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화

작가: 완경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왕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5황자께서도 왕비께 적지 않은 약을 보내왔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뭘 어쩌겠느냐.” 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큰 발걸음으로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부진환의 서방으로 향했다.

부진환은 일부러 부운주를 치료해 주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건 낙청연을 협박해 천산설련을 얻으려는 것이다. 지금 남각에 가도 아마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부진환을 찾으러 갈 수밖에 없다!

늠름한 몸짓의 부진환이 느긋하게 서방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가락은 여유롭게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리고 있었고, 너무 평온하다 못해 산만해 보였다.

하지만 낙청연의 눈에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낙청연을 본 부진환은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심지어 의도가 무엇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왜 5황자께 약을 써주지 않는 겁니까? 섭정왕부에서 죽으라고 그러는 겁니까?”

낙청연은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운주를 위해 직접 본왕을 찾아오다니. 두 사람, 아주 각별한 사이인가 보구나.”

그 의미심장한 어투는 날카롭다 못해 베일 것 같았다.

낙청연은 숨이 탁탁 막혀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낙청연이 아니다. 부진환에게 죽기 살기로 매달리며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이 몸에 남은 원한과 억울함이 그녀를 괴롭히지만, 이런 감정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낙청연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가소로운 일이다!

“그럼 말해보시죠. 조건이 무엇입니까?”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천산설련.”

역시, 부진환은 그 이름을 꺼냈다.

둘은 서로의 목적을 뻔히 알고 있었다.

정말 숨 막힐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5황자를 치료해 주시죠!” 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

낙청연이 과연 이렇게 쉽게 협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1화

    그러나 이것은 절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낙청연은 방 안에 앉아 있었는데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다.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아예 그만뒀다.“왕비 마마, 왜 이렇게 불안해하십니까?”등 어멈이 걱정스레 물었다.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하늘이 보였다.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낙월영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네가 보기에 왕야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냐?”등 어멈은 그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왕비 마마께서는 왜 가짜를 주신 것입니까?”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마치 억울함과 숨이 막힐 듯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듯이 말이다.“분이 풀리지 않아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또 원래 낙청연의 화풀이도 해주고 싶었다.부진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이 연모하는 이를 구하려고 했다. 심지어 낙청연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해치면서까지 말이다.그게 너무도 억울했다.그가 그럴수록 낙청연은 낙월영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낙월영과 부진환 두 사람 모두 자신을 괴롭혔으니 말이다.자신도 편히 지내지 못하는데 두 사람이 편히 지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말이 끝나자마자 처소 밖에서 통곡하는 소리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등 어멈은 그 소리에 순간 안색이 돌변하더니 얼른 자리를 옮겨 상황을 살펴보려 했는데 누군가 거세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온몸에서 분노와 살기를 내뿜고 있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난폭한 기운은 그를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보이게 했고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겁을 먹어 감히 그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방문 쪽으로 향했고 경악한 얼굴로 부진환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흉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마에는 파란 핏줄이 돋아있었으며 미간 사이에는 은은하게 혈선(血線)이 보였다.부진환은 아예 다른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2화

