미의 말을 듣더니 눈빛이 서늘해졌다.이곳에 미혼진을 배치했으니, 뱀뿐만 아니라 사람도 들어올 수 없었다.복맹이 사체가 되었다 해도, 이렇게 쉽게 쳐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어두운 숲속에서.소향은 지친 모습으로 나무에 기댔다.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소향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았다.뱀이다!소향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독기 품은 눈빛으로 허리를 숙여 기어 오는 독사를 잡으려 했다.독사는 소향의 발목을 향해 기어 오더니 덥석 물어버렸다.순간,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소향은 발로 뱀을 차버리고 휘청대며 주둔지로 달려갔다.-낙청연이 어떻게 약재를 얻고 도명 무리를 떼어낼까 생각하던 중.숲속에서 누군가가 휘청대며 걸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그 사람은 바로 소향이었다.소향은 달려오더니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소향의 옷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앞으로 다가갔다.소향은 입술 색이 까맣게 변했으며, 중독된 게 분명했다.맥을 짚어보던 낙청연은 더욱 놀랐다.중독됐을 뿐만 아니라 배 속의 아이도 무사하지 못했다.“뱀… 뱀이…”이 말에 도명 무리는 가까이 다가와 긴장하며 물었다.“뭐? 뱀이라고 하였소? 여기에는 못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소?”낙청연은 미간이 흔들리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배치한 진을 누군가가 건드린 게 틀림없소.”그렇지 않으면 복맹과 뱀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이 말을 들은 제설미는 분노하더니 소향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숲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네가 한 짓이 틀림없구나!”소향은 너무 아파 반박할 수 없었다.그저 배를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낙청연은 즉시 은침을 꺼내 놓아주었다.“아이는 못 지킬 것 같소. 일단 침을 놓아줄 테니 내일 약재를 찾아보겠소.”제설미는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뭐 하러 신경 쓰냐? 우선 우리는 어떻게 할지나 생각해야지! 여기서 죽음을
낙청연은 경계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몰래 철추를 끌어왔다.낙청연의 힘은 너무 약해져 철추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그저 도망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바로 그때, 벙어리가 낙청연 앞으로 다가오더니 살기 등등하게 그들을 노려보았다.도명 무리는 벙어리의 실력을 알 수 없었다. 복맹을 처치할 수 있으니 절대 약한 건 아니었기에 함부로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숲속의 뱀 소리를 듣자, 도명은 한번 해보기로 했다.“가라!”명령이 내려지자, 사람들은 낙청연을 향해 몰려왔다.도명도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낙청연과 벙어리는 힘을 모아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낙청연과 벙어리는 이미 뱀을 쫓는 가루를 몸에 발라 뱀의 공격은 두렵지 않았다.바로 그때, 하늘에 번개가 내려쳐 주위가 밝아졌다.순간, 모두의 시선은 갑자기 나타난 붉은 옷의 그림자에게 쏠렸다.사람들은 깜짝 놀라더니 어둠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그건 무엇이오?”남은 사람들은 바짝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낙청연이 옆을 힐끗 쳐다보자, 스쳐 지나가는 붉은 옷의 여인이 또 보였다.그 여인이 또 나타났다.번개가 치자, 그 붉은 옷의 여인은 또다시 위치를 바꾸었다.그 창백한 얼굴에 놀란 사람들은 연신 비명을 질렀다.바로 그때, 숲속의 뱀이 몰려왔다.마치 어떤 명령이라도 들은 듯, 수많은 뱀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렇게 상황은 혼란에 빠졌다.도명 무리는 뱀을 물리치느라 낙청연의 나침반을 뺏지 못했다.이 틈을 타 낙청연과 벙어리는 소향을 부축하며 다른 쪽으로 도망쳤다.비록 뱀을 쫓는 가루를 발랐지만, 도망치는 길에도 뱀이 많아 속도가 빠르진 못했다.“저쪽으로 도망쳤소!”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낙청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도명 무리가 쫓아오고 있었다.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낙청연과 벙어리는 소향을 부축한 채 빠르게 달렸지만, 소향은 출혈이 심한 데다 배까지
벙어리는 낙청연이 가길 원하지 않는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낙청연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이 근처에 있을 테니 별일 없을 것이오.”지혈약은 이미 다 썼고 벙어리 등의 상처도 심각했다. 약을 쓰지 않는다면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그리고 소향도 약재가 급했다.“여기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시오.”낙청연은 벙어리에게 당부했고 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낙청연은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가 약재를 찾기 시작했다.그 산은 아무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건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데다가 길이 없었다.하지만 오히려 약재가 아주 많았다.진귀한 약재들은 아니지만 상처를 치료하기엔 좋은 약재들이 많았다.낙청연은 아주 많은 약재를 채집했고 기분 좋게 돌아가려는데...사람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벙어리와 소향 모두 없었다!순간,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낙청연은 이곳저곳 찾아봤으나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의심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땅 위에 핏자국이 있는 걸 보았다.끌려간 듯한 흔적이었다.낙청연은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벙어리에게 일이 생기다니!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 들었고 음산한 기운을 발견했다.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바로 찾으러 갔다.그러나 낙청연이 멀리 달려 한 숲에 도착했을 때, 음기와 살기가 숲 전체에 흘러넘치고 있었다.낙청연은 그렇게 방향을 잃었고 손안에 든 나침반은 끊임없이 움직였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의 숲은 더욱더 울창했다. 날이 밝고 있는데 숲속에 들어서니 나뭇잎에 햇빛이 가로막혀 여전히 컴컴했다.낙청연은 그렇게 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 그들을 찾았고, 점심 때쯤 시냇가에서 소향을 발견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소향을 부축했고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직 살아있었다.근처를 살폈지만 벙어리는 보이지 않았다.상류 위치에 있던 바위에 피가 묻어 있는 게 보였다. 벙어리가 남긴 건지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