    낙청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녀는 눈썹을 까딱이면서 부진환을 바라봤다.“천산설련은 이미 왕야께 드리지 않았습니까? 왕야께서 진정 필요하신 건 천산설련이 아니라 제 목숨 아닙니까?”낙청연의 냉혹한 목소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그러나 그 말투가 부진환의 화를 돋웠는지 부진환은 또 한 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때렸다.“내 앞에서 또 연기를 하는 것이냐! 아니면 태부부에서 너에게 가짜 천산설련을 줬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비릿한 향을 풍기는 피가 낙청연의 입가에서 뚝뚝 떨어졌다. 피로 얼룩진 그녀의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부진환의 모습을 보고 냉소를 흘리며 대꾸했다.“왕야, 이렇게 가다가는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부진환의 눈동자는 더욱 탁해져 있었고 정서적으로도 이성을 잃고 많이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갖고 있던 용의 기운도 더는 그를 보호할 수 없었고 상황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그러나 부진환의 노여움은 점점 더 정도가 심해졌다. 그는 낙청연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화를 돋우고 자신을 도발한다고 생각했다.그는 화가 난 상태에서 명령을 내렸다.“수색하거라!”부진환의 명령을 받은 호위들은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가 방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지면서 수색을 시작했다.낙청연은 바닥에 앉은 채로 호위들의 자신의 방을 뒤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마치 범인의 처소를 뒤지듯 굴었고 왕비의 존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등 어멈과 지초는 완전히 겁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낙청연 대신 부진환에게 사정하고 있었다.그러나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는 부진환의 눈에는 울먹이고 있는 낙월영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왕야… 천산설련이 없으면 전 어떡합니까? 제 얼굴 치료할 수 있는 것입니까?”낙월영의 눈물은 멈춘 적이 없었고 그녀가 쓰고 있던 면사포는 이미 눈물로 푹 젖어있었다.부진환의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없으면 내가 사람을 보내 다른 곳에서 구해 오게 할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3화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 부진환의 두 눈에서는 탁한 기운이 물씬 풍겼고 심지어 살벌한 기세까지 섞여 있었다.낙청연은 돌연 은침 하나를 꺼내 들더니 몸을 일으켜 부진환의 목덜미에 침을 꽂았고 부진환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의 안색이 달라졌다.“왕야께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낙월영은 대경실색하면서 화를 냈고 소유는 긴장한 얼굴로 부진환을 부축했다.“무슨 짓을 하신 것입니까?”낙청연은 유유자적한 얼굴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몸을 숙이고 부진환의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왕야께서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걸 보아내지 못한 것이냐? 지금 기절시키지 않으면 기혈이 역류해 죽었을 것이다.”부진환의 맥을 낙청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상초열이 난 것 같기도 하고 화병이 난 것 같기도 했는데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고 광증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이외에 몸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광증이라고는 해도 화로 인해 발광하는 정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여봐라, 왕야를 처소로 옮기거라!”소유가 즉각 분부했다.부진환이 사람들에게 실려 갈 때도 낙월영은 울고 있었다.“왕야…”소유는 그런 그녀를 말렸다.“둘째 아씨, 왕야께서는 많이 피곤하신 것 같으니 오늘 밤은 편히 쉬게 두시지요. 약은 제가 사람을 시켜서 찾아보게 하겠습니다. 여봐라, 둘째 아씨를 모시거라.”낙월영도 돌아간 뒤 소유가 떠나려고 할 때,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소유, 내 너한테 할 말이 있다.”소유가 몸을 돌렸다.“왕야의 광증 증상은 아마도 낙월영과 관련이 있는 듯 보이는데, 발견했느냐?”낙청연의 질문에 소유는 놀란 얼굴이었다. 낙청연은 얼굴 전체에 피를 묻히고 있었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그녀는 왕야를 걱정하고 있었다.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는 울 줄만 알지, 왕야가 자신을 도와주기만을 바라는데 왕비는 그런 낙청연에 비해 훨씬 나았다.낙청연은 소유가 넋을 놓고 있자 다시 물었다.“설마 왕야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냐?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4화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낙청연은 한 번 깨어나서 피를 토했다.다행히도 낙용 고고가 준 약초가 있었기에 그날 밤 상처가 심해지는 것을 제때 막을 수 있었다.다음 날 낙청연이 깨어났을 때 부진환은 아직도 혼미한 상태였다.낙청연은 탁자 옆에 앉아 탕약을 마시고 있었고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양쪽 다 손해인데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어젯밤 부진환이 그녀를 때렸다고는 하나 그 역시도 자신의 화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상황이 더욱 심각했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부진환은 어젯밤 목숨을 건진 셈이었다.“왕비 마마, 왕야의 병증이 아주 심각한 것 같사온데 왕야께 문안을 가시는 것 어떻습니까?”등 어멈은 낙청연이 공로를 세운다면 부진환이 그녀를 좋게 볼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내가 가서 무엇하겠느냐? 왕야는 내가 왕야를 해칠 거라고 생각하고 계신다. 설사 내가 왕야를 구할 것이라는 걸 믿는다고 해도 왕야께서 내가 원하는 걸 준다고 확신할 수도 없지.”그녀는 부진환과 거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러나 어머니의 유물을 낙청연은 지금껏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그래서 괜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화지를 펴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등 어멈은 그녀의 곁에서 먹을 갈았다.왕비가 그린 초상화를 봤을 때 등 어멈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왕비 마마, 낙태부께서는 이런 초상화를 많이 받으셨습니다. 설마 낙태부의 돌아가신 아드님의 얼굴을 아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낙태부의 시선을 끌 생각이십니까?”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이더니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이렇게 하면 낙태부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느냐?”등 어멈은 이목구비가 그려지지 않은 초상화를 보니 곤혹스럽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그녀는 왕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 뒤로 낙청연은 몸이 조금 나아지자 자주 밖에 나갔고 일부러 낙월영과 부진환을 피해 다녔다.그녀는 저택의 계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5화

    왕야의 병세는 워낙 심각했기에 왕야께서 현저히 나아지기 전까지 소유는 낙월영이 왕야를 만나지 않았으면 했다.왕비의 말이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낙월영을 경계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었다.연일 부진환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낙청연은 부진환이 병세가 심각해 밖에 피난을 갔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또한 낙청연은 낙월영을 최대한 피하고자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왔다.넓은 왕부에서 낙월영 혼자 온종일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그녀를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부진환은 거의 한 달 동안 요양했고 낙태부의 생신 하루 전에 돌아왔다.그날 밤 낙월영은 감히 울지 못했다. 바로 다음 날 낙태부의 생신을 위해 태부부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낙월영의 얼굴은 아직 낫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면사포를 쓰고 연회에 가야 했다.오늘 외출할 때 낙청연은 부진환과 낙월영이 출발한 뒤 혼자 출발했다.—태부부에 거의 도착해서 보니 거리 전체가 평소와 달리 떠들썩했고 빈객들이 타고 온 마차들이 거리가 꽉 찰 정도로 가지런히 멈춰 세워져 있었다.낙청연도 미리 마차에서 내려 태부부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걷지 않았는데 낙해평이 낙월영과 함께 동료 집안의 도령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께서는 재능과 외모 모두 출중하시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군요.”사람들은 낙월영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낙해평은 체면이 서는 기분에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그러나 낙청연이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낙해평의 미소가 돌연 굳었다.낙청연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분명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왜? 날 망신 당하게 할 생각인가? 불효녀 같으니라고.낙해평은 빠른 걸음으로 낙청연에게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를 힐문했다.“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내가 얘기했었잖느냐? 오지 말라고. 얼른 돌아가거라. 오늘이 어떤 자리인지 너도 알고 있겠지. 괜히 사람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돌아가.”낙해평은 목소리를 낮추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6화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단정한 차림새를 한 낙용이 기세 좋게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낙용은 대문 쪽으로 걸어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낙해평을 바라보며 말했다.“승상 대감, 이분은 제가 모신 귀한 손님이십니다.”낙용은 낙청연을 바라볼 때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낙청연의 손을 맞잡았고, 낙청연 또한 자연스럽게 낙용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고고.”낙용은 웃는 얼굴로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내가 얘기했잖느냐. 넌 오늘 연회에 마음껏 참석할 수 있다고. 누구도 널 막을 수는 없단다.”낙해평은 경악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봤다.주위의 다른 빈객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그들은 낙태부가 낙 승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기세 넘치고 가차 없는 성정의 낙용이 낙 승상을 고까워하지 않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낙 승상의 딸이 낙용을 고고라고 부른 것이다.고고라고 부르는 낙청연의 목소리는 더없이 맑았고, 그녀의 부름에 낙용은 웃음꽃이 피었다.낙해평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영문을 몰랐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순간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낙용이 자신의 딸을 받아줬다는 것에 기뻤지만 낙청연이 자신 몰래 낙용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언짢았다.이렇게 큰일을 그한테 알리지 않았다니!낙월영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있었지만 면사포를 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변화는 뚜렷하지 않았다.낙월영은 곧이어 웃는 얼굴로 낙용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려 했다.“고고…”낙청연도 그녀를 고고라고 부를 수 있으니 자신 또한 가능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그러나 낙용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자신의 붙잡힌 팔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다들 넋 놓지 말고 안으로 드시지요.”낙용은 낙월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팔을 빼내는 동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태도는 명확했다.낙월영은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당장 쥐구멍에라도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7화

    낙태부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참을성 있게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비록 겉으로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다들 낙태부가 선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게다가 선물은 대부분 초상화였다. 열어보면 그 내용이 다양했으나 대부분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네를 타는 것도 있었고 장난을 치는 것도 있었으며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는 것도 있었다. 초상화들은 전부 훌륭했으나 오래 보고 있으면 평범해 보였다.게다가 낙태부의 방 안에는 이미 백여 개가 넘는 초상화들이 걸려있었다.낙청연도 그 기회를 틈타 누가 준 초상화에 문제가 있는지를 관찰했다.몰랐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제대로 살펴보니 엉망진창이었다.거의 모든 초상화들에 문제가 있었다.화폭을 여는 순간 두 모자가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비록 작은 소리였지만 귀가 따가웠다.옆에 있던 낙용은 낙청연의 안색이 좋지 않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엇을 보아냈느냐?”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로 낙용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이 초상화를 준 사람들을 전부 기록해두세요. 그리고 조금 이따 어떤 화가가 그렸는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십시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기록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의 주의력은 줄곧 초상화와 낙태부에게 올려지는 선물들에 있었고 누가 그 선물을 건네는지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또 하나의 초상화가 펼쳐지는 순간,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초상화에는 그 어떤 사악한 기운도 없었고 그저 평범한 초상화 같아 보였다. 한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그 초상화는, 지금껏 모자 둘이 유희하는 초상화들보다는 다소 초라해 보여도 그것들 중 가장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낙청연은 잠깐 놀랐다가 그 초상화를 바친 이가 부진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제가 재능이 없어 간단히 아이의 얼굴만 그렸고 사모(師母)님의 얼굴은 그리지 못했습니다.”부진환은 정중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28화

    그 뒤로 이어진 것은 폭소였다.“하하하, 반만 만들어진 것을 들고 온 것인가?”“참 어이가 없구먼. 이렇게 어이없는 선물은 또 처음일세.”포복절도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몸이 떨릴 정도로 격렬히 웃으며 낙해평에게 말했다.“낙 승상, 자네 딸 참으로 재미있구먼. 자네가 왜 딸을 태부의 생신 연회에 부르지 않았는지 알겠소. 정말 큰 망신을 당했구먼 그려.”낙해평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주먹을 꽉 쥐었다.낙청연이 오늘 여기까지 온 이유는 어쩌면 그에게 큰 망신을 주기 위한 걸지도 몰랐다.망할 자식!낙월영은 낙청연의 모습에 속으로 의기양양했다. 초상화를 선물로 드릴 것이면 그저 평범한 초상화나 준비할 것이지 완성도 되지 않은 물건을 선물이라고 드린다니, 생각이 없는 멍청한 인간이라 생각됐다.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아버지,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때 언니를 그리 왕부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요. 저것 좀 보세요. 저희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았습니까?”낙월영은 억울한 듯이 원망하는 어조로 말했다.낙해평도 후회가 됐다. 애당초 낙청연을 왕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됐다. 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 내 말을 전부 흘려듣기나 하고!오늘이 지나면 왕야와 상의해 낙청연을 휴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청연이 내쫓기는 것도 그로서는 창피한 일이었지만 낙청연이 계속 이렇게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이 펼친 초상화를 보자 더욱더 미간을 구겼다.“잘못 가져온 것이 아니더냐?”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초상화를 보며 말했다.간단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낙청연의 손재주가 좋지 않다는 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눈, 코, 입은 그려야지.이렇게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은 초상화가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게다가 하필 오늘 낙태부에게 이것을 드리다니.사람들의 웃음소리에도 낙청연은 꿋꿋했다. 그녀는 오히려 그 초상화를 들고 낙태부에게로 걸어갔다.“낙태부 할아버

최신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3화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2화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1화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0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9화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8화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7화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6화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5화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DMCA.com Protection Status